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인터뷰] 데프콘 - 씬에 대한 일갈, 그리고 애정 어린 샤우팅!
    rhythmer | 2010-04-10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078121926.jpg
    데프콘의 이번 앨범 [Macho Museum]의 비트는 많은 이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스타일에서 다소 빗겨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랩은 확실히 기대했던 대로다. 혹자는 과도한 욕설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고, 혹자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릴 앨범임은 분명하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일단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랩 스킬과 언어유희적인 면은 불과 몇 년 사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점프했지만, 힙합만이 건드리고 내뱉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본작은 반가운 앨범이다.

    *본 인터뷰는 오랜 시간 동안 취중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리드머: 오랜만입니다. 데프콘 씨. 화끈한 이번 앨범 잘 들었어요. (웃음)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데프콘: 지난번에도 디지털 싱글을 내면서 리드머 인터뷰를 했잖아요. 3집을 내고 마스터플랜을 나와서 홀로서기를 해야겠다 싶었을 때,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정확히 계약금 1억씩을 제안하던 곳이 몇 군데 있었어요. 뭐 작사와 작곡에 프로듀싱까지 다하니까 그만큼 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그런 제안이 온 거에요. 사실 큰 돈이라 흔들릴 수도 있었는데, 계약이 끝나고 수중에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과감하게 뿌리쳤어요. 당시 무엇보다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미니앨범 준비해서 내고, 디지털 싱글 두 곡 준비해서 어느 정도 대중가수로서 인지도를 구축해줘야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팬들은 ‘이 형이 아예 대중적으로 확 가버리는 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 속으로 ‘조금만 기다려. 형이 좀만 자리잡고 보여줄게.’라고 생각했고요. (웃음) 그 와중에도 끝까지 도발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리: 그 중에는 기존 데프콘 씨의 모습을 그리워한 이들도 많았을 테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네요. 하하.

    데: 어쨌든 계속 그렇게 참으면서 노력했고, 꽤 히트한 건 아니지만, 뮤지션 이외에도 다른 직업이 생겼고 그 직업도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였어요. 데프콘이 가진 한정된 이미지를 깨고 싶었고요. 힙합을 하니까 무서운 친구라는 이미지….

    리: 힙합팬 외 대중에게 말씀이죠? 생각대로 됐나요?

    데: 미니앨범을 내고 “아버지”라는 곡에서 됐어요. ‘아, 기존에 알고 있었던 데프콘이 이 정도의 소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 거에요. 그런데 그 미니앨범을 힙합팬들한테 어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리: “아버지”는 힙합팬들도 많이 좋아했는데요. 꼭 배제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대중이나 가요 쪽에 어필이 되어야 할 부분인데, 굳이 힙합 씬에 끌고 나와서 ‘랩으로 나왔으니 알아달라!’ 하는 건 왠지 양아치 같은 짓 같았거든요. 힙합으로 무장이 되었을 때 힙합팬들에게 어필을 위해 힙합 프로모션으로 뛰어들고 싶었어요. 여하튼 그 때 “아버지”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들도 그 노래를 듣고 전화 와서는 ‘노래를 듣고 울었다. 네가 이런 노래를 만든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나머지 디지털 싱글들도 스펙트럼을 좀 더 넓히는 작업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게 뭐냐면, 디지털 싱글이라는 것 자체가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는 거였죠. 물론, 한 곡 한 곡에 공을 들였지만, 거기에 뮤지션 데프콘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어요. 그런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대중들이 저를 좋아하고 아껴주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예전같이 하지는 말라고 했어요. 앞으로도 끝까지 힙합보다는 대중가수로 가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러느냐 라는 반응이 많았죠. 하지만, (힙합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힙합 씬 돌아가는 걸 봤을 때 답이 없더라구요. 이쯤 되면, 정말 열심히 작업한 정규앨범을 내서 제가 여전히 깡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시원하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리: 그럼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후배 힙합 뮤지션들한테 피드백을 받았나요?

    데: 예전부터 그렇게는 했었죠. 형이 그래도 뭔가 보여줘야 되니까요. 그래도 힙합계에서 나름 안 까이는 형인데…. (웃음) 제가 그랬어요. ‘형이 그래도 많이 만들어 놨잖아. 그 정도로 해주면 되는 거 아냐? 그래도 많이 만들어놨잖아~ 형이 지금은 좀 바빠.’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가요계에만 몸담고 있는 형으로 바라 보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독고다이” 같은 곡을 만들게 된 거에요. 저는 애초에 누구의 의견에 동조해서 하자고 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독고다이에요.

    리: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하.

    데: 어쨌든 이 앨범을 이 시점에 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힙합으로 가장 불 같은 청춘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가 40살까지 인 것 같아요. 물론, 그 후에도 힙합을 하고 랩을 하겠지만, 장가도 가야 하니까 40을 넘으면 약해질 것 같더라구요. 왠지 안정된 삶을 추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느낀 게 뭐냐 하면, ‘아~ 내가 적어도 마흔 전까지는 불 같은 청춘을 기록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 먼 훗날 제 아들이 고등학생이 됐을 때, 아빠가 널 만나기 전에 이 날 이때 불 같은 청춘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막말로 불 같은 청춘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자기 인생의 도화선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니까 한 것도 없는데, 엄청나게 빨리 가더라구요. 끓어오르는 불을 가사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제 계획이 마흔 넘어서 장가를 갈 생각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힙합을 하는 남자로서 다 쏟아내고 싶었어요.

    리: 데프콘 씨의 힙합은 초기 EP에 담긴 음악처럼 비트 자체가 강하고 독기를 품은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한편으론 유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곡들에서도 사회를 많이 반영하며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어찌 보면, 데프콘 씨의 팬은 하드코어함을 찾는 사람과 공감대 형성이 되는 음악을 찾는 사람으로 갈린다고도 할 수 있죠. 물론, 두 가지 면을 다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뒤늦게 데프콘의 음악을 접한 힙합팬도 있을 테니까요.

    데: 요즘 리스너들은 하나만 생각해요. 너무 빨리 단정지으려고 하더라구요. 저에 대해 단정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힙합에 대한 법칙을 자기들끼리 만들려고 하고, ‘힙합은 이래야 되는 거 아니냐, 이게 아니면 아니다.’ 뭐, 이러면서 물타기도 많이 하구요. 앨범 내기 전에 커뮤니티에 가서 많이 확인해 봤어요. 솔직히 예전과는 물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이른바 맛이 간 글들도 많았지만,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겠어요. 근데 저는 쉽게 단정지어질 사람이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대중가수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만, 또 이런 앨범을 들고 나왔잖아요. 전 상상 이상으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고, 언제든지 칼을 빼 들 수 있는 사람이에요. 부드럽고 유연할 때는 충분히 그렇지만, 무서울 때는 겁나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얘기죠. 저는 후배들한테는 겁나게 무서운 사람이에요. 왜?! 제가 선배들한테 겁나게 잘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저의 인간성이나 이런 것들을 단정짓지 말라는 이야기에요. 사실 이런 앨범을 낼 필요도 없어요. 도박 같은 일이에요. 하지만, 힙합으로 시작했잖아요. 나는 거침없는 사람이고 뚝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이렇게 힙합에 대한 제 의리를 보여주는 거에요. 저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도 아니고 오버그라운드 뮤지션도 아니고, 이제 비로소 인디펜던트 뮤지션이 된 거라고 생각을 해요. 양쪽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디펜던트에요. 독립적으로 제가 모든 걸 컨트롤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얘기죠. 저는 힙합 뮤지션 가운데 가장 인디펜던트에 대한 개념이 확실한 뮤지션 이라고 자부해요. 안 그랬으면 기획사를 들어갔겠죠. 이제는 오버그라운드 시장에 대한 노하우도 가지고 있고 다 컨트롤 할 수도 있고 어디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줏대를 가질 수 있는 거에요.

