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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버쳐 보이즈 - 하드코어 보이즈, 끝까지 코어한 면은 잃지 않겠다!
    rhythmer | 2011-07-06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빅딜을 이끄는 주축 아티스트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데드피(Dead’P)와 어드스피치(Addsp2ch)가 버쳐 보이즈(Butcher Boyz)로 의기투합했고, 실로 오랜만에 하드코어한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다. 빅딜 내에서 평소 엄청난 의견대립을 하는 사이라고 들었던 탓에 솔직히 둘의 결합이 의외긴 했다. 어쨌든 두 하드코어 힙합퍼는 힘을 합쳤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빅딜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뱉어냈다. 그리고 소문대로 서로 간 배틀은 사실이었다.

    리드머(이하 '리'): 정식 결과물로는 둘 다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근황부터 듣고 가죠.

    어드스피치(이하'A'): 똥 밭을 구르고 살았는데 (웃음) 그래도 이승이 좋으니….  

    데드피 (이하 ‘D’):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그렇죠. 고생을 했지만, 재미있는 삶을 살았어요. 다만, 음악적으로 한 것은 사실 하나도 없었어요. 

    리: 슬럼프가 있었나요? 

    D: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음악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에 정신이 팔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A: 여자죠. 여자.   

    D: 여자도 그렇고 노는 것도 그렇고요. 

    A: 고민을 했다면, ‘전기 톱 음악’ 이런걸 하지는 않았겠죠. 하하하 

    D: 서른 살 넘어가기 전에는 이제 조금 있으면 30대가 되니까 열심히 놀아야겠다고 하면서 놀았거든요. 정신 없이 놀고 나서 서른 살이 넘어가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는데,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더 놀게 됐고요. (전원웃음) 

    리: 어드스피치 씨는 영상 감독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A: 노예에요. 일의 노예, 사회의 노예. 

    리: 이번 결과물은 의외의 합작이었어요. 원래는 내스티즈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내스티즈는 해체되고 갑작스레 버쳐 보이즈가 나오더군요.

    A: 데드피와 제가 예전부터 프로젝트를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데드피는 딥플로우하고 깨지고, 그 뒤부터 데드피가 갑자기 버쳐 보이즈에 목숨을 걸고 저를 엄청 다그쳤어요. (웃음) ‘이걸 안 하면 우리는 큰일난다.’는 마인드였죠. 

    D: 그건 좀 왜곡이고요, 팀 이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둘이 팀을 하자고 했던 건 내스티즈 깨지기 한참 전부터예요. 당시 어드가 자기 힘만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저랑 작업해야 한다고 했죠.

    A: 무슨 개소리야!

    D: 데드피와 작업을 하면 뭔가 윈윈이 된다는 생각이었나 봐요. 제가 억지로 끌고 간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처음에 어드는 저한테 컨셉트도 잡고 비트도 다 구해놓을 테니 와서 가사만 써오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근데 결국 조율도 제가 하고, 믹싱도 하고 곡 중에 멀티가 이상하게 온 것들은 반 정도 작곡도 했어요.   

    A: 지금 이 발언은 카프리썬 수준의 농도에요. 설탕하고 물, 오렌지 맛 조금,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수준이네요. 다 거짓말이고요. 비트를 제가 먼저 알아보겠다고 한 건 사실이에요.

    리: 원래는 앨범단위로 작업하려고 했었다면서요.

    D: 그랬는데, 바빠서….

    A: 전체적으로 서로 바쁘다 보니 앨범으로 작업하기엔 무리가 있었죠. 

    리: 지인의 제보에 의하면 평소 두 분의 의견대립이 엄청나다던데…. 그래서 더 의외였어요. 이번 작업이.

    D: 보통 어드랑 작업을 하면 제가 어른스럽게 많이 양보하는 편이에요.

    A: 미친….   

    D: 애초에 내스티즈와는 별개의 의기투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리: 가사를 들어보면, '도살자들의 난동', ‘리턴 오브 하드코어’ 이미지가 선명합니다. 특히,  "ChainSaw Music"을 들어보면 더요.  

    D: 노래를 만들 때 음악적으로는 백인하드코어 힙합을 생각했어요. 어쨌든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것 중에 많이 벗어나지 않는 상태,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주제로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곡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별로 생각이 없고 마냥 빅딜스러운 하드코어에요. 하드코어 록적인 느낌이 들어간 것은 저희 원래 색에 추가를 한 거고 큰 틀을 바꾸지 않는 한도에서 작업하려고 했어요. 

