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성훈(of 브라운아이드소울) - Lyrics within His Story
- rhythmer | 2011-10-05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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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얼, 정엽, 영준이 각각 솔로 결과물을 발표한 가운데, 드디어 막내 성훈의 차례가 왔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내에서 가장 개성 강하고 재즈 감성을 간직한 보컬을 들려주던 그는 이번 첫 번째 솔로 앨범 [Lyrics within My Story]를 통해서 그동안 그룹에 융화시켰던 유니크한 보컬을 여과 없이 발산한다. 그리고 그 음악 위에서 때론 담담하게, 때론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굉장히 겸손하고 차분하지만, 할 말은 확실하게 하는 뮤지션 성훈, 그렇다. 이젠 그의 시간이다.리드머(이하’리’): 일단 앨범 발매 축하합니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하 ‘브아솔’)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솔로앨범을 내게 되었는데 언제부터 준비한 거예요?
성훈: 처음부터 솔로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했던 건 아니에요. 제가 컬러 미 배드(Color Me Badd)의 음반 중에 [Time and Chance]라는 앨범을 참 좋아하는데, 모든 일에는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조바심이 나거나 하진 않았는데, 주변에서 ‘다른 멤버들은 솔로앨범이 다 나오는데 너는 왜 안 나오느냐?’라는 말을 듣다 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조바심이 조금은 나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가장 준비가 잘 되고 어느 정도 곡들이 많이 모이게 돼서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 준비를 했다기보다 형들 결과물이 나오고 제 차례가 돼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리: 이제는 멤버 중 영준 씨가 조바심이 나겠네요. 세 분은 다 솔로앨범이 나왔는데 유일하게 싱글만 나온 상태라…. (웃음)
성훈: (웃음) 영준이 형도 겨울에 나올 예정이라 지금 녹음 중이에요.
리: 솔로로서는 많이 노출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브아솔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성훈: 사실 저도 다른 회사의 연습생 생활도 하고 오디션도 봤는데, 그게 제 것이 아니었는지 잘 안되더라고요. 그러던 찰나에 제 고등학교 선배 중 한 분이 잠깐 휴가를 나오셨는데 저보고 ‘너 노래 부른다면서 데모 CD 같은 거 혹시 있니?’라고 물어봤어요. 당시엔 집에서 홈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는데, 마침 예전에 연습생 생활하면서 잠깐 레코딩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창피하지만 형 선물로 드린다고 드렸죠. 그런데 그 형이 나얼 형의 쌍둥이 동생이었어요.
리: 와, 그렇다면 당시 나얼 씨는 이미 데뷔를 했던 때?
성훈: 브라운아이즈 1집이 나오고 온 거리가 “벌써 일년”으로 물들었을 때였어요.
리: 그럼 성훈 씨는 그 형이 나얼 씨와 쌍둥이라는 것을 몰랐던 거예요?
성훈: 네, 정말 몰랐어요. 근데 집에서 그 형이 CD 플레이를 했는데 우연찮게 나얼 형이 그걸 듣고 연결이 되었던 거죠. 한창 멤버들을 한창 모으던 때였거든요. 이것도 ‘Time and Chance’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리: 뮤지션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성훈: 글쎄요…. 저에겐 목표였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가서 거기서부터 음악의 기본을 닦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되면서 재즈아카데미에도 등록을 하고 음악을 시작했는데, 사실 노래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원래는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보컬과 친구들을 보면서 제 안의 꿈틀거리는 뭔가를 발견한 거죠. 그렇게 보컬과로 전과를 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리: 뮤지션이 되기 전에는 어떤 음악에 심취했었어요?
성훈: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요.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좋아할 거예요. 학교 다닐 때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제게 스티비 원더의 베스트앨범 CD를 건네주면서 이 음반을 1번부터 17번까지 다 연습을 해보라고 했었어요. 그 앨범을 24시간 끼고 다니면서 다는 못하고 1번부터 12번까지 카피를 했던 것 같아요. 스티비 원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죠.
리: 원래 재즈보컬이 전공이었잖아요.
성훈: 네, 전 원래 멜로디컬한 음악을 더 좋아하는데, 가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어느 날 제가 빌리 할리데이(Bille Holiday)의 “God Bless The Child”라는 곡을 연습했는데, 그때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었는데, 그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저보고 재즈나 블루스를 해야 되는 운명이라고 하셨죠. 브아솔 형들에게 컨택되었을 때 넘겨줬던 노래도 그 노래에요. 근데 제 목소리가 블루지하고 느끼한 음악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서 재즈와 블루스에 심취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처음은 스티비 원더와 마빈 게이(Marvin Gaye)에 빠졌었지만요.