    리: 아직 인디와 언더의 개념 차이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일단 국내에서는 방송에 좀 나오면 오버그라운드라고 인식하고, 아니면, 인디와 언더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죠.

    데: 맞아요. 엄연히 인디펜던트는 언더와 오버랑은 달라요. 언더와 인디를 같이 묶는 건 잘못된 거예요. 록 밴드 중에 예가 많잖아요. 크라잉 넛, 노 브레인 같은 뮤지션들이 바로 인디에요. 이 외에도 더 있는데, 힙합 쪽에서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언더가 되어 버리더라고요.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 전 내가 인디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거에요.

    리: 그 시작을 “독고다이”라는 강렬한 트랙으로 했어요. 뮤직비디오와 함께요.

    데: “독고다이”는 사실 귀로만 들어도 임팩트가 있는데, 그렇게 뮤비와 같이 공개한 이유는 초창기에 저를 환영해줬다가 삐쳐있는 사람들에게 힙합커뮤니티 눈팅을 끝내고 다시 로그인을 하게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에서 그랬던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애정이 있는 샤우팅이에요. 언더그라운드 친구들을 디스하는 내용이 아니라 개그콘서트의 동혁이 형처럼 애정 어린 샤우팅 같은 거란 말이죠.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도 했잖아요. 물론, 사랑노래를 해도 되는데, 제가 이야기하는 건 왜 다 휩쓸려서 사랑노래를 하느냐는 거예요. 가요계의 음원 시장에서 어필해야 할 노래를 굳이 힙합 신으로 끌고 와서 홍보를 하고 ‘이거 좀 봐주세요.’라고 하는 건 힙합팬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물을 흐리는 짓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타이틀 곡은 어떻게 보면, 제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의리 있는 힙합을 보여주기 위해서, 최소한 밑밥으로 깔아놓는 실드에요. 음악방송에 나가서 라이브도 하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래거든요. 그래서 이번 타이틀곡을 힙합 커뮤니티에서 홍보하고 하지 않는 거예요. 누가 퍼가서 올리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홍보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짓 자체가 양아치 짓 같으니까요. 한 마디로 음원시장을 노린 거면, 그 쪽만 노리던가 해야지, 힙합커뮤니티에 와서 ‘아~ 우리노래 사랑해주세요.’ 이러는 건 좀…. 들어보면, 발라드 뽕짝인데…. 그게 물 흐리는 짓이에요.

    1221284309.jpg


    리: 저도 데프콘 씨 말씀에 매우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뚜렷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확실히 묵묵히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저변이 받쳐주지 못하는 게 어느 정도 사실이니까요. 언더의 그것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데프콘: 언더그라운드의 현실이 물론 있겠죠. 하지만, 자기들도 뜻이 있다면, 어설프게 사무실 차려서 간지 낼 생각만 하지 말고, 차라리 매니저를 고용해서 라디오PR을 열심히 하던가 하라는 거죠. 그렇게 그쪽에 힘을 더 쓰면서 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또 힙합할 때는 돌아와서 힙합을 하고! 그건 타협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만약, 자기가 이번에 노래를 만들었는데, 마니아보다는 가요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노래여서 힙합의 저변 확대를 꿈꾼다면, 사무실 만들어서 간지낼 돈으로 매니저 고용하는 편이 낫다는 거에요. 솔직히 라디오 방송 횟수 2회~3회 나올 사랑노래를 뭣 하러 만드냐구요. 듣지도 않을 CD를 갖다 놓고 심의를 뭐 하려고 신청해요. 어차피 제대로 나오지도 않을 건데…. 아무것도 없이 CD만 넣어놓으면, 틀어주느냐, 아니잖아요. 아시잖아요. 왜 자존심 상하면서 그런 허황된 꿈을 꾸느냐 이거에요. 말 그대로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 인디펜던트가 되려면, 그래도 언더에서 유명한 뮤지션들은 좀 벌 거 아니에요. 그 돈으로 투자를 더 하라는 말이에요. 저변확대? 오케이! 그럼 팬들을 더 늘려야 되요. 모니터링이 다 되고 있는데, 심의 넣어놓고 2~3회 나올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 이거에요. 너희가 그래도 힙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앨범을 무조건 믿고 사주는 애들도 있는데, 어쨌거나 다른 애들보다 더 충성적인 애들이고, 밖에서는 코 묻은 돈을 벌어먹고 산다는 그런 오해도 받지만, 힙합을 사랑해주고 뮤지션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팬들이 있잖아요. 힙합듣는 친구들은 참 착해요. 의리도 있고!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부응을 해줘야 할게 아니냐는 거에요. 저는 이번 앨범에 심의가 2~3곡 날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동생들 앨범이 나왔는데, 영락없는 가요에요. 7곡 이상이 심의에 통과 될 것 같아. 그걸 왜 힙합 커뮤니티에 와서 홍보를 하냐 이거에요. 그건 정말 구린 짓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어도 힙합앨범이라면, 타이틀곡과 후속곡까지면 되잖아요. 나머지는 진정한 힙합의 색으로 채워져 있어야 인정받는데, 가요 만들어놓고 힙합 2~3곡 채워 넣어서 헛갈리게 하지 말라는 거에요. 쿨하게 나가라구요. 제 기준은 그런 거에요. 타이틀곡, 후속곡 두 곡이면 될 것 같아! 어차피 대중한테 어필할 수 있는 노래는 1~2곡이면 되거든요. 그 이상은 들어주질 않아요. 왜? 앨범들은 겁나게 많이 나오거든요. 대중가수들은 활동준비기간도 없이 계속 나오잖아요. 심의 조금 더 통과되면 방송에 더 많이 나올까봐 기대를 하나 본데 그렇게 안 되거든요. 그런 꿈을 깨야 해요. 그렇게 물 흐리는 작업들이 많았기 때문에 마니아들도 ‘그래도 인정해주자.’ 뭐, 이런 분위기가 되어 가는 게 보여서 안타까워요.

    리: 그것에 대해 언더에서 오버로 진출한 일부 힙합 뮤지션들은 여전히 힙합의 대중화를 위한 거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데: 그건 핑계라고 생각해요. 늦었잖아요. 선배들이 씨를 다 뿌려놨거든요. 그저 힘들어서 그러는 거에요. 내가 배고프고 힘들어서 나가는 거라고 말을 하면 되잖아요.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었다고 밝히는 게 나아요.

