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업타운 - 다시 태어난 업타운, New UPT Era
- rhythmer | 2009-10-26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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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멤버 교체의 진통을 겪은 힙합그룹 업타운(Uptown)이 UPT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왔다. 프로듀싱을 맡은 정연준이 여전히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변함없지만, 스티브와 카를로스 등 원년 멤버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실력자들인 스윙스와 매니악, 그리고 미국 보스턴 힙합 씬에서 활동했던 챈(a.k.a Snacky Chan)이 함께 새로운 UPT를 꾸렸다. 이전보다 더욱 랩에 비중을 두고 이제는 국외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는 그들이 열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New Era)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리드머: 오랜만에 또 뵙네요. 이번에 새로운 라인업 형성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정연준: 좀더 잘하고, 실력도 정신력도 좋은 멤버들로 국가대표 힙합그룹을 결성해야겠다고 생각해왔었어요. 전 댄스음악이 아닌 힙합과 알앤비 음악을 통해서 외국으로 진출 시키려고 항상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거기에 맞는 이가 누가 있을까 계속 봐왔고요. 실력도 실력이고 진출해서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 정신력도 갖추어져 있는 사람이 필요 했습니다. 또 영어권이어야 하구요. 이게 영어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고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을 바랐구요. 한마디로 외국에 나가서도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멤버들을 찾아왔었어요. 한국말 랩은 잘하는데 영어로 안되면 힘드니까요.
리드머: 그럼 현 멤버들은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한 끝에 결정한 거겠네요?
정연준: 네. 조금씩 계속 봐왔어요. 처음에는 아웃사이더(Outsider)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외국으로 진출하는데 있어 언어문제가 있는 바람에 아쉽지만 생각을 접었죠.
리드머: 처음부터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멤버를 구성한 거군요.
정연준: 아… 단순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아예 영어권인 사람을 염두에 둔 거죠. 현재 우리나라 시장도 너무 안 좋은데, 영어 좀 한다고 폼만 잡아봤자 남는 것도 없는데다가 외국으로 진출해서 외화도 벌고 싶었구요.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외국에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경력도 있고 실력도 있어야 했죠. 거기에 좋은 비트와 좋은 프로모션이 붙어줘야 하는 거고요.
리드머: 그럼 이제부터 이름은 UPT로 계속 가는 건가요?
정연준: 네. 어쨌든 업타운이라는 기존 의미는 그대로인 거니까요. 이 친구들은 새로운 느낌으로 가고 싶어하지만, 아직 좀 무리가 있거든요. 사실 제가 이번에 같이 무대에 서는 이유도 이 친구들끼리만 나가면 완전 신인들이라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살짝 한 곡만 참여한 거구요. 이 한 곡 이후로는 계속 프로듀서로만 갈 생각입니다.
리드머: 그래도 정연준 씨가 뒤로 빠지면, 뭔가 허전해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웃음)
정연준: 저는 원래 보컬에 욕심이 있다기 보단 음악 자체와 프로듀싱에 관심이 있어서요. 보컬리스트로서 제가 뛰어나지도 않고…. (웃음) 그리고 전 활동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그저 딱 맞는 보컬이 없어서 하는 거에요. 아무래도 제가 이 노래를 만들었으니 컨셉이 어떤 건지 잘 알기 때문에 보컬을 하는 것이지 가수욕심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서요.
리드머: 그런데 멤버가 전원 교체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거라고 예상하는데요.
정연준: 아니요, 없어요. 더 잘하는 친구들이라서요.
리드머: 전보다 현 라인업에 더 만족을 느낀다는 말씀인가요?
정연준: 네. 각자 개성들이 뚜렷하다 보니 부딪히는 점도 없어서 아주 조각이 잘 된 것 같습니다.
리드머: 스윙스, 매니악, 챈 씨는 정연준 씨와 작업해본 소감이 어땠나요?
