- [국내 인터뷰] 일진스(Ill Jeanz) – 뚝심 있게 음악 하는 슈퍼 히어로들
- rhythmer | 2011-09-02 | 2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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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슈퍼 히어로 진보, 성과 음악의 합일을 추구하는 이보(EVO), 동심(?)을 잃지 않는 젬(GEM), 이들은 흑인음악을 사랑하는 학교 선후배로 만나서 직접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일진스(Ill Jeanz)로 발전했다. 활동 범위와 양 때문에 진보를 제외한 다른 멤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 2010년 EP에 이어 올해 새 싱글 “Take It Slow”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일진스를 좀 더 파고들어 보았다.리드머(이하 ‘리’): 일진스라는 그룹명은 어떻게 정하게 된 거예요?
EVO: 처음에 저희 집에 진보 형이랑 몇 명을 불러서 작업을 해보자고 해서 음악 몇 개를 들려줬는데, 진보 형이랑 다른 멤버가 듣더니 바로 노래를 쓰기 시작했어요. 만들어진 노래가 정말 ‘일진스럽다.’라는 이야기를 했고요. 당시 저희 EP의 타이틀로 만든 곡의 제목도 “IllJeanz”였고…. 그래서 여러 후보 가운데 일진스로 하기로 했죠.
리: 다른 후보들은 어떤 게 있었는데요?
진보: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미드에서 착안해서 ‘밴드 오버 브라더스’라고도 지을까 했죠. (웃음) 장난 반이긴 했지만요.
리: 그럼 일진스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게….
EVO: 재작년 6월이었어요.
진보: 원래 전신은 이브장(EVO)과 씬이라는 친구가 만든 팀이었어요. 그 팀에 저와 지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려다가 아예 그룹이 돼서 앨범을 냈고, 지금은 3명이 되었죠.
리: 이제 3명으로 완전히 구축된 건가요?
EVO: 멤버를 정해놓고 가기보다는 같이 하고 싶은 멤버가 있으면 또 달라지겠죠. 약간 우탱클랜 느낌으로….
리: 예전 인터뷰에서 진보 씨가 흑락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것은 3기라고 밝힌 바 있어요. 동의하십니까?
EVO: 맞아요. 나간 멤버 가운데 씬이라는 친구가 여자를 끌어 모으는데 큰 역할을 했고요. (웃음)근데 1기들은 창단 멤버라 우탱보다 더 많았어요. 30명 정도였죠. 2기도 많았고요. 3기부터는 면접도 타이트하게 보고 실력으로 뽑았죠.
리: 흑락회 후배들과는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편이에요?
EVO: 네. 가끔 술을 먹곤 해요.
리: 우리가 눈 여겨 볼만한 인물이 있을까요?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든지….
진보: 윤재라는 친구가 있는데 본격적으로 활동을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은 없고요. 좀 있으면 두각을 나타낼 친구에요.
EVO: 혼자서 열심히 수련 중인 친구에요. 제이-코드(J-Chord)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리: 일진스를 만들 때 음악적인 방향이나 컨셉트를 특별히 잡은 부분이 있었는지?
EVO: 처음에 모였을 때는 진보 형이 만든 음악 몇 개를 모아놓고 얘길 했어요. 그러다가 미국기준의 메인스트림 알앤비, 힙합 사운드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었죠. 진보 형이 하는 음악은 아무래도 딥한 음악이다 보니….
리: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죠? 진보 씨는 이미 솔로 활동을 통해 음악적 성향을 많이 드러내서 알겠습니다만.
EVO: 저는 진보 형한테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여러 음악을 좋아해서 딱히 어떻게 구분 짓기는 어려운데, 진보 형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GEM: 저도 형들이 듣는 음악에 영향을 받았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투팍(2pac)을 처음 듣게 되었는데, 상문고라는 학교가 완전 힙합학교라는 소문을 들었어요. 거기에 가면 힙합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임 선생님을 설득해서 상문고를 가게 되었죠. 거기서 형들을 만나고 몰랐던 음악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진보: 저희는 개개인이 좋아하는 장르적, 음악적 성향은 다른데 지역색은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또래로 자라다 보니….
