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블레이저스 - 힙합에 대한 고집으로 뭉친 형제
- rhythmer | 2009-10-19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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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양질의 비트를 창조해내는 베테랑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 ‘원 데이 원 벌스’의 랩 허슬러 딥플로우(Deepflow)가 ‘힙합다운 힙합’을 전파하기 위해 블레이저스(Blazers)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오랫동안 이 판에서 동고동락해오며,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뮤지션으로서 자각을 잃지 않은 이 멋진 형제들의 음악과 힙합에 대한 고집을 여기 풀어놓는다.
리드머(이하 리): 블레이저스는 언제부터 계획된 프로젝트인가요?
마일드 비츠(이하 ‘마’): 작년 말에 이야기가 나왔어요. M&A 하기 전부터 이야기는 나왔었는데, 암묵적으로 하자는 식으로 가다가, M&A작업 끝나자마자 11월 말쯤 상구네 집에서 소주를 먹다가 결정했어요. (웃음)
리: 역시 술이…. (웃음) 앨범 타이틀의 ‘Stubborn Guys’는 어떤 사내들인가요? 하드코어 힙합에 대한 고집으로 뭉친 사내들?
딥: 네, 그런 의미도 담겨 있어요. 사실 앨범제목이 원래 없었는데요, 1분 생각하다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정한 거예요. 후에 의미를 부여했구요.
리: 팀 명도 그런 식으로 지은 건가요?
딥: 팀 명은 발음이 괜찮은 걸로 세가지 정도 지었었는데, (마일드 비츠를 보며) 저희가 후보로 한 게 또 뭐 있었죠?
마: 크랙스!
딥: 맞다. 발음하기 멋있어 보이는 걸로 몇 개 지었는데, 원래 크랙스로 하려다가 블레이저스 발음이 랩할 때 좀 더 멋있는 것 같아서 뒤늦게 블레이저스로 하자고 졸라서 정하게 되었어요. (웃음)
리: 마일드 비츠 씨는 MC들과 합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그때 그때의 작업 기준이 있는지?
마: 음… 아무래도 MC들이 하고 싶은 것들도 있을 테니까 서로 조율을 합니다. M&A 같은 경우는 말이 좀 많았는데, 저와 어드스피치가 그때는 뭔가 새로운 스타일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번 블레이저스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스타일이구요.
리: 그럼 지금까지 제일 호흡이 잘 맞았던 MC나 작업이 힘들었던 MC가 특별히 있나요?
마: 제일 작업하기 힘들었던 건 어드스피치하고 작업할 때였어요. 작업이 맘에 안 들고 그런 게 아니라 어드스피치한테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작업의 진행이 계속 안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지나고 보면, 사람 일이라는 게 다 그런가 보다 싶지만요. (웃음) 특별히 안 맞았던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리: 작업하면서 의견 조율을 해야 할 부분도 있었을 텐데, 어땠어요? 아무래도 마일드 비츠 씨가 형이니까 딥플로우 씨가 따르는 편?
딥: 저는 빅딜에서 어렸을 때부터 마일드 비츠 형이랑 작업을 해왔는데요, 빅딜 내에서 제
별명이 ‘세자’에요.리: 세자요?
(인터뷰에 동석했던) 데드피: 얘는 동생인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거든요. (전원웃음)
딥: 저에게는 마치 집에서 막내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눈에 안 보이는 권한이 있어요. 제가 좀 맘에 안 든다 싶으면, 막내가 아빠께 부탁하듯이 이야기해요. 그럼 형이 저를 무엄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래 그럼 그래라~”이런 간지로 들어주거든요. (웃음) 결국엔 제가 하고 싶은 쪽으로 많이 해요. 그쵸?
마: 아니야, 임마. (전원웃음)
딥: 결국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마: 프로젝트 앨범은 둘이서 같이 하는 거잖아요. 제가 형이라고 해서 “야!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라고 하는 건 하기 싫어요. 전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리: 원래 마일드 비츠 씨가 순한 형으로 유명하시죠. (웃음)
딥: 이번에도 형이 특별히 주장하신 건 없어요.
마: 터치한 건 없지. 단지 영어가사에 대해서 말을 좀 많이 했지.