스윙스: 어릴 때부터 업타운 앨범을 들었었는데, 제게는 정말 영광이었죠. 더구나 전 상대적으로 경험이 가장 적기 때문에 배운 게 굉장히 많고요. 그리고 다른 멤버 두분도 다 저와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고 영어권 문화에서부터 온 분들이라서 제가 직접적으로 접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특히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니악: 저도 업타운으로서 같이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걸 배웠어요. 저는 “My Style” 때부터 팬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페셔널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챈: 진짜 정이 굉장히 많으시고요, 팬입니다.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음악을 하는 이유가 다시 생긴 것 같습니다. 혼자서 음악을 할 때는 왜 하게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기는데, 가족과 함께 다같이 하는듯한 느낌이 드니까 참 좋았어요.
리드머: 이번 앨범에서 가장 큰 변화는 어느 정도 힙합과 알앤비의 비율이 적절하게 양분되었던 이전 업타운 앨범보다 힙합과 랩에 무게중심이 쏠려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보컬과 멜로디가 덜 부각된다는 점인데, 대중적인 인지도도 지고 가야 하는 위치에서는 다소 모험은 아닌가도 싶은데요. 고민은 없었는지요.
정연준: 애초에 이 친구들을 세 명이나 넣은 것은 ‘더 힙합으로 나가겠다.’라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 힙합 씬에서 정말 제대로 된 그룹으로 평가를 받는 게 주 목적이었죠. 완전히 대중적인 힙합이고 대중적인 가요인데 힙합느낌이 살짝 나는 음악이 아니고, 제대로 된 힙합그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애써서까지 대중적인 색깔을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그렇다고 대중을 등진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멋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요즘 꽃미남들이 많은 가요계에 (멤버들을 가리키며) K-1에 나올법한 애들이 잘하는 모습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보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어요. (전원웃음)
리드머: 스윙스 씨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상당히 재치 있는 비유로 호평을 받았어요. 하지만, 업타운으로서 작업할 때는 분명히 가사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텐데요, 어땠나요?
스윙스: 네. 그런 경우가 많았죠. 제가 원래 언더에서는 굉장히 이미지가 좀 세고 완전히 제 멋대로인 그런 이미지였잖아요.
리드머: 파문도 많이 일으키고…. (전원 웃음)
스윙스: 네. (웃음) 그냥 달라진 건 딱 하나인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요. 예전보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대신에 제 스타일은 늘 기반으로 깔고 있어요. 비유 많이 쓰고 조금 유머러스하고…. 그런 느낌을 기본적으로는 살리려고 노력하거든요.
정연준: 김구라 씨가 공중파에서 자제했듯이 말이죠. (웃음)
스윙스: 네, 그건 언더니까 할 수 있었던 일이고, 힙합문화 자체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리드머: 전작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타이틀곡이 웨스트코스트 스타일이네요.
정연준: 만들다 보니까 또 웨스트코스트 스타일로 만들게 되었는데요, 제가 사운드적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앨범이 닥터 드레(Dr.Dre)의 [2001]이에요. 제가 좋은 장비들과 좋은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앨범의 느낌에 근접해보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리드머: 가사는 어느 정도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건가요?
정연준: “흑기사”는 제가 처음부터 이 곡이 타이틀곡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러면서 가사나 멜로디적인 영감이 이쪽으로 몰리더라고요. ‘흑기사’라는 단어 자체가 술자리에서 술 대신 마셔주는 남자 , 그리고 남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그런 내용이기 때문에 우선 사람들이 주목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고요, 또 뒤에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술잔(=힘든 상황들)을 대신 맡아줄 슈퍼맨 같은 대단한 사람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구요.
리드머: 그러면 전체적인 곡의 컨셉은 정연준 씨가 잡아주는 건가요. 거기에 랩퍼들이 맞춰서?
정연준: 아니요, “흑기사”만 제가 대략적인 컨셉을 잡은 거였고 다른 곡들은 각자가 아이디어를 내서 곡을 쓰지요. 예를 들어 “Skit”이나 “Diet” 같은 경우에도 각자가 아이디어 내서 …
리드머: 그 “Skit” 참 재미있었습니다. (웃음) 실제로도 그런가요?
정연준: 진짜로 이 친구들이 대식가에요. 진짜 많이 먹어요. 또 녹음도 오래 하잖아요.
