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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팔로알토 - 전 국민이 힙합을 알 필요는 없다!
    rhythmer | 2010-11-26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언더그라운드로 돌아온 팔로알토는 자신의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레이블의 프론트맨으로서 후배와 동료 뮤지션까지 서포트하며 그 어느 때보다 힙합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하며 씬을 지키는 이 건실한 랩퍼가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Daily Routine]에도 이 문화에 바치는 그의 열정과 노력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팔로알토는 외친다. ‘전 국민이 다 힙합을 알 필요는 없다.’라고. 그렇게 그는 오늘도 새로운 아침을 맞으며 한국힙합의 역사를 써내려 간다.

    리드머(이하’리’): 앨범 발매 축하해요. 커버가 우선 눈에 띄네요. 이렇게 자신의 얼굴을 부각시킨 건 처음인데요. 한국힙합사 적으로도 드문 경우가 아닌가 싶고…. (웃음)

    팔로알토(이하’팔로’): 하하. P&Q 때도 제가 나오긴 했고, [RESOUNDING] 앨범에도 제가 실루엣으로 나오긴 했는데, 얼굴을 대놓고 나온 적은 없었죠. 근데, 외국힙합 앨범들 보면, 이런 식 커버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도 전부터 얼굴이 부각되는 커버로 해보고픈 욕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하게 된 거에요.

    리: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웃음) 근데 시기적으로 가리온 2집하고 판매량을 다투게 된 심경이 어때요? 

    팔로: 영광이죠. 일단은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섣부른 판단일수도 있는데, 좋다는 반응이 많아서 좋고요. 다만, 이번 앨범에서 남자힙합, 하드코어힙합 성향을 기대했었던 분 중에는 아쉬워하는 경우가 은근히 적지 않더라고요.

    리: 아무래도 팔로알토 씨가 피처링했던 “짝패”나 “Rocksteady” 같은 곡에서 얻은 감흥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팔로: 저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름 의식해서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새로운 아침”이나 다음 트랙 “물러서” 등을 수록했어요. 근데, 각각 우울하거나 진지한 느낌이다 보니 뭔가 강하고 거친 느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회자도 좀 덜 되는 것 같고….

    리: 정규 앨범은 컨셉트를 확실하게 하고 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모든 취향을 만족시키긴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리고 꼭 모두를 만족시켜야 할 의무는 없는 거기도 하고요.

    팔로: 그래도 그 분들이 아쉬워하는 건 저도 좀 아쉬워요. (웃음) 어쨌든 이번 앨범은 작업할 시기에 느낀 감정이나 고민, 걱정들을 쓴 가사에 가장 어울릴 곡들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좀 더 마음을 열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리: 팔로알토 씨의 랩에서는 이른바 힙합 뮤지션으로서 부리는 허세라고 할까요?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진단 말이에요. 그만큼 진심이 많이 느껴진다는 거죠. 전 인터뷰 때도 얘기했었지만, 건실한 청년,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 중 한 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말씀을 들어보니 이런 이미지에 대한 부감감도 좀 있고, 하드코어적인 면을 원하는 팬들을 계속 의식하는 편이었던 거네요?

    팔로: 네, 그렇죠. 어쨌든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니까요. 사실 이번 앨범도 들어보시면 저 나름대로의 스웩(Swagg)이 있어요. 다만, 그걸 세게 어필하거나 강조하지 않을 뿐이죠. 사람의 성향 차이인 거 같아요. 제가 랩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제가 느낀 이야기들을 가사로 써서 뱉었을 때 공감하길 바랐기 때문이거든요.

    리: 그런 적 있어요? 나는 되게 강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든지 하는….

    팔로: 아예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었어요. (웃음) 나는 나름 세게 나갔는데, 아예 회자가 되지 않았던.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요.

    리: 어떻게 보면, 그게 하나의 무기인 거 같아요. 굳이 센 척 안 해도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묻어 있으니까요. 앨범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볼까요? “City Lights”는 예전 “서울의 밤”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렇게 도시, 특히, 서울에 대한 테마를 꾸준히 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팔로: 그것도 환경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도시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 가운데 제가 있고, 그 안에서 제가 느끼는 것들을 담으니까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제가 그런 류의 음악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도 있고요.

    리: 그럼 앨범 전체에서 풍기는 우울함, 고독 같은 분위기도 팔로알토라는 인물에게 그대로 전이해도 무리가 없는 건가요? [Lonely Hearts] 때는 물론이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란 말이죠. [Daily Routine]이라는 제목도 자연스럽게 우울하게 느껴질 정도로. (웃음)

    팔로: (웃으면서) 일단 ‘Daily Routine’이라는 말은 하루 동안 이야기일 수도 있고, 한 달 동안의 반복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단, 제가 정한 컨셉트는 1번 곡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면서 ‘오늘 시작이다. 다 두고 보자!’라는 독한 느낌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곡인 “죄인”을 통해 그러한 과정 속에서 받은 상처와 반성, 후회, 아쉬움 등을 이야기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죄인”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아침”으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구성으로 짠 거고요. 그래도 말씀한 것처럼 [Lonely Hearts] 때와 마찬가지로 우울하게만 가면 너무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나름 완급조절을 했어요. 근데 이번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 아무래도 저의 감성 자체가 우울한 것 같아요.