리: 지난 EP의 “Lights Off”에 이어서 이번 싱글 “Take It Slow”도 ‘성인을 위한’, ‘밤을 위한’ 음악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일진스의 주된 방향이라고 봐도 될까요?
EVO: 이런 감성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힙합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애들이 듣는 음악이고 20대 후반은 안 듣는 음악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참 이해하기 어려워요. 확실한 방향을 잡고 연령층을 높이기 위한 음악을 앞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진보: EVO가 말한 것에 저도 공감하는데, EVO 가사를 보면 전부 다 여자, 물고 빨고… 이런 것들이 많아서 그 가사를 보면 ‘어? 나도 이렇게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웃음)
EVO: 우리나라 힙합을 듣다 보면 ‘내가 짱이고, 내가 제일 잘한다.’라는 가사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자신에 관한 이야기들만 많이 하는 것 같고, 음악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매일 비슷한 이야기만 해요. 전 그걸 제외하고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여자와 섹스 이야기니까 계속 해야죠. (전원웃음)
리: 그런 쪽으로 가장 왕성한 편인가요?
진보: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리: GEM 씨가 유독 성과 관련한 직설화법을 즐기는 편인듯한데….
GEM: 저는 평소 성격도 직설적이라 그런 가사를 쓰는 것 같아요. 평상시 생활할 때의 말투도 그렇고 밀접하게 이어진 면이 있죠. 그래도 최대한 동심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항상 즐거운 생각으로… (전원웃음)
리: GEM 씨는 스타플레이(Starplay)라는 팀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어떤 팀이에요?
GEM: 중학교 때 상문고를 같이 들어가려고 했던 르 콰(Le Qua)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인스트루멘탈을 틀어놓고 앰프에 마이크를 꽂아서 같이 랩을 했거든요.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저는 흑락회에 들어가서 공연하고, 그 친구는 다른 학교에 다녔는데, 졸업하고서 둘이 팀을 만들자는 약속을 했죠. 군대를 다녀와서 만난 뒤에 팀을 만든 게 스타플레이에요. 근데 한 명을 더해서 멤버가 세 명이었는데, 각자 지향하는 스타일이 달라요. 저는 완전 우탱 스타일이고 르 콰라는 친구는 팀발랜드(Timbaland), 또 한 명은 재즈하는 친구였거든요. 뭐, 그렇게 굴러가고 있어요. (웃음)
리: 스타플레이와 일진스 활동을 같이 하는 거죠?
GEM: 네. 둘 다 함께하면서 솔로로서도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에요..
리: EVO 씨는 하이라이트와 계약을 맺었는데, 어떤 계기였나요?
EVO: 진보 형이 추천해줬어요. 그래서 하이라이트 측에 제 앨범에 들어갈 곡들을 메일로 보냈고, 팔로알토가 전화해서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고 했죠. 원래 친분은 없었는데, 그 날 처음 만나서 같이 해보자고 한 거에요. 서로 반색했어요.
리: 활발한 활동을 하는 레이블이라 기대가 많이 됩니다.
EVO: 일단 제가 프로듀싱하고 피처링한 오케이션(Okasian)의 “You’re The One”이 나왔고, 팔로알토와 비프리하고도 작업할 거에요. 제 싱글도 10월에 나올 예정이고, 앨범은 내년 초에 낼 계획이에요. 점점 계획이 많아지고 있죠.
리: 진보 씨는 하이라이트를 추천해 준 이유가 있었나요?
진보: 몇 개 없는 레이블 가운데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공연도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EVO는 공연하길 원하고, 결과물도 빨리 내고 싶어해요. 근데 저랑 같이 한다면 그런 면에서 답답하고 힘들어 할 것 같았죠. 그래서 하이라이트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양쪽에서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가서 결과적으로는 잘 된 셈이에요.
리: 진보 씨의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는 독자적 활동 계획이 없는 거에요?
진보: 아직 레이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려워요. 이름 자체도 슈퍼프릭 레코드이고 저의 모토도 굉장히 괴짜스러운 것이라…. 고민을 많이 하고는 있는데, 힙합이나 흑인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되려 더 마니악한 음악을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리: ‘freak’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진보: 아직까진 계약을 해서 같이 뭘 할 여력이나 생각은 없어요.
