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허클베리피 & 수다쟁이 - 섬령이인조, 그들 앞에 세대 나누기는 무의미하다
- rhythmer | 2012-06-07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멋진 음악을 하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결성된, 힙합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충만한 겟베커스(Get Backers) - 허클베리피 & 수다쟁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지만 절대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는 그들의 속내를 리드머가 바닥까지 긁어 긁어 가득 담아왔습니다.리드머(이하’리’): 팀 결성은 언제부터 논의한 거예요?
수다쟁이(이하’수’): 맨 처음 이야기가 오간 것은 피노다인 1집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헉피가 시간이 빈 적이 있었어요. 저도 클라우댄서 2집을 내고 다음 행보를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죠. 그때 기본을 지키는 힙합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헉피도 하고 싶어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프로듀서 진에 대한 이야기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했는데, 헉피의 [PINOvation] 앨범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저희의 앨범은 뒤로 미뤄지게 됐죠. 저는 클라우댄서의 [h a r u] 앨범 작업을 했고요. 그 뒤에 작년 10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저희 둘의 작업을 시작했고요.
리: 앨범의 작업기간이 실제로는 몇 개월 정도…?
허클베리피(이하’헉’): 실질적으로 6개월 정도에요.
리: ‘Get Backers’라는 타이틀은 두 분의 프로젝트 팀이라고 봐야 하나요, 아니면 단지 앨범의 타이틀인 거예요?
헉: 그게 딱 구분짓기 모호해요. 저는 팀 이름이 겟백커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자로 멋있게 풀었을 때 ‘섬령2인조’라고 풀어놓은 거에요. 그냥 저희를 겟백커스라고 불러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리: 올해 나온 힙합 앨범 가운데 이만큼 트랙 수를 꽉 채워 나온 앨범이 드물어요. 앨범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리헤다 씨가 프로덕션을 거의 책임진 것 같은데, 두 분이 팀의 컨셉트를 정하고 비트를 고른 건가요?
헉: 처음부터 소리헤다 형을 염두에 뒀던 건 아니었어요. 저희가 블랙스타(Black Star)를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음악의 시류도 그렇고 저희가 하려는 음악 스타일을 만드는 분들이 얼마 없거든요. 그런데 소리헤다 형이 그런 뮤지션이었던 거죠. 마침 친분도 있어서 함께하게 됐어요.
수: 헉피와 제가 앨범을 만들기로 한 뒤에 각자 활동을 한 것도 있고 피처링도 함께한 적이 있지만, 서로가 그리는 그림을 몰라서 각자가 외국 힙합 트랙을 골랐어요. 비트는 이런 느낌이 좋겠다, 랩은 이런 식으로 하자. 수다와 헉피 레퍼런스 폴더를 만들었죠. 이런 지향점을 가지고 앨범 작업을 하자고 했는데, 사실 처음에 함께 하려고 했던 프로듀서는 브릭스(Briks)였어요. 실제로 앨범에 실린 곡 가운데 가장 먼저 작업했던 “You Don’t Know”와 “Good Afternoon”이 브릭스의 비트에요. 그런 트랙이 먼저 나오고 확실히 앨범 작업에 매진할 때 브릭스와 소리헤다의 두 축을 두고 앨범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죠. 그 뒤에 소리헤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곧 디깅을 해오더라고요. 저희한테 소스를 들려주고 노는 것처럼 즐겼고 작업했던 것을 저희에게 보내주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리: 소리헤다 씨의 원래 곡들을 골랐다기보다는 서로 소통을 한 뒤에 작업을 진행했군요?
헉: 저희뿐만 아니라 소리헤다 형은 거의 그런 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요.
리: 괜히 리드머 어워드 수상한 게 아니네요. (웃음)
수: 맨날 놀리는데.
헉: 심지어 뮤직비디오에도 써먹었죠. (전원웃음)
리: 앨범을 들어보면, 힙합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납니다. 특히, “P.T.F”나 “애들이 말해” 같은 경우 힙합 씬의 팬들을 비판하는 가사들이었어요. 평소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침없이 담아낸 건지, 아니면 아직 할 말이 더 많이 남았는데, 그 정도의 수위로 담아낸 건지 궁금하네요.