    리: 진짜 차라리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설득력있고 쿨한 것 같네요. (웃음)

    데: 또 하나 웃긴 게 힙합 커뮤니티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힙합이에요? 아니에요?’라며 논쟁하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 같아요. 왜 그 친구들을 힙합 커뮤니티에서 거론하느냐 이거에요. ‘어떤 멤버가 랩을 잘하지 않아요? MC 몽이 힙합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는 거죠. 제가 MC 몽 하고도 친하지만, MC 몽은 자기가 힙합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친구가 아니에요. 몽이는 힙합을 좋아하지만, 스스로 힙합이라고 한적도 없어요. 왜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에 어디선가 힙합음악을 겁나게 열심히 하고 있을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사실 미국에서는 언더나 거리 출신 뮤지션들도 뜬 다음부터는 부를 과시하고 이른바 블링블링을 뽐내잖아요. 국내에서도 메이저에 진출한 힙합 뮤지션들이 물질적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는 걸 원하는 팬들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데: 방송가에서도 힙합하는 친구들을 아직까지도 선호하는 게 있어요. 기존의 생각들이 아닌 또 다른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요. 근데 방송을 해 본 사람으로서 말을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정말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방송 일을 하면서 또 다른 뭔가를 창출해내고 부와 명예를 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다 뭔가 치밀한 노력과 계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봐요.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뮤지션들이 동요할 필요는 없어요. 뮤지션들이 픽업이 되고 어필할 수 있었다는 건 어쨌든 음악에 끌렸다는 게 전제가 되거든요. 자기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독고다이 뮤지션들이 많이 생긴다면, 선배들이 픽업을 해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런 노력은 없이 막연히 뜰 생각만 하면 곤란하죠. 라디오 한번 나오는 거 가지고 ‘이야~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어린 힙합팬들은 너무 착한 마음인 거예요. 현실은 그게 아니에요. 라디오 한두 번 출연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진 않아요. 저는 라디오를 일주일에 15개씩 출연했던 사람이거든요. 팬들이 기뻐해주는 만큼 뮤지션들도 노력을 해야지요. 막말로 제가 듣고 ‘아! 이 새끼 진짜 좋네.’라고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들이 제 앨범에 참여한 친구들이구요.

    리: 또 눈 여겨 보거나 칭찬해주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요?

    데: 쿤타 같은 경우에는 저하고 진짜 죽이 잘 맞아요. 정말 아이러니한 게 옛날에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나왔을 때는 약간 버릇없다는 말을 들어서 벼르고 있었다구요. 그런데 제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나왔는데, 만나보니 괜찮아요. 게다가 실력도 좋으니까 그런 편견이 깨졌어요. 저는 그런 걸 생각하는 거에요. 쉽게 누구에 대해 단정짓고 그러지 말자구요. 뉴올이도 너무 착해요. 뉴올이 같은 경우 제가 악기 프로그램에 대한 팁이 부족한데, 그럴 때마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고 원격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세팅도 해주고 하거든요. 제가 이 앨범을 통해서 가장 원하는 건, 또 다른 친구들 가운데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거거든요. 개인적으로 제이켠이라든지 데드피 같은 친구들 스타일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리: 근 몇 년 사이 힙합 씬에는 랩 실력이 뛰어난 신예들이 많이 등장했어요. 스킬뿐만 아니라 랩에 대해 접근하는 시각도 기존과는 달라진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요. 데프콘 씨 생각은 어때요?

    데: 음, 일단 랩을 잘한다는 기준이 뭘까 여러분에게 묻고 싶어요. 어떤 랩퍼들은 단순히 스킬 위주로 랩을 하더군요. 이미 라임과 플로우 단어 수를 조합해서 기계적으로 랩을 한단 말이에요. 머리는 좋겠지요. 대학도 나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음악은 그런 계산이나 머리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정규앨범 3장을 내고 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쇼 앤 프루브(Show N Proove)라는 모임에서 라임과 플로우 등, 랩에 대한 모든 체계를 이미 멤버들끼리 정립시켜놓고 올라간 사람인데, 그걸 모르겠어요? 애들은 현란하게 때리면 랩을 겁나 잘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어른들이 랩을 듣고 느끼는 큰 불만이 이 새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거에요. 언더그라운드 랩퍼가 영원히 언더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친구들 랩이 설득력이 없어서 그래요. 단순히 혀를 굴려가면서 외국 느낌을 내야겠다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미 다 해봤거든요. “아버지”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전화를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들리잖아요. 일단 들리게 해놓고 플로우로 조지던 라임으로 조지던 해야지요. 앨범에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 잔뜩 하고 자기자랑만 하는 게 너무 짜증난단 말이에요. 그런 게 결국 제 살 깎아먹는 거에요. 그리고 리스너들한테도 말하고 싶은 건 랩은 근본적으로 뭘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라임? 플로우? 오케이, 알았어 다른 앨범 피처링 할 때 많이 해 줄게. 근데 내 앨범에서는 안돼! 사람들이 듣고 무슨 말인지 알아야 해. 어떤 노래를 했을 때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한다는 게 제 기준이니까요. 그게 자기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 있다고 하는 친구들의 곡을 추천 받아서 들어봤는데, ‘뭔가 그럴싸한데 주제가 뭐지?’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리: “독고다이”에 이어서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신에 보내는 샤우팅이 인상적입니다. 두 곡 모두 비슷한 시각을 견지한 곡이지만, “독고다이”가 채찍이었다면,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당근 같더군요.

    데: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애정있는 샤우팅이에요. 이제 형 레벨이 되었기 때문에 누구를 까기보다 애정이 있어서 질러 주는 거라는 거죠. ‘이 새끼들 사랑한다! 잘 해보자. 형도 너희 힘든 거 알아 임마!’라고 이야기하는 게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곡이에요. 힘들어하는 거 아니까요.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선배라는 사람들도 자기 힘든 이야기 하기에 바쁜데…. 힙합이 겁나 의리 없는 것 같아요. 제가 활동해보니 방송 예능가 쪽이 더 의리 있는 것 같아요. “독고다이”라는 노래도 리스너를 타깃으로 만든 노래는 결코 아니었어요. 방송에서는 마냥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미지고 힙합이 아닌 쪽으로 외도를 하고 있으면, 저를 마치 다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는 애들한테 하는 이야기였죠. 언제든지 눈에 걸리면 바로 부숴버릴 수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덧붙이자면, 이 노래는 특히, 유리상자의 박성화 형이 굉장히 좋아해요.

    리: 그 부드러운 유리상자 분들이요? 의외네요. (웃음)

    데: 그쵸. 유리상자 어떤 가수인지 아시잖아요. (전원웃음) 이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 전에 하하네 집에서 같이 술을 한잔 하면서 뮤직비디오가 나왔다고 보여줬는데, 충격을 먹은 거에요. 그 형이 ‘야 내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인데, 여태 접해보지 못했던 건데. 이야~’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3일 뒤에 전화가 와서는 ‘기분이 꿀꿀하고 답답하다. 그 노래 듣고 싶다. 야, 그거 왜 이렇게 귀에 맴 도냐?’라고 하고. 리스너들한테는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 그거 한번 듣고 샤우팅하라고 만든 곡이구요. 아무 생각없이 듣고 뻥하고 뚫리면 되는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많은 분이 ‘하드코어 힙합’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옛날 음악 샘플을 두껍게 만들어서 먹통힙합 비트에 ‘Yeah~ Hardcore shit 너희는 내 말을 x도 모르겠지, 니들은 병신 머저리’ 이러는 걸 하드코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진짜 일반적으로는 듣거나 보기 힘든 걸 한 번 빵 질러주는 거에요. 한국사람이라면 욕도 잘 할 줄 알잖아요.