    A: 사실 스캐리 피(Scary P)가 그런 곡을 줬으니까요.   

    D: 이제는 프로듀서까지 욕을 하는구나!  

    A: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D: 실제로 랩도 가사의 내용과 상징적인 의미보다 제 랩을 ‘체인쏘우 랩’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체인쏘우 날이 부릉부릉하면서 돌아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랩이에요. 

    A: 데드피의 발언은 마치 H.O.T가 레이어드 티를 입고 반지 다섯 개씩을 낀 듯한 느낌이죠.

    D: 실제로 전기 톱을 생각하고 랩을 썼고 제목도 제가 짓고 훅도 제가 썼거든요. 어드는 거기에 벌스 16마디만 추가한 거구요. 

    A: 미치겠네! 이 앨범의 방향은 제가 잡았어요. 데드피는 부드러운 거 아무거나 하자고 했었어요. 

    D: 어쨌든 일빌(Ill Bill)의 느낌이나 라 코카 노스트라(La Coca Nostra)의 느낌을 가지고 가려고 했어요. 제일 처음에 나온 곡이 그 곡이었는데,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제 랩의 이미지는 체인쏘우를 형상화 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A: 사실 저는 앨범의 절반 이상을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데드피는 몇 년 동안 준비가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어요. 

    D: 너무 비난을 하네요.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고……

    A: 딱 잘라서 말하면 데드피가 아무 것도 안 해놔서 작업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었는데 같이 하기로 한 거죠.



    리: 소문대로 두 분 배틀은 엄청나군요. (웃음) 어쨌든 함께 작업한 건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D: 그런 게 분명히 있죠. 어느 날 공연을 하는데 보러 온 제 친구 중에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잘 모르고 외국힙합을 주로 듣는 친구가 ‘너는 그 분이랑 계속 팀을 해라.’라고 말하더라고요.

    리: 어드스피치 씨의 인상이 강했군요.

    D: 그게 아니라 ‘얼굴도 더 작아 보이고, 더 잘생겨 보이더라.’라고 말하더라고요. (전원웃음)  농담이구요, 실제로 내스티즈가 목소리 톤에 의한 조화로 사람들에게 기대를 받았는데, 어드와도 그런 게 있는 편이에요. 좀 칼칼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목소리를 어드가 가지고 있다면, 데드피는 묵직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톤이라, 훅을 만들어도 자연스럽게 블록 맞추듯이 맞아떨어지거든요. 그리고 태그 벌스를 써봤을 때도 리듬이 상당히 잘 맞았어요.

    A: 내가 맞췄으니까 그렇지.

    D: 나는 내가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A: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박자는 아니야.

    D: 나도 내 박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리: 자, 잠시 휴전하시고, 곡 이야기 이어가 보죠. “Champion”에서는 랩 스타일이 달라진 느낌도 받았어요.

    D: 그 곡의 뒷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이미지를 형상화했어요. 설교하는 신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건데, 평소에 쓰던 대로 파워풀하고 빅딜스러운 정직한 비트를 꽝꽝 때려넣었거든요. 그런데 누가 첫 벌스를 하느냐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힘이 있으니까 첫 벌스를 하겠다고 했지만, 어드가 욕심을 부렸어요. 그래서 똑같은 가사로 어드가 녹음을 했는데, 그게 굉장히 힘이 없게 나왔거든요. 믹싱도 80퍼센트 정도를 잡고 모니터링을 시켜줬는데 아무래도 제 랩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재녹음을 하더라고요.

    A: 오늘 버쳐 보이즈 깨지는 날이네요! 정말 뭣같이 이야기하네요. (전원웃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누구를 앞에 넣어달라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고 사실 그 부분은 누가 먼저하든 둘 다 신경 안 썼거든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어요.

    D: 앞으로 말하는 거 다 녹음해놔야겠다. 네가 첫 벌스 하고 싶다고 계속 그랬어. 이제 조삼모사로 칭찬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같은 벌스를 가지고 발성스타일에 약간의 변화를 줘서 탄생한 스타일이에요. 결과적으로는 멋있게 녹음이 된 셈이고요.

    리: 어쨌든 재녹음을 한 건 맞는 이야기네요?

    D: 네. 맞아요. 믹싱도 80퍼센트 이상 진행을 한 상황이었고요.