리: 브아솔 앨범에서도 꾸준히 재즈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었죠. 이번 앨범에도 재즈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곡이 세 곡 정도 있더군요. 그럼 아무래도 그 곡들이 가장 애착이 가는 편인가요?
성훈: 음,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솔로앨범을 내면서 어떤 스타일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했는데, 스탠다드한 재즈보다 미국에서도 개량된 재즈를 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서 힙합적인 느낌을 가진 재즈를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구루(Guru) 같은 아티스트를 통해서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도 재지한 감성을 가지되 비트는 세련된 음악을 이번 앨범에 주무기로 담아보려고 작업을 했는데, 잘 전달될지는 모르겠네요.
리: 원래 처음 성훈 씨의 솔로 앨범 정보를 들었을 땐 앨범 구성이 지금보다 작았던 걸로 기억해요. 트랙 수가 상당히 늘어났는데….
성훈: 정규앨범을 낼 계획이었지만, 저도 이렇게 트랙 수가 많아질 줄은 몰랐어요. 원래 2CD로 만들 계획도 있었어요. ‘Hot & Cool’이라는 컨셉트로 각각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담아서 낼 생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10곡 정도를 생각하다 보니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싱글과 미니앨범 이런 식으로 앨범의 단위를 나누지만, 저는 음반이라는 것은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최대한 이야기가 맞게 끝나도록 구상을 하다 보니 트랙 수가 많아졌죠.
리: 모든 걸 떠나서 음악팬으로서 트랙 수가 꽉꽉 채워져 나오는 앨범은 굉장히 반가워요. 그래도 이렇게 많은 곡을 담은 앨범단위로 발표한다는 것이 지금 시장상황에서 모험이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
성훈: 그렇죠…. 아무래도 트랙 수가 많은 만큼 제작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산타뮤직 식구들에게 고마워요. 다른 아티스트들도 본인은 정규앨범을 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고충을 주변에서 많이 듣거든요. 이렇게 제 결정에 많은 힘을 보태준 저희 회사에 고맙고 그만큼 제가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느껴지네요. (웃음)
리: 일단 지금 대중이 앨범단위로 잘 듣질 않다 보니 굳이 앨범단위로 내지 않고 나눠서 내는 분위기도 상당해요. 어차피 앨범의 한두 곡만 주목받는 상황이라면, 그 몇 곡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죠. 다른 곡들이 희생된다고 여기기도 하고요. 성훈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성훈: 글쎄요…. 제가 고지식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곡과 곡 사이의 응집력에 초점을 두고 싶어요. 한 곡보다는 앨범에 들어있는 뮤지션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쪽이거든요. 지금은 앨범 단위가 아니라 음원 위주의 시장이라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있지만, 얼마 안 가서 앨범 단위의 시장으로 회귀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뮤지션 분들이 힘들더라도 정규앨범을 자꾸 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음악시장이 죽지 않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리: 저희도 바라는 바입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인상적이에요. ‘Lyrics within My Story’. 이게 앨범의 주제를 말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한 거죠?
성훈: 네. 한 곡 빼고는 모든 가사를 제가 썼거든요. 여태까지는 가사를 단지 음악을 포장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서른이 넘어가다 보니 인생에 관심이 생겼죠. 작가는 책으로 자신의 삶과 생각을 표현하지만, 음악하는 사람은 가사를 통해 느낌이나 공감대를 표현하면서 청자와 소통을 한다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끼게 되었어요. 최대한 제 이야기와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랑, 사람과의 관계, 엄마, 외로움 같은 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가사에 음악만큼이나 신경을 썼죠.
리: 수록곡의 픽션, 논픽션 비율을 따지자면 어떻게 되나요?성훈: 픽션이 한… 20~30 퍼센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거의 실제 이야기를 썼어요.
리: 그러면 타이틀 곡 “Marry Me”는 논픽션…?성훈: 아, 논픽션이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진심으로! (전원웃음)
리: 곡 소개 좀 해주세요. 90년대 알앤비와 최근의 얼반한 감성이 적절하게 맞물린 곡이더군요.성훈: 원래는 “Marry Me”를 타이틀 곡으로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는 않았어요. 그건 다른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로 나중에 결정을 하는 사항이잖아요. 무엇보다 처음에 가이드를 떴을 때, 수록곡으로 괜찮을 거라는 정도의 반응을 생각했거든요. 근데 편곡을 한 돈스파이크 형 정말 얼반한 느낌으로, 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멜로디컬하면서 그루브가 있게 해줬어요. 편곡이 일단 잘 나온데다가 나얼 형이 코러스까지 해주니까 그 쪽으로 사람들 의견이 많이 몰리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으로 결정하게 되었죠.