헉: 저는 두 곡이 약간 다른데 “P.T.F”는 원래부터 하고 싶은 말을 했던 거에요. “애들이 말해”는 더 세게 말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게 말하지 않은 거고요. 가사를 풀어내는 취향상 너무 직설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그 상황에 대해 더 깊이 찌를 의도였다면, 제 솔로작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수: 저는 “P.T.F”는 헉피 혼자 했던 곡이고 “애들이 말해”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랩으로 풀어낸 것 같아요. 그것보다 더 거칠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속 알맹이를 꺼내놓은 느낌이에요.
리: 곡에서 말한 힙합 씬의 아집과 똥고집이 팬뿐아니라 뮤지션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해요?
헉: 모든 뮤지션을 만나보진 못해서 뮤지션 간의 분위기는 이렇다 말하긴 어려워요. 제 주변의 뮤지션들은 그래도 진취적인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말 그대로 저는 뮤지션이 아니고 리스너나 마니아들에게 한 이야기에요. 어차피 재미있고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거잖아요. 씨리얼만 먹고 사는 게 아니고 파스타를 먹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고요. 저희가 음악을 하는 것도 힙합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못 잊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거세하면 자기 행복을 자기가 막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너희들은 좆까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안타까움을 표현한 거에요. 새로고침 누르면 언제든지 새로운 즐거움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니까요. 예를 들어 메시가 잘하는 데도 자기 눈엔 마라도나만 있으니 메시의 플레이가 수준 낮게 보이는 거죠. 조던만 눈 안에 있으니 코비가 80점을 넣어도 멋져 보이지 않는다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안타까울 수 밖에요…
리: “애들이 말해” 스튜디오 라이브 영상은 뮤직비디오로 만들 생각이었던 거에요? 아님 일종의 브릿지 같은 느낌?
수: 후자 쪽이에요. 비트나 랩을 생각했을 때 공개곡으로만 내놓기엔 아쉬움이 많고, 무대에서 자신의 멋을 보여줄 수 있는 랩퍼들이 많지 않으니 저희들이 어필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고요.
헉: 하이라이트 레코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영상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한국힙합을 놓고 봤을 때, 저희만큼 영상을 찍는 레이블도 드물거든요. 이번에도 영상을 찍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되니 찍게 되었어요.
리: 그럼 뮤직비디오나 영상의 효과가 수익효과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가요? 일전에 노이즈맙과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 있습니다만….
헉: 저는 뮤직비디오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본 사람이거든요. 이익을 좀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2월에 냈던 싱글 “Rap Badr Hari”가 그냥 싱글로만 나왔다면 주목이 떨어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수: 어떤 아티스트던 음악과 컨셉트, 뮤직비디오의 시너지 효과가 이뤄졌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잖아요. 뮤직비디오도 기획이 잘 되어있는 경우 좋을 거란 생각이에요.
헉: 맞아요. 기획이 잘 되어있고 멋있어야 해요. 그게 안되어있으면 아무리 해봤자 소용없죠.
리: 힙합 아이돌이나 이른바 발라드 랩을 하는 래퍼, 혹은 “I'm Sorry” 에서 소재로 삼은 실력없고 게으른 아티스트들 등등, 그냥 속 시원히 누군지 언급해주세요. 이런 대상이 한 곡에서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분명 누군가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헉: “I'm Sorry”는 특정인물을 대상으로 썼던 가사는 아니에요. 힙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컴퍼티션과 배틀같은 요소를 굉장히 비중있게 생각하거든요. 저는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하려고 해요. 제 스킬을 연마하는 데에도 도움되고 듣는 재미도 있으니까 계속 하려고요. 항상 가사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이거든요. ‘Wack MC’를 까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다면, “I’m Sorry” 가 좋은 곡이 되지는 않았을 거에요. ‘우리가 너무 잘나서 네가 안 되는 게 미안하다’는 식의 가사는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웃음) “You Don’t Know”에서 발라드 랩 이야기를 했던 건 말 그대로 발라드 랩을 하거나, 힙합의 대중화냐 혹은 대중화된 힙합이냐 이런 것들을 가지고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이야기한 거에요.