    리: 그런 우울함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팔로: 노력은 많이 하는데, 아직 색다른 방법을 찾지는 못했어요. 일단은 생활패턴을 정상으로 되돌려놔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낮에 좀 돌아다니고 밤이 되면 좀 빨리 자려고 하고 있어요. 운동도 좀하고…. 요즘 자전거 사려고 알아보는 중이에요. (웃음) 이렇게 일부러 우울함을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너무 우울한 느낌이 제 음악에서 계속 드러나니까 다음 행보부터는 음악적으로 좀 희망차게 가보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굳이 애써서 밝으려고 할 필요는 없지만요.

    리: 전 밝은 성격에 속하는데, 음악적으로는 우울하거나 마이너한 감성의 음악을 좋아해요. 근데 음반업계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류의 음악들은 우리나라에서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가요든 팝이든 아무리 전작이 히트한 가수여도 일단 어둡거나 우울하면 수익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대요.

    팔로: 확실히 그런 부분이 큰 거 같아요. 클럽에서 틀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뭐, 놀기에 좋은 음악들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리: 이번 앨범에는 다른 랩퍼들도 참여했는데, 우선 YDG 씨의 피처링이 눈에 띕니다. 이번이 첫 작업이었죠? YDG 씨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팔로: 원래 동근이 형(YDG)이랑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비지 형이 친하니까 비지 형 통해서 가끔 만나거나 같은 공연 라인업이라서 보고 인사한 적밖에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동근이 형이 배우일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어요. [네 멋대로 해라] 때도 엄청 팬이었고요. 이후, 제가 고3 때 동근이 형의 1집이 나왔는데, 음악적으로도 좋아하게 됐죠. 이번 “죄인”은 사실 작업한 지가 꽤 된 곡이에요. [Lonely Hearts] 이전에….

    리: 그럼 원래는 [Lonely Hearts]에 수록할 예정이었던 건가요?

    팔로: 아니요. 당시에는 [Lonely Hearts]의 분위기와 컨셉트에 딱 들어맞지 않아서 빼놨던 곡이에요. 그리고 피처링없이 저 혼자 하려고 했었고요. 제가 애착이 가는 곡이라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같이 곡을 만든 211이 먼저 제안을 했어요. 가사가 신앙적인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에 동근이 형도 이런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탁했는데, 다행히 저희 예상대로 동근이 형도 이 주제를 항상 고민하고 있던 터라, 작업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당시에 동근이 형은 영화 홍보 기간인데다가 개인적으로 되게 바쁜 상황이었는데도 피처링을 흔쾌히 수락해줘서 되게 감사했죠. 또 제가 부탁하지 않은 부분들까지도 알아서 잘해줘서 진짜 고마웠어요. 사실 이전까지는 친밀감이 별로 없었는데, “죄인”이란 트랙을 통해서 뭔가 대화를 많이 나눈듯한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리: 그럼 “죄인”처럼 [Lonely Hearts]를 만들 시기에 작업했던 곡 중에 또 이번 앨범에 수록된 트랙이 있나요?

    팔로: “Love Game”이요. 비트는 몇 번 바뀌었는데, 가사는 군대에서 써놓고 전역해서 계속 수정한 거니까 일단 작업시작으로 따지자면, 더 이전이죠. “City Lights”도 비트는 [Lonely Hearts]를 만들던 시기에 나온 곡이에요. 그 앨범에 유력하게 수록될 뻔한 곡이기도 하고요. 그때는 완전히 다른 주제의 가사였는데, 그걸 엎고 이번에 새로 쓴 거죠. 다만, 이 곡은 그때도 꼭 진보(JINBO) 형이랑 작업해야지, 아니면 발표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리: “Love Game”은 가사가 유독 앨범에서 튀어요.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마초적인 이미지가 드러나는 곡인데…. 경험에서 우러난 내용인가요?

    팔로: 그 곡은 군대에서 썼으니까 당시의 마음이 많이 담겨있어요. 그때 되게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어요. 근데 그 여자애는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 거죠. 그 분노의 감정을 써서 묵혀두고 있다가 남자들이 공감할 수도 있는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지만, 마음이 있어서 뺏고 싶은 그런…. 제 얘기이기도 하니까 재미있겠다 싶어서 수정을 거쳐서 수록하게 됐어요. P&Q 앨범도 잘 들어보시면, 그 여자한테 하는 얘기가 많아요. 당시는 그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2년 넘은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거 들려줄 때 되게 미안해요. (웃음)

    리: 따지자면, 이 곡은 Lyrical 복수인 셈이네요? (전원웃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스타일은 아니죠?