딥: 블레이저스~!
마: 딥플로우가 발음이 안 좋아서 저는 자꾸 브래지어로 들려가지고…. (전원웃음) 마일드 비치! 뭐 이런 사소한 것들?
리: 앨범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이번 앨범의 방향성이 ‘힙합다운 힙합’이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요?
딥: 하루는 앨범 마스터링을 끝내고 집에 와서 들어보는데, 다 듣고 나서 형이 “앨범 주제가 뭐고?” 이러셨어요. 원래부터 저희가 컨셉을 잡은 게 아니었거든요. 평소에 대화를 매일 하고 음악을 같이 시작했으니까 서로 대화하지 않아도 느끼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좋아하는 것도 정해져 있고…. 그렇다 보니 앨범작업을 할 때 굳이 어떤 걸 하자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형이 비트를 주면 랩을 얹으면서 작업을 해서 나중에 객관적으로 바라보니까 주제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솔직하게 보도자료에 굳이 넣었던 문구가 ‘힙합다운 힙합’이에요. 대신 ‘우리가 이런 문구를 써도 사람들이 그렇게 반감을 가지지 않겠지.’라는 자신감은 있었구요.
마: 우리가 옛날에 좋아하던 것을 자연스럽게 한 거에요.
리: 좋아하던 거라면 90년대 뉴욕 스타일인가요?
딥: 그보다는 요새 트렌디한 힙합 있잖아요. 팝스러운 것 말고 세련된 하드코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영지지(Young Jeezy)나 티아이(T.I.)같은…. 그들의 하드코어한 느낌을 담고 싶었거든요. 형도 그런 부분은 공감을 했구요. 90년대 힙합을 재현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당시 스타일의 비트도 일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리: 마일드 비츠 씨는 부지런하게 비트를 만들기 때문에 앨범을 위해 만들었던 곡도 많았을 것 같은데….
딥: 18곡 정도 후보가 있었어요. 그 중 13곡을 골랐구요.
리: 어떻게 보면 비슷한 슬로건을 걸고 나온 나찰&아이삭 스쿼브의 앨범과도 상통한 부분이 있네요? 음악 스타일에서 추구하고자 한 건 좀 다르지만요.
마: 그렇죠. 근데 솔직히 앨범 들어보면 완전 세련된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래서 딥 플로우가 맘에 안 들어 하는 거지.
딥: 저는 맘에 안 든다고 한적이….
마: 오늘 블레이저스 해체입니다. (전원웃음)
리: 어쨌든 그런 슬로건을 걸었던 건 현 힙합 씬에 무언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건가요?
딥: 음…. (마일드 비츠를 보며) 형은 뭐가 부족한 것 같아요?
마: 다 각자 알아서 잘하는데 뭐…. 남 핑계 댈게 아니고 앨범은 자기 앨범인데, 누가 뭐라
든 스스로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맞죠딥: 그래도 저희가 무의식 중에 언뜻 생각했던 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나오는 앨범들 중에 들었을 때 ‘아! 이건 18, 힙합이다!’ 이런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무리해서 앨범을 내자는 생각은 없었구요, 단지 그런 힙합음악을 추구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박혀있었어요.
리: 전체적으로 20대 중후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특히, 이성 관련된 가사들이 돋보이더군요.
딥: 거의 다 부정적인 사랑가사에요. 왜 그런 상황 있잖아요. 여자친구랑 밥을 먹다가 이 친구한테 쌓인 걸 털어놓고 싶은데, 그걸 굳이 말하면, 제가 조잔한 애가 되는…. 하지만, 이야기는 하고 싶고. 그래서 차라리 이런 부분을 가사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앨범을 준비 하면서 미리 주제를 생각했던 것은 사랑이야기 밖에 없거든요. 나머지 배틀 랩 같은 것들은 즉석에서 비트 듣고 썼지만요. 주제를 미리 생각했던 건 사랑가사들이에요.
리: 아픈 사랑을 많이 했나 봐요.