    A: 재녹음만 했어요. 재녹음만. 왜냐하면, 그때 데드피는 녹음 뒤에 에디팅이나 밸런스 잡는 작업을 그 자리에서 하거든요. 저는 바빠서 급하게 하고 갔는데 얘가 작업하는 걸 보니까 아무리 들어도 이건 너무 급하게 한 것 같아서, 다시 녹음을 했죠.

    D: 할 때마다 톤을 잡는 건 좋은 거야. 완벽을 기하는 거니까. 그 곡의 두 번째 뒷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제 벌스를 들어보면 중간에 비트가 빠지면서 목사나 신부들이 하는 것처럼 설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어드가 듣고 나서 ‘나는 이 곡에서 네가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니 내 부분의 비트도 빼자.’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하나도 어울리는 부분이 없어서 그냥 갔어요.

    A: 이게 데드피가 자기가 부각되는 부분을 일부러 넣은 건데, 사실 그 부분이 탐나긴 했어요. 그래서 해봤는데, 데드피 말대로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갔죠. (웃음)

    리: “Chainsaw Music” 가사에도 언급했지만, 빅딜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D: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과 음악을 발전시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미국힙합시장도 90년대 힙합의 향수를 가진 곡들이 주를 이루지는 못해요. 그럼에도 그런 스타일의 곡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발전하고 있잖아요. 우리나라 힙합 씬이 작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몇몇 분은 그런 부분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아요. 랩스킬의 부족함이나 촌스러움에 대한 지적은 달게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하드코어 스타일 자체를 구시대의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분명히 예전부터 그것을 정착시키고 완성하려 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타일의 고수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과 저희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리: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메이저의 트렌드를 꼭 따라갈 필요는 없죠.

    A: 언더건 메이저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하는데,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잖아요. 그렇지만, 저희가 받는 피드백은 잘 모르는 친구들의 피드백이에요.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아티스트들도 분명 몇 있긴 해요. ‘새로운 것을 하는 게 더 잘난 거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그들의 행동이 싫어요.

    D:  요즘 믹스테잎이나 이슈가 될만한 것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홍보하는 편인데, 그런 친구들이 유명세를 타고 자기의 상황을 좋게 만든 뒤에 뭔가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면 모르겠어요. 근데 현재까지 그런 친구는 아직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자체의 발전이나 새로운 음악들이 나온다기보다는 MC들의 캐릭터만 너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신의 음악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잖아요. 저절로 어떤 스타일을 고수하게 되는 결과도 낳기 때문에 믹스테잎의 범람이라는 부분도 많이 안타까워요.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 그 당시 유행하는 비트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니까요. 

    A: 저는 믹스테잎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이던 긍정적인 입장이에요. 그런데 그것밖에 없는 아티스트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던가 자기 캐릭터를 존중받기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리: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곡은 거친 세상을 견뎌낸 형들이 해주는 이야기 같아요. 인상 깊었습니다. 

    D: 그렇게 들으셨다면 정말 감사한데, 처음엔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가사를 쓰기로 했던 곡이에요. 그런데 내용이 서로 달라졌어요. 세 번째 가사를 보면 어드가 굉장히 비관적인 내용을 여덟 마디로 풀어냈는데, 제가 그걸 재빠르게 수습하면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라는 분위기로 끝내서 완성한 다음에 사실 맘에 안 들었었어요. 

    A: 처음에는 곡의 주제를 '남을 존중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쓰자.'라고 해서 같이 썼는데 제 가사는 끝까지 너무 부정적이었죠. 

    D: 하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고 제가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A: 그 의견에 저는 반대를 했는데 얘는 극복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훅도 보면 갑자기 'Do It Now'가 나오고. 밑도 끝도 없이 무슨…. 

    D: 사실 이번 앨범의 세 곡의 훅을 제가 거의 다 만든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어드가 기여한 부분은 없어요. (웃음) 

    A: 저도 솔직히 "ChainSaw Music"은 같이 만들려고 뭔가 썼어요. 이 자식이 기억을 못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반대했던 걸 얘가 끝까지 우기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리: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데 같은 질문에 두 분을 따로따로 인터뷰해서 올렸으면 더 좋았을 뻔했네요. 누가 진실인가…. (전원웃음) 

    D: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곡은 여하튼 각자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아요. 어드는 좀 부정적인 견해고 저는 희망적인 견해고… 

    리: 아무래도 경험상의 느낌이 반영된 건가요?

    A: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D: 저는 경험이 그렇지 않더라도 노래엔 희망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리: 버쳐 보이즈 앨범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어린 팬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D: 실제로 어린 팬들이 의견을 내는 곳에서는 반응이 없고요, 음악하는 분들이 더 좋아하고 응원하는 편이에요. 

