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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장비호 - 레이블 이사, 매거진 발행인, 스토어 사장님, 이 판의 ‘형’
    rhythmer | 2012-05-02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이번에 리드머에서는 뮤지션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가는 인물을 만나보았다. 홍대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문화 씬에서 잔뼈가 굵은 장비호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그야말로 전방위 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소속된 레이블 ‘파운데이션 레코즈’, 문화와 인물을 다루는 잡지 ‘파운드 매거진’,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를 모은 샵 ‘파운드 스토어’ 등, ‘파운데이션(Foundation)’이라는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관련 사업을 통해 이 판의 ‘형’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

    리드머(이하'리'): 그동안 힙합, 스트리트 문화와 관련된 일을 많이 해왔는데, 언제부터였어요?

    장비호(이하'장'): 2000년도부터 스트리트 문화권에 있었어요. 홍대에서 DJ 바람 형이랑 같이 '턴테이블 에필로그'라는 힙합파티를 기획했는데, 당시 DJ 스킵(SKIP)도 함께 했었죠. 힙합 쪽을 제가 맡고 하우스 쪽을 바람 형이 맡았어요. 지금은 오버사운드로 바뀌었는데, 그곳에서 홍대의 첫 힙합파티를 열었죠.

    리: 첫 힙합 파티의 역사가 여기 있었군요.

    장: 이후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조감독을 하다가 재작년까지는 주최와 주관, 작년엔 주관을 맡았고 올해는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어요. 지금은 멈춰있지만, 비보이 파크(B-Boy Park)도 했고요. 의미가 아주 좋은 행사였지만, 항상 따르는 비용문제 때문에 멈춰있는 상태에요. 제가 맡았던 공연 쪽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파운데이션레코드의 이사로서

    리: 우선 파운데이션 레코드의 이사로서 비호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예전엔 힙합 뮤지션이 주를 이루다가 점점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함께하게 됐는데….

    장: 처음 레이블이 생길 때 피타입(P-Type)과 쿤타, 염따를 제가 데려왔었어요. 그땐 힙합 위주의 뮤지션들이 주를 이뤘는데, 레이블 대표로 함께 하고 있는 현준(HJ)이가 일렉 쪽 뮤지션들을 많이 알아서 일렉 뮤지션도 하게 됐죠. 그 외에 록이나 재즈는 박지헌이라는 친구가 맡고 있어요. 현재 파운데이션의 힙합 뮤지션은 다이나마이트 한 명이에요. 제가 맡고 있고요. 곧 싱글이 나올 겁니다.

    리: 피타입 씨는 그럼…

    장: 공식적으로 나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리: 대표인 현준 씨와는 레이블을 설립할 때부터 함께했었죠?

    장: 현준이가 ‘아프로킹 파티’를 하고 있었고 제가 ‘at431’을 하고 있었는데, 둘이 같이 클럽을 운영하다 망하고 힘을 합해보자 해서 만든 게 파운데이션 레코드에요. 현준이는 파운데이션 창립멤버죠.

    리: 파티에서 레이블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는 뭐였어요?

    장: 레이블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기보다 현준이가 욕심이 많았어요. 레이블에 애착이 가장 많은 사람도 현준이고요. 저는 이 씬에 오래있다 보니 일종의 염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현준이는 참 열심히 해요. 초기에는 저도 사명감에 불탔는데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리: 레이블에 대한 일종의 권태기일까요?

    장: 권태기는 아니고요. 다 똑같아 보여요. 모든 언더나 인디라 하는 사람들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요. 뮤지션이든 관계자든...... 결국엔 명성과 돈을 우선시 하니까요. 뮤지션들이 그렇다면 저하고 굳이 함께할 이유는 없는 거니까요.

    리: 장르적으로 다양한 뮤지션을 한데 묶는 레이블의 어떠한 모티프나 방향성이 있다면요?

    장: 제가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어려워요. 아마 대부분 인디 레이블이 같을 거에요. 자본을 그들에게 투자하고 그걸 바탕으로 뽑아먹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방향성을 제시할 순 없어요. 대형 기획사들은 아이돌을 자기들 방향에 맞게 키우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냥 음악을 잘하는 친구가 자기 것을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죠. 이렇다 저렇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에요. ‘헤어 스타일을 이렇게 저렇게 하고…’, ‘우리의 목표는 음악순위프로그램 1위야!’, 이렇게 말할 순 없는 거잖아요. 스트리트 씬에서 인정받고 싶은 정도는 있지만, 씬이 무너지지 않게 튼튼하게 뭔가를 다지고 싶은 거에요.