딥: 실연을 당하거나 한 적은 없는데, 남자들이 공감할만한 그런 것들이죠. 사랑하는 여자친구지만, 친구들이랑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걔는 이런 게 정말 짜증나.’ 뭐 이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리: 특히, “부정망상”이란 곡은 남자라면 공감 백배일 것 같아요. 근데 한편으로는 남자들의 이중적인 면도 드러나요. 여자친구에게 남자의 늑대적인 면을 일러주면서 주의를 주지만, 그건 내가 다른 여자에게 거는 수법이기도 하지 않나요? 두 분은 어떤가요?
(전원웃음)
마: 저는 연애를 해본 지 너무 오래돼서….
딥: 형은 철든 여자분 좋아하잖아요. (전원웃음)
마: 그렇죠. 한번 좀 아파 본 사람. 뭔가를 아는 사람. 이런 분들을 좋아하죠.
딥: 저는 가사에 나온 정서가 제 생각을 여과 없이 말한 거에요.
리: 곡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여성분 대사도 인상적이었어요.
딥: 그 대사를 굳이 넣은 이유는요, 그 가사 내용자체가 여자들도 다 아는 내용이잖아요. 남자들이 그러는 것들 말이에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질까봐 중화하려고 넣은 셈이에요.
리: 은퇴한 랩게임의 선배들에 대해 노래한 “She Want You Back”도 인상적입니다.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를 부여한 랩퍼가 있나요?
딥: 계기를 부여한 랩퍼가 있다기보다는 솔직히 신선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힙합비트인데 그냥 배틀 랩을 하기는 아쉬웠거든요. 이 곡을 듣는 마니아들 중 많은 분이 랩을 한번쯤은 해봤을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은퇴한 선배에 대한 리스펙보다는 일반 힙합을 좋아하는 남자들, 랩을 한번씩 해봤을 남자들에게 “네가 좋아하면 해라!”라는 식으로 용기를 주는 곡이에요.
리: 아, 그렇군요.
딥: 저는 그 곡을 통해서 힙합 씬의 마니아 사이에서 대중성을 노린 거였어요. 근데 그게 표현이 잘 안된 것 같아요. 아쉽게도 그걸 타이틀로 하려고 했는데, 듣는 사람들이 은유를 모르고 진짜 여자에게 하는 이야기인줄 알더라구요. (웃음)
리: 아, 정말요? 한번만 제대로 들어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텐데요. 의외네요.
딥: 유심히 안 들으시는 것 같아요. 제목보고 선입견이 생기니까요.
마: 그게 문제죠.
리: 곡의 주된 대상은 다르지만, 커먼의 “I Used To Love Her”가 연상되는 곡이에요.
딥: 네. 그런 느낌으로 해보려고 했어요. 나름대로 ‘감동 shit’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리: “날 더 때려”, “Strike Back pt.2”를 들어보면 처절한 청춘이 느껴지는데 실제 생활은 어떤가요?
딥: 비슷해요. 금전적인 부분이 문제고요. 제가 현재 좋아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도 가정사정이나 당장 제 눈앞에 있는 건 막연하니까 그것에 대한 불안함.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끼리는 다 느끼고 있는 것들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막 엄살 떠는 건 아니구요. 저는 한국앨범을 들었을 때 음악 사운드가 좋고 믹싱이 좋아도 그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서 무언가 확 온다는 기준이 소울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최근에 유수라는 어린 랩퍼가 앨범을 냈는데, 곡의 비트나 랩 스킬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육감적인 소울이 있었어요. ‘아, 얘가 이 앨범을 자기 모든 것을 담아서 졸라 열심히 만들었구나.’하는…. 그런 앨범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그런 가사를 썼을 때 사람들이 소울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제가 가사 속의 그런 사람이니까요.
리: 실제 생활이나 삶이 편해도 힘든 삶을 노래하는 랩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딥: 글쎄요. 저는 굳이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러면, 약간 열등감 같아서요. ‘아 쟤는 잘사는데 엄살 떠네’ 이런 생각은 굳이 안 해요. 뭐, 각자 다 힘든 게 있잖아요. 대신 ‘이런 가사를 썼을 때는 내가 좀 짱이다.’ 이런 생각은 있어요. (전원웃음)
리: 이번 앨범은 특히 20대의 공감대, 사회인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의 공감을 많이 살만한 가사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딥: 감사해요. 철저하게 제 시야 내에서만 썼던 가사들이에요.