    리: 이렇게 쾅쾅 때려주는 하드코어 힙합을 정식 컨텐츠로 들은 건 오랜만이에요. 

    D: 원래 제가 아는 힙합에선 "ChainSaw Music"이란 곡이 이질적이지 않은데, 지금 힙합 씬에서는 이질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이러니해요. 

    리: 요즘 힙합곡들이 말랑말랑하고 노림수가 보이는 곡들이 좀 많아졌죠. 그래서 그런 걸지도….

    A: 저희는 "ChainSaw Music" 같은 곡이 독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만약 이그니토가 이걸 들었을 땐 적당하다고 이야기했을 거에요. (웃음) 하려면 100배는 더 독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D: 이그니토한테는 클럽송이지. (전원웃음) 

    A: 제가 해도 더 독하게 할 수 있거든요. 사람의 귀를 자르건 몸뚱이를 자르건 더 잔인하고, 대통령을 욕하던 누구를 욕하던 더 심하게 할 수 있죠. 사람들이 거부감 안 들 정도로만 썼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독하다고 하니… 

    D: 저는 수위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쓰면서 수위에 대해 느끼지 못하며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쓰고 나면 폭력적인 단어가 들어가지 않아도 거친 단어를 써서 19금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그런 부분은 조절을 해보려 해요. 

    리: 앞서 했던 이야기 잠깐 더 해보죠. 두 분의 음악, 더 나아가서 빅딜의 하드코어 힙합이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했는데, 분명히 작업이나 미래 행보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D: 인터뷰를 통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작업하는데 좀 힘들었어요. 저희가 너무 많은 공백이 있었고, 음악적으로도 주위의 동료들이나 청자들에게 믿음을 많이 잃은 것 같아서 곡을 받고, 상의하고 함께 만들 수 있는 프로듀서들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아서…. 서로 이해해주고 넓은 마음으로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가사처럼 진짜로 썰거나 찌르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리: 동료들에게 믿음을 잃었다는 건…?

    D: 팬들에게 까이는 것보다 뮤지션들이 어려워하거나 신용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정말 솔직한 이야기인데, 곡을 받아놓고도 작업하지 않은 적이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신뢰가 많이 떨어진 거죠. 작업이 늦어지니까 (저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그 믿음을 잃게 되더라고요.  

    리: 그 가운데 스케리 피(Scary.P) 씨가 함께 했네요. 이번에 처음 같이 한 거죠?  

    D: 네. 스캐리 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다행히 그 친구가 믿음을 가지고 2곡 작업을 같이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게 될 것 같아요. 

    리: 그럼 스캐리 피 씨도 빅딜 멤버가 된 거예요?

    D: 빅딜은 아니고 작업만 같이… 부산에 다른 크루가 있어요. 그리고 새 빅딜멤버로 충격적인 사람이 들어오게 될 거에요. 

    리: 누군데요? 

    A: 내부적인 조율을 거쳐서 공개할게요. 

    리: 사실 마냥 힙합판의 변화만 탓할 순 없는 게, 빅딜이 좀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한때 소울 컴퍼니와 함께 한국힙합 씬의 축을 잡아주다가 레이블에서 크루로 변하고, 데드피 씨가 말씀한대로 이후 활동이 많이 약했던 게 사실이잖아요?

    D: 소울 컴퍼니 이야기가 나와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둘 다 회사로 시작을 했고 비슷한 인지도를 가지고 라이벌 구도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저희가 가장 달랐던 건 음악을 하며 느끼는 성취감을 제외하고는 꿀 같은 것들을 하나도 얻질 못했어요. 대표적인 예로 수익적인 부분이라든지…. 공연 프로모션이나 아티스트 개인의 자세도 문제가 있었지만, 자신이 잘 되고 있을 때 좀더 박차를 가하게 하는 장치가 없었거든요. 금전적인 이득을 하나도 못 받았기 때문에 다들 생활이 더 힘들어졌죠. 그러다 보니 의욕도 꺾이고, 중간에 방향성을 잃은 적도 있어요. 소울 컴퍼니는 도리어 저희보다 하드하지 않은 음악을 했지만, 계속해서 스타일을 발전시켰고 언더그라운드 범주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시도했잖아요? 그래서 언더에서 그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그런데 저희는 방향을 제시해야 할 사람이 언더그라운드나 음악적인 것보다는 수익을 더 크게 낼 수 있는 것들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것들을 제시했고, 그에 동조하는 멤버들과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멤버들 사이에서 문제도 많았어요. 이그니토는 자기가 만들어낸 첫 번째 앨범의 위대한 업적에 비해 회사 내에서 안 좋은 대우를 받았죠. 그게 레이블을 떠나는 큰 계기가 됐고요. 