리: 우연히 EVO 씨가 관리하는 흑락회 블로그를 봤는데, 거기 재미있는 일기가 많더군요. 인상적이었던 거 하나가 진보 씨에 대해 ‘늦는 형 인간이다.’라고 표현한 거에요.
EVO: 진보 형은 완벽주의와 게으름이 미묘하게 섞여있어요. 게으르고 싶어서 게으른 게 아니라 완벽하다 보니,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게을러 지는 것 같아요. 형을 잘 알면 이해가 되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게으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에요.
진보: 과욕이에요. 제가 안배를 적절하게 못해서, 과부하가 걸릴 때와 안 걸렸을 때의 차이가 너무 커요.
리: 요즘 미국 음악계를 보면, 변화하는 환경과 시장 분위기에 맞춰서 프로모션의 방편으로 무료 공개하는 음원이나 앨범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국내에서는 아직 무료로 푼다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일진스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EVO: 크게 개의치 않아요. 자기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발표해도 되겠다 싶으면 하는 거죠. 근데 두 달 동안 만든 곡을 한번에 무료로 공개하기는 그렇잖아요. 어쨌든 무료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의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자기 기준에 따를 뿐이죠.
GEM: 아티스트가 결과물에 자신이 있고 기분 좋게 그것을 공개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보: 전 요즘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좀 오픈이 되었다고 할까요. 큰 타이틀을 걸고 하거나 큰 부담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면 가볍게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재즈 음반을 작업하다가 어느 순간 집에서 사람들이 즐겨 들을 수 있는 알앤비를 원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품으로 쉽게 만들거나, 비트에 가사 없이 1분 30초짜리 곡들 20개를 모아서 공개 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예 정식으로 내놓는 건 포맷이 달라지겠죠.
리: 대개 진보 씨처럼 완벽을 기하는 분들은 쉽게 결과물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편이던데…. 그럼 앞으로 진보 씨의 무료 공개 곡들을 기대해도 되는 거에요?
진보: 지금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놓은 곡들이 있어요. 물론, 다운로드는 못하게 되어있고요. 어떤 사람들이 새로운 곡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들의 작업을 해놓고도 앨범 낼 때가 되면 막판에 많이 추가되고 바꾸는 편이에요. 얼마든지 더 새로워질 수 있죠.
리: ‘오리지널 버전을 마음껏 들어라~’식이군요.
진보: 요즘 저는 인생이 짧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내일이 늘 저를 기다려주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물론, 아끼는 것은 마케팅적으로도 그렇고 사람들이 원하는 시기에 딱 맞춰서 모든 것이 극대화 된 상태에서 나오면 좋겠지만, 준비만 해놨다가 어느 날 딱 가버리면 그만큼 허망한 게 없잖아요. ‘최대한 아끼고 최고의 환경이 조성된 95점 이상의 상태만 내놓을 거야.’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리: 일진스 멤버들은 앞으로 음악으로만 승부를 걸 생각인가요? 외국의 인디, 혹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중에는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꽤 있잖아요. 예전에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의 기프트 오브 갭(Gift Of Gab)은 “완전히 독립된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면, 직업을 가져라.”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어요.
진보: 그렇게 투잡을 가지게 되면 음악적으로도 더 멋있어질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취미가 본업 수준으로 격상된 거잖아요. 그렇게 했을 때 더 실험적인 것들이 나오고요. 이것 하나만 바라보고 수익과 마케팅을 생각하면 (음악적으로) 실험을 할 여유는 없어지니까요. 투잡을 했을 때 더 실험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대적으로 음악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두세 개의 직업을 가지는 추세잖아요. 예를 들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지만 저녁에는 그래픽 아티스트 일을 하고, 큰 음반사에서는 A&R로 일하면서 자기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하는 그런 것들이요. 점점 그렇게들 되는 분위기라 그러한 현실에 대해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긍정적인 편인 거네요?
진보: 장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필요로 하는 아티스트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투팍(2Pac)이 낮에는 택배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 음악을 한다면 완전 다르게 보였겠죠. (웃음)
리: 가끔 보면, 은근히 투잡 뮤지션보다 올인하고 있는 뮤지션을 일단 더 높이 쳐주는 분위기가 느껴질 때도 있는데, 사실 투잡이냐 올인이냐를 떠나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느냐, 그리고 활발히 활동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라 생각하거든요.
