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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WSW] 02 주혜린, 우리 아직 할 얘기 많아
    rhythmer | 2023-04-14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Woman Sings Woman'
    은 리드머의 김효진 필자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여성 알앤비 아티스트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삶과 내면세계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세상이 보물찾기 같던 때가 있었다. 갓 교복을 벗고 세상에 한 걸음 내디뎠던 때다. 나에겐 방대한 선택지가 주어졌고 시간은 충분했다. 나에게법적 성인이라는 말은 그 시간을 온전히 나의 의지로 운용해도 좋다는 허가증과 같았다. 밀란 쿤데라, 마르그리트 뒤라스, 페르난두 페소아이름부터 생소한 언어로 이루어진 작가들의 글을 읽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르네 마그리트 그림에 푹 빠져 전시회를 찾아가 두 눈으로 직접 새로운 세상을 담기도 했다. 세상 곳곳에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하며 그 새로움이 주는 짜릿함을 잊지 못해 매일 탐험하듯 살았다.

     

    새로운 사랑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또 하나의 우주를 탐험하는 일과 같아서 나는 매일 상대방을 속속들이 관찰하고 살폈다. 가지런히 모아 끝마디만 움직이며 턱 끝을 긁던 가늘고 긴 세 손가락, 평소엔 과묵해 차가운 인상이다가도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살짝 상기되던 뺨, 기분이 풀어지면 금세 올라가던 입꼬리, 환히 웃을 때마다 겹겹이 주름지던 눈가. 그 사람에겐 평범하고 사소할 모든 것이 나에겐 새롭고 유별난 보물이었다.


     


    무료한 일상을 버티는 방법은
    보물찾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주혜린은 그 해답을 일찍이 터득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서도 어딘가보물쪽지가 숨겨져 있을 거란 기대감을 품고 세상을 바라본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산들바람, 내 생각을 고스란히 적은 것만 같은 어느 작가의 문장, 한참을 웃게 하는 친구와의 티키타카. 일상 속 어느 것 하나 지루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 마음가짐은 노래에도 온전히 드러난다. 낯설지 않은 상황을 색다르게 표현한다.

     

    주혜린을 알게 된 건미장원때문이다. 차트 속 무난하고 예사로운 곡 제목 사이에서미장원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곧장 노래를 틀었다. 이내 직감했다. 연인에게 사랑을 말하는 동시에 질투를 속삭이는 단어로미장원을 선택한 아티스트라면, 앞으로 어떤 이야기든 보물찾기 같은 음악으로 만들 것 같다고. 그 직감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듯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주혜린은 노래하듯 말했다. “저는 일상적인 걸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걸 잘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 정말 아직은 할 이야기가 많아요.”



     

    I. 모든 게 노래

    : 노래를 만드는 일은를 꺼내 보이는 것

     

     

    "제가 행복을 잘 느끼는 타입이에요. 굉장히 사소한 것에 행복을 얻는 사람임은 확실해요. 날씨 좋은 걸로 행복하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거 행복해하면서 기다리고, 인터뷰 질문 받는 것도 너무 좋고요. 작업이 잘 안돼도 작업할 수 있는 게 행복하고, 동료들과 말이 잘 통해서 행복하고, 맛있는 거 먹어서 행복하고. 그래서 일상적인 것에서 할 말이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간 냈던 싱글의 가사도 어렵지 않게 쓰인 거 같아요.

     

    맞아요. 가사를 쓸 때 제 얘기를 써요. 아직은 어떤 테마에 대해서 상상해서 쓰는 것이 거짓말 같을 때가 많이 있어서요. 제가 느꼈던 거, 제가 경험했던 걸 조금 다른 시선에서 풀면 굉장히 일상적이지 않게 나오는 경험을 몇 번 하기도 했고요.

     

    저는 사랑에 빠진 모습을 순수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kids”가 그렇잖아요. 심리학적으로 적절한 퇴행의 모습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어기제라고 하던데,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듯했거든요. 이 가사는 어떻게 떠올리게 된 건가요?