    리: 이건 옛날 대형 기획사에서나 일어나는 상황인데, 참 안타깝네요. 그러니까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물질적인 성취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잖아요. 그거 정말 힘 빠지죠.

    D: 네.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해 '해냈다.' 정도의 성취감 외에는 없었죠. 그러다 보니 서로 싸우게 되었고요. 

    A: 다음 작업을 할 때 희망이 어느 정도 남아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데드피 이야기에 100% 공감하지는 않지만, 당시 사장님이 생각하는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관점은 우리가 가진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음악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사소한 말투에서 트러블이 좀 있었을 정도였죠. 물론, 양쪽 다 소통하는 데 문제점은 있었지만요.
     
    리: 아무래도 의욕상실이 큰 문제였던 것 같네요.

    D: 언더그라운드라면 서로 믿음을 가지고 밀어주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다 보니 명반의 이름값에 비례한 자신감을 얻기 힘들었어요. 

    A: 이후에 나온 앨범들은 점점 사장님의 의견이 반영되다 보니까 빅딜의 색깔을 많이 잃을 수 밖에 없었죠.  

    D: 그런 일들이 있은 후에 결국, 실질적인 관계가 끝나게 된 거예요. 저희를 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진 거죠. 레이블을 총괄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잘하고 있는 인디 레이블을 보면 일을 열심히 맡아서 해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더 커나갈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빅딜 스쿼드는 사업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없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죠. 

    A: 차붐하고 얼마 전에 긴 통화를 했는데, [Still Ill]같은 앨범이 발매 당시의 호응에 탄력받아서 공연도 많이 하고 여러 프로모션을 했다면 지금처럼 반응이 없어 보이는 상황은 되지 않았을 거에요. 일단은 피드백이 와야 반응이 있는 거라고 여기니까요. 이런 상황이 참 아쉽죠. 저희는 차붐을 굉장히 존중하고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스스로 프로모션을 하는 데 좀 더 같이 고민해서 진행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리: 빅딜 스쿼드가 레이블로 발전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활동하려면 무엇보다 업무적인 부분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군요. 어느 나라의 음악 씬이건 잘 돌아가는 인디 레이블은 이런 역할이 효과적으로 나눠져 있으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A: 그런 사람이 필요하긴 하죠.

    D: 그걸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버쳐 보이즈도 음반을 내고 달랑 ‘나왔습니다.’ 하는 정도니까요.

    리: 지금 빅딜 스쿼드는 버쳐 보이즈와 다이나마이트 셋이서 이끄는 건가요?

    A: 이끈다기보다는 각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리: 앞으로도 버쳐 보이즈는 계속 하드한 스타일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D: 뮤지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스타일에 대한 욕심이 물론 있어요. 90년대 스타일을 꼭 고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항상 하는 말이긴 한데, 코어한 면을 잃지 않는 선에서 모든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좀 모호한 말이지만....

    A: 저는 고수하고 싶어요. (웃음)

    D: 저는 사우스 비트에도 랩을 해보고 싶고, 랩하기 힘든 비트에도 해보고 싶거든요.

    A: 고수한다고 하는 게 90년대 특정 이스트코스트의 특정 프로듀서의 스타일이 아니라 그 시대의 느낌이나 분위기는 어필하면서 계속 작업하고 싶어요.

    리: 활동은 어때요? 버쳐 보이즈로서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D: 그건 알 수 없어요.

    A: 일단 정규를 같이하기로 이야기를 했어요.

    D: 정규를 하게 되면 나름대로 하드코어 클럽 쉿을 하자고 말했거든요. 전자사운드가 들어가지 않고 아날로그하고 빈티지한 사운드인데 클럽을 때릴 수 있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Be Easy” 같은 스타일이요. 곡이 빈티지한데 클럽에서 나오면 난리가 나잖아요.

    A: 격투장에서 철창 붙잡고 막 흔들고 소리 ‘와아아~~’ 지르게 되는 파티음악!

    리: 각자 생각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모습이 있다면요?

