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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MC 메타 & DJ 렉스 - 씬의 큰형님이 뭉친 이유, 그리고 메시지
    rhythmer | 2011-04-11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인터뷰, 글: 강일권, 박배건, 정윤희
    사진: 박배건


    MC 메타와 DJ 렉스의 합작 앨범이라.... 처음 소식을 듣고 놀랐고, 그 안에 담길 내용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계획대로라면, 내심 바라마지 않던 이 씬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앨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없이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그들이 발표할 앨범의 전체 그림을 예상해볼 수 있는 밑그림을 제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리드머(이하 ‘리’): 메타 씨와 렉스 씨가 합작 앨범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웃음)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DJ Wreckx(이하 ‘렉스’): 20년 가까이 디제잉을 하면서 이제 (앨범을 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DJ에는 여러 부류가 있잖아요? 음악을 선곡해서 트는 DJ, 스크래칭하는 DJ, 비트 만드는 DJ…. 전 처음에 음악 트는 DJ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그것에만 충실했어요. 그리고 이젠 그걸 바탕으로 직접 만든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과연 누가 제일 잘 표현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죠.

    리: 그게 바로 메타 씨였군요.

    렉스: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어요.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메타 형 한 명밖에 없었거든요. 형이 생각하는 거나 제가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히 공통적인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형을 찾아가서 비트를 만드는 DJ로서 이야기를 하고, 곡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마침 형도 저와 뭔가를 해볼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현재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과일로 비유하자면 가장 잘 익었을 때라고나 할까요?

    MC 메타(이하 메타): 처음 렉스를 알게 된 건 1995년인데, 그때부터 전 한국힙합 씬 안에서 DJ의 역할을 존중했었어요. 렉스가 그동안 정말 근본적인 DJ의 포지션에 있었다면, 이제는 다음단계로 갈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렉스랑 처음 만났을 당시의 음악적인 환경과 상황들을 겪으면서 항상 품고 있던 생각들을 담아봐야겠다는 맘이 생겼죠. 아시다시피 가리온으로서는 정말 새로운 시스템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항상 렉스와 작업을 갈망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타이밍이 맞은 거죠.

    리: 어떤 앨범을 기획했는지 궁금하네요.

    메타: 크게 얘기하면 씬 전체에게 하는 말이거나 구체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요. 음악적인 것으로 컬러를 얘기하자면, 트렌디한 스타일은 아니고요. 근원적인 90년대 스타일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조금 다를 거에요. 그때의 작법과 그때의 느낌을 지금은 어떻게 내놓아야 할지를  알게 되었으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거에요. 지극히 DJ가 만든 비트 위에서 MC가 노는 방식이지만, 메시지를 가장 앞에 놓고 최대한 국내에서 구현되지 않았던 방식에서 DJ와 MC가 쿵짝을 만드는 거죠. 그런 것들이 기술적으로 많이 쓰일 거고,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에요.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굉장히 고민했어요.

    리: 렉스 씨가 잠깐 말씀한 바로는 싱글을 연속으로 발매한 후, 정규 앨범을 낼 거라고 하던데, 구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렉스: 5월 13일에 첫 싱글이 발매돼요. 그리고 격주로 한 달에 두 곡씩 발매가 되는 거에요. 무조건 뮤직비디오와 함께요.

    리: 발매하는 싱글의 전곡을 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한다는 말씀이에요?

    렉스: 네. 그렇게 총6곡의 뮤직비디오가 7월까지 공개될 거예요. 그리고 8월 6일에 콘서트를 하면서 앨범을 공개하고, 다른 곡들의 라이브 무대도 공개되는 거죠.

    메타: 렉스가 스케줄을 엄청 디테일하게 다 짜놨어요. 장난 아니에요. (웃음)

    리: 와, 메타 씨는 가리온 뮤직비디오보다 더 많은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네요. (전원웃음)

    메타: 가리온 역사보다 많은 뮤직비디오죠. “옛 이야기”가 유일한 가리온의 뮤직비디오니까요.

    렉스: 뮤직비디오는 저에게도 분명히 기념적인 일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이 앨범을 두고 ‘20년 가까이 렉스가 음악을 하면서 갈고 닦은 테크닉을 보여주기 위한 앨범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메시지에 충실하고 싶은 앨범이에요. 형과 작업하면서 공유한 생각들, ‘너희가 틀렸다, 또는 옳다.’가 아니라 단지 우리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우리만의 열정과 히스토리를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려한 뮤직비디오가 아니더라도….