    리: 사운드야 데프콘 씨가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고, 비트는 조금 의외였어요. 저를 포함해서 아마 많은 분이 비트도 되게 강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데: 제가 이번 앨범작업을 하기 전에 악기 시스템을 많은 돈을 들여서 싹 바꿨어요. 뮤지션이 시스템을 바꾸는 건 큰 결단이거든요. 욕심을 부렸죠. 장비를 새로 세팅하면서 트렌디한 것도 만들게 되더라구요. 앨범 전체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걸 보여주는 것도 되고.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리: Wack MC와 제대로 하지 않는 친구들을 까는 곡들도 강렬했지만,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곡도 인상적이었어요. 이 곡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데: 앨범에 담을 이야기를 계획하고 주제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조 브라운한테 보낸 이야기는 어느 날 본 뉴스 내용이었어요. 어떤 노숙자가 컨테이너 박스에서 자면서 열심히 일해서 모은 1억 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 예금했는데, 그 사람이 돈을 찾으려고 하자 은행에서는 신원이 불분명하다고 돈을 안 찾아 줬다 하더라고요. 결국, 그 사람은 몸이 아파서 죽었죠. 이 이야기를 조 브라운에게 보내주고 거기에 더해서 자기 나름대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다 조사를 한 거예요. 저는 자료조사를 다 시켜요. (전원웃음) 저는 앨범에 참여하는 사람들한테 비트를 딱 던져주고 ‘여기에 그냥 랩을 해라.’라고 하지 않아요. 데프콘 정규 앨범이잖아요. 내가 이 정도로 생각해서 노래를 만들었으니 너도 노력하는 걸 보여달라 라고 요구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독거노인에 대한 이야기, 가슴 아픈 가장의 이야기를 담게 됐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도향 선생님의 “나도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노래에서 힙합이라는 가지가 하나 나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에 김도향 선생님하고 작업을 했잖아요. 그래서 제목도 그렇게 쓴 거에요. 랩도 하고 노래도 해서 제 소울을 담았어요.

    리: 30~40대 부부의 성을 다룬 “SEXMEIFYOUCAN”도 지나칠 수 없는 곡이죠.

    데: (웃음) 가사에 ‘먹고 살기 힘드니까 악착 같은 아내가 되어야 하고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남편은 고추가 안 선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야하거나 천박해 보일 수 있는 것을 조율해서 좀 위트 있게 풀어내려고 했어요.

    리: 함께한 제이스(Jace) 씨는 곡의 주제를 듣고 반응이 어땠나요? 랩퍼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여자 가수로서 부르기엔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었을 텐데요.  

    데: 처음에 주제를 보내줬더니 가사를 써왔는데, 제가 1대1로 만나서 코치를 다 해줬어요. 이 친구가 힘들었죠. 가요적인 성격이 있는 친구라 그걸 고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만나서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에 다시 써왔는데, 16마디만 써도 되는 걸 24마디로 써온 거에요. 저는 덤비는 애들을 좋아하거든요. 뭔가 하고자 하는 애들이요. 그런 마음씨를 보고 ‘아! 이 친구 훈장 하나 달아줘야겠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나온 노래에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비트 던져주고 여기에 랩 좀 해달라고만 말하는 건 못하겠어요. 다른 사람들 앨범 같은 경우는 제가 그렇게 랩을 할 수 있는데, 이건 제 이름을 건 앨범이고, 4년 만에 나오는 정규 앨범이잖아요. “그녀는 낙태중”이라는 노래도 애들한테 메일을 다 보냈는데, 형이 지금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한 내용은 이런 이런 내용이니까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쉽게 가사를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리: 앨범에 굳이 ‘이 곡은 실화가 아닙니다’라고 표기한 이유는 뭔가요?

    데: 한방 먹이는 거에요. 곡과 그 멘트 두 개가 세트란 이야기에요. 어떻게 보면 실화는 아니지만, 실화가 되어버릴 내용이기도 하니까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아서 표기했어요. 그 정도의 배려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얘 누구야?’라고 생각하고 코갤 수사대가 신상 털러 다닐 수도 있으니까요.

    리: 이번 앨범에서 한국힙합 뮤지션들에 대한 일갈이 담겨있는데 그게 특정대상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게 언더를 향한 일갈인가요? 아니면 오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을 향한 일갈인가요?

    데: 전부에게 하는 이야기에요. 힙합하는 놈이면 힙합하는 놈답게 하라는 거에요.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그게 장점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이제 무시는 안 당하지만, 같은 씬 안에서 누구를 함부로 무시하는 행동도 하지 말라는 거에요. 언제 사람인생이 뒤바뀔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국가대표”라는 곡에서 그 가능성을 이야기한 거고요.
     

    1077242533.jpg
    리: 작법 부분에서도 꼬집고 싶은 점이 있나요?

    데: 음.. 샘플링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고 있는데요, 뮤지션 스스로 제대로 된 마인드를 보여줘야 해요. 저는 딱 들으면, 샘플을 따기 위해 음악을 들은 친구들인지, 진짜 디깅인지 특유의 느낌으로 구분이 되요. 샘플 따려고 전주만 듣고 이것저것 듣고 해보는 친구하고 원래 이런 노래를 좋아해서 디깅을 해오다가 샘플을 쓰는 친구들은 느낌부터 다르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자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말씀 듣고 생각난 건데, 예전에 어떤 어린 프로듀서 한 분은 일반 대중도 웬만큼 알만한 팝을 통으로 샘플링해놓고 정작 자신은 원곡이 무슨 곡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어요. 순간 멍해지더군요. (전원웃음)

    데: 그건 진짜 아니에요! 그런 친구들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는 거라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45RPM이나 부다사운드 친구들을 좋아해요. 45RPM은 옛날 가요를 샘플링하거든요. 하늘이 형이 간지를 아는 거야! (전원웃음) 그 형이 진짜 똑똑한 형이거든요. 그런데 애들은 몰라요. 그 가치와 그 동기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 해줘야 해요.

    리: 고전 가요들을 들어보면, 샘플링하기에 좋은 곡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데: 그러니까요. 그 곡들을 합의해서 샘플링하는게 더 나아요. 원로 선배님들 얼마나 착하셔요. 찾아가서 ‘노래가 정말 좋아서 제가 이렇게 작업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하는 게 얼마나 멋있어요.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기특해 보이고! 그런 면에서 부다 사운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 주목은 덜 받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안타까워요. 제이 독(J-DOGG)이 진짜 잘해요. 이번에 “집에 가지마요”라는 노래에도 참여했듯이, 랩도 잘하고 노래를 정말 잘해요.

    리: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제이독 씨는?

    데: 전 비트를 만들면 ‘누구랑 해야겠다’라는 게 명확히 있는데, 순간 제이독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전화로 ‘내가 너랑 하지 않으면 안될 곡이 하나 있어.’ 그랬죠. 뮤지션끼리 통하는 짜릿함이라는 게 있는데 이 친구를 통해서 느꼈어요. 메일로 비트를 보내고 이 노래는 어떤 동기로 만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하겠다 라고 보냈더니 2시간 있다가 전화를 주더라구요. 바로 가이드를 떠서 보내준 거에요. 거기서 ‘오! 이 새끼 느낌 왔어! 나랑 통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리: 제이독 씨는 보컬라인에서 작곡에 참여한 건가요?