리드머: 그러고 보니 정말 대식가일 것 같네요. (웃음)
정연준: 저는 그래서 “Skit”에 이어지는 “Diet” 이 곡이 정말 맘에 들어요. 사실 가사가 웃겨서 진지함이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 음악이 굉장히 잘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음악적으로만 봤을 때 정말 잘 만들어진 곡은 “Let’s Get It On” 이나 “다줄께” 등이 있구요.
리드머: 말씀 나온 김에 각자 애착이 가는 곡을 들어보죠.
스 윙스: 저는 “Game Over”요. 내용은 한남자가 자신이 어떤 피해의식이 있어서 꽃뱀(“된장스러운 여자에요”)에게 물렸다고 생각해서 헤어지자고 하는데, ‘물론, 연애는 도박이지만, 너는 나를 오락으로 생각했다’ 라는 식으로 굉장히 게임 쪽으로 비유를 많이 했어요. 여기까지는 남성편력적인 가사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후반부에 여성 보컬이 들어오면서 ‘쩨쩨한 남자는 나도 싫다 네가 돈 그렇게 많이 썼어?’라고 하면서 굉장히 편중되지 않게 양쪽입장을 쓰면서 비유도 많이 쓴 곡이에요. 게다가 사운드도 좋아서 이 노래가 가장 애착이 가네요.
리드머: 역시 비유를 잘 쓰네요.
정연준: 이 친구가 책을 많이 읽어요. 똑똑한 친구에요.
매니악: 저는 기분에 따라 다른데, 지금 뽑자면 “Remember”요. 비트와 가사 모두 추억하는 분위기라서 좋아요.
리드머: 참, 일전에 아는 모 뮤지션의 가사 중에 ‘술’과 ‘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19금’ 판정을 받았는데, “흑기사”는 ‘술잔’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문제가 없었나요? 우리나라 심의가 너무 기준이 희한해서 다른 곡들도 애를 먹었을 것 같은데….
정연준: 음… 그게 참 말씀하셨듯이 난감한 경우가 많아요. 우선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욕이 들어가면 그 부분을 삭제하고 클린 버전(Clean Version)으로 가잖아요. 우리나라는 이런 개념이 없어서 욕을 문제 삼는 건 당연한 건데요, 다른 부분은 의아할 때가 많아요. 랩퍼들은 노래에서 보여줄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하고 보통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없는 감정이나 여러 가지 것을 멜로디에 구애 받지 않고 전부 끌어내려 하잖아요. 그리고 그런 점 덕분에 랩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루이비통이나 베르사체 같이 특정하게 이미지화 되어있는 것들이 가사에 언급되면 간접광고라는 틀에 넣어서 표현을 못하게 하는 거에요. 이번 앨범은 욕이나 섹스, 살인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데도 이렇게 이미지화한 것까지 간접광고라는 심의라는 틀에 맞춰서 못하게 한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힙합 하지 말라는 것 밖에 안 되는 거에요. 맨날 울고 짜고, 사랑이야기만 하라는 거죠. 심의를 하는 분들이 이렇게 막는 것이 사회나 음악계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리드머: 욕과 몇몇 속어들은 당연히 방송용으로는 삭제해야 하는 거지만, 저도 쭉 보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더군요.
정연준: 참 안타까워요.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가 가요계에서는 다 똑 같은 가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저희 앨범이 5곡 빼고 다 심의에 걸렸거든요. “Diet”의 스윙스 가사 중에 ‘x까’라는 부분이 위험해서 ‘ㅈ’을 없앴는데, ‘KFC’ 때문에 걸렸대요. 저희가 KFC한테서 뭔가 받은 것도 아닌데, 이건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거라고요. 제가 심의실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아이디어 좋아. 오케이, 패스!!” 이렇게 하게요 (전원 웃음)
리드머: 하루빨리 심의 기준이 좀 완화되고 확실하게 정리가 되었음 좋겠네요. “Let’s Get It On”과 “Game Over”에 참여한 이어 캔디(Ear Candy)에 대해 소개 좀 부탁할게요.