    리: 그럼 파운데이션레코드에서 발매된 앨범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음반은 뭐에요?

    장: 피타입의 [Soulfire]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앨범이죠. 게다가 피타입과 저는 의형제 같은 관계에 파운데이션 레코드를 만든 후에 처음 들어온 멤버이기도 하고요.

    파운드 매거진의 발행인으로서

    리: 척박한 잡지 시장 속에서 [파운드 매거진]의 창간은 참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기획의도가 듣고 싶네요.

    장: [파운드 매거진]을 만들려고 했던 당시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저를 말렸어요. 아시다시피 매거진 시장이 어려우니까요. 제가 이 바닥에 오래있다 보니 많은 동생이 저를 형이라 부르더라고요. 그 사람들에게 형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죠. 형 소리만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좀 그렇잖아요. 늘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옛날과 달리 이렇게 아티스트를 진중하게 다뤄주는 잡지가 없더라고요. 파티에서 여자들이 헐벗은 사진이나 싣는 잡지는 별로잖아요. 아티스트를 제대로 소개하는 잡지는 없어서 저 혼자 해보려고 했어요. 돈이 안될 것을 아니까요. 대신 주변에 조언을 좀 구했죠. 다행히 이 일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잡지를 시작할 수 있었고요. 그렇게 현준이를 비롯한 배삼, 서옥선 편집장 같은 친구들과 함께 했죠.

    리: 파운데이션 레코드, 레이블과는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장: 쉽게 말하면 ‘파운데이션’이란 회사에 파운데이션 레코드가 있고, 파운데이션 마켓 팀이 있고 파운드 매거진이 있는 거에요. 매거진은 일종의 독립여당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되고요.

    리: 오프라인 매거진 시장이 예전만 못하잖아요. 파운드 매거진만의 강점이라면?

    장: 사람을 진중하게 다루는 거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매거진에서 '피플'이라는 카테고리는 절대 건드리지 않을 거에요. 편집장도 저와 같은 생각이거든요. 잡지를 매달 내면서 편집장이나 기자들에게 가끔 이야기를 해요. '너희들이 하는 것이 재미없고 너희들이 쓴 글이 재미없으면 이 잡지를 할 이유가 없다.' 라고요.

    리: 매거진 발행 이후 지금까지 반응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평가하기에 어때요?

    장: 3분의 1 정도의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한 매거진의 기획은 처음부터 변칙적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처음에 웹진을 열고 그 뒤에 광고가 붙으면 오프라인 매거진으로 내도 된다고 했고 대부분 그런 수순을 밟잖아요. 그런데 주변에 이런 웹진을 하는 동생들을 봤을 때 그들에게 이것을 내고 나서 '너희들과 형은 달라' 라고 이야기하기 모호한 거에요. 사람들에게 읽는 재미를 주자는 생각에, 우선 인쇄매체로 발행하고 그 뒤에 괜찮으면 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생각이었죠.

    리: 접근법을 조금 달리 했군요?

    장: 네, 그리고 파운드 매거진을 하면서 저에게 식구들이 생겼잖아요. 그 친구들에게 제 목표를 이루었으니 떠나라고 할 순 없거든요. 먹고 살게 해주고 파운드 매거진 소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데에서 스카웃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주고 싶어요. 올해 그래서 웹진도 함께 하고 있는데, 저희는 책에 있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거기에 플러스되는 콘텐츠를 웹진을 통해 보여주려고 해요. 요즘은 SNS 구축이 너무 잘 되어있긴 하지만, 웹진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요. 그 뒤에 또 잘되면 또 다른 작전을 펼칠 거에요. 중요한 건 어쨌든 저희가 진행하는 방향이 최소한 스트리트 씬에 있는 친구들을 상대로 한 '장사'는 아니라는 거에요. 단, 약점이라면,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긴 하지만, 어떠한 한가지 색으로 표현하긴 어렵다는 점. 마치 저처럼요. 동생들이 '형 직업이 뭐에요?' 라고 물어보면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스토어에 있으면 스토어 사장님, 파운데이션에 있으면 파운데이션 이사, 매거진에서는 발행인이고 페스티벌에선 감독이죠.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씬이 다 연결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하나를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겠어요.

    리: 그 나름대로 어느 곳에 있던 할 역할이 있다는 거네요.

    장: 그래서 장가를 못 가나 봐요. 나이를 먹으면서 한 해가 갈수록 생각이 많아져요.