리: 현재 씬이 흘러가는 분위기와 랩퍼로서 나이를 먹으면서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가사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딥: 예전부터 고민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비트 위에 랩을 하려면 고민을 아예 안 하거나 고민을 정말 많이 해야 돼요. 세고 하드코어한 비트 위에 제일 어울리는 가사는 배틀랩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짱이다!’ 식의 가사들만 너무 많이 해오다 보니까 맨날 가사를 똑같이 쓴다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제가 성숙하지를 못해서 어떻게 사랑을 위한 음악을 할까, 사회적인 비판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는 안 하거든요. 제 시야 내에서 자기만족을 하는 편이에요.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비트 스타일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다른 스타일로 가사를 쓰고 랩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리: 딥플로우 씨는 비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비트메이커로서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곡은 뭔가요?
딥: 당연히 다 좋은데,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 Lack of Love”, “Understand Me”, “She Wants You Back”, 이렇게 3곡이에요. 그건 진짜 언터쳐블이에요. 전 절대 그렇게 못 만들 것 같아요.
리: (인터뷰에 동석한 두 명의 다른 MC들을 보며) 데드피 씨와 드래곤 에이티(Dragon A.T)씨는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데드피: 저는 빅딜에서 만든 앨범은 다 좋아요.
딥: 좀 재미있게 말해주세요.
데드피: 아, “Understand Me” 좋았구요. 아쉬웠던 점은 글쎄요…. (웃음)
드래곤 에이티: 저는 최근에 첫 트랙부터 끝까지 한번에 들었던 앨범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한번에 들었어요. 정말 몇 년 만에 그런 것 같아요.
리: 그런데 최근 마일드 비츠 씨의 다작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더라구요. 이에 대한 허심탄회한 심경을 듣고 싶어요.
마: 자꾸 내다보면 맘에 안 드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앨범을 많이 내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일년에 한두 장 정도에요. 사실 힙합 하시는 분들 다들 열심히 하시지만, 웬만한 사람 아니면,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작업 할 수 있는 시간들은 굉장히 많거든요. MC들도 마찬가지로 집에 마이크 하나만 있으면, 집에서 가녹음까지 되는 세상이구요. 비트메이커도 집에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뭐라도 만들 수 있구요. 컴퓨터라는 게 어떻게 보면, 진화된 샘플러와 마찬가지잖아요. 그 컴퓨터를 한 대 놔두고 뮤지션이 24시간 집에서 뭐하겠어요. 작업을 해야죠. 물론, 제가 히키코 모리처럼 앉아서 라면만 먹으면서 하지는 않지만요. (웃음)
리: 제가 알기로는 라면 많이 드시는 걸로 아는데….
마: 가끔 소주도 한잔씩 마십니다. (전원웃음)
리: 앞으로도 계속 많은 작업물을 내주실 거죠?
마: 제가 음악을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욕심이 많아요. 계속해서 내고 싶어요. 근데 특별히 앨범을 자주 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그걸 빌미로 비판을 하는 건 섭섭해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딥플로우의 가사 중에 멋진 가사가 하나 있잖아요. “1Day 1Verse 작업 중이라고만 하지말고 Just Write!” 간만에 쓴 멋있는 가사! (웃음)
리: 미국하고 다른 분위기가 형성돼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많은 힙합뮤지션들의 정규 앨범 간 공백이 길다 보니 그런 분위기 때문에 일단 많이 내면 성의가 없다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생기는 것 같아요.
마: 요번에 작업을 열심히 하다 보니 힙합 씬에 제가 잘 모르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더라구요. 그런 소식들을 들으면서 힙합하는 사람들끼리도 멀게 느껴지고, 인간적인 부분에 회의도 많이 느꼈어요. 작업도 작업이지만, 말 그대로 신물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지금도 당장 낼 수 있는 앨범은 없지만, 작업해 놓은 게 많이 있어요. 블레이저스 할 때도 다른 앨범을 계속 녹음했는데, 지금은 일단 딜레이를 해놓은 상태에요. 나머지 두세 개 정도 계획만 한 앨범은 제가 좀 정리를 해서 힙합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로도 작업을 하고 싶어요.