정연준: 이어 캔디는 여자 3인조 알앤비 그룹이에요. ‘Ear Candy’라는 말에는 ‘귀에 사탕처럼 달콤하게 들린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외모도 예쁘고 노래를 잘하는 그룹이 있었으면 했어요. 정말 노래를 잘해요. 허스키하면서 섹시하게 부르는데 그 친구가 불렀습니다. 다들 실용음악과 친구들이고요.
리드머: “New Era”에 참여한 브라우니(Brownie)는 어떤 뮤지션인가요?
정연준: 브라우니는 라틴힙합댄스를 추구할 예정인데, 춤을 추면서도 노래를 참 잘해요. 이번 저희 “흑기사” 뮤직비디오에 보시면 나와요.
리드머: 아, 그 자동차 히치하이킹하는 여자분이요? 스윙스 씨 입 딱 벌어지는 그 장면. (전원웃음) 모델인 줄 알았네요.
정연준: 그죠? (웃음) 6월 20일에 미니앨범 발매 예정이에요.
리드머: 기대하겠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에는 워낙 일가견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 앨범도 역시 사운드가 뛰어나더군요.
정연준: 그래도 저는 굉장히 아쉬워요. 이 친구들이 언더에서 솔로로 활동하던 친구들이라서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많이 안 해봤잖아요. 이번에 녹음하면서 정말 많이 늘었고 저도 늘었어요. 제일 아쉬운 점이 마스터링하면서 깎인 부분이 있다는 건데, 이건 정말 영원한 숙제인 것 같아요. 좋은 장비 다 갖다 놓고 별 짓 다 하면서 밖에도 안 나가고 잠도 안자면서 열심히 하는데, 만족하기는 정말 힘들어요. 끝없고 힘든 싸움이에요. 앞으로도 저는 믹싱이나 사운드 쪽으로 더욱 힘을 기울이고 연구하려고 해요. 이 친구들이 잘 할 수 있게 저는 음악과 환경만 잘 만들주려구요.
리드머: 업타운 전 멤버였던 카를로스 씨가 얼마 전 발표한 EP에서 “Gangsta”와 “Fuktown”이라는 곡을 통해 업타운을 디스했는데, 지금은 들어보셨나요? 일전에 다른 매체 인터뷰 글에서 들어보지 않았다는 내용을 봤는데요.
정연준: 아직도 안 들어봤어요. 관심도 없구요.
리드머: 어쨌든 발표된 건 알고 있는 상황인데,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정연준: 음, 사실 자기가 전 업타운 멤버라고 하면서 카를로스로 앨범 냈다라고 홍보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 이야기인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엔싱크 욕하는 거랑 같잖아요. 자기를 만들어준 그룹을 자기가 욕한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친구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상황도 어렵고. 그 친구가 우리를 디스해서 잘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잘 됐음 좋겠어요. 제가 ‘Thanks To’에도 다 사랑한다고 썼어요. 저는 그 친구가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힘든 거지, 자기가 세상을 욕하는 것은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녹음실도 가지고 있고 프로듀싱도 하고 따로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번 것이지 가수를 하면서 돈을 번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그 친구가 잘하면 왜 계속 같이 하지 않았겠어요 스티브도 그렇고 저희 이미지 계속 깎아먹지 않고 잘해 줬으면 같이 했겠죠. 여하튼 업타운을 디스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그 친구가 잘됐다면 괜찮아요. 저는 카를로스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리드머: 카를로스 씨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하던데….
정연준: 그래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대응했어야죠. 근데 안 하잖아요. 저도 어차피 다른 멤버들처럼 회사 측에서 제 몫을 받은 거였기 때문에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네요.
리드머: 관계가 잘 정리됐으면 좋겠네요. 현재 멤버는 다 정식으로 소속된 상태인가요?
정연준: 네. 다 회사 소속이죠
리드머: 그러면 예전처럼 솔로 활동은 당분간 힘들겠네요?
스윙스: 네.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리드머: 매니악 씨는 지기 펠라즈 활동도 못하는 건가요?
매니악: 저도 한동안 그럴 것 같아요.