    데: 저는 크레딧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해줘요. 저작권에 대해서 내가 노래 다 만들었는데, 너는 멜로디만 얹었다고 조금만 했으니 조금만 가져가라 라고 하지는 않아요. 공평하게 다해요. 그렇다고 특별히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해줘야죠. 근데 라임버스도 마찬가지고 부다 쪽 애들이 진짜 잘하는데 실력에 비해 저평가 받는 게 싫어요. 이런 분위기를 저 같은 독고다이들이 좀 깨야 하는데…. 요즘 힙합 씬에는 이변이 없어요.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앨범 한 장으로도 얼마든지 짱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구요. 맨날 똑 같은 사람들만 짱 먹는 게 아니라. 평론하는 사람이나 리스너들이나 충분히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힙합이란 문화자체가 크루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부분도 있는데, 굳이 독고다이를 주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데: 나는 그 문화가 너무 싫어요. 떼로 우르르 몰려 다니는 게 싫어서 독고다이를 주장하는 거에요. 왜냐면, 내 실력을 자신하고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편하게 남들하고도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독고다이는 외골수가 아니라는 거에요. 그 레벨이 되었을 때 자유롭게 회사에 들어가던 혼자서 작업을 하던 할 수 있지만 완벽한 독립체를 구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냐 하면, ‘반갑습니다. 나 어디 소속의 누구요.’라고 말하는 거라구요. ‘나 누구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좋잖아요. 이름값만 보고 누구의 누구니까 무조건 몰빵 한다는 건 말도 안 되요. 물론, 모든 크루가 다 맘에 안 드는 건 아니에요.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저처럼 어느 정도 독립체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고, 이제는 힙합이 단체전보다는 개인전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과감하게 이 새끼 괜찮다 싶으면 몰빵 딱 해주고! 힘 실어주고, 힘을 얻으면 뭔가를 펼치겠죠. 누구나 짱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이변이 없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다 똑같으면 재미없는 거잖아요.

    리: 그렇다고 크루 문화를 무조건 부정하는 건 아니잖아요?

    데: 당연하죠.

    리: 그럼 데프콘 씨가 생각하는 ‘크루로 활동하면서 이것만은 갖췄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데: 하아~ (한숨을 쉬며) 서로 미워하지 말고 상대방을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인정해 줄 건 인정해 주고…. 예를 들어 빈지노 같은 애들은 굉장히 잘 될 수 있는 애에요. 원래는 단 둘이서만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해놓고 보니 서로 너무 다르더라고요. 제 앨범이라서 그런지 (빈지노가)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진짜 실력이 좀 안 나온 것 같았죠. 물론, 그렇게 신경을 쓴 것은 예뻤죠. 그 상황에서 양키를 끌어들인 거에요. 저는 그 친구도 정말 좋아하니까요. 근데 양키가 비트를 받더니 ‘형 제 동생이 있는데, 얘가 비트를 듣더니 무조건 랩을 하고 싶다고 사정을 해요.’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키라가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그렇게 덤비는 애들을 좋아해요. 저는 빈지노를 그냥 이용한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정말 잘될 수 있는 애에요. 전 피저링 진을 인지도로 따지지 않아요. 어떤 가능성과 장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걸 다 뽑아내려고 하죠. 언제든지 이후에도 제가 도와주고 싶은 동생들이에요. 어쨌든 저는 실력을 보고 참여시키는데, 이런 풍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여담인데, 록 음악 하는 형들은 진짜 잘 뭉쳐요. 근데 힙합 쪽은 정말 의리 없는 것 같아요. 마치 자그마한 가요계를 보는 것 같아요. 뭔가 있을 때 자기 식구들 챙기기에만 너무 바빠요. 제가 나중에 인맥도 쌓고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뮤지션들을 모아서 1박2일 짜리라도 작은 페스티벌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리: 그렇게 생각하는 뮤지션이나 관계자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데: 입 바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진짜 쪽 팔려요. 한국 음악계에서 록보다 힙합이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잖아요. 그럼에도 록 페스티벌은 많은데, 힙합 페스티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힙합팬들이 계속 힘을 실어줘야 해요. 제가 정말 잘 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다른 뮤지션들도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서로 욕하기 바쁘니까 욕하지 말고 샤우팅하자는 거고요.

    리: 샤우팅도 시원하지만, 데프콘 씨가 랩에서 내뱉는 욕설은 같은 욕설이라도 다른 랩퍼들보다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고 말씀하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 삶에서 묻어 나오기 때문일까요? (웃음)

    데: 하하. 그게 제 생활 패턴이에요. 살아온 환경 자체가 그래요. 저는 평범하게 중.고 시절을 마치고 대학시절 보내면서 랩에 빠져든 게 아니라, 학창시절을 정말 세게 보냈기 때문에 나름 그 성격이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음악에 녹여내는 거고요. 뮤지션들은 저를 보면 알아요. 과거에 이 형이 얼마나 화려하게 살았나. (전원웃음)

    리: PC통신 모임 때부터 본 사람들이라면 알 거에요. (웃음)

    데: 상상이상으로 거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잖아요. 예전에 살짝 어긋났던 것들을 음악으로 정화시키고, 또 다른 인생을 열게 해준 게 음악이기 때문에 그만큼 값진 거예요.

    리: 욕설과 함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이 또 데프콘 씨죠.

    데: 그렇죠. 근데 그걸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중요해요. “SEXMEIFYOUCAN”을 듣고는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야~XX 니가 어떻게? 니가 결혼 생활에 대해 어떻게 아냐?’라고. 그때 저는 속으로 ‘아~ 나니까! 난 겁나 짱이니까’라고 생각했죠. (전원웃음) 랩퍼는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떠한 작품에 있어서 배우가 된다고 생각을 해요. 무의미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배우 같은 랩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10대 취향의 힙합을 하지않아요. 20~30대 취향의 힙합이지

    리: 그렇다면 데프콘 씨가 생각하는 섹스관은 뭔가요? (웃음)

    데: 거 있잖아요. 아무하고나 잠은 안 자되, 내 여자한테는 올인한다. (힙합악수를 하며, 전원웃음)

    리: 그러고 보면 거의 배우라기보다는 감독이네요?

    데: 앨범에서 저는 감독이 된 거에요. 음악적인 욕심이 많아서 어른들이야 힙합 하는 친구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그걸 깨고 싶어요. ‘이야~ 딴 데서 들어보지 못한걸 힙합에서 이야기 하는구나. 이런 게 힙합인가 보구나!’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면, 저는 그걸로도 충분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랩 하는 봉준호, 박찬욱? (전원웃음) 귀담아 들어야 할게 랩퍼들도 배우가 되어줘야 해요. 그래야 자기자랑만 하지 않아요. 남들보다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게 랩퍼인데, 뭔가 다른 걸 들려줘야지 않겠어요? ‘나는 네가 나를 차서 괴로워, 돌아와줘라.’ 하는 것보다 다른 걸 들려줘야지요. 그래서 타이틀 곡도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제가 언제 여자를 차보겠어요.

    리: 근데 물론, 시각은 다르지만, 어쨌든 데프콘 씨의 타이틀 곡도 사랑노래이긴 해요.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에게 사랑노래만 한다고 지적을 했어요. 그래서 논란이 됐는데….