리: 언더에 있던 랩퍼가 메이저에서 앨범을 낼 때 전형적인 가요 랩이나 기존의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해놓고는 싱글을 낼 때는 하드코어 힙합이라고 내놓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은 언더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 행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헉: 일단 굉장히 싫어요. 그런 것들이 심해져서 언더그라운드를 지켜나가는 사람을 꼰대나 고인 물로 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붐뱁(Boom-Bap) 힙합을 하거나 90년대의 것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힙합의 대세가 서던 스타일로 흘러가더라도 힙합 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바이브를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을 멋지다고 하는 거잖아요. 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힙합은 단순한 랩 음악으로 이야기될 것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매우 많은 것을 담고 있으니까요.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항상 한국 랩퍼 1세대니 2세대니 하며, 세대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저는 아직도 우리는 1세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기성세대들이 힙합에 대해 떠올렸을 때 아직 정체성이 부족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기에, 지금 세대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멋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그 멋을 버리고 돈을 벌려면 충분히 벌겠지만 다음 세대들에게는 힙합은 댄스음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지금이야 구분이 되지만, 다음 세대에선 그런 구분이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힙합을 좋아한다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저희한테 ‘고인 물’이라는 말을 쓰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CD도 사지 않고 공연장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수: 그 트랙에서 발라드 랩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저희가 힙합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봤을 때, 우리들이 함께 향유하던 공동체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제가 10대 때는 ‘랩을 잘한다, 저 팀 멋있어’ 하는 팀들이 결과물을 내놓아도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성과를 얻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멋있는 것을 하는 사람은 돈을 못 벌고, 좀 별로인 것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불균형이에요. 그런데 전 이것도 점차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에요. 힙합문화가 굉장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에 기반한 진정성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진정성이 없이 돈만을 버는 사람들은 실력도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것들이 당장은 돈이 안되더라도 계속 지켜나간다면, 이 판이 좁아지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헉: 일단은 알리고 보자는 태도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해요. 힙합을 좋아하는 마음이 왜 남들에게는 조롱거리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리: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헉: 플레이어가 중요하고 리스너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 역할이 있거든요.
리: “I'm Sorry”에서 헉피 씨 보컬도 눈에 띄었는데, 보컬 욕심이 좀 있는 듯해요.헉: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피아노를 10년 정도 쳤고요. 영향을 준 뮤지션들이 사춘기 때 패닉, 전람회였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보컬을 전면으로 내세워서 할 수 있는 실력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곡 정도로 기교 없이 훅을 만드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에요.
리: 수다쟁이 씨도 원래 멜로디를 바탕에 둔 랩핑을 하는 편이잖아요?
수: 저는 일종의 습관처럼 랩을 멜로디컬하게 하는데, 클라우댄서는 음악의 코드변화가 많다 보니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노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부스에 들어가서 녹음하면 그렇게 어려워요. 음도 나가고 호흡도 어렵고요. 보컬욕심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웃음)
리: 네이버뮤직의 '이주의 발견' 섹션에 선정되었어요. 음악인으로서는 모두가 바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홍보 중 하나를 이뤄낸 셈인데, 효과가 느껴지나요?