리: 그렇다면 편곡 이전의 가이드를 떴던 오리지널 버전이 있겠네요?
성훈: 가이드 버전이 있어요. 그건 좀 더 심플해요.
리: 들어보고 싶네요.
성훈: 근데 돈스파이크 형이 편곡을 해준 다음에 음악의 레벨이 두 배로 오른 느낌이에요.
리: 외국의 뮤지션들은 이런 버전이 많이 유출돼서 팬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주거든요. 물론, 홍보 차원에서 일부러 슬쩍 풀기도 하고요. 국내는 그런 게 너무 없어서 아쉬워요. (웃음)
성훈: 네, 근데 장단점이 있어요. 그런 가이드 버전은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영어나 외계어로 부를 때가 많거든요. 그렇다 보니 맛은 훨씬 짙어요. (웃음) 선공개로 발표한 “Fail In Love”의 경우도 가이드 버전의 간지가 굉장했어요. 이센스(E-Sens)가 잘해줘서 잘 나온 것 같아요.
리: 어쨌든 성훈 씨는 ‘대중적인 부분에 힘을 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한 적은 없다는 말씀이죠?
성훈: 저는 곡을 써서 파는 게 주업은 아니다 보니, 타이틀 곡과 이른바 깔리는 곡의 경계를 나누는 편은 아니에요. 일단 그런 걸 생각하면서 작업하다 보면 사람이 망가지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망가지고 노래자체도 너무 어색해지거든요. 저한테도 곡 의뢰가 들어오다 보니 아무래도 그 쪽에서 요구를 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해서 곡을 쓰게 되면 이건 내가 쓴 곡 같지도 않고, 후크 송도 아닌, 그냥 음악이 망가지더라고요. 다행인건 전 모니터링할 때는 절대 음악하는 친구들한테는 안 들려줘요. 그렇게 하면 저와 생각이 너무 비슷해서 음악을 안 하는 친구들에게 들려줬을 때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곡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이 추천해준 곡들을 귀담아서 들은 다음에 선별을 하지, 처음부터 ‘이건 세 글자를 스물 다섯 자로 돌려서 꽂히게 하고…’ 하는 내공은 없는 것 같아요.
리: 음악하는 친구들한테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는 거 정말 인상적이네요. 솔직히 뮤지션 친구들은 냉정하게 피드백을 못해주잖아요? 거의 좋다고 그러지.
성훈: 그렇죠….
리: 그래도 멤버들은 잘 해줄 것 같은데….
성훈: 어휴 정말 냉정하죠. (웃음) 제가 막내다 보니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해요. 일단 나얼이 형은 몇 곡을 빼라! (전원웃음)
리: 그 이유는 너무 많아서인가요?
성훈: 아니요. ‘별로다! 별로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형들이 좋은 것 같아요. ‘몇 곡은 빼라.’, .이거는 너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죠.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다른 무엇보다 형들 반응이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형들한테 들려주기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마스터링된 곡을 듣고 ‘우리 막내 수고했다.’라면서 칭찬도 해주고, 질책도 해줬어요.
리: 형들이 신경 쓰였다는 건, 아무래도 브아솔의 이름값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겠죠?
성훈: 네, 맞아요. 아무래도….
리: 평소에 리쌍이나 다이나믹 듀오 같은 팀과 콜라보를 했고, 이번 앨범에도 이센스와 콜라보를 했어요. 브아솔은 팀의 앨범도 그렇고 개인 결과물들을 보면 비교적 힙합 아티스트와의 콜라보가 자연스럽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힙합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에요?
성훈: 네, 즐겨 듣는 편이에요. 랩퍼의 음악들도 듣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N.E.R.D의 음악을 좋아해요. 그리고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음악도 좋고요. 특히, 저는 힙합비트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정말 좋아해요. 예를 들어서 에스텔(Estelle)이나 크리셋 미첼(Chrisette Michele) 같은 가수들이요. 나중에 제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피처링을 쓰는 그런 음반도 하나 만들고 싶어요.
리: 랩퍼들과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색다른 감정이 있다면요?