    리: 처음 두 분의 앨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두 큰형님이 현재 씬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뭔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건가?!’였어요. 얼추 맞나요?

    메타: 불만이라면 불만인 부분도 있을 거에요. 렉스의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 씬을 바라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거니까. 아마 렉스는 DJ의 스킬로 자기 메시지를 트랙에 넣을 거고, 저는 랩을 통해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아요.

    리: 직접적이라면, 기존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언어를 담을 거라는 말씀인가요?

    메타: 그렇죠. 가리온을 통해서 구현했던 것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언어를 쓸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제가 이 바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이건 아니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건 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 아닐까?’하는 게 있을 것이고, 지양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 같아요. 렉스랑 제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씬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과 우리 안에서 회자되는 화두를 전면적으로 끄집어내 보자는 거죠. 아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형들이 뭔가 불만을 가졌구나.’라고 들을 수도 있을 거예요.

    리: 어떤 화두들이 있을까요?

    메타: 일단 씬 자체의 언어가 없다는 것. 달리 표현하면, 다양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태도적인 측면도 있어요. 현재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지배적인 트렌드가 생겼고, 커뮤니티, 또는 분위기에 따라 너무 쉽게 흘러가는 분위기요. 렉스는 계속 활동하고 있지만, 커뮤니티에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고, 이 친구가 이미 활동을 안 하는 뮤지션처럼 비쳐지는 것들이요. 그런 내용은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고, 뮤지션이라 불리는 그런 무리들이 구심점이 없고 이젠 말만 앞서고 있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비롯해서 나머지 부분도 작업을 진행하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리: 첫 싱글이 5월이면 얼마 안 남았네요.

    메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상당히 빡센 프로젝트에요. (웃음) 그런데 제가 가사를 쓰는 방식이 몇 번 변화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가리온 2집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이 생겼고요. 지금은 되게 빨리 써요.

    리: 아무래도 메시지를 뒤에 숨기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내기 때문일까요?

    메타: 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다 보니까 작업 속도도 많이 빨라지고 훨씬 즉흥적인 작업이 되었어요.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어야 지금 렉스가 진행하는 스케줄대로 잘 따라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다만,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모호하게 뭉뚱그려서 말할 수도 있고, 콕 찍어서 그대로 끄집어 낼 수도 있는데, 그건 지금도 약간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예전보다는 좀 덜 모호하게 쓰게 될 거예요. 그렇다고 예전에 쓰던 방식을 아예 버린 것은 아니고요. 다른 기회에 표현할 생각이에요.

    렉스: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담는 메시지들을 단순한 비판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곡을 듣고 개인적으로 찔린다 하더라도 ‘찔리는 너한테 하는 얘기다.’가 아니라 ‘찔린다면 같이 생각해보자.’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네요.

    리: 작법은 디깅을 기반으로 샘플링이 주가 될까요?

    렉스: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샘플링도 적절히 있고, 샘플링은 아니지만, 샘플링처럼 만든 비트도 있을 거예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고민은 특별히 안 했어요. 그냥 하는 거죠.

    리: 사실 ‘찔린다면 같이 생각해보자.’라고 했지만, 메타 씨와 렉스 씨는 나이로 보나 경력상으로 보나 어려운 형님들이라 이번에 어떤 메시지가 담길지는 몰라도 일단은 후배들이 무서워할 것 같아요. (웃음)

    메타: (렉스 씨를 보며) 그런가?

    렉스: 그럴지도 몰라요. (전원웃음)

    메타: 이번 앨범은 가리온이 내는 앨범이 아니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렉스의 트랙 위에선 많이 살벌해지고 싶어요. (웃음)

    리: 렉스 씨는 DJ로서 안타까운 점이 많을 듯한데요.