     

    ‘밖에 나가면 나름 성숙한 이미지인데 왜 연인과의 관계에서만 이렇게까지 유아 퇴행적인 모습을 보일까?’ 싶어서 느끼는 감정을 필터 없이 죽 적었는데 제가 엄청 아기 같더라고요. 쓰는 말도 어렵지 않게 되고. 어른들이 쓸 법한 표현을 쓰다가도 연인에 대한 감정을 서술해보면 초등학생이 쓸 법한 작문이 되는 거죠. 예전에 저희 어머니가 키즈 카페를 운영하셨어요. 거기서 일을 도우면서 아기들을 보다 보니 거기 있는 아기들이랑 저랑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 손 잡고 들어오고, 엄마 손 잡고 나가고, 엄마를 계속 찾고, 노는 와중도 엄마가 보는지 계속 의식하고 그런 모습들이요.

     

    “미장원”도 조금 비슷한 모습인 거 같아요. 이것도 아이의 모습은 있는데 좀 더 세력 과시를 하고 싶어 하는 모습처럼 보였어요. ‘가위는 내 손에라고 하면서잘 설명해야 해협박하듯 얘기하다 결국엔눈 감아 줄게라며 용서해주듯 말하잖아요. 오히려 그게 상대방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사랑을 정말 많이 주는 편이라 그런 거 같아요. 진짜 많이 줘요. 꾸며내는 걸 못 하거든요. 제 마음은보고 싶어’, ‘좋아해정도가 아니라 어떤 유치한 마음이어서 그걸 설명해서 드러내는 것에 가감이 없어요. 이만큼 좋아하는 걸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만큼을 못 보여주는 게 막 억울해요. “만약에 내가 로또에 당첨됐어. 근데 네가 그 당첨금을 달라고 하면 다 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식이에요.

     

    그럼미장원이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떠올리게 된 거예요?

     

    제가 애인의 머리를 잘라준 적이 있어요. 노랫말을 위한 비유가 아니라 가위를 들고 있는 상황을 진짜 겪었던 거죠. 앞머리가 좀 길었는데 저한테 머리를 조금만 다듬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애인이 가고 싶어 했던 미용실 이름이미장원이었어요. 미용실 이름이미장원인 게 너무 웃긴 거예요. (웃음) 제가 머리를 잘라주는 상황도 재밌고요. 제가 헤어 디자이너도 아니고 실제로 머리를 잘라준 장소도 집이지만, 그 공간을 미장원이라고 가정하고 쓰게 된 곡이에요.

     

    정말 재밌는 얘기인데요. (웃음) 저는미장원이 발매된 날 처음 듣고 며칠간 생각했어요. 어떻게미용실도 아니고이발소도 아니고 영어 제목인 “Hair Cut”도 아니고미장원일까? 하면서요. “미장원이라는 단어가 너무 재밌어서요. 말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단어가 갖는 인상을 참 잘 살렸다 싶었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한국어 가사를 잘 쓰고 싶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고, 제가 활동하는 곳도 한국이니까 제 노래의 주 청자는 한국인들이잖아요. 사실 멜로디에 착 붙는 한국어 가사를 쓰기가 정말 힘들어요. 어떤 아티스트분은 한국어 가사를 잘 살리려고 자음과 모음을 연구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까진 못하고 있지만 (웃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야겠죠. 제 노래를 들어주는 분들에게 제가 느낀 감정의 미묘함까지 잘 전달하려면 한국어만큼 제격인 언어가 없으니까요.


     

    II.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

    : 평범함과 비범함은 한 끗 차이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저희 엄마 꿈이 가수였거든요. 엄마께서 저를 조수석에 태우시고는 카 오디오로 음악을 틀고 노래를 항상 부르시곤 했었는데요. 그때 엄마가 노래를 너무 잘하니까 충격적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노래를 부르는 일은 너무 멋있는 일이구나싶어서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그대로 불렀어요. 이은미 노래나 왁스의화장을 고치고같은 곡들이요. 엄마가 저를 데리고 노래방을 자주 가시기도 했어요. 제가 노래도 곧잘 하니까내가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같은데?’ 하면서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느꼈던 거 같아요. (웃음) 외할아버지도 색소폰을 전공하시고, 외가 가족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요.

     

    그런 분위기라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걸 가족들이 다 환영해줬을 거 같아요.