성훈: 재미있어요. 일단 제가 하는 음악은 코드, 보이싱이라고 하죠. 그런 것들이 하나도 틀어지지 않게 만드는 음악들을 하다가 힙합음악은 비트 위에 즉흥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 궁합이 잘 맞더라고요. 리쌍 형들이나 다이나믹 듀오 친구들하고는 반주를 틀어주고 거기에 멜로디를 만들어보라고 해서 5분만에 녹음하는 작업들이었어요. 그 매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제가 멜로디를 만들면 가사를 써서 녹음을 바로 하는 것에서 순간의 에너지를 캐치해내는 능력이 느껴졌어요. 아티샨 비츠 형이랑도 작업할 때도 그랬고…. 제가 하는 음악은 힙합뮤지션과 계속 협업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리: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 “Dear. Mom”의 가사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추억, 혹은 어머니의 어떤 모습을 떠올리며 쓴 건지….?
성훈: 그렇게 어릴 때는 아니었는데, 제가 몸이 안 좋았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간호를 해주셨는데 몰래 흘리는 눈물도 봤었거든요. 그 노래는 2008년 즈음에 써놓은 곡이었는데, 가사를 쓰려고 앉았는데 그때 그 모습이 갑자기 스쳐지나 갔어요. 솔직히 저는 페미니즘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런 마음으로 가사를 써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써봤는데 술술 써졌어요. 가사도 막히면 1~2주 정도 가기도 하거든요. 노래도 알앤비 발라드 음악인데 그 가사가 그런 곡에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데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죠. 그때 어머니의 눈물이 어린 나이임에도 아픈 기억으로 아직도 남아서 그런 것을 음악에 투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썼어요.
리: 곡들의 브릿지 구성도 굉장히 풍성해서 좋더군요.
성훈: 감사합니다. 열심히 녹음했어요. (웃음)
리: 이 브릿지가 클라이맥스로 가는 다리 역할로써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국내에서는 그것보다는 뭔가 의무적으로 구성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성훈: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에게는 앨범이 큰 단위거든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역시 기승전결이에요. 그래서 브릿지는 매우 중요하죠.
리: 그 기승전결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게 “A Song For You”의 ‘Extended Version’이 아닌가 싶네요. (웃음)
성훈: (웃음) 원래는 솔로를 뒤에 할 생각이 없었는데, 에코브릿지 형이 건반을 정말 멋지게 쳐준데다가 홍준호 기타리스트도 정말 열심히 쳐주었는데, 그걸 페이드 아웃으로 날려버리기엔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다 살린 버전을 또 수록했죠.
리: 인터루드도 웃음 지으며 들었습니다. 성훈 씨 어릴 때 녹음했던 거 맞죠?
성훈: 초등학교 4,5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리: 와, 그걸 간직하고 있었네요.
성훈: 그게 집에서 녹음한 거예요. 어머니는 KBS합창단이셨고, 아버지는 교회에서 지휘를 하시는 분이라 추석이나 명절 때 가족배 장기자랑 같은 걸 했어요. (전원웃음) 제가 지금은 둔탁한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어릴 때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웃음) 솔로앨범을 내면 어린 시절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 것들을 다 뒤져봤는데 녹음된 테이프가 딱 하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트랙으로 실었죠.
리: 아 정말 훈훈하더군요. 참, 이번 앨범 수록곡 가운데 브아솔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곡이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성훈: 그게 “Dear. Mom”이에요.
리: 아, 그럼 그때는 이런 내용이 아니었겠네요?
성훈: 네, 전혀 다른 내용이었어요.
리: 최근 국내 작곡자들의 잘못된 레퍼런스 관행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어요. 표절의 근원이 되는 거잖아요? 작곡자이기도 한 입장에서 이런 레퍼런스 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훈: 믹스를 하거나 톤 조절을 할 때 참고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글쎄요… 저도 사실 작곡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깊게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영향을 받은 안에서만 움직이는 편이고…. 어쨌든 전 그렇게 특정한 한 곡을 때려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진 않아요.
리: 그럼 싱어송라이터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보컬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미덕을 이야기해준다면요? 가능하면, 중요한 순서대로 이야기해줘도 좋을 듯해요.
성훈: 일단 보컬리스트로서 기본적인 실력은 당연하고요. 기본을 닦는다는 것이 저조차도 발성연습을 계속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어놓는다면 노래하는 사람은 다 풀어지는 것 같아요. 마치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운동을 쉬면 근육이 풀어지는 것처럼요. 요즘 많은 친구들이 기본적인 연습은 다 되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저희 때만 해도 학원도 없었고 어디 가서 배울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돌아다니기만 해도 실용음악학원이 엄청 많잖아요?
리: 그렇죠. 어느 샌가 더 많아졌어요.