진보: 맞아요. 포인트는 정말로 자기 음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시류에 흘러 들어가는 건 음악적으로 다양하거나 깊이 있는 시도를 못한다는 거거든요. 자기 색을 힘들게 구축했는데 그렇게 타협하는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는 거죠.
EVO: 결국 손해 보는 건 자기에요. 옆에서 안 좋은 거다, 좋은 거다 라고 이야기해줄 수도 없는 거잖아요. 망하면 망하는 거고, 잘된다고 해서 마냥 배 아파할 수 없는 노릇이죠.
리: 평소 힙합 뮤지션들과 개인적 친분이나 커넥션이 많은 편이에요? 일진스 멤버는 왠지 은둔형 느낌이라…. (웃음)
진보: 같이 놀거나 술 먹으면서 자주 어울리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고 있더라고요. 자주 만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리: 성격인가요, 아니면, 그런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진보: 저는 항상 뭔가 밀려있어서 그런 것들을 신경 쓰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많이 못 가져요. 누구한테 '우리 놀까?'라는 말도 잘 못하고, 많은 생각 속에서 복잡해하죠. 특히, 집이 분당이라서 많이 벗어나질 않으니까 서울로 나와서 놀지를 않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음악들도 계속 접해야 하고, 사놨던 LP들도 깊게 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음악 하나 듣다 보면 핸드폰 푸쉬 메시지가 와서 그거 확인하고 트위터도 좀 하고, 밥 먹을 때 되면 밥 먹다가 보면, 음악을 제대로 못 들을 때도 있어요. ‘오늘은 믹스CD 하나 만들어서 올려야지.’ 하고서는 그것도 못하고. 저도 가끔씩은 놀고 싶은데 제가 할 일을 잘 못하고 있으니까요.
EVO: 저는 이번에 하이라이트 들어가고 나서부터 사람들하고 좀 친하게 지내게 된 정도고요. 그 전에는 따로 없었어요. 그냥 사람들 만날 때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술을 너무 좋아하니까요. (웃음)
GEM: 전 진보 형과 EVO 형하고 교류를 많이 하고 있고요. (웃음)
진보: 사실 우리끼리도 잘 안되잖아. (전원웃음)
GEM: 여하튼 교류를 해서 동심의 세계로....
리: 그럼 외부작업과 관련해서는 열려있는 편이에요?
EVO: 저는 열려있는 편이에요. 딱히 마음에 안 맞는 사람은 없어요.
리: 국내 씬에서는 술자리를 통해 작업까지 이르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근데 이런 경우 인간적으로는 맞지만, 음악적인 코드가 맞지 않을 때도 분명히 있을 거거든요. 일진스 분들은 이런 경험 없나요?
진보: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 술 마시고 친해진 다음에 작업을 했을 때, 약간 깨는 부분이 있어요. '저 형이랑은 이번에 인간적으로 작업을 하자 에휴...' 하는 경우에는 결과물이 안 좋더라고요.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서 작업했을 때 더 만족하는 편이에요. '아, 형 요번에 하나 도와줘요.'라는 식으로 해서 신비감이 없어지는 경우를 경계해요.
EVO: 하이라이트의 경우는 딱히 그런 느낌은 못 받았어요. 제 성격도 누구를 싫어하고 그런 타입이 아니라 웬만하면 이해하고 같이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 친분에 의해 작업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도 몇 번 봤어요.
EVO: 그건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언더의 사정이 좋지 못하다 보니 서로 미리 정해놓고 이야기를 하면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고 소통 없이 일을 진행하면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돈 문제는 민감한 부분인데도 사전에 전혀 이야기가 없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진보: 뮤지션 모두가 슈퍼 히어로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뮤지션들이 아이언맨이거나 울버린으로서 적을 무찔렀으면 좋겠는데, 고스톱 치면서 짜장면을 먹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런 친분활동은 별개면 되고 서로 뮤지션의 가면을 썼을 때는 그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GEM: 확실히 동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잊고 살잖아요. 맨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느낌을 잊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동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리: 참 적절한 동심이네요. (전원웃음) 각자 뮤지션으로서 계획이 있다면요.
