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인터뷰] Robert Glasper – 재즈/소울계의 젊은 거장, 음악을 품다
    rhythmer | 2013-06-19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흑인음악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래를 잊고 있다."


    지난 55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Black Radio]R&B 앨범상을 거머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프로듀서인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는 현재 미국 현지에서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으로 평가받는 존재다. 무엇보다 글래스퍼는 재즈뿐만 아니라 소울, 힙합, 록 등등, 흑인음악 전반을 아우르며 음악적 실험을 계속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그런 그가  자라섬 R&B(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의 라인업으로 내한한다는 소식에 재즈 팬들은 물론, 힙합, 알앤비 팬들도 환호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당대의 힙합, 소울 뮤지션과 작업해왔고, 자신이 밴드를 이끌며 완성한 앨범들을 통해 평단과 음악 마니아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그야말로 스타 뮤지션이다. 그만큼 상당한 아우라를 풍기리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막상 만나보니 친근함과 깨방정이 장난 아니더라. 인터뷰 당일 뜨거운 날씨 속에서 착석 인터뷰를 사양하고 선 채로 어슬렁거리며 그가 전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기 있다. (*본 인터뷰는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이 열리던 5월 17일, 현장에서 진행했던 단독 인터뷰입니다.)

     


    *Robert Glasper 리드머 인터뷰 인사 & 공연 일부 영상

    리드머(이하’): 우리는 리드머라고 한다. 만나서 영광이다. 우선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로버트 글래스퍼(이하로버트’): 인사 당연히 해야지. 이번이 한국에 처음 온 것이다. 내 공연을 맘껏 즐기고 담에 부를 땐 (공연이) 50분 이상이면 좋겠다. 하하하하

     

    : 한국에 재즈 팬과 당신과 맥스웰(Maxwell) 팬들이 많다. 작년에 맥스웰의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취소되어 많은 팬들이 실망한 바 있다. (편집자 주: 당시 로버트 글래스퍼의 팀은 맥스웰의 밴드로 함께 내한할 예정이었다.)

     

    로버트: 프로모터의 후원 부족이었다. 우리 잘못은 아니다. 우리를 데리고 올 후원금이 부족했다. 맥스웰 같이 높은 위치에 있는 경우는 공연을 초청받았을 때 선입금이 100% 들어와야 공연을 하러 오는데,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경우가 생긴다. 우리도 오고 싶어 했지만, 참 안타까웠다.

     

    : 그래서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인데 느낌이 어떤가?

     

    로버트: 비행기와 차 밖으로 보이는 것으로만 봐도 좋은 곳인 것 같다. 어젯밤에 도착해서 호텔에만 있었기 때문에 밖에 나갈 기회가 없었는데, 아침에 호텔 룸 발코니로 나와서 요가 좀 하고 맑은 공기를 마셔보니 참 아름다운 곳이다.

     

    : 이번 페스티벌의 이름을 알고 있나?

     

    로버트: R&B 페스티벌인가? 정확히는 모르겠다.

     

    : 정확히 (음악적으로) R&B 페스티벌은 아니다.

     

    로버트: 그럼 왜 곳곳에 R&B 페스티벌이라고 되어 있나?

     

    : R&B 페스티벌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이름이 따로 있다.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장소의 이름은 자라섬이다. 그래서 정확한 명칭은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이다.

     

    로버트: 거기서 BBQ를 해먹을 수 있는가?

     

    : 그렇다. 먹을 수 있다.

     

    로버트: Hell Yeah(와 대박)

     

    : 관객이 BBQ를 당신들의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좋지 않은가?

     

    로버트: 정말 좋다. 대단한 거 같다. 기대된다! 근데 내가 생각하는 BBQ는 아닌가?

     

    : 미국식은 아니고 한국식이다.

     

    로버트: 한국 BBQ 완전 좋아한다.

     

    : 먹어 본적 있나?

     

    로버트: 그렇다. 디트로이트에서 제이 딜라(J Dilla)가 자주 데리고 가곤 했다. 거의 매일 먹었다.

     

    : ! 제이 딜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신은 헌정 곡을 만들었는데, 어떤 계기였는지 궁금하다. 둘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도….

     

    로버트: 딜라와는 1999년도에 처음 만났다. 1997년에 빌랄(Bilal)과 대학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2학년 때 빌랄이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을 하고 그쪽 프로듀서가 딜라와 첫 작업을 시작하게 했다. 그리고 빌랄이 나를 데리고 딜라와 2주 동안 동고동락하며, 작업했다. 이 계기로 서로 많이 친해졌다. 그 후 딜라가 뉴욕에 오면 자주 만났고, 나 역시 디트로이트에 가면 딜라에게 연락해서 (그가) 내 공연을 자주 보러 왔다. 딜라는 나한테 많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많은 레코드를 작업실에 갖고 있었기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 빌랄의 음악, 그리고 그와는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고 지내왔는지 말해달라.