헉: 저는 피노다인 때 두세 번 선정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보고 듣게되었다는 사람을 많이 본 적은 없어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었지만, 저희 활동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수: 앨범이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저희 어머니를 통해 체감하는 편인데, 이주의 발견에 올라간 것을 일하다 발견하시곤 회사 직원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보며 깔깔대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포털이라서 알고는 있었는데, 관심이 없었던 분들에게 효과는 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노래를 하는 쪽과 랩을 하는 쪽의 청중이 갈려서 저희가 피부로 느끼는 피드백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리: 사실 허클베리피 [Man in Black] 앨범 네이버 리뷰가 정말 절정이긴 했는데, 일부 평론가들이 ‘음악’ 평론가라는 이름 아래 힙합에 대해 수준 낮은 곡 설명이나 검색 결과 나열을 하고 있는데, 이번 [Get Backers] 리뷰도 사실 곡 나열이 전부였어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헉: 사실 리뷰를 주의 깊게 읽지는 않았어요. 예전에 몇 번 실망한 경우가 있어서 자세히 읽지는 않아요. 그래서 씬의 커뮤니티 글만 읽고 있어서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수: 네이버 뮤직 카테고리에서 팔로알토의 [Lonely Hearts] EP를 평가한 걸 보고 어이가 없어서 직접 이야기한 적이 있거든요. 자기 음악에 대해 진지함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가 팔로알토거든요. 그런데 그 글을 보고 나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황당한 글이었거든요. 요즘 드는 생각은 그런 대중음악 쪽에 몸을 담고 있는 평론가 분들이 음악을 바라보는 본인만의 프레임이 있잖아요. 힙합은 장르적으로 흑인음악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있어야 깊게 이해할 수 있는데, 자신의 프레임으로만 평가하려다 보니, 대중가요만 듣는 대중보다 더 솔직하지 못한 평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실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저희 테두리 안에서 잘해서 담론을 많이 만들어 낸다면, 이런 잡음들이 덮일 거라는 생각이에요. 어린 친구들이 음악에 대해서 검색을 했을 때 앞서 말한 잘못 이해된 글들을 보고서 쉽게 평가받는다면 저희 입장에선 칼을 맞는 기분일 것 같아요.
헉: 당연히 좋아하는 것이 폄훼당한다면 조바심이 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대중에게 먼저 알리고 보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더 열심히 해야죠. 지금 세대에서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 노력들이 밑바탕이 되어서 다음 세대에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리드머 같은 곳에서 나오는 좋은 글들이 중요하고요.
리: 랩에 대해 얘기해보죠. 허클베리피 씨는 지난 EP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랩이었습니다. 강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할까요.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헉: 그 EP는 100%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에요. 피노다인과 제 솔로 커리어는 캐릭터를 분리시키는 작업이었거든요. 전 그냥 랩만 한다고 해서 힙합이 아니라 힙합 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바이브가 있어야 힙합이라고 생각해요. 피노다인은 힙합앨범을 만드는 그룹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서 멋이 없는 건 아니고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가 “I Gotta Feeling”을 한다고 가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도 피노다인에 대한 프라이드도 있단 말이에요. 힙합문화를 통해서 얻은 건강한 마인드와 에너지가 있는데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수단을 피노다인으로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이라이트에 입단하고 솔로 결과물들을 통해 그런 것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들이 맞물리다 보니 제 EP는 마치 10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온 아기 같은 존재였죠. 그에 대해 강박감도 있었지만, 이번 수다 형과 앨범에서 강박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아무래도 같은 엠씨와 작업이다 보니 자극을 받아서 잘 풀린 게 아닌가 싶어요.
리: 수다쟁이 씨는 슈퍼래핑PJ, 클라우댄서를 지나오면서 아쉽게도 씬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 목표가 남달랐을 것도 같은데….
수: 슈퍼래핑PJ의 팀 성향이 디제이를 앞세운 올드스쿨의 자세를 강조한 팀이었거든요. 그래서 ‘얘들아 우리가 아는데 올드스쿨이 힙합에서 졸라 멋진 것 중의 하나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랩을 할 때 올드스쿨적인 요소를 많이 활용했어요. 그리고 인연이 닿아 클라우댄서란 팀을 만들고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음악적으로 뭔가 더 유연하게 풀어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게 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은 앨범이 되고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는 일단 랩을 잘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랩을 잘하고 싶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티 나게 더 잘하고 싶었죠. 그동안 해온 트랙에서 제가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힙합 씬에서 활동하면서 음악을 하다가 그만두고 직장을 다니거나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감정, 씬의 리스너들, 리플러들에 대해 하고픈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려고 했죠. 스킬이나 메시지적으로 집중했고요.
리: 그럼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번 앨범을 통해 목표한 바를 이룬 것 같아요?
