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디즈 - 우리의 가슴 속에 소울 트리를 심다
- rhythmer | 2010-05-1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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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알앤비 음악을 담은 EP [Envy Me]를 들고 등장한 싱어송라이터 디즈(Deez)는 지난해 음악팬들로부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여전히 척박한 한국 알앤비 씬에 이 재능 많은 뮤지션의 등장은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규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네오 소울의 진수를 선사한다. 단순히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노랫말의 어감까지도 신경 쓴 티가 역력한 이번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참 장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안타까운 건 이번 앨범의 활동을 하지도 못하고 입대해야 했다는 것. 그는 지난 4월 27일, [Get Real]을 남기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의정부로 떠났다. 사실 난 디즈 측으로부터 앨범이 발매되기 며칠 전에 마스터링된 새 음악들을 건네 받아 미리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입대를 약 사흘 정도 남겨놓은 시점, 디즈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의 이번 음악에 대한 나의 견해가 궁금하다면서…. 내 대답은 이거였다. “죽이네요.”
리드머(이하 ‘리’): 지난 EP [Envy Me]가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졌지만, 평단과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느낌이 어때요? 뿌듯한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Deez: 안녕하세요? [Get Real] 앨범으로 다시 인사드리게 된 디즈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난번 [Envy Me] 앨범을 많은 분이 좋게 들어주셔서 정말 놀랐고, 매우 감사했습니다. 심장이 다시 뛰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팬 분들과 좋게 들어주신 리스너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 앨범은 뿌듯함보다는 긴장감과 설렘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좀 더 여러 곡을 담아내고 싶었던 아쉬운 점도 있었고, 음악적으로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만, 후회는 없는 앨범입니다~리: 정식 앨범을 내고 (마음가짐이나 방향성 등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앨범을 발표하고 난 후에는 내기 전에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수도 있잖아요.Deez: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제가 나아갈 음악적 방향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릴 영감도 충만해진 듯하구요. [Envy Me] 때는 사실 트랙 구성 면에서 트렌디 성향의 R&B와 네오 소울 두 가지 느낌을 놓고 고민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전체 프로듀싱을 하면서 아무래도 좀 더 제 색이 가미되었죠. 그렇다고 작업을 하면서 “어떤 스타일로 만들자.”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느낌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Envy Me] 앨범 때부터 항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는 마음가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고요. (웃음)리: 이번에 앨범을 발표하는 소니ATV뮤직퍼블리싱과는 어떻게 계약하게 된 건지?Deez: 비의 [Rainism] 앨범의 작곡가로서 먼저 소니ATV뮤직퍼블리싱과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Envy Me] 앨범을 발표하고 관계자 분에게 들려 드렸는데, 이미 먼저 들어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군요. [Rainism] 때 썼던 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에 놀랐다고…. 제 음악을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이후에도 계속 소니ATV 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된 거예요. 소니ATV를 통해 유니버설 뮤직 측에서 유통을 담당해주었고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리: 많은 음악팬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인디 혹은 언더에서 잘하던 뮤지션이 메이저 레이블로 가서 어쩔 수 없는 시장 논리 때문에 이른바 ‘뽕삘’나는 음악으로 나온다는 거예요. 그런데 디즈 씨의 이번 앨범은 전혀 그런 색깔이 묻어나지 않더군요.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나요?Deez: [Envy Me]를 작업하면서도 제가 인디 뮤지션이다, 오버 뮤지션이다라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냥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고, 그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저 자신을 이겨내는 재미로 음악을 하고 있어요. 예전 인터뷰 때 말씀 드렸다시피 오히려 저는 메이저 시장상황과 메이저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난 뒤에 이 길을 택했기 때문에, 만약, 이번 작업 때 음악적인 제재가 많았다면, 작업을 마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작업은 처음에 싱글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데모를 들어본 소니ATV 측 관계자 분들께서 미니앨범으로 발전시키는 걸 권유했고, 그 와중에 정규까지 발전하게 된 케이스에요. 