     

    로버트: 빌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이자 좋은 친구이다. 1997년 대학교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는 진정한 천재이다. 항상 남들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더라. 앞서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처음에 음반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을 때 회사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곡이 있었지만, 그는 이미 안드레 3000 (Andre 3000)이 요즘하고 있는 것을 먼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획사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스타일로 앨범을 제작했었다. 그래서 좀 더 소울 음악에 가까운 음악을 했는데, 결국 안드레 3000이 그 스타일과 비슷하게 앨범을 냈고 그게 대박이 터졌다. 어쨌든 그는 항상 앞서 있었다. 음악에서 목소리를 이용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는 자기가 부르고 싶으면 그것을 부르면서 또 다른 스타일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뮤지션이자 내 형제와 마찬가지다.

     

    : 진행되고 있는 당신의 작업이 또 있나?

     

    로버트: 작업 중이다. 새 앨범 [Black Radio Part. 2]의 작업이 거의 다 끝나간다. 마스터링 작업에 들어갔다.

     

    : 언제쯤 최종 마무리될 것 같은가?

     

    로버트: 다음주에 끝날 것 같다. 미국에는 9월에 발매 되는데, 한국은 잘 모르겠다.

     

    : 지금 샤카 칸(Chaka Khan) 앨범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로버트: 그렇다. 샤카 칸의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이다.

     

    : 어떠한 장르인가?

     

    로버트: 장르는 딱히 없다. 회사에선 재즈 앨범을 원했지만, 그녀는 재즈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원했다. 그런 점에서 난 그녀를 존중하고 있지. 그래서 장르가 정해지지 않아도 난 좋다.

     

    :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작업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로버트: 대단했다. 내 회사 대표가 전화로 그녀와 작업을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당연히 흔쾌히 승낙했다. 대표가 그녀가 내 앨범을 듣고 같이 작업을 원한다고 했을 때 그냥대박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게 해서 처음 만나보니 어떻던가?

     

    로버트: 16살 소녀 같았다. 아주 착하고 개방적이면서 뭐든지 도전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올드 디바란 이미지보다 그냥 어린 소녀 감성을 지닌 여성이다.

     


    :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미 수상을 축하한다. 이 상을 받을 거라고 상상은 했었는지?

     

    로버트: R&B 앨범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우리는 2개의 후보자 명단에 올라갔을 때 앨범 파트 말고 퍼포먼스 파트를 받을 줄 알았다. 그래서 많이 놀랐다. R&B 앨범 상은 R&B 아티스트들에게 최고의 상이다. 마치 NBA 결승에서 우승하는 것과 같다. 요즘 시대에 밴드가 타기 쉬운 상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진짜 생각도 못했다.

     

    : 앨범의 타이틀을 [Black Radio]라고 짓게 된 일화가 궁금하다.

     

    로버트: 타이틀은 모스 데프(Mos Def)와 작업 했던 곡의 제목이다. 블랙박스는 항공기가 추락했을 경우 그 상황을 정확하게 녹음해주는 장치이다. 이처럼 음악이 추락했을 때 결국, 사람들에게는 좋은 음악이 생존하기에 ‘Black Radio’라고 지었다. 사람들이 뜻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본 의미는 5년 전에 만든 곡의 의미와 같다.

     

    : 앨범 작업 도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로버트: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들 때문에 앨범에 수록할 생각도 없었던 곡이 많이 들어갔다. 일화로는 사-(Sa-Ra)의 멤버 샤픽(Shafiq)은 앨범에 참여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어느 날 그가 녹음실에 인사하러 잠시 왔었는데, 우리는 “Lift Off”라는 곡을 듣고 있었고 그에게 가사를 몇 개 써보라고 했는데, 그게 좋아서 즉석에서 바로 앨범에 넣기로 했다. 대부분 곡들이 이렇다. 현장에서 바로 작업해서 수록된 것이 대부분이다.

     

    : 그렇다면 당신은 모든 음악을 즐겨 듣는가? 아니면 힙합과 재즈만 선호하는 편인가?

     

    로버트: 난 많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모든 음악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 이번 앨범에 너바나(Nirvana)“Smells Like Teen Spirit”을 리메이크 했던데, 어떤 계기였는지 궁금하다.

     

    로버트: 사람들은 록 음악도 흑인음악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왜 록 음악을 하는지 항상 물어보곤 한다. 내 조상들이 만든 음악인데 하는 게 왜 이상한가? 흑인음악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래를 잊고 있다. 라틴계처럼 자신을 위한 라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흑인음악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흑인음악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은 고마운데, 그 원조가 누구였는지는 잊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록도 흑인음악이다.’라고 할 때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흑인음악이 대중화되면 좋지 않은가?