    렉스: 20년 가까이 DJ를 하면서 많은 DJ, MC, B-boy를 봤는데 안타깝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어요. ‘DJ가 디제잉을 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런 질문들 참 재미없잖아요. DJ는 왜 MC처럼 부각되지 않냐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DJ가 된 계기가 이 문화를 알리고 싶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것이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정작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나 메타 형도 냉정하게 사람들의 반응으로만 움직였다면 진작 그만뒀겠죠. (웃음) 감히 얘기하지만, 메타 형이나 저나 사람들의 반응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후배 분들은 시작할 때는 분명 너무 쉽게 DJ 문화나 디제잉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다른 장르를 선택하거나 이동 해버리는 거에요. ‘DJing 멋있지? 근데 너희가 안 좋아하지? 그럼 내가 너희가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줄게. 그러니 날 좋아해.’ 이런 식이죠. 애초에 디제잉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원래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생각하지는 않고 계속 하니까 이렇게 된 거에요. 저희가 음악적으로 예전 스타일을 한다고 해서 막연히 예전의 문화를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던 음악들이 좋기 때문에 하는 거거든요. 물론, 지금의 음악 스타일도 좋은 건 좋고요. 그때 그 시절 것만 좋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이런 메시지를 앨범에 많이 담고 싶어요.

    리: 방금 말씀한 부분은 오늘날 힙합 씬 전체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근래 가요 기획사에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신예 프로듀서나 MC들을 픽업해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반대로 처음에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진짜!’를 외치던 이들이 얼마 안 가서 대형 가요 기획사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죠. 그 과정에서 음악이 변질되는 경우가 생기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메타: 수요와 공급의 논리적인 부분에 빗대보자면, 씬이 순환되어야 하는데, 돌아가질 않으니까,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틀렸다. 내가 이러면 굶어 죽는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고 갈등할 이유조차도 없는 거죠. 상황이 이러니까. 조금 전 렉스 말처럼 DJ들이 쉽게 본인들의 시작과 다른 음악을 한다거나, 이유를 잊어버린다던가 하는 것처럼 언더의 MC들이 메이저 픽업에 대한 유혹을 큰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는 상황은 씬의 문제인 거죠. 마켓이 없고 마켓 자체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부족하고 유기적인 형태가 아니잖아요. 생각을 갖고 하는 곳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이 있죠. 그런 부분들이 서로 상충되면서 에너지를 모으긴커녕 오히려 에너지를 잃게 만들고, 결국 씬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는 거고, 씬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은 씬이 아닌 거거든요. 지금 각종 커뮤니티의 사람들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굉장히 쉽게 인식하는 것 같아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중•고등학생 분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분들에게도 대수롭지 않게 보일 정도의 것으로 비춰진다는 건 굉장히 마음이 아픈 일이에요. 사실상 여기서 십 수 년, 최소한 자신의 청춘을 바쳐왔던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바탕을 이뤄왔고 그 바탕이 크기는 작더라도 그 다음 단계로 올릴 수 있는 주춧돌들이 단단히 뭉쳐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그걸 올리고 지탱해줄 다른 부수적인 부분들이 없어서 망가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저희가 하는 작업에 바로 이런 메시지들이 많이 포함될 거에요.

    리: 사람들이 듣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겠군요.

    메타: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치적인 사람이거나 이중, 삼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성격이었으면 좀 더 로비스트처럼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정공법으로만 가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것들을 할 때라는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렉스와도 지금 그런 느낌으로 진행하는 거에요. 씬에서 저희와 같은 액션이 좀 나왔으면 하거든요. 새로 나오는 친구들은 상관이 없어요. 심하게 얘기하면 그 분들은 본 게 그거니까요. 이제 막 10대에서 20대 넘어오면서 마이크 잡고 무대에 서서 대중들에게 본인들의 음악에 대한 리액션을 받을 때 그 사람들에겐 그게 다잖아요. 그 사람들은 나름 충실하게 하는 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않던 때를 겪어왔던 사람들이라는 거죠. 저희는 불모지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DJ와 MC를 했는데, 이런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봤을 때, 지금 상황은 너무 터무니 없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의 이른바 젊은 피 MC들은 그런 부분이 안 느껴지니까 우리와는 서로 상충되는 점이 생기잖아요. 우리가 음악을 오래 했다고 그걸 내세우는 게 아니라, 예전의 씬을 겪었던 사람들이 자꾸 나와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 메시지들이 이 앨범에 주된 컨셉트가 될 거에요.

    리: 예전 가리온 인터뷰 때도 밝혔지만, 그래서 전 한국힙합 초기 세대들의 결과물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인디, 언더그라운드 씬은 메이저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라는 분위기도 무시 못할 정도가 됐거든요. 거듭 얘기하지만, 메이저로 간다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리드머도 언더그라운드 힙합만을 다루는 매체는 아니니까요. 문제는 정체성 자체가 전혀 달라져 버리니까….