    팔로: 근데 실제로 제가 군인 때 그 아이한테 들이댔었어요. 뭐 결론적으로 성공은 못했죠. (웃음)

    리: “새로운 아침”이나 “물러서”는 그런 가사를 쓰게 한 동기를 제공한 특정한 대상이 있었던 건가요? “패자는 말이 없다”도 비슷한 주제이긴 하지만, 중도에 포기한 모든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다면, 앞 두 곡은 그보다 개인적인 느낌이 강한데….

    팔로: “새로운 아침”과 “물러서”는 제가 이 씬에 있으면서 어떤 뮤지션의 행동이나 돌아가는 현상을 볼 때 좀 아니다 싶은 것들에 대한 심경을 담은 곡이에요. 만약 특정 대상이 있었다면 대놓고 했을 텐데, 저는 아직 누군가를 디스하고싶은 마음이 든 적은 한번도 없거든요. 만약 제가 공격을 당했다면 모르겠지만…. 음악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뮤지션도 제가 굳이 강요하거나 다그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새로운 아침”에 보면, ‘나는 널 용서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네가 싫다.’ 같은 가사들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제가 이룬 것을 무시한다거나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좀 더 보여주겠다는 오기를 담은 곡이에요. “물러서”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우리가 잘못 치우쳐 있을 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에서 적은 가사고요. 그리고 “패자는 말이 없다”는 곡 자체도 신나는 디스코 풍이고, 저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한편으로 진짜 패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나름 선한 목적을 담은 거고요. (웃음)

    리: 그럼 그 패자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일컫는 건가요? 이를테면, 이 씬에 잠깐 발을 담갔다가 좀 안 될 것 같으면, 금방 발을 빼는 그런 이들? 아니면, 아무 고민 없이 상업적인 목적과 타협하는 이들?

    팔로: 음… “물러서”의 2절을 보면, ‘더 자극적인걸 바라는 대중의 요구가 과연 맞는 답일까? 아님 결국 돈일까?’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대중의 요구에만 부합하기 위해서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너무 포장하는 이들을 생각했어요. 비단 힙합뿐만이 아니라 가요계 전체적으로…. 대중이 자극적인 걸 바라는 것에 대해서 갑자기 한탄하는 건 아니에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왜냐면, 그건 옛날부터 그래왔던 거니까요. 예를 들어서 솔직히 저도 예쁜 아이돌을 보면 혹해요. 그건 당연한 본능이니까. 근데 아이돌들은 대부분 10대인데, 그 어린 친구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립싱크 하면서 부르는 가사들이 되게 성적이잖아요? 본인들은 그런걸 겪어보지도 못했을뿐더러 기획사의 힘이 그렇게 만든 거고요. 그런 어린 친구들이 너무 노출을 심하게 하고 나와서 그런 가사를 부르는 게 잘되니까 다른 사람들도 더 심하게 강도를 올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되게 안타까웠어요. 근데 그렇게 아이돌 시장이 주류문화에서 강세이다 보니까 뮤지션들이 힘들다 보면 갈등할 수도 있거든요. 저도 그런 과정을 거쳐왔고. ‘그렇더라도 흔들리지 말자,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잘 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곡을 쓴 거였죠. 그래서 메타(MC META) 형이랑도 문화를 형성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근데 확실히 모두가 하나가 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리: 겉으로 ‘하나’가 되는 건 어떨지 모르지만, 진짜로 ‘하나’가 된다는 건 어떤 분야든 매우 어렵죠. 솔직히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팔로: [Lonely Hearts]를 내고 인터뷰하고 다니면서 항상 얘기했던 게 우리가 뭉쳐서 힘을 만들어서 뭔가를 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근데 그 이후에 나름 노력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애기를 많이 나눴지만, 이제 와서 제가 내린 결론은 각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왜냐면, 뮤지션들이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하니까 누군가가 뭉치게 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뭐 방법이 있다면 물질적인 힘, 이를테면, 돈이라든가 혹은 자본력이 엄청 강한 사람이 뭉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마음 때문에 뭉치는 게 아니라 이익 때문에 뭉치는 거기 때문에 결정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거든요.

    리: 그래도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혹은 필요한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팔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더 필요한 거 같아요. 아직 저도 답을 찾지는 못했는데, 일단 자기의 진심만 잃지 않고 현 가요시스템을 잘 이용한다면, 전 응원할 수 있어요. 인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그런 행동을 무턱대고 손가락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리: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힙합 음악의 형태는 아니지만, 주류 가요계에서 힙합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말하는 거죠?