     

    아뇨. 아빠가 반대하셨어요. 중학교 때 공부를 꽤 잘했었거든요. 집에서는 두뇌로 굉장한 유망주였는데 (웃음) 전교 5등 안팎으로 성적을 유지했거든요. 부모님은 당연히 제가 공부 쪽으로 갈 줄 아셨나 봐요. 중학교 때 음악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하니 조금 당황하시더라고요. 마침 그때 제가 살던 전주에 있는 어떤 실용 음악 학원에서 오디션이 개최된 거예요. 아빠께서여기서 1등 하면 학원 보내줄게!” 하셔서 나갔는데 제가 1등을 해버린 거죠. (웃음)

     

    , 진짜 대단한데요? 그래서 그 학원을 보내주셨어요?

     

    . 그때 경쟁률이 150:1이었고 1등만 학원비가 3개월 면제였거든요. 안 보낼 수 없겠다 싶으셨겠죠. 음악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낮에는 연습실에 가고 밤에는 독서실에 가는 생활을 계속하니까 아빠가 결국엔 인정해 주셨어요. 계속 음악을 해도 좋다고요.

     

    그런데 지방에 있으면 동료를 구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나요? 네트워크는 아무래도 서울에 몰려 있으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음악 쪽으로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동료를 만날 곳은 대학밖에 없겠다 싶어서요. 대학에 들어오고 보니 정말로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동료들이 많더라고요. 학문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좋은 친구들과 음악을 발매하는 방향으로 시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다니던 중간에 휴학하고 첫 싱글 곡인 “kids”를 냈어요.

     

    지금은 아주 좋은 동료가 옆에 있는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세 곡 모두내일이 오면”, “회전목마에 참여한 박준우 작곡가와 함께했더라고요. 박준우 작곡가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다른 학교 친구가 밴드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을 준 적 있어요. 악기 연주자들은 다 그 학교 소속인데 보컬은 제가 하길 바란다고요. 어쩌다 보니 그 팀은 활동 못 하고 끝났는데 그분과 저만 인연이 닿아서 여태 작업을 하고 있네요. 제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해준 제일 중요한 인물이에요.

     

    음악적으로 합이 맞는 동료인가요? 아니면 정신적으로 지지가 되는 동료예요?

     

    둘 다예요. 우선, 제가 방향을 못 잡고 있을 때 첫발을 떼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해준 사람이에요. 제가 엄청 겁이 많아서 작업하면서도내가 고작 이 정도 단계인데, 이걸 들고 세상에 나가고 돼?”라고 하면 무조건 된다고 말해주는 동료거든요. 무엇보다 둘이 음악 취향이 잘 맞아요. 작업할 때 아이디어 같은 것도요.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성을 많이 못 느껴요. 곧 발표할 앨범 작업도 박준우와 같이하고 있고요. 스물두 살에 그 밴드에 소속되면서 제일 중요한 동료를 만나게 되었죠.

     

    새 앨범이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인데요. 새 앨범은 6월쯤 나온다고요.

     

    일단 목표는! 그렇습니다. 이전 작업물보다 훨씬 더 제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고 있는 앨범이라서 제 만족이 큰 상태예요. 들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미장원의 분위기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당연히 좋아하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 앨범에 담긴 공통 키워드가 있다면요?

     

    진부하지만 사랑이겠죠? 아니다. 사랑이라기보다는관계라는 키워드가 더 맞을 거 같아요. 이전에 발표한 세 곡에서 얘기하지 못한 것들이 더 다양하게 나올 예정이에요. 사랑이 주된 주제이긴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관계에서 비롯된 것들에 집중하려 했어요.

     

    그간 발표한 싱글이 세 곡뿐(“kids”, “미안해”, “미장원”)이지만 결국 다 하나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곡마다 초점을 맞추는 지점이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미장원처럼 재밌는 키워드를 설정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새 앨범에서도 그런 재치가 발휘될 거 같아요.

     

    맞아요. 그러려고 노력 중이에요. 얼마 전에 제가 정말 감명 깊게 본 뮤직비디오가 있어요. 아일라(iyla) “FOH”인데요. 이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처음에는 긴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요. 그런데 노래가 진행될수록 점점 옷이 짧아지거든요. 인물은 점점 괴로워하고요. 화려한 CG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 장치 하나만으로 눈을 끌더라고요. 많은 장치를 두기보다 눈에 띄는 장치 하나만 있어도 몰입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런 걸 음악에도 적용하고 싶더라고요. 내 음악을 끝까지 듣게 하려면 뾰족한 포인트가 있어야겠구나, 싶었죠.