진보: 제가 프로듀스한 다른 뮤지션들의 곡이 몇 개 있는데, 올해 안으로 나올 것 같고요. 제 앨범도 욕심으로는 무리하게 우겨 넣어서 낼 생각이에요. 올해에 두세 개 정도 프로젝트가 잡혀있는 상태고요. 컨셉트는 잡아놨는데, 얼만큼 진행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제 앨범의 경우 곡은 다 있는데 그걸 얼만큼 완성도 있게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고요. 일진스 앨범도 올해 낼 생각이에요. 그것도 곡은 반 이상 있어요. 계속 상상력이 발달해서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리: 그만큼 실험적인 걸 많이 하고 싶다는 얘기죠?
진보: 네. 제가 고등학교 때 큰 기획사소속 프로듀서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음반점에서 앨범을 막 사는 거에요. 당대 유행하는 최신 CD 10장을 사가지고 차에서 들으면서 이걸 어떻게 써먹을지만 궁리한다는 거에요. 그런 사람들이 음악을 만들면, 거의 복제 수준으로 밖에 못 만들거든요. 그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에 있느냐는 말이죠. 그래서 전 상상력을 많이 담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상상력이 살아있을 때 신나고 죽어있을 때 제일 고통스러워요.
리: 예전 인터뷰에서 살짝 언급했던 소울스케이프 씨와 합작은 어떻게 됐어요?
진보: 아직 구체적으로 뭔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같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서로 하고 있어요. 음악적으로 원하는 바가 제일 잘 맞거든요. 소울스케이프도 디제이로 활동을 하지만, 프로듀서로서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본인의 취향도 넓고 꿈이 크니까 영향을 많이 받아요. 방배동 작업실 1층에 ‘Room 360’이라는 샵이 있는데 거기에 좋은 레코드들이 많거든요? 그곳에서 같이 음악 들으면서 흥겨워하곤 해요.
리: 다른 계획도 계속 말씀해주세요.
진보: 슈퍼프릭 레코드에서 내는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거에요.
EVO: 저는 10월에 제 싱글이 나오고 내년 초에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올해 안에 믹스테잎이나 EP 중에 하나를 낼 예정이고요.
진보: 바쁘네, 일진스도 해야 하고….
EVO: 네. 일진스 앨범도 나와야 되고!
진보: 이야기하고 보니 자신이 없어지네요. (전원웃음)
리: 외국 뮤지션들처럼 이렇게 질러주는 거 좋은 것 같아요. 사정 때문에 못나오면 그때 가서 또 해명하면 되죠 뭐. (웃음)
GEM: 전 일진스, 스타플레이도 하고 있고 GEM으로도 싱글을 하나 냈는데, 올해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느꼈던 느낌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GEM이라는 자아를 앞으로 많이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리: 일진스 정규앨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만한 부분은 없을까요? 타이틀이라든지, 수록곡의 스타일이라든지….
진보: 타이틀은 아직 정하질 않았어요. 앨범의 곡들은 되려 “Take it Slow”와는 많이 다를 거에요. 스눕 독(Snoop Dogg)의 “Let’s Get Blown” 같은 느낌의 곡도 있고 듣기 편한 곡들이 수록될 것 같아요.
리: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진보: 아까도 언급했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의 캐릭터는 슈퍼 히어로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가운데 그 환상을 깨기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사실 환상을 가지려고 해야 음악 하는 아티스트에게 더 감동을 받고 영향을 받는 건데, 그걸 깼을 때의 허무함도 본인들에게 돌아올 것 같아요. 계속 슈퍼 히어로를 보는 마음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요.
EVO: 나이를 먹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태에 놓여 있다 보니, 자꾸 의심이 들었어요. ‘아… 음악을 계속 해야 하나?’하는….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근데 꿈을 잃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빛이 있을 것 같아요.GEM: 생각과 상상에 있어, 목마를 때 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인상 쓰는 것보다 웃을 때가 더 보기 좋잖아요.
인터뷰. 글 / 강일권,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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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h! nuts (2011-09-05 09:01:19, 164.124.106.***)
- 앨범도 앨범인데 공연좀 많이 해서 사람들 눈에 익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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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ky (2011-09-05 00:14:54, 222.98.162.***)
- 와우ㅋ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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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공주 (2011-09-03 19:01:10, 59.25.31.***)
- 인터뷰 재밌게 읽었어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팀이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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