    팔로: 네. 어쨌든 슈프림 팀(SUPREME TEAM)이 되게 잘되고, 사이먼 디(SIMON DOMINIC)가 유명해진 거에 대해서 응원하고 있고, 아직도 이센스(E-SENS)가 순수한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고마운 거죠. 또, 제가 뭐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율할 수도 없고요. 어쨌든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 초심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나는 기획사에서 오디션 보고 떠가지고 CF도 찍을 거야!’라는 맘을 먹은 사람이 아닌 이상 보통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아니면 온라인으로 믹스테잎 내면서 시작한 사람들의 목적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내가 이 바닥에서 뭐하나 보여주겠다!’ 이런 마음인데,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문화를 형성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힙합은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MORE THAN MUSIC’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문화잖아요. 이 문화를 음악과 어떤 상업적인 성공에만 포커스를 두는 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은 거죠. 어쨌든 우리가 비주류라면, 홍대를 중심으로 방송에서는 사람들이 절대 접할 수 없는 걸 보여줘야 되는데, 여기서도 규모만 작을 뿐 똑같은걸 한다면, 저희들은 언젠가 없어지고 말게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서 힘을 키우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 정말 중요한 얘기고 공감합니다. 저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거든요. 이 씬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팬들이나 신인 뮤지션들은 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음악적인 발전은 분명히 이루어졌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달리 문화적인 부분이 수반되지 않으니까 뭔가 씬이 좀 겉도는 느낌이거든요. 메이저 시장의 축소판인 느낌이고….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자꾸 가요계를 따라가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예전 같으면, 힙합팬들이 막 욕을 해야 했을 음악도 ‘우리 오빠들, 혹은 우리 형들 가요계에서 성공하도록 이해해주자.’ 이런 좀 희한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죠. 이게 진짜 힙합 씬을 살리는 길이 아닌데 말이죠.

    팔로: 예. 저도 그 분위기에 대해서 좀 아쉬운 게, 그렇게 되니까 오히려 뮤지션들도 가끔은 방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뮤지션들의 책임감이 제일 중요한데, 계속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해야 해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항상 의식하면서라도 뒤돌아봐야 해요. 
     
    리: 그럼 다시 불거진 ‘힙합의 대중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메이저에 나가서 이른바 그 쪽 시스템에 맞는 음악을 하게 된 뮤지션들이 ‘힙합의 대중화’를 외치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팔로알토 씨가 친분이 있는 뮤지션도 있겠지만, 씬에서 중심을 이루는 입장에서 생각을 듣고 싶네요. 또, 팔로알토 씨는 이미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했던 경험이 있기도 하고요.

    팔로: 일단 힙합의 대중화라는 것이 어떻게 대중화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지금 알려져 있는 아웃사이더(OUTSIDER), 슈프림 팀, 산이(SAN-E) 등 저와 비슷한 세대 뮤지션들을 보면, 다들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뭐 각자의 방식으로 잘해내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 제가 아쉬운 부분을 토로할 순 없는 게 개개인이 싸워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특히, 전 이센스랑 교류가 많은 편인데, 지금도 애기를 나누면,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을 헤쳐나가야 할 방법도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그걸 이센스 혼자 바꿀 수는 없단 말이에요. 어쨌든 앨범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라던가 스튜디오 비를 내주거나 프로모션을 위해 움직이는 인력을 사는 사람은 이센스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니까요. 다시 얘기로 돌아오면, 아직 제가 봤을 때 대중이 느끼는 힙합은 그냥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있는 걸 듣는 정도지, 힙합이 뭔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것도 뭐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싶은 거죠. 굳이 전 국민이 힙합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그냥 취향이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저도 국악을 들으려면 국악에 대해서 존나 공부해야 하는 거니까…. (웃음)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굳이 모든 사람이 대중에게 힙합문화에 대해 막 주입시킬 필요는 없고 사람들이 이 문화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끔 할만한 요소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리: 좋은 의견이네요. 어쨌든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현실을 알기 때문에 응원한다 뭐 이런 입장인 건가요?

    팔로: 대중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중에 물론, 실력도 안되고 솔직히 모르겠다 싶은 친구도 있지만, 실력 좋은데 어떤 힘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해서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은 진짜 응원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이 그렇게 해서라도 인지도나 힘이 생겼을 때. 자기들이 순수한마음을 잃지 않았다면, 그때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JK 형이나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형들이 그런 뮤지션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여전히 힙합이라는 문화 자체를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대중매체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가요프로그램에 나가서 그 짧은 3분이란 시간 안에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않을 거고… 그래서 지금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방송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거예요. 미국은 힙합이 우리나라처럼 갑자기 어디서 와서 비주류 문화였다가 주류가 된 게 아니라 그네들에게는 그게 팝이니까 자연스러운 건데, 우리나라는 환경도 다르고 역사도 짧기 때문에 솔직히 방송에서 갑자기 뒤집을 수 있는 변화는 기대하지 않아요. 방송계나 돈을 쥐고 있는 부의 권력자들은 이게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익을 가장 먼저 보기 때문에 우리가 가능성을 보일 수 있을 만큼 문화를 만드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리: 그럼 팔로알토 씨는 어쨌든 그런 음악과 문화적인 부분을 잃기 싫어서 다시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하고 있는 거라고 봐도 될까요?