    리: 그런 분들이 결국엔 나이 차가 많은 여성과 결혼하게 되더라고요. 띠 동갑 같은…. (전원웃음)

    장: 근데 저에겐 띠 동갑도 나이가 많지 않나 싶고…. (전원웃음)

    리: 결국, 파운드 매거진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씬의 발전과 저변 확대인 거에요?

    장: 네, 그렇죠. 결국 그런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리고 잡지 만드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잡지로 이 씬을 소개해줄 거라면 제대로 아는 분들이 했으면 해요. 잘하면 잘했다, 못하면 못했다라고 쓴 소리를 듣더라도 이 씬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렵게 생활하는 이 씬의 아티스트도 있고 어렵게 생활하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척하는 아티스트들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쉽게 평가하고 쉽게 정의 내리는 것을 보면 속된 말로 뚜껑이 열려요.

    리: 항상 제대로 그 속을 들여다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문화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고 가볍게 평가하면서 분위기를 흐리곤 하죠.

    장: 제가 SNS를 안 하는 이유는 되도 않는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예요. 경험하지도 않은 사람이 경험했다고 하면 뚜껑이 열리죠. 아티스트들도 문제가 많고요. 모두들 오버가 되고 싶어하면서도 노력을 하지 않아요. 그런 친구들이 무작정 아이돌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아이돌은 새벽에 나와서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연습하고 노력하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가 너무 드물어요. 마치 우리가 부잣집 아이들을 시기하는 느낌이에요. 뭐든지 풍요롭게 누리며 살아가는 것 같다고 착각을 하는 거에요. 그 부잣집 친구들이 공부를 하고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때, 자신들은 여자친구나 만나서 히히덕 거리는 데도 그걸 마냥 부러워할 순 없잖아요. 여과없이 말하면 ‘딸딸이를 치면서 임신을 바란다’니까요. 성관계를 가져야 임신이 되는 건데도 딸딸이만 치면서 임신을 바라는 격이죠. 그런 친구들이 겉 멋만 들어서 이 씬에 뛰어들잖아요. 물론, 실제로 돈을 번 사람도 있죠.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런 짓을 못하는 이유는 하나에요. 우리는 아슬아슬한 휴전선 같은 위치에 놓여있어요. 상업적이지도 않고 비상업적이지도 않게 중간에 걸쳐서 가야 하는 위치에요. 문화와 상업의 중간에서 외줄을 타기는 굉장히 힘든 거에요.

    리: 저희도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장: 정말 마음먹고 돈 벌려고 덤비면 미친 듯이 벌 순 있어요. 그런데 그러지는 않을 거에요.

    파운드 스토어의 사장으로서

    리: 음악, 출판 콘텐츠를 거쳐 실제 패션까지 아우르는 파운드 스토어까지 론칭했어요. 기존 국외 브랜드와 도메스틱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셀렉샵은 있었는데, 파운드 스토어는 도메스틱 브랜드 전문 셀렉샵을 표방하고 있어요. 샵을 연 목적이 있을 텐데….

    장: 이 역시 마찬가지에요. 문화잖아요. 스토어에서 취급하는 이런 옷이나 액세서리들이 이 씬의 문화 콘텐츠에요. 이 곳은 제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파운데이션이 NB사장님과 같이 하는 거라고 말씀드릴께요. 스토어의 취지는 국내 브랜드도 굉장히 좋은데 약간 평가절하 받는 것 같아서 그들에게 홍보의 장을 마련해주고 발전을 도모하자는 거죠. 제 생각엔 이 장소가 홍대에서 가장 홍보하기 편한 장소라 생각을 해서 매주 목요일엔 대관을 해주고 있어요. 브랜드 론칭쇼를 하고 싶다면, 빌려주고 저희가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예요. 몇몇 브랜드들은 잘하고 돈을 벌기도 하지만, 어떤 브랜드들은 돈이 없어서 디자인은 나왔는데도 옷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거죠. 대형 셀렉샵이나 편집샵들에게 등한시되는 것들이 화가 나서 만들게 된 샵이라고 할까요.

    리: 실제로 매장을 대관해서 론칭쇼를 한 브랜드가 있었나요?