    렉스: 맞아요. 막연하게 메이저로 가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언더에 있는 몇몇 분들이 스스로 힙합 씬을 메이저로 가기 위해 잠깐 테스트를 받는 관문, 등용문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표현하자면. ‘야 이놈의 새끼들아, 여기 우리가 어떻게 텃밭을 가꾸어 놨는데, 여기다가 말도 안 되는 잡초를 심냐!’ (전원웃음)

    리: 예전 세대들은 외국 랩퍼들 음악을 듣다가 힙합이 멋있어서 했는데, 요즘에는 국내 랩퍼들을 보고 데뷔를 꿈꾸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 자체는 좋지만, 문제는 이 친구들이 메이저에 가서 자기 음악 색깔을 버리곤 하는데, 교묘하다고 생각되는 게, 앨범을 낼 때 한두 곡씩 약간 하드코어한 힙합 음악을 껴 놓고 대중 매체에서 인터뷰를 할 때 ‘난 여전히 이런 음악을 할 줄 안다. 나중에 더 많이 할 테니 좀 더 기다려라. 지금은 우선 응원해달라.’라든지 ‘지금은 대중적인 곡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지만, 내 진짜는 이거다.’라고 하면서 혼란을 준다는 거죠.

    메타: 말씀을 듣고 문득 생각났는데, 제가 친한 모 프로듀서가 이런 얘길 했어요.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오래했고, 메이저 작업도 많이 한 친군데, 한번은 저에게 ‘형, 그동안 돈 되는 음악만 만들다 보니까 힙합 만드는 걸 잊어버린 것 같아요. 저의 원래 정체성은 이게 아니었는데….”라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도 처음부터 ‘내가 메이저 기획사에서 대중음악을 하게 되면, 음악적으로 변질하겠지.’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죠. ‘난 힙합을 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음악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거죠. 대중음악을 하게 된 자체가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과 위치가 되면 저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메이저 음악들의 흐름 속에 빨려 들어가고 나니까, 일이 생기고 그 일이 주는 돈이건 새로운 일거리건 그런 피드백들이 계속 돌다 보니 원래 하던 힙합과는 자연스레 거리가 생겨버린 거죠. 그 친구가 사석에서 되게 노골적으로 얘길 하더라고요. 자기가 지금 되게 심각하다고. 힙합이 생각이 안 난대요. 힙합을 어떻게 했는지. 자기 스스로를 힙합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힙합 프로듀서이고 비트메이커인데 몇 년 전에 만들었던 힙합비트 이후에 자기가 만들었던 모든 곡에 스스로가 팬이 되질 못한다는 거죠. 그 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계속해요.

    리: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네요.

    메타: 렉스 말처럼,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메이저로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언더 자체가 건강한 형태의 마켓이고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일단은 음악이잖아요. 그런데 음악이 가진 포지션에 대한 중심이 없다는 거죠. 다들 뿔뿔이 흩어져요. 음악은 음악 자체로 크지 못하고 있고, 그 음악을 서포트하는 사람조차도 확신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요. 트렌디한 거 알아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겼죠. 예전에는 오히려 그런걸 반대했잖아요. 정말 레어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듣는 사람들끼리 이른바 말하는 ‘힙부심’ 세우는 게 있었다면, 요즘은 오히려 그런 것들이 비난 받잖아요.

    리: 예전과는 달리 음악적인 깊이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들을 부정하는 분위기가 생겨버렸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여러 가지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뮤지션도, 제작자도, 리스너도….

    메타: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리: 이번 앨범에 수록된 전곡에 랩이 얹히나요?

    렉스: 대부분 랩이 들어가죠.

    리: 프로덕션 면에서는 묵직하게 때려주는 비트들이 많겠네요?

    렉스: (웃음)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노래가 그렇다 보니....

    리: 대략 몇 곡 정도인가요?

    렉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일단은 6곡 정도가 먼저 공개될 거고요, 많게는 15곡, 적게는 12곡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리: 국내외를 통틀어서 이렇게 타이트하게 싱글을, 그것도 매 곡마다 뮤직비디오를 동반해서 발표하고 앨범을 내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메타: 처음이죠.

    리: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거예요?

    메타: 4월 중으로 바로 녹음 들어가고 뮤직비디오도 같이 들어가요.