    팔로: 음… 일단 이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정글(Jungle Ent.)에서 JK 형을 보면, 그런 걸 의식해서 앨범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지금은 당연히 의식할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는 분이기도 하지만, 그 형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Good Life”만 봐도 그래요. 후렴이 랩인데, 그런 곡이 1위를 했잖아요? 당시 흐름상 말이 안되잖아요. 그런 JK 형이 레이블의 핵심으로 있기 때문에 저에게도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걸 주문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만약, 제가 정글에서 앨범을 냈다고 해도 확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지금보다는 대중성을 의식한 음악이 나오긴 했을 것 같아요.

    리: 어쨌든 하이라이트는 ‘전국민이 힙합을 알 필요는 없다.’는 정신으로 할 생각인 거죠?

    팔로: 굳이 주위 옆 친구가 힙합 모른다고 ‘아이 병신아.’ 이러는 사람들이 아닌 거죠. 그래도 저희의 음악을 많은 사람이 들어주길 원하는 욕심은 있어요.

    리: 이게 씬 안에 있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외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문제가 좀 심각해요. 대부분 평론가나 방송관계자는 인디, 혹은 언더그라운드의 힙합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단 말이에요. 이건 시간상 문제도 있으니 이해하는 부분이지만, 여하튼 그렇다 보니 외부에서 힙합이라고 인지하는 음악들은 죄다 적당히 댄서블하고 대중적인 멜로디에 랩 하나 얹히고 보컬로 후렴구를 조지는 음악들이란 말이죠. 시스템적인 한계는 저도 공감합니다만, 문제는 그런 관계자나 대중의 관심이 딱 거기서 끝이라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과연,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 그런 음악을 하는 게 정말 한국힙합을 위하는 길인가?’ 이런 회의감이 드는 거죠. 게다가 이 ‘힙합의 대중화’라는 건 이미 10년 전부터 가요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외치던 거였고요. 전국민이 힙합의 깊은 부분은 몰라도 ‘힙합’이라는 말은 안단 말이죠. 그럼 이제 힙합적인 걸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제자리 걸음,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 핑계 같고….

    팔로: 어느 정도는 공감해요. 특히, 외부 관계자 분들에 대한 얘기는 말씀하신 게 확실히 맞아요. 저도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진짜 아직도 멀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그 분들을 앉혀놓고 두 시간 동안 힙합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이걸 보여주고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해요. 그리고 평론가 분들을 싸잡아서 욕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평론도 진짜 이 문화와 음악을 즐겨 들어온 사람이 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 [Lonely Hearts] 앨범이 네이버 평단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게 한 줄 평이었는데, 별을 두 개, 두 개 반 받은 걸 보고 되게 충격 받았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평가한 음반들을 다른 장르까지 다 찾아 봤어요. 근데 힙합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이 많더라고요. 물론, 음악이 안 좋았다고 평할 수도 있고, 제가 받아들여야 할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제가 되게 좋다고 생각한 몇몇 음반도 다 악평을 받은 게 많은 걸 보고, 이런 식의 평론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리: 흠… 저와 안면이 있는 분도 그 중에 있을 듯한데, 개인적으로 통감하는 부분입니다.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끼고요. 

    팔로: 그래서 “Fast Life”라는 곡에서 누군가에게 창작성을 판단 당하고 평가받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가사를 썼던 거예요. 하지만, 리드머 리뷰를 봤을 땐 저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나 좋은 부분을 언급한 게 뭔가 설득력이 있죠. 리드머에서 글을 쓰는 분들을 포함해서 사이트 자체가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까 다르잖아요. 근데, 말씀 드린 ‘오늘의 뮤직’ 같은 곳에서 저에 대한 평을 보면, 이제 안 받아들여지는 거죠.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혹은 힙합에 대해서 도대체 뭘 안다고 이런 평을 길게도 아니고 한 줄로 띡- 하고 쓰느냐는 거죠.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했어요.

    리: 프로덕션 얘기를 해보죠. 김박첼라 씨와 2곡을 작업했는데, 꾸준히 컨택하고 있었나요?

    팔로: 사실 예전에 첼라 형이랑 한번 작업할 계기가 있었는데, 펑크난 적이 있었어요. 인디언 팜(Indian Palm)을 할 때였는데, 저에게 피처링 부탁이 왔었죠. 그런데, 그땐 제가 인디언 팜이나 김박첼라 형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였던 데다가 직접 컨택받은 게 아니라 한 다리 건너서 받아서 거절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최근에 정기고 형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집앞카니발’을 통해서 합주도 하고 회의도 하면서 만나게 됐죠. 관심이 생겨서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고요. 그때 포니테일의 앨범이 나왔을 때인데, 정말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참 좋아하고 있었는데, 비-프리의 [Freedumb] 앨범에 첼라 형이 만든 “Slow Jam”을 듣고 결정적으로 ‘아 이 형이 되게 스펙트럼이 넓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렇게 친해져서 이번 앨범에 수록될 곡을 부탁했죠.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겠다 싶은 곡을 선택하게 된 거고요.