솔직히 이번 앨범이 완성된 건 시간적으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Envy Me] 앨범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반면, 이번 앨범은 한달 반 정도에 편곡, 녹음, 세션, 믹스, 마스터링까지 해냈거든요. 다행히 미리 써 놓은 곡들이 많아서 그나마 수월했지만, 정말 시간적으로 잠을 거의 못 자면서 했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예민한 상태였어요. 이런 저를 더더욱 믿어준 소니ATV 측에 정말 감사 드립니다.리: 앨범 구상은 언제부터 한 거예요?Deez: 항상 머릿속에 있었지만, 제가 작업하는 스타일이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는 편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Envy Me] 이후에 제가 쓸 곡은 틈틈이 쓰긴 했지만, 다른 외부 작업들과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이미 입대일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군대에 다녀온 후에 낼까 생각했었지만, 주변 분들의 권유와 데모를 들어본 소니ATV 측에서 빨리 진행하는 쪽으로 이끌어줬어요.리: 입대일이 다가오는 상황이다 보니 상당히 조급했을 것 같네요.Deez: 그래서 사실상 불가능했던 작업임에도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제 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만들어서 그대로 이행했습니다. 24시간 중에 22시간이상 작업했고, 몸이 너무 안 좋아질 정도로 저를 몰아 부쳤던 지난 한 달이었네요. 심지어는 마스터링도 16시간정도 걸린,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힘들었던 작업이었어요.리: 이번 앨범은 [Envy Me]에서 예고했던 네오 소울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느낌입니다. 이전 인터뷰 때 네오 소울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냈었잖아요. (웃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뭔가요?Deez: 역시 가장 중요한 리듬. 이 부분은 제가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고, 그에 맞는 모든 악기들의 밸런스와 앙상블 부분의 편곡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보컬도 좀 더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투자를 많이 했고요. 시간적 제한 때문에 100퍼센트 만족하진 못하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제가 생각했던 만큼은 나온 듯 합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전체적인 앨범의 느낌이겠네요. 제가 나아가고 싶은 음악적 느낌이요.리: 또 눈에 띄는 것이 전작에 비해 가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에요. 디즈 씨가 생각한 네오 소울 스타일에 최적화된 보컬 스타일이 가성이라는 생각에서 감행한 변화인가요?Deez: 음… 팔세토 창법을 많이 사용한 것은 이번 곡 작업을 하면서 떠올린 곡의 앙상블 그림에 좀 더 잘 배합되는 것 같아서에요. 진성을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녹음을 하고 모니터를 해보면서 현재의 배합으로 확정했습니다. 여러 시도 후에 완성된 곡들도 있고, “Love Is Pain”이란 곡 처럼 애초부터 팔세토 창법으로 계획된 곡도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네오 소울의 느낌에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리: 보컬 어레인지에서도 상당히 많이 신경 쓴 게 느껴져요. 미국 본토 네오 소울 보컬 특유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 것 같은데….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고요.Deez: 네, 보컬 어레인지에 [Envy Me] 때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게 사실이에요. 일단 곡들 자체가 제가 생각하기에 지난번 곡들보다 수준이 올라가서, 제 자신이 쓴 곡임에도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느낌적인 부분들은 지난번에 아쉬웠던 부분들을 더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인 강약조절부터 세밀한 디테일부분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정도에서 최대한 표현해보았습니다만,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코러스 어레인지 부분에도 고민이 많았어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미리 어레인지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많이 작업했고, 덕분에 한 곡당 24시간이상 녹음시간이 걸렸네요.
리: 녹음시간이 상당했네요. (웃음) “Soul Tree”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만들게 된 곡인가요?Deez: 사실 이번에 가사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위 질문과도 상통하는 부분인데, 제가 원하는 어감들의 요소를 맞추는 가사 작업이 너무 힘들었어요.리: 아무래도 한글의 특성상 어려운 부분이 좀 있죠.
Deez: 조금만 발음이 달라져도 제가 원하는 부분들이 사라져 버리더군요. 그 와중에 “Soul Tree”는 미리 써놓았던 곡이 아니라, 이번 작업 때 완전히 새로 만든 곡인데, 편곡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Soul Tree”라는 컨셉트의 곡을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요, 원래는 기존 가요계를 꼬집는 가사로 진행하다가 위에서 말씀드린 음악적 부분(발음의 느낌)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현대인들의 지루한 일상에 대한 얘기에 후렴구에서 시적인 표현을 더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은 거예요.