리: 다른 장르라면, 원래 관심이 많았던 일렉트로니카 쪽?
마: 일렉트로니카는 좋아하지만, 제가 건들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듣기만 들었지 잘은 못하니까요. 그보다는 옛날 소울이나 재즈, 펑크 쪽으로 공부를 더 하고 디깅도 해서 원류를 찾아가면서 힙합의 매력을 버무리는 작업을 해보려구요.
리: 그렇다면, 마일드 비츠 씨는 계속 새로운 스타일 구축을 위해 뛰는 쪽인가요, 아니면 기존 스타일의 완성을 추구하는 프로듀서인가요?
마: 후자 쪽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하니까요. 말 그대로 고집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Loaded] 같은 음악을 계속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그때 했던 음악이 구리다거나 옛날 스타일이라는 건 아니구요.
리: 딥플로우 씨의 ‘원 데이 원 벌스’ 캠페인은 어떤 생각에서 나온 건가요?
딥: 형의 다작 이야기와 비슷한데요. 제 스타일이 워낙 피쳐링도 많이 하고, 공연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팀 동료들끼리도 생각이 다 틀리니까 제가 하는 스타일이 비판 받지 않게 추구하는 가치관을 합당하게 만들어야겠다 라고 생각을 한 뒤에 컨셉을 잡아봤어요. “이런 게 멋있는 거야, 얘들아.” 이런 느낌이죠. 제가 이런 컨셉을 보여준 이후로부터 주위에 랩하는 동생이나 동료들이 좋은 반응을 많이 보여줘서 뿌듯했어요.
리: 반면, 같은 팀인 데드피 씨는 정반대 스타일이잖아요?
딥: 그쵸. 데드피 형은 되게 신중하게 쓰는 스타일이죠. 저한테도 가끔 그래요. ‘그렇게 하면 너 소모하는 거야.’ 라고. (웃음) 각자 생각이 다 달라요.
리: 어쨌든 딥플로우 씨는 계속 꾸준히 쏟아내는 것을 장려하는 편이구요.
딥: 마음 같아서는 드래곤 에이티하고 올해 안에 믹스테잎도 3개 정도 내고 정규앨범을 두 장 정도 내고 싶었어요. 근데 제가 게으른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핑계를 말씀드리자면, 주변 분위기 조성자체가 안되어있다보니 힘이 빠지고 동기부여가 안 되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환경이 안 좋더라도 계속 작업하면서 자신이 뮤지션임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을 많이 해요. 무대에서면 음악 하는 사람이란 것을 자각하게 되니까요. 작업을 많이 하려는 것도 음악을 하는 것 자체를 자각하려는 거에요. 마일드 비츠 형도 그렇게 생각할거에요. 만약 상황이 굉장히 윤택해지지 않는 이상 작업은 늘 할 텐데 그 작업물들을 썩혀둘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계속 다작을 해야죠.
리: 그래서 믹스테잎 전문 사이트인 믹스트릿 닷컴을 기획했던 건가요?
딥: 그런 셈이에요. 믹스트릿 닷컴이라는 믹스테잎 사이트를 만들려고 했던 이유가 사이트를 만들면 불법이긴 하지만, 무언가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이 사이트는 저희가 샵의 주인이어서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라 판매 장소만 마련해주고 믹스테잎을 내려는 친구들이 각자 알아서 접수 받아서 팔고 이익금을 받는 개념이었어요.
리: 믹스트릿 닷컴이 딥플로우 씨와 제이켠 씨가 함께 만든 거 맞죠? 제이켠 씨의 그루비디오가 믹스트릿 닷컴의 주요 컨텐츠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걸로 아는데요.
딥: 아뇨. 제가 생각한 사이트인데, 믹스테잎이 불법이다 보니까 대놓고 믹스테잎 파는 사이트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무래도 다른 컨텐츠가 있어야 활성화가 되는데, 마침 정견이 자기가 그루비디오라는 것을 할건데 그 사이트의 컨텐츠로 만들자 라고 해서 결합한 거였어요. 그런데 요즘 저작권법이 이슈가 되어서 상업적 용도가 아니더라도 기존 인스트루멘탈을 쓰는 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생각할 게 많아지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귀찮아서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전원웃음) 그런데 다시 맘잡고 시작해보려고 하니 사이트도 다 만들어 놨는데 계정하고 서버비용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안하고 있죠.