     

    로버트: 좋기는 한데, 흑인 스타일을 자기들 것처럼 해서 인기와 명성을 얻는 건 좀 불편하다. 하지만 크게 생각하면 흑인음악을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해서 기쁘긴 하다.

     

    : 그렇다면 제일 좋아하는 록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로버트: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좋아한다. 그의 목소리를 엄청 좋아한다. “Smells Like Teen Spirit”은 내가 6학년 때부터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곡이다. 뮤지션으로서 그 곡의 멜로디와 곡의 변화, 곡의 무드와 모든 것이 좋다. 어렸을 땐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와 본 조비(Bon Jovie) 노래도 많이 리메이크했었다. 또한, 보니 레잇(Bonnie Raitt), 시드니 루퍼(Sidney Looper), 네일 영(Neil Young), 호세 곤잘레즈(Jose Gonzalez), 라디오 헤드(Radio Head)의 음악들도 리메이크했었다.

     

    : 아직 만나보지 못한 아티스트 중에 함께 작업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로버트: 보니 레잇(Bonnie Raitt)과 함께 하고 싶다. 그녀는 컨트리 음악에서 명성이 엄청 높은 사람이다. 완전 대스타다. 그녀의 목소리를 엄청 좋아한다. 심지어 그녀의 앨범도 다 있다. 근데 아쉽게도 만나보지 못했다.

     

    : 성사되길 바란다.

     

    로버트: 고맙다, 형제여.

     

    : 혹시 슬럼프로 음악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있었나?

     

    로버트: 물론, 남들처럼 슬럼프도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한번도 없었다.

     

    :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서 많이 얻는 편인가?

     

    로버트: 진짜 말 그대로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무엇이든! 오늘도 호텔 테라스에서 밖을 봤는데 나무와 산을 봤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피아노만 옆에 있었으면 바로 새로운 곡을 썼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 (여기서 먹은) 한국 음식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로버트: 당연히 음식에서도 얻을 수 있다. 오늘 아침도 한국의 전통 음식을 먹었다. 소고기와 양파를 볶은 거였는데, 어 뭐였지아 맞다! 불고기다. 어젯밤에도 저녁으로 먹었다.

     

    : 맞다. 그거 맛있다.

     

    로버트: 그렇다. 하하

     

    : 음악 말고 다른 취미가 있다면?

    TV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농구경기 보는 거.

     

    : 제일 좋아하는 팀은 어디인가?

     

    로버트: I am Knicks fan so and their playing the finals right now so and they won today.

    난 뉴욕 닉스의 팬이다. 지금 결승에 올라가 있다. 오늘 경기에서도 이겨서 매우 기분이 좋다.

     

    : 다시 음악 얘기로 돌아가서, 요즘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있는가? 예를 들어 성공할 것 같은 신인들 말이다.

     

    로버트: 음… 썬더캣(Thundercat)을 매우 좋아한다. 하이타우스 카이요테(Hitaus Kaiyote)라고 혹시 아는가? 그 밴드도 굉장히 좋고, 킹즈(Kings)도 앨범이 곧 나올 텐데 잘 될 것 같다.

     

    : 흑인음악이 또 다른 진화를 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 것으로 전망하나?

     

    로버트: 새로운 장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듣지 못했던 새로운 걸 만들 것 같다.

     

    : 요즘의 음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버트: 하하하,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 미국 재즈 아티스들은 다른 장르와 협업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재즈라는 장르가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거의 클래식 음악과 비슷한 장르로 이해되고 있다. 좀 더 한국 사람들이 재즈에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

     

    로버트: 한국에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오는가?

     

    : 매년 재즈 페스티벌은 열린다. 하지만 전통적인 재즈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페스티벌이다.

     

    로버트: 한국에 재즈 학교는 있나?

     

    : 한국에 재즈만을 다루는 전문적인 학교는 없다.

     

    로버트: 그렇다면 미국에서 전문적인 재즈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이 6개월이나 적어도 3개월은 한국에 와서 가르치면 좋을 것 같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한국 전통 음악을 하려고 하는데 한국 사람이 없으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진정한 재즈 음악을 원하고 배우고 싶으면 미국에서 가르칠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 이제 한국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로버트: 내 모든 팬들에게 참 고맙다.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데도 이렇게 나를 지지해주고 내 밴드에게 관심과 사랑을 줘서 정말 감사하다. 다음에 또 불러 주면 50분보다 더 길고 멋있는 무대를 보여 주고 싶다.

    11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김서영 (2013-06-20 20:57:43, 112.187.241.***)
      2. 요즘 관심가는 아티스튼데 반갑네요 ^^ 인터뷰 잘봤어요!!
      1. Archetype (2013-06-20 14:33:17, 112.170.109.**)
      2. 잘봤습니다~
      1. 립밤 (2013-06-20 01:52:49, 14.33.16.**)
      2. 딜라와 한국 bbq를 먹었다니 신기하네요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