    장: 아직 그런 브랜드는 없어요. 쉽게 나서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대관을 해준다 해도 자기들도 겁이 나는 거죠. 이쪽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꿈은 큰데 일은 하지 않아요. 그걸 이른바 '딴따라 마인드'라고 부르는데, 그런 마인드가 있으면 성공과 돈을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씬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자기가 산 정상에 있다 생각하면 산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올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내려가서 손잡고 올라가야 되는데 그런 생각을 안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나타난 거죠. 저는 10년 넘게 산 위에 있는 사람과 산 아래 사람을 소통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거든요. 마치 히말라야의 셀파처럼요. 근데 저도 이런 역할만 계속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리: 분명 도메스틱 스트리트 브랜드 시장은 열풍이 컸던 만큼 거품이 많았다는 반응도 있어요. 지금의 도메스틱 스트리트 브랜드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 솔직히 시장조사를 안 했어요.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시장조사를 굉장히 오래했겠죠. 저는 장사를 오래했기 때문에 장사꾼임에도 여기서 돈을 생각하면 의미가 퇴색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도 이제 진짜와 가짜는 구분할 줄 알아요. 뭔가를 카피하는 친구들과 자기만의 방향성과 독창성이 있는 친구들은 구분이 되요. 지금은 여과기에요.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보는 단계에요.

    리: 디자이너들이 스토어에 입점을 하려면 어떠한 기준이 있나요?

    장: 여기는 수수료 율이 다른 매장들과는 달리 모든 브랜드가 똑같아요. 더 주겠다고 해도 안받아요. 브랜드에 대한 어떠한 판단은 지금 할 순 없는 상태지만, 디자인이 어떤 것을 베꼈는지 안 베꼈는지는 알아볼 수 있죠.

    리: 예전과 지금을 놓고 패션을 넘어서 홍대의 문화를 봤을 때, 어떻게 달라졌다 생각하는지......

    장: 많이 달라졌죠. 옛날에는 극단화되었잖아요. 일렉, 힙합, 록, 이렇게 나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음악장르의 구분도 무너졌잖아요. 저는 옛날 사람이라 옛날이 그리운 건 당연한 거에요. 그런데 그걸 나아졌다 나빠졌다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리: 말씀을 들어보면, 잡지, 스토어, 레이블 모두 중점이 수익보다 문화를 유지하는 것에 맞춰져 있는 듯한데, 그래도 유지비용을 무시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어떻게 충당하나요?

    장: 서른 살이 넘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때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사람이 무료해진단 말이에요. 이런 느낌을 아는 사람이 몇 안될 거에요. 그러다 든 생각이 제 주변의 좋은 사람을 위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게 일종의 대리만족인 셈인데 사실 돈 벌 방법은 참 많아요. 사업이라면 사업인데 이 바닥에서 20년 가까이 왔다 갔다 했는데 제가 돈 버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저는 매거진이나 스토어, 그리고 레이블에 있어서 최대 목표는 마이너스만 되지 말자는 거에요. 꾸준히 돌아가게 끔만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리: 그러다 보면 돈이 들어오기도 하겠고요.

    장: 돈 버는 방법은 알지만, 그것이 파운드 스토어가 사는 길은 아니에요. 여기에 입점한 도메스틱 브랜드들이 한두 개라도 빵 터져주면 살 방법이 있는 거에요. 인터뷰에서 언급하기 어렵지만 방법론에 대한 정리는 진행 중이에요. 아까 말했듯이 중간자의 입장은 이런 씬의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존재할 순 없는 자리에요. 말로만 문화를 외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기본적인 자본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아무리 외쳐봤자 굶으면 소용없으니까요.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장: 일단 파운드 스토어가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갤러리 겸 홍보의 수단이었으면 하고요, 파운드 매거진은 글이 많아도 좀 진중하게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원래 컨셉트 자체가 보는 것보다 읽는 것에 중점을 뒀으니까요. 보는 책들은 많으니 문화와 아티스트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이 매거진과 웹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파운데이션 레코드는 점점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함께 행보를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리: 개인적인 꿈이 있나요?

    장: 저는 마흔에 은퇴하는 게 꿈인데요.

    리: 마흔이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잖아요. (웃음)

    장: 원래 꿈이 40대에 은퇴해서 당구장 차리는 거에요. 여기서 당구장이라는 건 생계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여유가 돼서 편하게 운영하는 게 포인트죠.

    리: 꼭 그 꿈을 이루시길 바랄게요.

    장: 그러려면 잠 안자고 열심히 해야죠.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니까요!
     



    인터뷰. 글 / 강일권,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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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h! nuts (2012-05-04 15:05:14, 164.124.106.***)
      2. 아 이분이 장비호씨였군요. 정말 형님다우신듯.
      1. 리듬을 타는 렉스 (2012-05-04 03:12:07, 121.162.180.***)
      2. 멋지십니다!
      1. 공삼이 (2012-05-03 23:13:47, 115.126.243.**)
      2. 와 이 인터뷰로 처음 알게 된 분이신데 멋진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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