수: 앨범작업을 끝내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을 만들고 있을 때는 가열차게 진행을 했고 현재 미국 본토에서 활발하게 멋진 결과물을 내놓은 랩퍼들을 분석하고 고민했어요. 앨범을 만들고 보니 좀 더 시야가 트였다고 해야 하나? 이전과는 다른 랩의 즐거움이 느껴졌고 스킬적으로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헉: 형이 고민했다고 하는데 제가 옆에서 보기엔 클라우댄서의 결과물을 만들 때보다 고민의 부분을 더 줄였기에 말도 시원하게 나왔고 이번 앨범의 랩이 커리어 최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해요. 고민보다 배출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보거든요.
리: 무림소설로 치면 혈이 뚫렸다고 보면 되나요? (전원웃음)
헉: 네 그런 느낌이에요. 랩퍼 대 랩퍼의 앨범은 저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고 알게 모르게 경쟁심리가 있었을 거에요. 그런 마음이 없다면 발전도 없었겠죠. 그런 것들이 듣는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리: 팀까지 결성할 만큼 서로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지점이 있었을 텐데, 뭐였어요?
헉: 저희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힙합장르 외적 느낌인 밴드 사운드에 특화되어있는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했던 것도 비슷하고, 블랙스타나 에비던스(Evidence)를 좋아하는 취향도 그렇고요. 팀을 만들기 전부터 같이 피처링했던 곡에서 제가 받는 에너지도 있죠. 지금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꼭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수: 라임에 대한 개념도 같아요. 이런 부분이 다르다면 서로 많이 싸울 수 있었는데….
헉: 형도 동의하는 편인데 랩이라면 라이밍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자연스러웠죠. 사실 이번 앨범이 정규앨범 분량으로 나오리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처음에 팀을 하자는 논의가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는데 지나가는 말처럼 블랙스타 같은 앨범을 할거면 나랑 해야지 했던 것이 이렇게 발전했죠.
수: 제가 던진 떡밥을 헉피가 문 셈이죠. (웃음)
헉: 예~!!
리: 별도 프로젝트 건으로 이전에 팔로알토 씨와 인터뷰를 했었을 때, 현재 힙합 씬에서 자신의 후계자라고 생각할 랩퍼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조심스레 허클베리피 씨를 언급하더군요. 참고로 하이라이트 입단 전이었고요. 느낌이 어때요?
헉: 맨날 만나면 농담이나 하고 야한 이야기를 하는 형이지만, 저에겐 항상 최고인 아티스트에요. 팔로 형의 행보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노이즈맙 인터뷰를 보니 포스트 가리온으로 엑셀 형을 꼽았지만, 저는 팔로 형을 포스트 가리온이라 생각해요. 아 물론, 팔로 형을 리스펙트하기 전부터 가리온 형들을 존경했어요. 심지어 저는 힙합엘이 토크콘서트에도 갔거든요. (웃음) 일단 랩을 잘하는 것보다 태도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화가 멋지다는 것을 알고 지키려는 자세를 굳건하게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메타 형은 제가 닮고 싶은 존재에요.
리: 힙합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가지고 있어야 할 자세나 태도는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헉: 전 항상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랩하는 게 재미있고 홍대 놀이터에서 프리스타일하는 것이 즐겁거든요. 속된 말로 지랄병 하는 그런 일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삶에서 즐거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커요. 위닝도 그러니까 하죠. (웃음)
수: 역시 힙합에 대한 재미, 랩에 대한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재미를 계속 찾아가야죠.
헉: 이렇게 하다가도 에너지가 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주변환경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음악을 시작하는 분들이나 하고 있던 분들 등등,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리: 이 문화에 들어왔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거워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헉: 그래야 찾아 듣게 되고 뭐든지 하게 되잖아요. 어떤 여자가 좋아지면 억지로 좋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하게 되면 마음이 커지니까 이름이라도 알고 싶고 미니홈피 주소라도 알고 싶어지는 것처럼요. 초심이라는 말은 추상적이고 낯선 것일 수도 있지만, 항상 처음을 생각하면 뭔가 근사해 보이고 신났던 시간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잊지 말아야죠.
리: 수다쟁이 씨의 롤 모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수: 롤 모델은 헉피와 같이 메타 형이고, 또 다른 사람을 꼽자면, 저 사람의 경지에 이르렀으면 좋겠다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데, 타블로 씨에요. 저는 [열꽃] 앨범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거든요. 문학적인 깊이나 표현력에서 타블로 씨가 많은 자극을 주었죠.