성훈: 그런데 이렇게 기본을 쌓은 인재들은 ‘아 나는 이런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주체의식이 약해서인지 전부 같은 레퍼토리에 다 비슷한 보이스라는 점이 너무 아쉬워요. 제가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느 정도 기본을 닦았으면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유니크함이라고 생각해. 네가 어떤 음악을 할지 너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어떻게든 된다.’라고…. 그만큼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의 색을 찾는데 더 집중했으면 해요. 교수님들이나 가르치는 분들이 하는 말씀이 요즘 친구들 정말 잘하는데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해요. 예전엔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진 않아도 중간에 확 튀는 친구들이 몇 명씩 있었는데, 지금은 눈에 탁 들어오는 친구들이 없다는 말이죠.
리: 유니크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성훈 씨의 보컬 색이 브아솔 내에서도 가장 개성이 강하잖아요?
성훈: 브라운 아이드 소울 1집 때 많은 분이 듣다가 깜짝 놀랐대요. 중간에 갑자기 제 목소리가 튀니까. (웃음) 어떤 분은 제 목소리 주파수가 남자와 여자의 중간 부분으로 특이하다고 하고…. 그래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튀게 들리게 하는 부분이 있대요. 그래서 1집 녹음 끝내고 악플들이 많이 쏟아졌어요. 그때 가장 많이 배웠던 게 바로 다른 사람들과 융화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2집은 최대한 제 색깔을 낮춰서 더 부드럽게 했어요.
리: 섭섭하거나 상처가 되지는 않았나요?
성훈: 돌이켜보면 그게 저한테는 좋은 교육이었던 것 같아요. 유니크한 것도 적정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저는 너무 레트로한 음악을 하고 이렇게 불러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브아솔 활동과 녹음을 통해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팀 앨범에서는 그 수위를 낮췄다가 이번 솔로앨범에서 여과 없이 발산을 한 셈이죠.
리: 음악적인 롤 모델을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성훈: 음…. 굳이 롤 모델을 꼽기는 어렵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뮤지션의 모습은 인생을 살고 나이가 들수록 이야깃거리가 많은 거예요. 노래를 들으면 그 사람의 인생이 쫙 보이는 분들이 있거든요. 인순이 선배님처럼. 그 분들처럼 저도 인생경험을 좀 더 쌓고 많은 분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상에 대한 욕심 같은 건 없고요, 나이 들면서 사람 냄새 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리: 사람 냄새 나는 음악도 좋은데, 알앤비 음악과 소울 음악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성적인 내용을 다뤄볼 생각은 없어요? (웃음)
성훈: 아… 그렇게 되면 여성부에서…. (전원웃음) 만약, 제가 20대에 솔로음반을 냈으면, 그랬을 것도 같은데, 지금은 좀 낯 뜨거울 것 같아요.
리: 원래 30대가 이런 쪽으로 더 과감한데….
성훈: 그… 그런가요? (웃음)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성훈: 작업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악기연주 해주시는 분, 믹스해 주시는 분, 녹음해 주시는 분까지 저한테 힘을 많이 실어줬고, 어느 음반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스태프가 최고의 기량을 쏟아준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해요. 이제 그 기량을 여러분이 듣고 판단을 하시겠죠. 여태까지는 음반 내고 콘서트를 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여러분께 다가가려고 해요. 제가 좀 은둔형이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는 좀 낯설어 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먼저 다가가려고 준비했으니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해요.
가장 처음 샀던 R&B 앨범
Deborah Cox [One Wish]
내 인생의 명반 Best 5 (무순위)
1. Stevie Wonder [Songs in the Key of Life]
2. Quincy Jones [Q’s Jook Joint]
3. Amy Winehouse [Back to Black]
4. 신촌블루스 [이별의 종착역]
5. David Foster [Rechordings]
인터뷰. 글 / 강일권,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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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숭털 (2011-10-28 16:44:28, 210.94.174.**)
- 더 브라스 퀸텟의 감독님이 나얼 쌍둥이 동생이었군요. 이거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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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호 (2011-10-18 00:49:01, 58.236.60.***)
- 쌍둥이 동생
유대얼 - 2010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브라스퀸텟]으로 희극지왕 부분에서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얼마전에 단편 [듀오]를 촬영했고, 기독교 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듀오]는 2011년에 남아있는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기회가 되신다면 [브라스퀸텟]이라는 영화를 여러분께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정말 잼있습니다.
인터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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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h! nuts (2011-10-06 12:18:09, 164.124.106.***)
- 오 이번앨범 잘듣고있는데 리드머 인터뷰라니 더 반갑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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