정연준 : 당장 솔로 활동은 쉽지 않을 것 같고요. 솔로로서 내도 좋을 것 같으면, 내주려구요. 일단은 업타운의 그릇에 담아서 자기들의 가치를 좀 올려보자는 게 우선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를 많이 높인 다음, 네임벨류를 얻은 상태로 외국에 나가서 활동을 하고 싶은 게 주 목적이니까요.
리드머: 그럼 국외진출 계획은 계속 진행 중이었던 건가요?
정연준: 이번에 한국에서 프로모션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면 일본으로 프로모션할 계획이 있고요, 그 다음으로 미국 진출이 올해 안의 목표입니다.
리드머: 국외에서 발표하는 앨범은 새롭게 만들 예정인 거고요?
정연준: 네. 그렇죠. 현지의 좋은 프로듀서들도 섭외하려구요. 또, 피처링도 누가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신경 쓰고요.
리드머: 미국에서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챈 씨는 미국에서 이미 활동을 해봐서 알겠지만, 흑인음악 분야에서 동양인으로서 인종의 벽을 넘어 인정받고 인기를 얻는 게 참 힘들잖아요.
스윙스: 동양인은 물론이고 흑인 이외의 인종들이 하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데, 미국 음악 역사를 보면 모든 음악을 다 흑인들이 만들어 왔잖아요. 찬송가도 그렇고 가스펠, 재즈, 블루스, 로큰롤 등 다 뺏기다 보니까 이제 남은 건 힙합뿐이라 그런 것 같아요. 힙합은 정말 웬만해서는 따라 할 수 없잖아요. 에미넴(Eminem)이야 워낙 천재다 보니까 그 정도 하는 거지, 만약, 그가 백인의 길을 열어 줬다면 지금 매우 많은 백인 래퍼가 나왔을 텐데,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그렇지만, 스킬 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된다는 걸 보여준 게 우리 챈 형이란 말이죠. 이 형은 우탱클랜(Wu-Tang Clan)이나 엠플로(M-Flo)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이랑 무대에 섰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킬만 있다면 그 벽을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리드머: 챈 씨는 어떤 계기로 엠플로와 공연을 하게 된 건가요?
챈: 엠플로의 버벌(Verbal)과 전 보스톤에서 같은 대학에 다녔고요, 같은 교회에도 다녔어요. 하루는 교회에 갔는데, 그 친구랑 저랑 막 힙합으로 옷을 입고 있었죠. 저희 이외엔 그렇게 입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둘이 서로 쳐다 봤고…. (웃음) 그러다가 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그 친구는 음악 씬에서 좀더 많은 경험이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저를 이끌어줘서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당시 기독교 랩 그룹을 만들어서 같이 활동하면서 정말 친해졌구요.
리드머: 엠플로가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그룹이잖아요.
챈: 처음에는 그렇게 유명해지기 전에 만났었기 때문에 몰랐어요.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하길 일본에서 컨택이 있어서 반년에서 1년 반 정도 일본을 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그때부터 드레드 머리를 하는 등 달라져서 놀랐죠. 그러다가 콘서트 비디오를 봤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이 있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여전히 그 친구는 그냥 굉장히 평범한 제 친구인데…. (웃음) 그냥 교회같이 다니던 친구.... (웃음)
리드머: 매니악 씨는 예전에 트위스타(Twista)와 작업 경력이 있던 걸로 아는데요.
매니악: 네.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활동했을 때 아버지가 저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트위스타 관련된 사람들이랑 친해서 접촉할 수 있었죠.
리드머: 스윙스 씨와 매니악 씨는 UPT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씬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겠지만,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매니악: 아쉬움이라면, 가사에 대한 자유로움이 좀 없다는 거. 언더에 있을 때는 욕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지만, 메이저에서는 안 되니까요. 근데 뭐 그거 말고는 다 좋아요.