리: 그럼 아직 오픈 결정은 안 난 거네요?
딥: 근데 이미 일을 벌여놨으니까 자존심때문에라도 하긴 할거에요. 타협점을 찾으려구요. 현재로서는 저작권법 때문에 분위기 조성이 어려운데 조만간 욕 안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추진해봐야죠.
리: 딥플로우 씨는 커버 디자이너로도 맹활약 중인데, 이번 앨범 커버에서 마일드비츠 씨를 너무 꽃미남 캐릭터로로 만든 건 아닌가요? (웃음)
마: 꽃미남은요 무슨…. 그냥 애들이 안경 벗기고 모자 씌우고 사진 찍어서 그렇죠.
딥: 그거 포샵은 전혀 안 했구요, 보정은 했지만, 왜곡시키지는 않았어요.
마: 반대로 생각하면 평소에 제가 안경 끼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는 거죠. (전원웃음) 제 이미지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50선’ 뭐, 이런 느낌이라서 별로 안 좋아한 거에요.
딥: 아~ 그런 거 아니에요 형
리: 블레이저스로서 차기 앨범은 구상중인가요?
마: 생각은 있는데, 아직 시기는 정해놓은 게 없어요. M&A도 2집이 아니라 M&A와 비슷한 가사와 비슷한 음악으로 싱글을 내자고 말로는 해놨는데, 언제 나올지는 모르죠.
리: 앞으로의 각자 계획이 있다면 말씀 좀 해주세요.
딥: 저는 공연을 많이 하기 때문에 블레이저스 곡을 많이 부르겠지만, 딱 블레이저스로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일단 내스티즈(Nastyz) 앨범을 다음 결과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 마일드 비츠 씨는 블레이저스 활동할 때 사이드멤버로 무대에 설 생각은 없으세요? 지난번 미츠 더 비츠(DJ Mitsu The Beats)가 내한 공연 때 마이크를 잡고 사이드 멤버로 나서니 보기도 좋고 신선하더군요.
마: 저도 해보고는 싶은데, 워낙 자신이 없으니까….
리: 안경 벗고….
마: 역시 이것 보세요. 안경 쓴 게 다들 보기 싫다는 거잖아요. (전원웃음)
리: 마일드 비츠 씨 계획도 들려주세요.
마: 뭐, 일단 블레이저스 앨범을 시작하면서 같이 준비 중이었던 EP가 하나 있는데, 녹음을 하다가 중간에 미뤄둔 상태에요. 쵹(Choc)이라는 노래 부르는 친구하고 하던 앨범이에요. 이번 앨범에 “Lack of Love”에도 참여했는데, 노래도 좋아하지만, 이 친구는 워낙 힙합의 골수팬이에요. 힙합비트에 노래 부르는 걸 더 좋아해요. 빠른 시일 내에 녹음을 재개해서 내려구요. 나머지 계획은 지금 이야기 된 것들은 있는데, 당장 말씀드리기는 어렵구요. 아, 내스티즈 앨범에도 곡을 주기로 했네요.
리: 빅딜 외 뮤지션들과 작업이 좀 드문 것 같아서 아쉬운데, 다른 작업은 없나요?
마: 저는 외부작업 제의가 잘 안 들어오더라구요.
딥: 제가 주위에서 듣기로는 형님급 랩퍼들도 마일드 비츠 형을 어려워해요.
리: 아니 이렇게 순한 분을요? (전원웃음)
딥: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까 어려워 하더라구요. 그래서 마일드 비츠 형한테 비트를 받고 싶으면, 대부분 저한테 이야기를 해요. (웃음)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마: 힙합 하는 사람들 모두 계속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죠. 피드백을 받는 건 좋은데, 너무 몇몇 의견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자기 음악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뜬소문에도 휘둘리지 마시구요. 자기만 열심히 하면 나중에는 욕할 사람 없잖아요.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 열심히 하는 게 자기 역할이니까 랩퍼든 프로듀서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싸우지 말고!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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