    리: 프라이머리(Primary) 씨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서 “Love Game”의 비트가 여러 번 바뀌었다고 했잖아요? 프라이머리 씨의 비트가 입혀진 건 어떤 계기로?

    팔로: 아, 프라이머리 형이 원래 솔로 앨범을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저한테 피처링 부탁을 몇 곡 했었는데 그때 받은 비트들 중에 하나에요. 처음에는 크리티컬피(CRITICAL P)의 비트에 했다가 한번 엎고, 제가 만든 거에 했다가 그것도 엎고, 최종적으로 프라이머리 형 비트로 간 거죠. 형 앨범이 미뤄지면서 제 앨범에 수록하게 된 거고요.

    리: 오, 그럼 프라이머리 씨가 지금도 계속 솔로 앨범 작업을 하는 중인가요?

    팔로: 제가 알기론 작업을 하다가 멈췄다가 하는 것 같은데, 형이 현재 외부작업들이 되게 많다 보니까 생각이 계속 바뀌는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개인 앨범에 대한 생각이 많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리: 프라이머리 씨와는 궁합이 잘 맞죠?

    팔로: 뭐, 가장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프로듀서 형이에요. 서로 유대감도 강하고, 음악적으로도 서로 리스펙하고 있고요.

    리: 지난 가리온 인터뷰 때도 중요하게 다뤘던 부분이긴 한데, 팔로알토 씨는 가끔 추임새를 제외하면, 한영 혼용 가사를 안 쓰는 뮤지션 중 한 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요. 그동안 한국힙합 씬에서는 한영 혼용 가사에 대한 논란이 심심치 않게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뮤지션들이 표면화시키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가리온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거든요?

    팔로: 음, 제가 가리온의 힙플 인터뷰 때 인터뷰어로 갔었는데, 그때 저도 혼용에 대한 질문을 했었어요. 1집 [Resounding]의 “Verbal Definition”이라는 곡에서도 잦은 외래어를 사용하려거든, 차라리 영어로 랩을 하라는 내용의 구절을 썼듯이 당시 저는 한영 혼용 MC들을 약간 얕봤던 게 사실이에요. ‘저게 뭐하는 짓이지’ 싶었죠. 근데 이제는 한영 혼용을 해도 랩 자체로 잘하는 랩퍼들이 되게 많아졌기 때문에 기술적인 면에서 봤을 때 이걸 그냥 그렇게 얕보기만 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JK 형, 비-프리, 비지 형과 함께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이 뮤지션들은 영어권에서 오래 살다 왔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말로 내뱉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엄격하게 볼 수만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가사에 영어를 많이 쓰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한국말에 더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고요. 내가 평소에 말하는 언어로 멋있게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해보고 싶어요.

    리: 재미있는 건 평소 한영 혼용을 즐기는 랩퍼들도 이번 팔로알토 씨 앨범에서는 다 한국어로만 랩을 했더군요. (웃음) 특별히 주문한 건가요?

    팔로: 아, 아니에요. 사실 의식도 안 했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리드머 리뷰를 보고 다시 들어보니까 진짜 영어를 안 섞어 썼더라고요. (웃음) 뭐, 저도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너무 한영 혼용이 많아지지 않았으면 해요. 사실 미국의 힙합이 본토 문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정도 그것에 대해을 배워야 하고 영향 받아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요즘엔 그 사람들이 외국에 대해서, 특히, 우리나라에 관심이 되게 많잖아요.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윌아이엠(Will.I.Am)의 “Check It Out”에 한글 자막이 나오고,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가 1위를 한 것. 또, 제 경험에 비춰봐도 제이롤스(J.Rawls)가 오히려 저에게 적극적으로 이메일을 보내서 컨택한 일과 유명하지 않은 할렘의 어떤 흑인 프로듀서가 매주 저에게 이메일로 비트를 보낸다거나 하는 현상을 보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는 다르단 말이에요. 이건 자기들이 보여주던 멋이 우리에게 있어서가 아니라 그네들의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이국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비프리의 “I’m Free” 뮤직비디오에 게릴라 공연과 서울의 모습을 부각시킨 이유도 동남아나 미국, 유럽에서도 우리나라 힙합음악을 듣는데, 그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접하는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앨범 커버도 그렇고, 좀 더 우리다운 것을 많이 보여줘야 맞는 게 아닌가 싶고…. 그래서 메타 형의 뜻에 동감하고요. 이젠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곳보다 우리나라 힙합의 퀄리티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만의 짙은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그런 건 있는 거 같아요. 영어권에서 살다 온 랩퍼들이 영어로 생각한 것을 한국말로 내뱉었을 때 새로운 느낌이 나는….

    팔로: 맞아요. 그런 매력이 있어요.

    리: 좀 전에 잠시 언급됐는데, [Resounding]에 수록된 “Verbal Definition”이라는 곡을 통해서 랩퍼들에게 조언을 했었잖아요? 랩퍼를 꿈꾸는 이들에게 덧붙여서 충고해줄 내용이 있을까요?