    데: 사랑노래를 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떻게 할거냐는 거에요. 화법, 화술,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죠. MC몽이 이미 사랑노래로 끝을 본 상태인데, 그걸 따라갈 것도 아니고 사랑노래를 할지라도 힙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랑노래여야지 않겠어요? 그런데 언더그라운드에서 랩하던 친구들이 하는 뻔한 멜로디에 ‘너 없으면 못살 것 같아, 너 없인 안될 것 같아.’ 이런 fucking 가사가 아니라, 늘 남자 랩퍼는 차여있고 돌아와 달라고 하는 슬픈 이야기인데, 저는 상대가 레이싱 모델 구지성이잖아요. 차버려야죠. (전원웃음) 그런걸 또 경험 시켜주는 거잖아요. 1집 타이틀 곡 “길”에서 내 인생에 대해 토론 하고, 한창 웰빙 바람 불고 다이어트 열풍 불 때 “힘내세요 뚱”으로 ‘사는 게 운동인데 뭐하러 그렇게 휩쓸립니까?’라고 이야기를 한 거고, “City Life”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훑었고, 이번에는 랩퍼들이 헤어지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리: 곡을 들어보면, “두근두근 레이싱”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언급을 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데: 어쨌건 마음을 숨기고 있으면서 아쉬워하는 게 있는거 잖아요. 그런데 자존심이 있어서 이야기를 못하고 헛소리만 하고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화살 쏘듯이 던지는 거에요. 제가 만약 그냥 중간이라도 가려고 했다면 ‘yeah~ 난 너없이는 못 살 것 같아~’ 했겠죠. 근데 그건 이미 프리스타일이라는 그룹이 했어요. 그 친구들도 사랑노래의 끝을 보여줬는데, 저랑도 친해요. MC몽과 프리스타일, 사랑 랩의 양대산맥! (전원웃음) 그 사람들이랑 똑같이 하라고? 그건 데프콘이 아니잖아. 저는 그걸 뒤집어서 상황을 역전시킨 거에요. ‘미안하다. 난 다른 여자 사랑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거에요. 앨범이 [MACHO MUSEUM]이잖아요. 타이틀 곡조차도 마초적이잖아요. 전 차이는 게 마초가 아니라 차는 게 마초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피 끓는 남자이야기를 하는데 컨셉트에 맞게 랩을 한 거에요. 우스갯소리로 음악프로그램 PD가 이 노래는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대요. ‘아니 데프콘이 어떻게 구지성을 차요?’라면서… (전원웃음) 어쨌든 천편일률적인 사랑 노래를 했다면 그런 반응도 안 나왔겠죠. 저 나름대로 고심을 했다는 이야기에요. 힙합 뮤지션들한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혹시라도 차여서 가슴이 아픈 것들을 랩으로 하고 싶어도 자기 캐릭터를 먼저 구현하고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자기 캐릭터에 맞는 음악을 찾아야 해요. 그게 사랑 노래건, 다른 노래건 간에.

    리: 이번 앨범에서 힙합 팬들에게 가장 어필했으면 하는 곡이 있나요?

    데: “SEXMEIFYOUCAN” 하고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나는 못떴어” 등이요.

    리: 앞으로 나올 결과물에서도 이번 앨범의 이미지를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데: 그러고 싶은데, 그러려면, 팬들의 의리를 보고 싶어요.

    리: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의리 말씀인가요?

    데: 녹음비, 믹싱비, 마스터링 비용만 여러분이 책임져 주시면 5집까지 갈 거에요. (웃음) 제가 이번에 화났던 게 뭐냐 하면, 앨범이 나올 때마다 자꾸 진태 이야기로 도발을 하더라구요. 자신을 희생하고 잘해준 앨범에 참여한 다른 애들 이야기는 묻히고…. 제 앨범에 참여한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는 거에요. 이렇게 작업을 통해서 또 다른 뮤지션을 찾아낼 거고 계속 같이 할 뮤지션도 있겠지요.

    리: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데: 한 번 가보자구요!




    인터뷰.글: 강일권, 박배건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4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 (2010-08-30 09:40:35, 115.89.87.***) 삭제하기
      2. 음악외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참 크네...멋있다.
      1. DiSASTER (2010-04-16 10:48:12, 211.45.56.*) 삭제하기
      2. 인터뷰도 시원하지만 리플도 참 시원하네요
      1. (2010-04-15 01:17:25, 121.144.109.**) 삭제하기
      2. 왠지 위에 사투리 쓰시는 분 진짜 데프콘 삼촌 본인 같은 분위기가 풍겨요.

        이건 뭐 의심 이런게 아니라 그냥 진짜 인터뷰의 연장선 상의 대화?

        후일담 같은 느낌? 이런게 느껴져서

        구수한 말투 때문인가? ㅋㅋ
      1. ...... (2010-04-15 07:33:13, 122.153.11.***) 삭제하기
      2. 이제야 존댓말 쓰실 생각 나셨능교? 그럼 지도 이제부턴 존댓말로 쓰겠심더.

        시비 걸 생각은 없었구만이라. 같은 이너뷰를 읽구서도 서루서루 짱구는 다르게 굴릴 수 있는거니까네 말이지라.

        다만 님께서 올리신 댓글이 쪼까 지 눈에 거슬려서 그랬지요. 'ㅋㅋㅋ'을 남발하든 말든 지가 상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아요? 여그는 지를 포함한 하고많은 사람덜이 드나댕기는 곳이란 말이어라. 님이 올린 댓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ㅋㅋㅋ'은 비웃음의 뜻으로만치 쓰인 것 같았응께. 안 그려요? 솔직히 말해보씨요.

        데프콘의 위치를 야그했는디 님께서 데프콘이 고럴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말한 그 근거가 어디 있냔 말이요. 지는 첨엔 그게 궁금했지라. 확실하게 내지를 수 있는 근거 하나두 읎이 'ㅋㅋㅋ'이라는 비웃음을 마구 찌끄릴 수 있는 동기가 대체 어디서 나오느냐?

        취향의 차이라는 허벌나게 편한 결론이 딱 나왔심더. 어짜피 그게 정답 아니겠능교? 님과 지는 취향이 달라요. 근디 말이지라. 님은 남덜이랑 다른 자기만의 취향을 요로코롬 공개적인 곳에다 쓰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심더. 혼자 찌끄리는 공간이 아니구 여럿이 돌려 쓰는 공간엔 말이지라. 자기 짱구를 적당히 걸러서 굴릴 줄도 알아야 하요. 데프콘한테 안 좋은 소리 남기구 가면서 'ㅋㅋㅋ'을 남발하지 않나, 제대로 된 근거는 쥐씨알만큼도 읎고, 게다가 님도 막판엔 막 속이 찔렸는지 글이 지워질지 두고본다구 했고... 지는 님의 생각이 틀려묵었다구 하는 기 아이라, 그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틀려묵었다구 하는 기요.

        아시겠습니꺼? 자기가 내뱉은 글에 책임을 지라는 얘길 하고 있는 것이지라.

        여서부턴 딴 야그를 좀 하겠심더. 지는예. 버벌진트도 좋고 다듀도 좋아합니더. 근데예. 둘 다 이젠 쪼까 지겹습니더. 프로듀싱이든 라임이든 토종 음악인덜은 십년 넘게 해먹으면서 이제 갈 데까정 간 것 같다구 생각이 듭니더. 여전히 듣기 좋긴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기 없으요. 미국이나 일본 돌아가는 꼴을 봐도 이제 새로운 '소리'는 나오기 힘들 겁니더. 힙합이 고인 물코롬 썩고 있다는 야그가 아니라, 이제 힙합도 자기 중심을 잡을 수 있을만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야그요. 십년 전에 매드립이 그랬던 것만치 어떤 혁명을 몰고 올 소리쟁이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하요. 양키덜이 그런데 토종 음악인덜이야 오죽하것소?

