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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JA/Giant - 음악적 자존심과 삶을 전달하는 소리의 기술
    rhythmer | 2011-03-10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살롱의 도시 남자들인 제이에이(JA)와 자이언(Giant)의 첫 인상은 얼핏 차가우면서도 차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이미지는 음악과 잘 맞물려 녹아든다. 음악을 감상할 때 그 음악을 주조하는 뮤지션의 이미지와 세계관도 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이에이/자이언의 이번 앨범 [Sound Craft]는 소리와 이미지, 그리고 세계관이 적절하게 합을 이룬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들이 이번 앨범에 담긴 소리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리: 앨범 발매 축하해요. 이번 앨범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JA: 자이언 형과 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제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 처음 형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제가 좋은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된 데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본(VON) 형과 펜토, 에이조쿠(Aeizoku) 등과 함께 살롱의 건국을 함께 했던 사이이기도 하고요. 항상 한 번 정도 같이 앨범작업을 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자이언 형이 골프보다는 음악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을 때 즈음에 듀오 앨범을 준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자이언: 예전에 JA가 에이조쿠와 함께 [Double Feature]를 냈을 때 전 에이조쿠 곡에 많이 참여했지만, JA의 곡도 매우 좋아하고 있었어요. 서로 선호하는 곡의 질감과 샘플링 위주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도 잘 맞았고요.

    리: 그럼 자이언 씨가 골프를 뒤로 하고 음악에 집중하게 된 시기가 대략 언제쯤….

    자이언: 2010년 4월 즈음이에요. 음악과 병행하던 골프를 관두고 음악만을 하기 위해서 올라왔을 때 본이 저에게 살짝 지나가는 식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느꼈고요. 굳은 결심을 하고 올라왔는데 만들어 둔 곡은 넘쳐나도 당장 솔로 앨범으로 완벽하게 완성하기에는 심적으로도 부담이 있었거든요

    리: 본격적으로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Sound Craft]라는 타이틀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앨범 커버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도 드는데요. 타이틀곡의 느낌처럼 전체적으로 낮보다는 밤의 느낌도 많이 들어요.

    자이언: 그대로 해석하면 음향, 소리의 기술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흔히 얘기하는 사운드 적인 측면이 떠오르지만, 조금 더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의 음악적 자존심과 삶, 내면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커버도 그런 분위기를 다 담아서 연출하려고 애썼고요.

    JA: 음악을 잘 한다는 건 멋진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가 숙성시켜온 농염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자신감이 분명히 있어요. 소리를 잘 내고, 잘 다듬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지요. 앞서 자이언 형이 말했던 것처럼 그 음악이 분명 중심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전반적인 삶을 반영하는 표현이 될 수 있죠.

    리: 타이틀곡 "밤의 음악"은 뮤직비디오 분위기도 그렇고 굉장히 차가움 속에 따뜻함이 느껴지더군요. 음악 하는 분들 중 많은 이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제목이 와 닿는 것도 있고…. 곡의 모티프가 궁금해요.

    JA: 모든 스타일의 음악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저에게 음악이라는 것은 밤의 감성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같은 곡을 들어도 낮보다는 밤에 더 큰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창작을 할 때에도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리: 저 역시 낮보다는 밤에 듣는 음악이 더욱 감성을 파고들더라고요.

    JA: 제 가사 내용 중에 햇빛이 비치는 그 순간을 치욕적이다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할 정도로 밤의 감성에 대한 찬양이죠. 말씀한대로 저를 포함한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도 정확하게 이성적인 판단으로 하는 분야가 아니기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 같네요. ‘디오니소스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지요.

    자이언: 이 곡은 JA의 곡인데 저는 곡을 듣자마자 제가 2009년도에 직장을 다니면서 4개월 정도 서울 삼성동에 살 때가 떠올랐어요. 그때 친구들은 거의 홍대 쪽에 모여 살고, 저는 밤늦게 퇴근하면 혼자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걷곤 했어요. 그 높은 빌딩들 사이로 몇 대의 차들만 쌩쌩 달리고 사람은 없는 그 순간이 정말 좋았어요. 제 가사는 낮의 스트레스와 아픔을 그 도로를 질주하며 해소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키지만, 어김없이 태양이 뜨면 다시 만만치 않은 현실과 만나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거고요.