    렉스: 거의 라이브로 녹음해서 라이브로 계속 나가는 느낌이죠. (웃음)

    메타: 이번 커버 디자인을 가리온 2집을 했던 제이 기어(JAY GEAR)의 제이(JAY)가 하기로 했는데, 그 친구가 혀를 내두르면서 렉스가 작업 푸시하는 게 장난 아니라고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웃음) 그것 때문에 자기도 정신차려서 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런지 결과물이 굉장히 멋있게 잘 나왔어요. 컨펌을 하는 과정에서도 렉스는 모호한 게 없어요. 아니면 아닌 거고, 오케이면 오케이니까. 정말 시원하죠. 피드백이 모호하면 시간을 엄청 잡아 먹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렉스가 추진하는 방식을 경험하면서 뭔가 얻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리: 정말 타이트하네요. (웃음) 피처링 없이 오로지 MC 메타의 벌스(Verse)로만 이루어지나요?

    렉스: 그 부분은 조금 변동이 가능해요. 타이틀곡이 7월 말에 공개될 건데, 그 곡이 사실상 핵심 메시지인 셈이라 구성상 피처링이 있을지도 몰라요. 메타 형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형이 그 메시지에 대한 반응을 얻고 싶다고 생각하는 선택해서 답가를 만들려고요. 그래서 MC들을 초이스해달라고 했어요. 형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충실하게 답변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중간에 씬에 들어온 사람,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이 형의 메시지를 듣고 화답한다는 형식으로 하고 싶어요.

    리: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메타: 매우 독특하고, 매우 타이트한 작업이죠.

    리: 그렇다면, 답가를 부를 MC들이 곧 MC 메타가 내뱉은 가사의 타깃이 된 사람들인 거네요?

    메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내 생각은 이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식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도 그 곡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대놓고 이름을 거론하면서 물어보는 트랙이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무개야, 듣고 있니?’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거죠. 그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사실상 그림은 그려놨고 곡 제목도 다 나온 상태에요. 제목 자체가 이미 렉스가 생각하고 있는 컨셉트인데, 그 위에서 저는 MC로서 그림을 그리는 거죠. 예전의 MC메타 또는 가리온의 것들보다는 더욱 실질적이고 최대한 구체적인 것들을….

    리: 예를 들면,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이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들에 대한 메시지 같은?

    메타: 그런 것일 수도 있죠. 근데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변질되는 경우는 있잖아요. 그런 것들도 포함해서 정말 애정을 가지고 물어볼 것 같아요. (웃음)

    렉스: 다만, 사람들이 이 인터뷰를 읽었을 때 메타 형이랑 제가 누군가를 씹고 비판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아닌 대화의 형식으로 비쳐졌으면 좋겠어요. 막연하게 ‘우리가 음악을 오래했는데, 우리 보기에 너희 별로야.’라는 개념은 아니에요. 우리가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것들을, 이 작업물을 통해 서로 직접적으로 생각을 공유하자는 거에요.

    메타: 분명한 건, 정말 이쪽 씬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듣고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거에요.

    렉스: 제일 정확한 표현이에요.

    리: 두 분의 앨범과 공연을 통해서 지금은 커뮤니티에서 눈팅만 하는, 가리온과 렉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란 세대들이 다시 소환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부분도 참 기대돼요.

    렉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웃음)

    메타: 많이 채찍질 받아야 해요. 달려야 해요.
     
    리: 말씀한대로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후배 MC들이나 음악을 듣는 친구들도 상당히 놀랄 것 같아요.

    메타: 우리 스스로가 움직여야지,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떠들기만 하는 것도 너무 소모적이고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인터뷰도 많았고 인터뷰를 통해 6년 동안 앨범을 못 내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들을 토해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더 많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모호한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명해요. 괜히 불필요하게 앞뒤 잴 필요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작업이 확실히 있다면, 그 타이밍에 맞춰 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렉스와 이야기할 때도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없었어요. 곡도 바로 나왔고, 이 인터뷰 자리에 오기까지는 한 달도 안 걸렸어요.

    리: 렉스 씨는 메타 씨와 이야기 전에 미리 이번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비트를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렉스: 메타 형이랑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리온이랑 하려고 만든 트랙도 있었고요.

    리: 이전까지는 두 분이 같이 할 기회가 왜 그렇게 없었을까요?