        지는 말이지라.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면 그건 가사와 메시지가 될 것이라 생각허요. 라임이나 때려박는 틀에 박힌 가사가 아니라, 뭔가 진솔하고 따땃하며 때로는 충격적이고 화끈하기까지 한 가사만이 힙합을 랩음악을 더 때깔나게 만들어주리라 생각하요. rap이 라임 앤 포이트리라는 말엔 지도 동의하는디 왜 그리 사람덜은 라임 앤 포이트리 중에 라임에만 대가리를 꼬나박는지 지는 알 수가 없으요.

        그라서, 지는 데프콘이 2010년이라는 최첨단 아이돌 시대에 전혀 안 어울리는 가사를 들고 나온 게 힙합 팬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럽심더. 그런 깡이 지는 힙합이라고 생각합니더. 하지만 가사만을 가지고 음악판에서 용 쓰고 배겨날 수는 없지라. 데프콘은 그런 고민도 하고 있심더. 모두가 데프콘이 가는 길을 쭐레쭐레 따라갈 건 읎겠지만서도, 그가 가는 길을 존중해 줄 필요는 잇지 않겠능교? 누구나 좋아해쌓는 버벌진트나 다듀에 앞으로도 머무르다간 음악도 음악 듣는 종자덜도 제자리걸음인기요. 새롭지 않으면 그건 예술로는 실격이니까네.

        데프콘의 가사가 흠집 하나두 읎다고 말하는 건 아니요. 다만 억수로 중요한 도화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요. 괜히 개폼만 잡다가 몇몇 사이트에서만 반짝 화제가 되는 그런 거품 찌끄레기 앨범 말고 증말 가슴에 화상 자국처럼 오래 남는 그런 빡센 힙합 앨범을 듣고 잡아요.

        지는 이너뷰 중 이 부분을 읽고 정말 무릎을 탁 쳤구만이라.

        데프콘: 언더그라운드의 현실이 물론 있겠죠. 하지만, 자기들도 뜻이 있다면, 어설프게 사무실 차려서 간지 낼 생각만 하지 말고, 차라리 매니저를 고용해서 라디오PR을 열심히 하던가 하라는 거죠. 그렇게 그쪽에 힘을 더 쓰면서 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또 힙합할 때는 돌아와서 힙합을 하고! 그건 타협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만약, 자기가 이번에 노래를 만들었는데, 마니아보다는 가요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노래여서 힙합의 저변 확대를 꿈꾼다면, 사무실 만들어서 간지낼 돈으로 매니저 고용하는 편이 낫다는 거에요. 솔직히 라디오 방송 횟수 2회~3회 나올 사랑노래를 뭣 하러 만드냐구요. 듣지도 않을 CD를 갖다 놓고 심의를 뭐 하려고 신청해요. 어차피 제대로 나오지도 않을 건데…. 아무것도 없이 CD만 넣어놓으면, 틀어주느냐, 아니잖아요. 아시잖아요. 왜 자존심 상하면서 그런 허황된 꿈을 꾸느냐 이거에요. 말 그대로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 인디펜던트가 되려면, 그래도 언더에서 유명한 뮤지션들은 좀 벌 거 아니에요. 그 돈으로 투자를 더 하라는 말이에요. 저변확대? 오케이! 그럼 팬들을 더 늘려야 되요. 모니터링이 다 되고 있는데, 심의 넣어놓고 2~3회 나올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 이거에요. 너희가 그래도 힙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앨범을 무조건 믿고 사주는 애들도 있는데, 어쨌거나 다른 애들보다 더 충성적인 애들이고, 밖에서는 코 묻은 돈을 벌어먹고 산다는 그런 오해도 받지만, 힙합을 사랑해주고 뮤지션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팬들이 있잖아요. 힙합듣는 친구들은 참 착해요. 의리도 있고!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부응을 해줘야 할게 아니냐는 거에요. 저는 이번 앨범에 심의가 2~3곡 날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동생들 앨범이 나왔는데, 영락없는 가요에요. 7곡 이상이 심의에 통과 될 것 같아. 그걸 왜 힙합 커뮤니티에 와서 홍보를 하냐 이거에요. 그건 정말 구린 짓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어도 힙합앨범이라면, 타이틀곡과 후속곡까지면 되잖아요. 나머지는 진정한 힙합의 색으로 채워져 있어야 인정받는데, 가요 만들어놓고 힙합 2~3곡 채워 넣어서 헛갈리게 하지 말라는 거에요. 쿨하게 나가라구요. 제 기준은 그런 거에요. 타이틀곡, 후속곡 두 곡이면 될 것 같아! 어차피 대중한테 어필할 수 있는 노래는 1~2곡이면 되거든요. 그 이상은 들어주질 않아요. 왜? 앨범들은 겁나게 많이 나오거든요. 대중가수들은 활동준비기간도 없이 계속 나오잖아요. 심의 조금 더 통과되면 방송에 더 많이 나올까봐 기대를 하나 본데 그렇게 안 되거든요. 그런 꿈을 깨야 해요. 그렇게 물 흐리는 작업들이 많았기 때문에 마니아들도 ‘그래도 인정해주자.’ 뭐, 이런 분위기가 되어 가는 게 보여서 안타까워요.

        지는 이런 말을 대놓구 씨부려쌓을 수 있는 음악인은 이바닥에서 데프콘밖에 읎다구 생각하요. 가는 길이 다른 버벌진트나 다듀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말 못하요. 물론 길이 다르다구 해서 누가 누구보다 더 낫다구 할 수는 없을 겁니더. 다만 지는 데프콘의 길을 지지하는 것뿐이라예. 힙합이 아새끼들이나 처듣는 돈빨 음악이 아이라는 기를 보여줄라믄 데프콘 같은 무대포 마인드를 가지고 겁없이 뛰어드는 새내기덜이 더 늘어나야 한다구 봅니더.

        쓰다 보니 길게 되었구만이라. 읽느라 욕봤소. 앞으론 글 올릴 때 쫌만 주의해주씨요. 기분 상했다믄 내 사과하겠구만이라.
      1. (2010-04-14 12:41:38, 110.11.127.**) 삭제하기
      2. 아그야라고 하셨는데 얼마만큼 나이드셨는지 모르지만
        반말 찍찍하는 님글이 더 싸 보이네요.

        남이사 ㅋㅋㅋ를 남발하던 말던 님이 상관할 일은 아닌것 같네요
        씬에서 오래 있었다고 해서 다 훌륭 한것은 아니듯이
        누구한테는 이 인터뷰 자체가 맘에 안들수도 있는거구요.

        버벌진트나 다듀에게 머무르는 거랑 거기 데프콘 끼워주는거랑 무슨 발전이 된다는 양 말씀하시는데? 그 이유를 듣고싶네요

        계속 뭐를 물으시는데, 아직도 힙합/랩 음악을 아새끼들이나 듣는 상업적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에 대한 부분은 저한테 물으실게 아니고 먼저 이유를 말해줘야 뭐라 말씀드릴거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안하거든요? 아새끼들이나 듣는 상업적 음악 이상이라고 보는데..
      1. ...... (2010-04-14 07:24:05, 122.153.11.***) 삭제하기
      2. 아그야. 이글이 지워질런지 두고 보겠다고 하는 걸 보니까네 니도 그리 떳떳하는 않은가 보네. 자기가 하고픈 말 인터넷이 찌끄리면서 그정도 배짱도 읎나?