    리: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살롱 멤버들의 피처링이 없다는 점과
    여성보컬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거예요. 특히, 엄지희 씨는 세곡이나 참여를 했고요.

    자이언: 결과적으론 이번 앨범에 피처링으로 도와준 분들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줬지만, 저희의 계획 중 하나가 랩 피처링을 최소화하자는 거였어요. 게스트가 많으면 더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도 있고 다채로운 색깔을 낼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건 우리의 앨범이고, 자존심이었거든요. 욕심이 많이 났죠. 대신 여자 보컬은 있어야 했어요. (웃음)

    JA: 맞아요. 이번 앨범은 저희 두 명의 프로듀싱 앨범이기 이전에 MC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랩 음반이에요. 그런 면에서 애초에 랩 피처링 진을 많이 두려고 하지 않았었고,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같은 살롱 맴버들이 항상 등장하는 살롱의 앨범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우리 크루 사람들은 배제가 된 면도 있죠. 여성 보컬을 많이 참여시킨 건 음악 컨셉트 때문이었어요. 좀더 소울풀하고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트랙이 많이 있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여자 목소리가 많이 필요했어요. 엄지희 양은 상당히 많은 트랙에 피처링 혹은 코러스로 참여했는데 이번 앨범을 빛나게 해준 주인공 중 한 명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리: 앨범에서 가장 굵은 선을 긋는 "Sound Craft"와 "Hip Hop"의 라인이 인상적이었어요. "Sound Craft"는 음악에 대한 예찬과 몽환적인 사운드에서 각오를 다지는 반면, "Hip Hop"은 비교적 러프한 사운드 위에서 힙합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 약간은 불만을 토해내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두 곡에 대한 일화가 궁금하네요.

    자이언: “Sound Craft”는 제가 친한 동생에게 10분 안에 곡을 만들어서 선물로 주겠다고 설레발치면서 만들어진 곡인데, 만들어놓고 보니 결과물이 맘에 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애원해서 뺐었죠. 많이 얘기했지만, 이 앨범 전체를 한 곡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Sound Craft”라고 말하고 싶어요. “Hip Hop”에서는 지금까지 자이언의 음악적 스타일이 형성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요. 힙합을 처음 접했던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큼직하고 충격적이었던 순간을 주로 표현했습니다.

    리: 가사에 나오는 ‘Kanye보다 앞서 곰돌이 팀 결성’은 뭔가요? (웃음)

    자이언: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곰돌이를 마스코트로 해서 힙합 씬에 등장하기 전에 저와 살롱의 리더 본이 '곰돌이 특공대'라는 이름으로 아리따운 소녀들의 마음을 녹이고 다녔던 적이 있어요. (전원웃음) 그냥 우린 프리스타일하고, 음악 공유하고, 사랑을 찾아 다녔죠. 그게 제겐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때 저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거리를 누볐고, 우리와 한번 어울린 친구들은 또 합류 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렇게 즐겁게 20대 초반을 보냈습니다. 물론, 우리 친구들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썼지만, 그냥 "Hip Hop"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사거든요. 그래서 제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에요.

    JA: 자이언 형이 자신의 힙합음악과 관련한 개인사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가사라면, 저는 힙합음악을 궁극적으로 좋아하게 된 저의 개인적 성향에 대한 표출이었어요. 학창시절에 자신을 표현하거나 즐길 거리를 특별히 찾지 못했던 저에게 있어서 강렬한 음악스타일과 어두운 느낌의 비트와 랩은 해방구와도 같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순간 억누르지 못하는 감정이 힘을 실어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은 현실에서의 행동보다는 음악이라는 가상을 통해 풀어야 했던 게 필연적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어쩌면 폭력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전 ‘승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예술이나 스포츠 등이 그것을 달래주고 그것이 있기에 사회는 정돈된 질서를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리: "Hip Hop"이란 곡에서도 언급했지만, 실제로 난해하다는 평가도 분명히 있었고,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힙합을 어렵게만 하려 한다는 평도 있었어요. 그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요?

    자이언: 저는 그 스타일이 좋았고 그냥 편한 거에요, 굳이 일부러 어렵게 꼬는 음악을 한적은 없어요.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거에요. 저는 클럽에서 유행하는 힙합 음악이나 일렉트로니카도 엄청나게 좋아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 최고의 음반을 꼽으라면 요새 유행처럼 추모 열풍이 불었던, 고인이 된 제이 디(Jay Dee)와 매드립(Madlib)의 합작 제이립(JAYLIB)의 [Champion Sound]에요. 결국엔 취향의 차이 같아요.