헉: 저 가리온 형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형들은 지금보다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돈도 많이 벌고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많이 알려지면 누군가가 음악을 건드릴 것 같은데 형들은 지금의 영역을 잘 지킬 것 같거든요. “꽐라”나 “피똥”을 부르던 이센스(E-Sense) 같은 애들도 대중에 노출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형들은 지금의 모습을 지키고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형들이 대중음악상 3관왕할 때 정말 좋았어요. 항상 사람들이 저한테 ‘그렇게 해서 계속 랩 할 수나 있겠냐?’라고 이야기했는데, 메타 형은 마흔 살에 낸 앨범이 우리나라에서 최고 멋진 앨범이라 평가받은 선례가 되었잖아요. (웃음)
리: 노이즈맙과 인터뷰에서 남성팬들은 플레이어들과 동일하게 자신들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구매의 맥이 끊기고 그 때문에 여성팬은 늘고 남성팬은 줄어드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씬의 팬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일부에선 힙합 뮤지션들이 씬에서 아이돌 놀이를 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헉: 엄청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팬덤을 끌기 위해서 그 사람들에게 어필할만한 음악을 했다면 모를까 저는 좋아하는 음악만을 해왔거든요.
수: 지금으로 봐선 부정적이긴 해요.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그 뮤지션을 일종의 상품으로 보는 것이잖아요. 잘 생겼으니 공연도 보러 가고 사진도 같이 찍고, 트위터로 멘션보내면 답도 보내주고… 사실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 힙합음악에 빠지게 된 이유의 대부분 역시 뮤지션이 뭔가 남달라 보이고 힙합 옷을 입는 게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지금과 별 차이는 없어요. 단, 현재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그런 팬덤이 찾아왔다고 이 친구들을 위한 음악, 퍼포먼스를 해야지! 하면서 스타성만을 생각하고 흔들리는 아티스트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돌이켜보면 예전 마스터플랜에서 터줏대감은 가리온, 다크루 형들이었지만, 인기가 가장 많았던 사람은 주석 형이었어요. 주석 형이 헤드라이너 때면, 항상 꽉 차서 미어터지고 공연이 끝나면 여자애들은 우르르 나가거나, 주석 형 공연을 보러 앞자리 차지하고 소리지르고 그랬거든요. 그렇지만, 주석 형은 그 팬덤을 힙합으로 끌어다가 앉혔어요. 예를 들어 주석 공식홈페이지에도 캠론(Cam’ron)의 앨범에 대해 쓰면, 팬들이 그걸 보고 앨범을 사서듣기도 했다는 거죠. 이런 팬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벽에 갇혀있지 않느냐의 차이 같아요. 장르의 문화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아티스트의 힘과 재량이라고 생각해요.
헉: 저희는 저희 것을 하고 있는데, 남성 팬들을 위해서 더 격한 것을 하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수: 음악을 만들고 결과물을 가지고 공연하는 것만으로 힙합문화를 설명할 수는 없어요.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얼마 전 일어났던 스윙스와 데드피의 디스전을 본 느낌은 어때요? 한국힙합 씬의 특성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난감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디스전은 사실 가장 핫한 이벤트거든요.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기도 하고요. 허클베리피 씨는 예전에 디스전에도 살짝 걸쳐 있었잖아요.
헉: 디스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반응을 다 찾아본 것도 아니고요.
리: 그렇다면, 한국힙합 씬에 디스전이 과연 어울리는 요소라 생각하나요?
