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인터뷰] Das Racist - 기존의 힙합 코드로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말 것!
    rhythmer | 2010-11-24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래퍼 트리오 다스 레이시스트(Das Racist)가 한국을 방문해 11월 25(목)일부터 27일(토)까지 대구, 부산, 서울에서 3회에 걸친 공연을 한다. 그들의 내한공연에 맞춰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디 음악 마니아가 아니라면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일수도 있겠지만, 다스 레이시스트는 미국에서는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이슈 메이커이자 실력파 뮤지션이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스 레이시스트는 뉴욕 퀸즈 출신의 Dap(Ashok Kondabolu)과 Hima(Himanshu Suri),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출신 Kool A.D.(Victor Vazquez)가 대륙을 가로질러 결성한 그룹이다. 물론 음악 외적으로도 이들은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 출신에 인도계와 라틴계라는 이색적인 배경, 그리고 날카로운 문화비평 시각을 담은 글재주만으로 뉴요커, 뉴욕 타임즈, 가디언 같은 미국과 영국의 주류 미디어로부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다스 레이시스트가 미디어와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악 때문일 것이다. 랩 그룹으로서는 이율배반적인 '인종주의자(레이시스트)'라는 이름에서 암시하듯 그들의 랩은 거침없이 사회비판적이지만 동시에 냉소와 유머, 지성과 재치를 담고 있다. 한편으로 다스 레이시스트의 음악은 자신들만의 개성과 함께 다채로움을 동시에 뿜어낸다. Diplo, Quincy Jones, Jay-Z, Roc Marciano, El-P, Vijay Iyer, The Very Best 같은 흑인 음악, 재즈, 월드뮤직 장르의 다양한 거물을 그들의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난 가을에 발표한 믹스앨범 [Sit Down Man]이 피치포크(pitchforkmedia)를 비롯한 영미권의 대중음악매체로부터 올해의 베스트 앨범 중 하나로 극찬을 받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스 레이시스트는 한국에 오기에 앞서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투어를 진행 중이다. [Sit Down Man] 발표 이후 '인디 스타'이자 문화적 이슈 메이커로 성장한 이들로서는 당장의 미국 투어가 새로운 음악적 경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스케줄 때문에 Hima를 제외하고 Dap과 Kool A.D.와 주로 단답형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다소 아쉬웠지만, 어쨌든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지치고 힘든 와중에도 짬을 내서 인터뷰에 선뜻 응해준 이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리드머(이하 '리'): 다스 레이시스트의 팬으로서 당신들과 마침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현재 미국에서 투어 중인 걸로 알고 있다. [Sit Down Man] 발표 이후 첫 투어인 듯한데, 이전에 비해 어떤 변화 같은 걸 느낄 수 있나.

    Kool A.D.: 호텔 방에 처박혀서 텔레비전만 엄청 보고 있는 중이라, 잘은 모르겠다.(웃음)

    리: 한국을 시작으로 이번 아시아 투어는 첫 해외투어인 듯한데, 기분은 어떤가?

    Kool A.D.: 흥분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Dap: 새로운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걸 빼면, 해외 투어가 특별히 낯설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직접 부딪히기 전에 특별히 흥분되거나 긴장하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고...

    리:  미국에서 활동하는 랩 아티스트로서 “Das Racist”라는 이름은 이색적이고 도발적이다. 어떻게 그룹 이름을 정하게 되었나? ‘인종 정치(politics of race)’적인 의도라도 있는 건가?

    Kool A.D.: 그냥 마케팅 팀에서 생각해낸 것이다.