    메타: 렉스도 DJ로서 역할이랑 본인 스스로 음악 활동하는 부분들이 워낙 바쁘고 방대했고, 가리온은 방대하게 활동하진 않았지만, 엄청 시간을 먹었죠. JU랑 있을 때도 렉스를 안 본 건 아니었지만, JU가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되게 강했고…. 그렇다 보니 세 명이 가리온으로 만들어 내야 할 것들에 대해 집중하느라 외적인 것들에 대해선 제한적이었죠. 이후, JU랑 헤어진 후, [무투] 싱글이 나오기 전까지 렉스는 해외활동으로 굉장히 바빴어요. 종교 활동을 했으니까요. 작년에도 사역 활동으로 한 해의 반을 외국에서 있었어요. 볼 때마다 함께 작업하자는 이야기는 했지만, 서로 타이밍이 잘 안 맞았던 거죠. 그런데 올해는 마침 작년에 렉스가 CCM앨범을 낸 다음에 이 씬에 앨범을 내는 타이밍이 된 거고, 저도 작년 10월에 가리온 2집을 냈고 바로 3집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그간 생각했던 여러 가지를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요.

    리: 메타 씨는 지난 인터뷰에서 솔로 앨범도 내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계속 빡세겠네요. (웃음)

    메타: 솔로 앨범은 아직 얘기할 단계는 아니에요. 그래도 슬쩍 얘기하자면, 올해 연말로 보고는 있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올해 대박 달려야 하는 거죠. 리드머와 계획하고 있는 거도 있고…. 생각하니까 장난 아니네요. (웃음)

    렉스: 제가 채찍 가지고 맨날 가려고요. 
     
    리: 앨범 타이틀은 나왔나요?

    렉스: [META, WRECKX / DJ&MC]에요.

    메타: 정말 단순하고 간단하죠.

    리: 오히려 그런 게 더 멋있을 때도 있어요.

    메타: 그냥 DJ랑 MC가 만났는데, 두 사람 이름이 그거다 이거죠. (웃음)

    리: 렉스 씨는 그럼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개인 앨범이나 싱글을 계속 발매할 생각이에요?

    렉스: 결과물을 많이 쌓아 놓은 상태에요. 내기만 하면 되는 앨범을 많이 만들어 놨어요. 이후에 턴테이블리즘, 일반 가요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힙합도 이렇게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만들어 놓은 앨범이나 싱글이 쌓여있는 상태에요. 이것들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고요.

    리: ‘DJ 렉스’라는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거죠?

    렉스: 그런 것도 있고,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나오는 것도 있을 거에요.

    리: 5월 13일 금요일에 첫 곡이 공개된다고 했는데, 이게 미뤄질 가능성은 있나요?

    메타: 없을 것 같아요!

    렉스: 5월 13일, 5월 27일, 6월 10일, 6월 24일....

    리: 격주로 발매가 되네요.

    렉스: 콘서트 장소 대관 문제만 없다면, 앨범 발매 다음날인 8월 6일에 콘서트가 진행될 거에요. 그 날을 시작으로 서울, 대구, 부산까지 한 바퀴 돌 거고요.

    메타: 타이트한 프로세스 자체에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경우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웃음)




    인터뷰. 글 / 강일권, 박배건,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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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랩퍼엔 (2011-05-10 23:51:11, 112.153.162.**)
      2. 이제 3일 남았군요! 형님들 화이팅 입니다 *^^*
      1. 신숭털 (2011-04-16 01:21:57, 122.32.69.**)
      2. 진짜 재밌겠다!!ㅎㅎㅎ
      1. Kang Jun-ha (2011-04-14 10:53:41, 203.237.239.**)
      2. it's real!
      1. mcstel (2011-04-11 22:42:03, 121.158.110.***)
      2. 아 진짜 기대된다
      1. luxidL (2011-04-11 19:50:02, 58.121.49.***)
      2. 꼭 들어 보겠습니다 ㅎㅎㅎ
      1. 휘루꾸 (2011-04-11 17:39:24, 115.137.137.***)
      2. 진짜 멋있네요
      1. Fukka (2011-04-11 15:41:51, 1.106.112.***)
      2. 이건 뭐 기대를 안하려야 안할수가 없네요
      1. 김도현 (2011-04-11 01:40:51, 180.66.18.***)
      2. 오호...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1. sleepy (2011-04-11 01:15:29, 125.177.39.**)
      2.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그저 리스펙 할 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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