리: 랩 버전에서는 허클베리 피 씨와 함께했는데 평소 친분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작업해본 느낌이 궁금하네요.Deez: 일명 헉피와는 피노다인이라는 프로젝트에 곡 작업을 도와주게 되면서 친분을 쌓았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마인드가 정리되어 있는 멋진 친구더라고요. 랩퍼로서도 그 친구의 즉흥성과 센스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이 친해지게 되었고, 지난 번 피노다인 곡을 하면서 이미 경험이 있어서 서로 편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제가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많이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랩 녹음 시에는 말할 것도 없이 잘 해주었고, 랩 녹음이 끝나자마자 스킷(SKIT) 트랙 녹음까지 힘들게 달리는 작업을 불평 없이 도와준 좋은 친구에요. 특히, 스킷의 일등공신은 단연 헉피 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리: 디즈 씨가 영향받은 보컬리스트나 음악은 무엇인가요?Deez: 제 어린 시절 영감을 끌어올려준 뮤지션 분들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보이즈투맨(Boyz II Men), 올포원(All 4 One)이 대표적이겠네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담백하고 깔끔한 에릭 베네(Eric Benet)의 보컬과 디엔젤로(D’angelo),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의 음악에 빠져 살면서 저의 베이스를 만들어 나갔고, 맥스웰(Maxwell)의 네오 소울 보컬과 어반한 사운드, 특히, 섹시한 톤의 팔세토 창법으로 제 음악의 방향을 잡아 나갔어요. 라샨 페터슨(Rahsaan Patterson)의 자유로우면서도 소울풀한 보컬과 세련된 그의 음악들 역시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요. 또 존경하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나 아이즐리 브라더즈(The Isley Brothers)의 음악은 정말 지금까지도 전율을 일으키게 해요.리: 저도 엄청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네요. (웃음) 비 씨로부터 작업 제의는 더 없었나요?Deez: 네, 제이튠에서 태완 씨가 나온 상태였고, 특별히 저에게 연락이 닿을 기회가 없었네요. 다음 번에라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뮤지션이에요.리: 정말 안타까운 게 앨범이 발표되는 걸 보지도 못하고 입대하게 되었다는 건데요, 만감이 교차할 것 같아요.Deez: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네요. (웃음) 하지만, 이번 [Get Real] 앨범을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마음 한 켠이 편안하구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는데, 가서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서 건강을 다시 찾고, 또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전역 후에 더 훌륭한 2집을 가지고 다시 찾아 뵐 수 있게끔 노력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절대 고여있는 물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리: 이번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녹음해놓은 곡이 많다고 들었는데, 군에 있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공개할 생각이 있는 건가요?Deez: 네, 다음 앨범에 쓸 곡들도 있고, 또 이번 앨범 때 못 들려드린 트랙들이 있는데요, 어떤 형태가 되었든 공개할 생각이에요. 1년 10개월의 공백을 이번 앨범과 또 차후에 다른 곡들로 메꿔 볼 생각입니다.리: 알앤비/소울 뮤지션으로서 지향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을텐데….Deez: [Envy Me]와 [Get Real], 그리고 앞으로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을 추구해 나갈 것이고, 보다 더 흑인음악적이면서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음악, 시간이 지나가면서 미국 본토 앨범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그런 음악들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리: 디즈 씨의 앨범을 감상하게 될 흑인음악팬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부탁해요.Deez: 이번 앨범이 저에게 있어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시간적 제한과 제 역량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해보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Envy Me]를 들어보신 분들께서는 편안하게 즐겨주시면 좋겠고, 처음 접하게 된 분들께도 어필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리드머를 통해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고,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디즈의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남기고 입대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2집으로 다시 찾아 뵐 때는 보다 더 발전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일권 편집장님의 좋은 말씀 정말 감사 드리고요, [Envy Me]에 이어 인터뷰 하게 되어 뜻 깊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인터뷰. 글 /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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