    Dap: 정확히 말하면, 우리 마케팅 팀에서 고안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추출해낸 이름이다.(웃음)

    리: 앞서의 질문과 연관된 것인데, 사실 표면적으로 미국에서 인종이나 민족(ethnicity)은 더 이상 뮤지션에게 중요한 의미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랩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당신들 중 Hima와 Dap은 인도계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인종 정체성이, 의식적이든 무의적이든, 랩 뮤지션으로서 음악 활동과 작업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

    Kool A.D.: 인종은 복합적이면서 구분되는, 심지어 모순적인 정의들이 뒤섞인 단어이다. 피부색과 얼굴의 형상을 넘어서, 문화적인 것(음악, 음식, 예술, 패션, 사회적 행위, 에티켓, 슬랭 등을 통해 이해되는)이고, 법적인 것((미국 이민과 연관된: 역자 주) 개정헌법 14조, 시민권 법안, 소수민족 우대정책 등을 통해 이해되는)이고, 역사적인 것(민족, 국경, 이민 등을 통해 이해되는)이고, 기타 등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모든 정의들과 그에 대한 이해가 무수한 방식으로 중첩되고 상호작용한다. 금전, 시간, 그리고 여타의 모든 사물처럼, 사실 세밀히 관찰한다면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 인종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의 공식적인 법적 개념으로서 인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누가 특별한 인권을 소유하는지 아닌지, 누가 투표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지녔는지 아닌지, 누가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누가 버스의 어느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누가 누구와 결혼할 수 있는지, 누가 누구와 교류하고 조직을 꾸밀 수 있는지, 누가 어디서 일할 수 있는지, 누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누가 하나의 인간이며 누가 60%만 인간 취급을 받는지, 누가 소유주고 누가 소유물인지 등등을 결정하는 게 바로 인종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종에 관한 미국 대중의 생각은 이렇게 공식적이고 법적인 개념들에 의해 공고화되고, 역으로 이런 개념들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역사는 이렇게 현재의 순간에 항상 영향을 준다. 그것도 매우 실재적인 방식들로 말이다. 미국 대중문화는, 다양한 (주로 백인들이 지배하는) 산업을 통해 걸러진 미국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감정, 꿈, 두려움, 소망, 신경증, 강박관념, 영혼, 이데올로기의 표현이다. 이들 산업은 이러한 생각, 감정, 꿈, 두려움, 소망, 신경증, 강박관념, 영혼, 이데올로기의 보급을 통해 이윤을 챙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 감정, 꿈, 두려움, 소망을 냄비 안에서 휘젓고, 강화하거나 재조합하며, 혼종시키고(hybridize) 혼동시키며, 결합하고 녹여내고, 때론 돌연변이로 만들거나 복합적인 것으로 만든다. 문화는 그러한 보급 수단과 방식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문화의 역사는 바로 문화 판매의 역사인 것이다.

    Dap: 남인도인(South Indian)이기 때문에 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또한 남인도에 살고 있지 않은 남인도 남성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리: 한국인으로서 볼 때, 유색인종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명문 사립대학교 웨슬리안 출신이다. 교육배경이 랩 뮤지션으로서는 꽤 이채롭게 보이는데.

    Kool A.D.: 많은 래퍼들이 대학을 나왔다.

    Dap: 맞다, 정말 많이들 대학을 나왔다. 아마 미국 대학을 다닌 경험이 없어서 네가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혹시 인종주의자(racist)라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웃음)

    리: Dap은 Hima와 Kool A.D.에 비해 미디어 노출이 뜸한 것 같다.

    Dap: 난 사실 매우 잘 생겼다. 아마, 십대 소년들이 나처럼 수염을 기를까봐 두려워 미디어가 내 사진을 퍼뜨리지 않는 것 같다.

    리:  Kool A.D.는 본인의 캐릭터를 한 마디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Kool A.D.: “Scary Spice”

    리: 당신들의 음악은 랩 음악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힙합 코드는 아니다. 기존의 실험적 힙합, 혹은 인디 힙합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뭐 크게 신경 쓰지는 않겠지만, 당신들의 음악 스타일을 스스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을까?

    Kool A.D.: 월드 뮤직.

    Dap: 그냥 랩 뮤직.

    리: “Combination Pizza Hut and Taco Bell"은 당신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번째 노래라 할 수 있다. 이 노래 때문에 뉴요커지에서 만화를 그리는 팔리 카츠(Farley Katz)와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다. 뮤직비디오도 상당히 재미가 있었고...

    Kool A.D.: 그냥 만족스러운 곡이라 생각한다.

    Dap: 내 생각엔, 반복적이고 약간은 지루한 곡이라고 할까.