헉: 솔직히 이 문화가 멋있는 것이고 힙합 하는 사람이 사랑을 강조하잖아요. 디스도 그래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로 만들고 있으면 사랑하니까 디스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수: 저는 디스 문화에 대해 회의적이에요. 물리적으로 거리가 좀 떨어져있으면, 그런 게 가능할 텐데 워낙 이 바닥이 좁으니까요. 하다못해 누군가의 공연에 둘이 같이 게스트로 가게 될 때도 있고, 디스전 상대가 형일 경우, 또 다른 형이 전화해서 뭐라 하고… 그렇다 보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흘러가게 되는 경우도 생길 거란 말이에요. 더구나 말 그대로 디스리스펙트에 기반한 디스가 있어야 하는데, ‘얘를 디스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랩퍼들이 보이니까 좀 아쉽죠. 어쨌든 데드피 형과 스윙스의 디스전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저는 둘의 랩을 다 좋아하는데 재미있을 수 밖에요. 왜냐하면 둘 다 잘하는 것들을 많이 보여줬고 표현에서도 서로가 갈고 닦은 것들을 던져낸 느낌이었거든요. 이것을 통해서 지금 랩 연습하는 친구들이 ‘어?! 이런 것도 있네.’ 하며 자극받을 수 있고요.
리: 여담이지만, 허클베리피 씨는 위닝 실력자로 소문이 자자한데, 실제로 뮤지션들 가운데 위닝 실력은 어느 정도에요?
헉: 제가 이기기 힘든 사람이 있는데, ‘Ugly Junction’에서 펜토에게 져서 2등을 했어요. 펜토는 전승을 했고요. 펜토한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어요.
수: 은퇴라는 말이 좀 우습지만, 정기고 형을 위닝 계에서 은퇴시킨 사람이 바로 펜토에요. (전원웃음)
리: 그 공연 참 인상적이었어요. 위닝을 접목하다니….
헉: 화나하고 웨건이 기획한 건데, 걔들은 진짜 돌아이에요. 이 돌아이란 말 그대로 실어주세요. (웃음)
리: 흔히 흑인음악의 황금기를 이야기하는데, 두 분의 삶에서 황금기는 언제였을까요? 아직 젊으니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수: 저는 슈퍼래핑PJ EP를 내고 쇼케이스를 끝냈을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눈에 띄게 활동한 것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에요. 그 시간보다 결성한 지는 오래 되었고, 2~3년 정도 연습했던 것이어서 EP 쇼케이스가 끝나고 나니 라면 먹으면서 고생했던 거 등등이 다 생각나더라고요. 게스트들이랑 돼지고기 구워서 소주 한 잔씩 하고…. 저희끼리 한 쇼케이스라 대관료를 내고 정산하니까 멤버당 3~4만원이 떨어졌거든요. 그때가 잊혀지질 않아요.
헉: 고등학생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가 황금기였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듣는 음악을 그때 처음 들었거든요. 2002년 월드컵이 고3 때 있었는데 음악 외적으로 순수하게 즐거움이 터졌던 때가 이탈리아 전이었어요. 골 넣고부터 새벽까지를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수다 형은 삶에 대한 계획을 1년짜리 고민으로 세워놓잖아요. 저는 근데 당장 아무 걱정이 없어요. (웃음) 발만 보고 걷거든요. 여자친구가 들으면 속 터지는 이야기지만요.
수: 랩만 아는 바보~
리: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헉: 같은 시기에 비슷한 듀오로 나온 노이즈맙은 인간적으로 친하기도 한데, 주요 도시들을 함께 다니며 더블 쇼케이스를 할 것 같아요. 그 형들도 공연장에서 워낙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기대가 되요. 그리고 다음 앨범 계획은 없는 상태이지만, 겟백커스로는 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려 했는데 공연에서 에너지가 또 기대되기에, 빠른 시일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겟백커스의 앨범이 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힙합 커뮤니티 관련 인터뷰 내용들이 다 담겨있는 제 솔로 정규 앨범이 나올 거에요. 그때는 강박관념은 없는 순수한 힙합앨범이 될 것 같아요. 순수하게 힙합만을 이야기하는 앨범은 피타입 형의 [Heavy Bass] 앨범 이후로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제 앨범이 나오면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수: 가리온 2집도 힙합 이야기잖아.
헉: 그런데 가리온 형들은 돌려서 이야기한 것도 많잖아요. 물론, 그 앨범을 굉장히 존중하고 존경하는데 피타입 형은 제목이 “힙합다운 힙합”, “언더그라운드”, “언어의 연주가”잖아요. 이런 식으로 드러낸 건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쨌든 저 스스로도 기대가 되고요. 그런데 하이라이트 멤버들이 정말 열심히 하다 보니 팔로 형이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라 일정의 조율이 필요해서 작업을 다 해놓아도 언제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가능한 올해 안에 내고 싶어요.