    팔로: 음… 좀 더 큰 범주에서 봤을 때 이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보면, ‘Swagger’를 얘기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제는 막 ‘Swagger’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짜증날 정도로 너무 많은데, ‘Swagger’는 갑자기 어디서 생겨난 게 아니라 힙합음악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성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Swagger’를 하고 있어요. ‘팔로알토는 왜 앨범에서 ‘Swagger’를 안 하지?’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근데 이걸 잘못 이해하는 친구들이 요즘엔 많은 것 같아요. 무턱대고 자신을 뽐내는 가사들이 많아지고 반응이 좋다 보니까 요즘 랩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이 다 그런 걸 쓴단 말이에요. 근데 중요한 건 과연 자신이 ‘진짜’라고 과시할 만큼 위치가 되느냐, 실력이 되느냐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해야 한다는 거예요. 가사를 쓸 때는 책임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힙합은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겨서 전파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하죠. 더구나 음악은 사람의 정신까지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만큼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공연장에 10명이 오는 인지도의 뮤지션이든, 10,000명이 오는 뮤지션이든 상관없이 가사를 쓰는 모든 사람은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써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내가 짱이고, 넌 병신이야.’ 이런 가사가 너무 많은 게 진짜 짜증나요. 이런 건 자신이 정말 잘한다고 인정받고 뭔가 이뤘을 때, 자기가 봤을 때도 떳떳하겠다 싶을 때 진짜 멋있는 게 아닐까요?

    리: 동감합니다. 좋은 말씀이에요. 그럼 앞으로 계획 좀 말씀해주세요.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계획도 같이.

    팔로: 일단 하이라이트의 내년 계획이 계속 생기고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잡힌 건 없기 때문에 다오픈할 순 없지만, 에이조쿠(Aeizoku)와 함께하는 앨범을 준비 중이고요…

    리: 아! 그걸 안 물어봤네요. (웃음) 원래는 정규보다 먼저 나오기로 하지 않았나요?

    팔로: 네, 지난 인터뷰 때 그렇게 말씀 드렸었는데, 작업이 되게 더뎌졌어요. 그때는 제가 욕심이 커서 그 앨범이랑 정규랑 같이 진행하고 있었는데, 죽겠더라고요. (웃음) 이게 제 능력 밖의 일이라…. 게다가 에이조쿠가 요즘 영상 일과 아트워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저도 얼굴을 거의 못보고 있어요. “I’m Free” 뮤직비디오가 나온 이후로 외부에서도 작업 컨택이 많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리: 그럼 에이조쿠 씨가 좀 한가해져야 완성이 되겠네요?

    팔로: 근데 에이조쿠가 되게 신기한 친구에요. 저는 천재라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한테는 음악 작업이 휴식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앨범 커버나 영상을 만들고 쉴 때 곡을 만들거든요. 보통 작업을 하다 쉬잖아요? 근데 쉴 때 곡을 만드니까 처음엔 미친 게 아닌가 싶었죠. (전원웃음) 근데 계속 보니까 천재다! 멋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에이조쿠는 영상하고 콜라보가 되는 개인 결과물이 나올 거예요. 저와 하기로 한 앨범은 내년으로 미뤘고요. 일단은 비프리까지 합류했으니 셋이 메인이 되서 뭔가를 만들어갈 것 같아요.

    리: 비프리 씨도 계속 작업 중이죠?

    팔로: 네. 디지털 싱글 작업을 계속 하고 있어요. 하나는 완성이 됐고요. 저도 내년 1월쯤에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싶어서 곡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요. 이 외에도 비프리랑 같이 뭐 하나를 기획 중인 게 있고요. 이건 뮤지션들이 좀 재미있어할 것 같아요.

    리: 궁금하네요. 음반 외적인 작업인 건가요?

    팔로: 아, 아직 구체적인 건 안 잡혔어요. 나오면 알려 드릴게요. 참, GLV도 자건(Zagun)이라는 랩퍼와 프로젝트 앨범을 계속 녹음 중이라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뭐 이런저런 계획은 많은데, 이게 지켜지느냐 안 지켜지느냐가 중요한 거라. (웃음)

    리: 더 말해도 되요. 원래 이렇게 뱉어놔야 책임감이 더 생기니까요. (전원웃음)

    팔로: 어쨌든 내년엔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에요. 아, 오는 12월 18일에는 저랑 비프리랑 신촌에 있는 옛날 마스터플랜, 긱(GEEK)에서 콘서트를 하니까 많이 와주세요. 앞서도 계속 얘기한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좋은 도구가 바로 라이브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우리를 알리는 제일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저든, 비프리든, GLV든 계속 정기공연 식으로 이어가려고 해요. 뮤지션들 여럿이 모여서 하는 기획 공연이 아니라 하이라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세트도 제대로 짜서 하는 공연을 기획 중이에요. 12월 18일에 하는 공연도 지금 세트 짜는 것 때문에 머리가 되게 아픈데요, 멘트 거의 없이 논스탑 라이브 식으로 좀 더 재미있게 하려고요. 지겹지 않도록 멘트를 중간중간 하긴 하겠지만, 쓸데없는 얘기 안하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세트를 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 앞으로 목표 중 하나에요.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리: [Lonely Hearts]이후로 게릴라 콘서트도 하는 등 공연활동을 활발하게 했는데요, 기억에 남았던 무대가 있어요?