스윙스: 아무래도 그룹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고 그룹 안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에요. 제 성격이 조금 까칠하고 어디서든지 제 자신을 보여주는걸 좋아하는데, 그걸 좀 줄여야 한다는 것. 좋은 점은 옛날에 언더에서 작업할 때는 사운드적으로 부끄러울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정말 좋은 장비와 좋은 실력을 지닌 정연준 대표님과 같이 할 수 있으니까, 정말 제대로 된 힙합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제는 떳떳하게 누구한테라도 이게 진짜 힙합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아, 그리고 먹는걸 정말 잘 챙겨주세요. (전원웃음)
리드머: 최근 메이저에서 나오는 힙합 뮤지션들의 일부 랩 댄스 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연준: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음악하는 사람들 다 좋아해요. 음악한다는 게 보통센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대단한 거에요. 그걸 먼저 말씀 드리고 싶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힙합음악을 하든 댄스음악을 하든 목표가 어디 있느냐겠죠. 돈이냐 음악이냐에 따라 달라요. 요즘 세상에 돈 벌고 싶으면 이런 음악 하면 안되죠. 돈 벌려고 제작 하러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들은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음악 시장 사정이 좋든 안 좋든 이런 사람을 제외하고 음악을 계속 하는 사람들은 다 사랑해요. 그게 어느 장르가 됐던, 다 제가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장르가 이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고요, 좀 길을 돌아서 오는 모습들은 당연해요. 그리고 그건 제작자의 문제이지 가수의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계약해서 하기로 했는데, ‘이건 지금 안 팔린다.’ 그렇게 말하면 끝이거든요. 그러니까 제작자가 그 키를 가지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제가 키를 가지고 있죠.
리드머: 결국, 제작자가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웃음)
정연준: 저는 제가 돈을 벌려고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돈을 날릴라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그래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타를 연주했고 음악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나이 42살에 힙합음악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제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저는 학생 때처럼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어린 뮤지션들은 그 쪽에서 제작자가 ‘그렇게 하면 돈 못 번다. 너도 좀 뜨고 싶잖아.’라고 하면서 그 가수를 꼬셔서 댄스힙합을 시키는 거지, 걔가 제작하는 사람이면 그렇게 안 하겠지요. 그러니까 그 랩퍼를 욕하지 말자 이거에요. 그리고 한때는 언더에서 이렇게 했는데, 이제 오버 가서는 다르게 한다고 욕하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고, 그들에게 애정을 갖고 사랑해주는 게 좋은 거지, ‘너 정말 이상한 데로 간다.’라고 비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축복 받아서 이 나이에도 힙합 할 수 있고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할 뿐이죠. 그래서 제 기준은 대중적인 부분도 최대한 포용하되, 미국에서 음악 하는 사람이 들어도 괜찮아야 하고, 우리나라에서 음악 하는 사람이 들었을 때도 괜찮아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나약한 인간이 모든 사람에게 100% 사랑 받을 거라곤 생각 안 해요. 그래도 저희 애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하고, 대중은 어떤걸 좋아하는지, 그리고 제작자는 어떤걸 좋아하는지 알지만,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갑자기 뽕댄스나 유치한 걸로 해보세요. 알게 모르게 숨어서 저를 보고 계신 분들이나 대중에게 “저 사람도 돈이 안되니까 또 저렇게 하는구나.”라고 보이는 건 싫거든요. 제가 돈을 딴 데서 버는 한이 있어도 음악 하면서 그렇게 욕을 먹고 싶진 않은 거죠.
리드머: 자, 마지막으로 흑인음악팬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스윙스: 저희 방송에 나오면 응원해주시구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연준: 흑인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은 정말 감사해요. 우리나라 흑인음악이 더 발전하려면, 욕하는 거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들을 독려하고 응원해 주는 게 도움이 되는 거지, 조그마한 거에 트집잡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외국인이 하는 거면 다 좋아 보이고 국내에서 하는 거는 안 좋아 보이고 그런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시고, 우리나라 힙합과 알앤비의 발전을 위해 관심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스티브랑 카를로스도 잘 봐주시고요.
매니악: 열심히 한 앨범이니까 많이 도와주시고, 불법다운말고 정식으로 다운 많이 받아주세요.
챈: 우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구요, 즐겨주세요.
기사작성 / 강일권, 신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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