     

    무엇보다 첫 EP잖아요.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첫 곡에 굉장히 자신감 있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어요. 저를 알고 제 앨범을 들으시는 분들에게 제가 굉장히 자신 있는 상태라는 걸 세뇌할 수 있도록요. (웃음)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은 저한테 많이 없는 모습이기도 해서 저한테도 최면 걸듯이 말하려고 만든 노래이기도 해요. 앨범 안에 제 약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 부분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내 이야기를 할 준비가 단단히 되어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물론 작업 중인 상황이라 곡 순서는 바뀔 수 있지만, 지금 시점의 제 계획은 그래요.



      

    III. 일상의 미학

    : 모두에게보물쪽지를 쥐여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느낌이네요. 두려움이 많은 편이에요?

     

    음악을 낼 때는 늘 노심초사해요. 그래도 이번 앨범은 윤곽이 좀 잡히고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긴 했어요. 첫 번째 트랙이 마냥 세뇌만은 아닌 거죠. 거짓말로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성격이야!’ 외치면서 저도 설득하고 상대도 설득하려고 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말이 진심이 된 거예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돌아보면 음악에 굉장히 경험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담으려고 하고, 그 일상적인 것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 두 개가 있어요.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Frank]랑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 [Corinne Bailey Rae]예요. 저는 두 앨범 다 접근성이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듣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어렵지 않도록 사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담아냈잖아요. 대중적인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어려운 가사를 좋아하지 않아요. 비유를 과하게 하거나 본인만 아는 가사를 쓴다든지 하는 건 제가 지향하고 싶은 방향이 아니에요. 저는 영화도 엄청 뻔하고 대중적인 거 좋아하거든요. [500일의 썸머] 같은 로맨스 영화들이요.

     

    그런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보니까 좋아하는 영화로 [이터널 선샤인]을 꼽았더라고요. 제 기준에서 [이터널 선샤인]은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에요. 다양한 방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니까요. 여담이지만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입니다. (웃음)

     

    [이터널 선샤인]의 경우에도 앞서 말한 이유와 비슷해요. 뻔할 수 있는 이별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놓은 얘기라서 좋아하는 거거든요. 저는 판타지 요소가 있더라도 그 지점을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이터널 선샤인]도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사실 판타지잖아요. 그런 걸 일상적인 모습으로 연출해서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사랑했던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 자체가 슬픈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그 영화가 주체성이 깃든 운명론으로 다가와요. 직감적으로 끝을 알면서도 서로를 다시 선택한다는 점에서요. 저보다는 이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네요. 이별이나 헤어짐에 연약한 편인가요?

     

    저한테는 이별이 매우 큰 이슈예요.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라서요. 한 명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웬만하면 오래 인연을 이어 가는 편이라 웬만해서는 짧은 인연이 없어요. 차라리 만남이 짧으면 이별도 가벼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애초에 가벼운 관계가 없다 보니….

     

    그래서 음악들이 그렇게 나온 거군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로.

     

    맞아요. 사실 제가 보고 경험하는 건 다 그런 것들이에요.

     

    그런데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매번 새로운 걸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음악을 생각해봤을 때, 저는 평범한 걸 평범하지 않게 표현하는 걸 잘하는 거 같아요. 삶이 힘들잖아요. 그 힘듦에 매몰되지 않도록, 각자의 삶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이 장르나 직업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해요. 저 같은 경우엔 앞서 말했듯 일상적인 것이 중요한 사람이고, 일상적인 것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음악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어요?

     

    정말 많은데…. (웃음) 제가 일상적인 것들을 일상적이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이유는 어떤 큰 이슈들은 잠깐 일어나고 끝나는 일이지만, 지루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삶의 연속적인 날들은 매일 경험하는 일이라서예요. 대다수의 사람은 지금 느끼는 게 무엇인지 적어 보고 표현할 일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가수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남들보다는 더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그게 어떤 사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 달리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공감받고 싶어요. 저도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고 하루하루가 특별하진 않으니까요. 제 노래를 들으시고, 지금 내 감정이 이렇구나라거나이 사람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제 노래를 들어주는 분들하고 그런 관계를 쌓고 싶기도 하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노래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끝으로주혜린은 어떤 아티스트예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기대해도 될 아티스트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많은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안 나왔던 느낌이라는 건 없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주 조금은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이 친구 뭐지?” 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웃음) 여름쯤에 새 앨범이 나오면주혜린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더 궁금해질 거라 자신해요. 저 아직은 할 이야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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