    JA: 자이언 형 말대로 음악을 일부러 어렵게 하려고 한적은 없어요. 내가 좋고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을 한 것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쉬운 스타일의 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가요도 즐겨 듣고 아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도 매우 좋아하거든요. 넓은 스펙트럼의 취향을 가졌다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네요.

    리: 사실 살롱하면 굉장히 도회적인 느낌과 마초적인 이미지(갱스터의 마초적인 이미지와 다른)를 가진 남자들의 집단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 이미지들을 앨범의 가사나 사운드적으로 많이 심어왔고 가사 속의 ‘alter ego’들도 그런 느낌인데 실제 모습들은 어떤가요?
     
    자이언: 공연 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가사 내용처럼 폼 잡는 모습을 보시곤 평소에도 왠지 불편하게 살 것 같다는 말씀도 하더라고요. (웃음) 실제로 예전엔 공연이 끝나고 어두운 밤인데도 절대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모습처럼 꽉 막힌 방식으로 살았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더 유연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더 멋진 거 같아요.

    JA: 전 상황에 따라 달라요. 실제의 삶도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이지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도회적이고 고급스러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멋을 추구하려는 의지는 변함이 없어요. 그게 ‘살롱’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을 때 보여주고자 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리: 확실한 컨셉트와 음악관을 지닌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각자 계획이나 살롱의 계획 좀 알려주세요.

    자이언: 전 이번 앨범처럼 아껴왔던 곡들을 완성시키고, 최대한 많이 들려드리려고요. 현재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의 가사를 쓰고 있어요. JA하고 누가 빨리 다음 앨범을 내는지 경쟁하고 있죠. (웃음)
     
    JA: 저도 JA 정규 2집을 준비 중이에요. 또 멋진걸 만들어 내야죠. 누구보다도 부족하지 않은 창작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사실 살롱이 한동안 많은 움직임이 없었던 게 사실인데요, 여러 계획을 발표하고도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이 좀 많죠. 그래서 더는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드리려고요. 지켜봐 주세요. 
     
    리: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JA: JA/GIANT 앨범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꼭 들어주세요. 성의가 가득 담긴 앨범입니다. 살롱 멤버들의 움직임도 지켜봐 주시고요.

    자이언: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고, 스스로도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아요. 이 앨범은 특별히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은 앨범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특히, 부모님께요. 그 동안 부모님께 받은 감사함을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가사로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우리 모두 효도하기로 해요. 그리고 리드머에게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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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민 (2011-03-13 10:42:56, 180.68.242.***)
      2. 가장 원시적인것을 추구하면서 또 가장 미래적인것을 추구하는 살롱의 태도가 제 마음을 묶어놓았습니다. 그것또한 겉멋일지 모르겠지만 앞뒤로 지향하는태도가 인상적입니다.
      1. 김인욱 (2011-03-12 10:51:14, 203.226.216.**)
      2. dgbd 화장실에 스티커 붙어잇는거 봣어요

        화장실을 깨끗이 씁시다

        는 훼이크고 늘 기대하고 있어요
      1. djyd (2011-03-11 01:58:34, 119.203.243.***)
      2. 이 분들보면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것 같으면서 참 것 멋 만 들었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떠나질 않네요;; ja 90달고 온것은 최악이었습니다^^그래도 두려우면서 기대되는건 어쩔수 없는 살롱의 힘
      1. 석기시대 (2011-03-10 17:56:46, 211.41.210.***)
      2. 최고
      1. Fukka (2011-03-10 17:06:59, 49.18.239.***)
      2. 때로는 이렇게 앨범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간결한 인터뷰도 좋은 것 같네요. 팬까지는 아니지만 자기 색깔 확실한 사람들인 것 같아 즐겨 듣습니다.
      1. doh! nuts (2011-03-10 17:00:14, 164.124.106.***)
      2. 곤조도 이런곤조가 없는것 같아요. 나올때마다 뭔가 자기색이 강한 느낌이에요.
        깔끔한 인터뷰네요! 곰돌이팀 이야기는 재밌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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