    팔로: 공연섭외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와서 대학축제부터 여러 파티와 공연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 기억에 남는 건 여중축제를 갔을 때였어요. 여고축제는 몇 번 가봤는데, 여고생들은 그래도 음악도 듣고 반응도하고 어떤 소통이 되거든요? 멘트를 하면 웃기도 하고…. 근데 여중 애들은 아무래도 어리다 보니까 멘트나 음악 이런 거 상관없고 그냥 젊은 오빠가 와서 좋은 거 있잖아요. (전원웃음) 선생님 말고 뭔가 젊은 사람이 왔구나! 그것 때문에 좋아해서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조용히 좀 하라고 멘트하다가 목이 다 쉬었어요. 이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거든요. 중요한 건 멘트나 음악은 안 듣고, 그냥 소리만 지른다는 거죠. (웃음)

    리: 귀여운 여중생들이군요. 어쩌면 가장 순수한 대중일지 몰라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젊다는것 하나만으로 열렬하게 환호해주니까. (전원웃음)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팔로: 오늘 많은 얘기를 했고 진짜 용기 내서 한 솔직한 얘기도 있는데요, 인터뷰를 다 읽어보신 분이라면 뭔가 한번쯤 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분에 대해서는 어 어떻게 해야 될까...... (웃음) 그냥 음악을 재미있게 여가로 즐기시는 분들도 한번쯤은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인터뷰를 보시는 음반 관련 직종에 계시는 분들이라면, 문화 형성을 위해 좀 더 힘을 모아 함께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우리가 제일 첫째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팔로알토가 뽑은 흑인음악과 관련한 영화 베스트 5
    1. Brown Sugar
    2. 8Mile
    3. Cadillac Records
    4. Do The Right Thing
    5. Talk To Me 







    인터뷰. 글 / 강일권, 김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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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RE (2010-12-26 16:16:30, 14.33.36.***)
      2. 한국 최고의 mc죠..
      1. 유명한 (2010-12-23 23:39:12, 116.34.46.***)
      2. 남자다운 랩퍼~
      1. Popeye (2010-12-05 02:05:05, 113.53.124.***)
      2. 이번 인터뷰는 마치 제가 인터뷰어가 된 느낌이였습니다.. ㅎㅎ 현 씬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눈듯해요. 배울 점도 많고 역시나 리드머 인터뷰! 잘봤습니다!!
      1. 송해승 (2010-12-03 00:12:27, 218.148.92.***)
      2. 앨범 잘듣고있습니다 ~ 20대중후반인 제가 듣기 최고의 음악을 들고와줘서 감사합니다
      1. 디케이 (2010-11-30 23:00:11, 121.169.212.**)
      2. Kanye west 의 monster에서 ㅎㅎㅎ;;; 한국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아마 nicki minaj 의 파트를 말하는 것 같은데, 코리아 가 아니라 커리어 입니다 ㅎㅎ;
      1. doh! nuts (2010-11-29 17:37:58, 164.124.106.***)
      2. 팔로씨 화이팅하세요!! 기대하고있습니다 늘
      1. 신숭털 (2010-11-27 22:49:46, 122.32.69.**)
      2. 정말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좋은 움직임 항상 지켜보고 있어요 ㅎ
      1. 이재황 (2010-11-27 21:35:42, 122.32.197.*)
      2. 브라운 슈가는 정말 보고 싶었는데; 영화 추천해주셨으니깐 꼭 봐야겠네요~ 죄인은 정말 잘 들었습니다. 팔로알토님의 신앙적인 노래들도 너무 좋은게 많아요~
      1. 손명환 (2010-11-27 13:03:30, 59.21.190.***)
      2. 제대로하는사람
      1. 조성호 (2010-11-26 22:39:04, 218.233.40.***)
      2. 팔로알토씨
        데뷔때부터
        계속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는 팬 1인 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국내 엠씨 입니다.
        위의 영화들 다 멋진 영화네요
        ㅎㅎ
        슈퍼라이브 하세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1. 건치왕엠씨몽 (2010-11-26 21:04:42, 110.11.41.***)
      2. good 인터뷰!
        팔로알토님 헉피님이랑 collabo 해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high five 완전 쥑이네요
        ps.콧수염 안어울려요
      1. VJ (2010-11-26 20:52:49, 220.92.33.***)
      2. 팔로알토는 왠지 매일 보는 친구 같은 느낌이네요
        나쁜뜻은 아니고... 꾸준하게 해오는게 보기 좋습니다 요번 앨범도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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