    리: CMJ 페스티벌과 SXSW에도 참가했고, 당신들의 앨범들은 다양한 음악매체와 뉴스미디어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뉴욕 대중문화 씬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듯 하고, 미국 인디 음악 씬의 떠오르는 스타로도 꼽힌다. 갑작스런 인기와 미디어의 주목에 대해 어떤 느낌인가?

    Kool A.D.: 그냥 만족하고 재밌다.

    Dap: 우리는 수많은 공연을 해왔고, 어떤 식으로든 적당히 세상에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우리 공연을 종종 보러오는 백인 팬들은 보통 남아도는 시간이 많은 편이고 그럴 때마다 인터넷하면서 우리 공연에 대해 얘기 하고 우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때문이다 물론 아마도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리: 당신들의 앨범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디 아티스트로서 경제적으로 어떻게 꾸려나가나?

    Kool A.D.: 투어(공연)와 머천다이즈로 주로 돈을 번다.

    리: 유명 스타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이름을 당신들의 앨범에서 볼 수 있다. 특히, [Sit Down Man]을 보면 최고의 흑인음악 프로듀서 Quincy Jones, 재즈 피아니스트 Vijay Iyer, 슈퍼스타 Jay-Z도 보인다. 실력 있고 유명한 뮤지션들의 독특한 조합이기도 하고, 이러한 조합 자체가 당신들 음악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다.

    Dap: Vija(Vijay Iyer: 역자 주)와 그의 밴드는 특히 최고였고, Quincy를 만나서는 매우 흥분되었다. (아마 피자 레스토랑이나 그런 곳에서) 곧 만나서 함께 작업하길 바란다.(웃음)

    Kool A.D.: 요트에서 처음 Quincy를 만났다. 그는 역시 최고다. 

    리:  이번 투어 다음에 어떤 계획이 있나? 새 앨범이나 프로젝트 같은 것?

    Kool A.D.: 비(Rain)랑 앨범 작업을 할 것이다.(웃음)

    Dap: 미디어 인수와 뒤따르는 파산...(웃음)  (‘조크’: 역자 주)

    리: 한국 음악이나 대중문화를 접해본 적이 있나?

    Kool A.D.: 오직 비(Rain) 뿐이다.(웃음)

    Dap: 별로. 많은 한국 애들이랑 학교를 다녔지만, 다들 미국 랩 음악만 들어서, 한국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리: 바쁜 와중에도 다소 장황한 질문들에 간결한(?) 답으로 응해줘서 고맙다. 한국에서 곧 만나길 바란다.

    Kool A.D.: 공연장에서 보자!


    *Das Racist 내한공연 정보
    http://supercolorsuper.com/2010/10/28/das-racist/

    *Das Racist의 “Who's That? Brooown?" 뮤직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rP322FWfJWQ

    *리드머 이벤트 링크
    http://board.rhythmer.net/src/event/notice/view.php?n=2899





    인터뷰. 글 / 양재영(Contributor)
    - Copyrights ⓒ 리드머(
    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8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doh! nuts (2010-11-29 17:39:02, 164.124.106.***)
      2. 정말 많이들 대학을 나왔다. 아마 미국 대학을 다닌 경험이 없어서 네가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혹시 인종주의자(racist)라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웃음)

        훔.. 그렇군요! 양재영님도 리드머 인터뷰하시나봐요 오호 멋지시네요 객원이신가;;
        여튼 peaaaaaaaace!!!!!!!!
      1. 손명환 (2010-11-27 21:28:56, 59.21.190.***)
      2. 재미있네요 ㅋㅋ
      1. howhigh (2010-11-24 20:50:10, 124.54.125.**)
      2. 지금 Sit Down Man 듣고있는데 신선하고 좋네요....
      1. Jeremy (2010-11-24 19:42:06, 222.120.155.**)
      2. 믹스테이프 두 개 다 굉장히 좋고 재미있게 들었는데 아무래도 인디씬에서만 주목을 받지 흑인음악 팬덤에선 전혀 언급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내한공연 갑니다 ㅎㅎ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