        'ㅋㅋㅋ' 요거 남발하지 말그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진 알것는데 그것땜시 글이 참 싸구려로 뵌다.

        데프콘이라고 해서 어데 부끄럼 한 점 없이 지금껏 살았겠노. 그려도 이 이너뷰에 무게가 실리는 건 고만큼 데프콘이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믄서 오래오래 굴러먹었기 때문인기라. 니도 버벌진트나 다이나믹듀오는 좋아하제? 그렇게 어느 정도 클래스에 오르게 되믄 다 각자만의 갈 길이 잡히게 되는기라.

        데프콘이 이너뷰에서 야그한 건 내가 볼 땐 기본 중의 기본인데, 니도 알것지만 지금 어디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나? 남한 땅에서 음악 좀 듣는 사람덜의 대다수가 아직도 힙합/랩 음악을 아새끼들이나 듣는 상업적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남한 힙합은 여그까지 오는 데에도 많이 힘들었고 그거는 내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데이. 하지만 언제까지나 남한 힙합이 버벌진트나 다듀에게서 머무를 수는 없지 않것나. 그쟈?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이너뷰는 참말로 시사하는 바가 크데이.
      1. 형!!! (2010-04-14 00:03:03, 112.187.238.***) 삭제하기
      2. 여태 뭐하다 지금 나타나서
        애정어린 샤우팅 어쩌네 ㅋㅋ
        별로 좋지는 않네요

        1집부터 신보까지 다들어본 입장에서
        아직까지도 그닥 누구한테 충고할만큼의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안함.

        스킬이 뛰어난것도 가사가 좋은것도 모르겠음

        ㅋㅋㅋ그리고 쇼앤프르브에서
        무슨 플로우 라임 어쩌구 정립?
        그걸 아는사람이 그래요?

        기껏한다는게. 들려야 뭐든 할거다?
        허허.. 거참..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뭐 인터뷰 내용은 좋은데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생각날뿐
        어이구...

        이글이 지워질런지 두고보겠음
      1. jhcduck (2010-04-13 21:07:52, 119.196.70.**) 삭제하기
      2. 독고다이 뮤비 보고 나서 EP를 꺼내 들어보았습니다.

        거칠고 속시원한 독설은 아무래도 Kill Dat Noize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버벌 진트 EP보다 더 많이 들었음.
      1. 멜루 (2010-04-13 05:07:30, 221.138.205.***) 삭제하기
      2. 역시 콘이형. 형이 존나 짱인 이유.

        진짜 이런게 간지지.

        좆도 쥐뿔도 없는 것들이 간지 타령ㅉㅉ
      1. 크로만 (2010-04-12 14:27:18, 211.181.112.***) 삭제하기
      2. 애들은 현란하게 때리면 랩을 겁나 잘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어른들이 랩을 듣고 느끼는 큰 불만이 이 새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거에요. 언더그라운드 랩퍼가 영원히 언더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친구들 랩이 설득력이 없어서 그래요. 단순히 혀를 굴려가면서 외국 느낌을 내야겠다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미 다 해봤거든요. “아버지”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전화를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들리잖아요. 일단 들리게 해놓고 플로우로 조지던 라임으로 조지던 해야지요. 앨범에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 잔뜩 하고 자기자랑만 하는 게 너무 짜증난단 말이에요. 그런 게 결국 제 살 깎아먹는 거에요. 그리고 리스너들한테도 말하고 싶은 건 랩은 근본적으로 뭘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이얘기 참맞는 말이네요



        예전에 거리의시인들 리키피도 이런말을 했었는데

        아무도 못알아듣는 혀꼬면서하는랩보다

        god의 어머님께가 훨씬 명곡이다.


        요즘 중고딩들이야 스킬짱 언더짱 힙합간지짱

        외치고 힙플 이런데다가 글남기지만

        글안남기고 좋은음악 찾아듣는 리스너들도 많이있어요

        데프콘짱


        언더 사무실간지는 솔컴 얘기하는거 같네요

        어제 달콤한밤 키비 통편집 도 그렇고

        시사하는바가 크네요
      1. SupremeT (2010-04-12 01:41:16, 218.101.167.***) 삭제하기
      2. 와 진짜 속깊은 내용들 정독했습니다.
        리드머 인터뷰 요즘 너무 안 올라와서 섭섭했는데 좀 예전처럼 활발하게좀 올려주세요. ㅎㅎ

        데프콘 형님 앨범 시원하게 들었슴다!
      1. DiSASTER (2010-04-11 23:48:57, 218.232.165.***) 삭제하기
      2. 독고다이 듣고 구입결정
        SEXMEIFYOUCAN 듣고 내가 사랑한 데프콘의 귀환 인정
        그리고 열혈홍보중. 의리인증
      1. souwl (2010-04-11 21:17:52, 222.108.252.**) 삭제하기
      2. 역시 리드머 인터뷰 디테일함은
        다른 웹진들에 비해 짱이네요.
        겉핥기식 인터뷰가 아니라 뮤지션들의 진심을 꺼내놓게 하는!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1. CORTEZ (2010-04-11 08:29:58, 119.206.179.**) 삭제하기
      2. 행님이 진짜 마초~!! 앞으로도 20-30대를 위한 힙합을 기대할께요
        행님 힘내요~!
      1. Meth (2010-04-11 05:48:50, 99.237.208.**) 삭제하기
      2. 인터뷰가 x나 짱 -_-
      1. 힙합이진리 (2010-04-11 02:53:59, 218.101.167.***) 삭제하기
      2. 와 존나 시원한 인터뷰네!
      1. duray (2010-04-11 02:49:49, 218.101.167.***) 삭제하기
      2. 진짜 속시원한 인터뷰였고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솔직히 인터뷰 글에 나온대로 욕설만 과도한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고, 또 계속 들어보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네요

        아직 많이 남았지만 올해 가장 인상깊은 한국힙합앨범 중 하나입니다!
        형 계속 화이팅해주세요!
      1. Ros-D- (2010-04-10 21:50:29, 218.238.177.***) 삭제하기
      2. 인터뷰 잘봤습니다.

        단정지었던 제가 후회되면서 반성을 하게되네요.

        물론 하드코어라고 하시길래 또한, 저는 아 강한비트에 강한 독설이겠군

        했었는데..

        보기좋게 깨주시네요. 아무튼

        좋은 인터뷰였고, 앨범도 인상깊었습니다!
      1. 박병학 (2010-04-10 21:01:52, 222.121.211.**) 삭제하기
      2. 잘 읽었습니다.

        데프콘 관련 기사가 삭제된 걸 보고 나서, 혹시 데프콘이 댓글들을 보고 리드머 측에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부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인터뷰를 다 읽어보니 대강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인터뷰의 일부분만 발췌해 기사로 만들어 놓은 바람에 데프콘의 뜻이 왜곡되어 전달돼 버렸고, 그 오해가 부정적인 댓글들을 불러온 것이라는 판단을 아마 리드머 운영자 분들께서 하신 게 아닌가 합니다. 저도 기사만 보고는 '이게 뭔 소리지?'했는데 이렇게 전문을 읽어보니 데프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맥락이 잡히네요.

        씬의 앞날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속 시원한 인터뷰였습니다. 저는 삐까번쩍하는 겉멋 간지보다는 이렇게 속이 꽉 찬 진국 간지가 훨씬 더 힙합 간지스럽다고 생각합니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