수: 저는 일단 작업은 생활처럼 하고 있어서 겟백커스 외에 솔로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이 쌓아둔 상태에요. 그것들이 적절한 기회를 맞아 풀리게 되는 게 올해가 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수다쟁이 이름을 걸고 EP를 발표하는 것이 한가지 과업이고요. 헉피와 마찬가지로 저도 힙합에 대한 제 철학을 담아낼 것 같아요. 만약, EP를 올해 안에 내게 된다면, 클라우댄서의 수다쟁이나 정규 앨범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로 믹스테잎도 생각하고 있어요. 작업을 다 마치더라도 듣고 나서 별로일 것 같으면 공개 않을 생각이고요.
리: 끝으로 더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헉: 일단 인터뷰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이트나 매체, 그리고 리드머에 항상 감사드리고요. 이런 자리가 아니면 저희 속내를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수고해주시는 분들께 고맙고, 일단 힙합 하는 사람들이라면, 리드머에 있는 케이알에스원(KRS-ONE)의 강연영상을 꼭 봤으면 좋겠어요(http://board.rhythmer.net/src/go.php?n=4858&m=view&s=tv&f=subject&q=krs-one). 저희한테 힙부심이니 고인 물이라고 하지만, 이것들을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순간 말 그대로 부끄러운 것이 된다고 생각해요. 전 바지 내려 입고 악수할 때 과장되게 하는 것이 좋거든요. 남들이 모르는 멋을 제가 알고 있으니까 그게 행복한 거에요. 팔로 형이 리드머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이 힙합을 알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저도 동의해요. 우리끼리 알고 있는 멋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 억지로 끌고 와서 앉히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문화의 모든 것을 계속 지켜나갔으면 하고 다음 세대를 생각했으면 해요. 메타 형이 프리스타일을 할 때 연결고리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왜 이렇게 똑같은 말을 쓰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조금은 알겠어요. 근데 제가 홍대 놀이터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할 때 연결고리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 것도 돌이켜보면 깜짝 놀랄 일이에요. (웃음) 자기 시대를 만들려는 것보다 함께 시대를 그려갔으면 해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수: 힙합문화를 지켜가는 뮤지션들, 공연기획 하시는 분들, 저희가 공연할 때 클럽 앞에서 관객들이 줄을 설 수 있게 도와주는 분들까지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 문화에 일조하는 분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희가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거든요.
13
-
-
- 신정운 (2012-07-22 17:29:09, 175.196.207.***)
- 한국 힙합씬에 일침을 가하는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했죠. 근데 여담이지만 클라우댄서 (수다쟁이가 들어간 그룹) 너무 묻히는 듯..
-
- 립밤 (2012-06-10 02:14:49, 121.136.41.***)
- 인터뷰내용이 아니라 그냥 읽다가 생각난 내용이네요
-
- 피카충 (2012-06-09 12:44:58, 222.108.252.*)
- 좋은 인터뷰인듯. 속시원하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밑에 립밤님 무슨말이에요?
그런 내용이 인터뷰상에 있었나요?
-
- 립밤 (2012-06-08 19:18:43, 121.137.112.**)
- 듣는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의도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펌하하는 행위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
- 양지훈 (2012-06-07 23:03:29, 180.64.74.**)
- 본격 KRS-One 소환 글~
-
- 리듬을 타는 렉스 (2012-06-07 20:26:40, 175.223.2.***)
-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도 꼭 사서 들어보겠습니다.
-
- sodghs (2012-06-07 18:08:37, 112.155.51.***)
- 칠린스테고, 디리그, 피노다인, 솔로 등으로 허클베리피를 접해봤지만, 인터뷰 질문대로 이번 앨범은 뭔가 다른 느낌의 랩을 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좋더군요.
그리고 피쳐링으로만 접하던 수다쟁이를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덕분에 클라우댄서까지 건들게 되었습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괜찮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