    A: 언더그라운드라면 항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음악의 한계가 있어요. ‘이게 언더그라운드지.’ 하는 것 말고도 다양하게 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것들이 각자의 개체로 존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대세만을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D: 일반적인 대중가요를 들었을 때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라 생각해요.

    리: 요즘 나오는 음악은 어떤 거 같아요? 일반적인 감성을 찾을 수 있는 곡들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D: 그렇긴 한데 결국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시장이 커지면 모든 것에 도움이 되거든요. 만약 시장이 커져서 지금 그런 음악을 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이 아예 메이저가 될 수도 있고, 지금 코어한 것들을 하는 사람들은 언더그라운드 노선을 계속 걸울 수 있겠죠.

    A: 말랑말랑한 것들을 해도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계속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문제는 그것에 대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거죠.

    리: 음원 사이트에서 힙합장르를 보면, 얄팍한 상술로 만든 곡들이 굉장히 많아요.

    A: 저희는 듣도보도 못한 랩퍼들인데 발라드에 비트를 쿵짝쿵짝 찍어서 ‘어제 내가 너를 사랑했잖아’하는… 누구지? PK헤만 이런 분들. 전혀 본적 없는데 온라인에서 어느 순간 높은 순위를 점유하고 있고 그렇게 회사를 찾아가고, 그런 식의 앨범이 몇 번 나오고 또 안 나오고….

    리: 각자 계획도 있죠?

    D: 저는 마일드 비츠 & 데드피를 준비 중인데 그 앨범에서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거예요. 정서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요. 스포일러 조차 하지 않으려고요. 모든 곡의 주제를 이미 생각해 뒀거든요.

    A: 솔로 2집을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바빠져서…. 피처링 부탁까지 해놨었는데….

    리: 그래서 신뢰를 또 잃었나요? (전원웃음)

    A: 신뢰를 잃진 않았어요. 편집장님이 몇 개 잘못했다고 해서 리드머가 신뢰를 잃지는 않잖아요.

    리: 오 적절한 비유. (웃음)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세요.

    D: 굳이 누군가가 ‘이게 멋있는 거야! 이게 옳은 거야!’라고 하지 않아도 좋은 음악을 잘 찾아 들으시고, 힙합문화도 올바르게 이해하시고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중에 일부가 저희 빅딜 스쿼드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데드피의 정규앨범을 기다리는 분들께는 매번 죄송한 마음인데,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앨범을 만들어서 다시 한 번 멋있게 등장하겠습니다. 항상 지지해주시는 팬 여러분 감사드려요.

    A: 버쳐 보이즈 많이 들어주세요. 스트리밍은 좀 별로고 돈 내고 받아도 2천원 밖에 안되니까 다운받고 우리모두 해피하게, 아직 19금 안 붙었으니까 어린이들도 다운받고!

    D: 어드 장가가게 해주세요.

    A: 욕은 들어갔지만 아직 심의를 안받아서 다운받을 수 있어요. 랩에서 욕 듣고 싶으면 우리 음악을 다운 받으면 돼요.




    인터뷰. 글 / 박배건,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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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파리공주 (2011-08-02 00:17:06, 121.164.246.***)
      2. 빅딜의 화려한 복귀를 기다립니다!
        댑피도 멋지고 어드도 멋짐ㅋㅋ
        인터뷰 재밌네여
      1. Fukka (2011-07-11 22:24:57, 211.246.72.*)
      2. 빅딜의 몰락 과정은 참 안타깝군요. 그래도 꾸준히 멋진 힙합 들려주시길.

        뭔가 인터뷰도 하드코어하군요
      1. Popeye (2011-07-09 19:45:51, 168.120.97.**)
      2. ㅋㅋ 유쾌한 인터뷰 잘읽었습니다~~!
      1. 브로콜리 (2011-07-08 19:57:13, 59.26.56.**)
      2. D: 그건 좀 왜곡이고요, 팀 이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둘이 팀을 하자고 했던 건 내스티즈 깨지기 한참 전부터예요. 당시 어드가 자기 힘만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저랑 작업해야 한다고 했죠.

        A: 무슨 개소리야!

        ㅋㅋㅋㅋㅋㅋ
      1. rhym_E (2011-07-07 23:01:16, 121.88.100.**)
      2. D: 이그니토한테는 클럽송이지. (전원웃음) ㅎㅎㅎㅎㅎㅎ

        아으 앞 부분에서 실컷 웃고 뒷부분에서 생각을 하게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1. 김영준 (2011-07-07 18:29:26, 59.9.11.**)
      2. 버쳐보이즈를 들으면서 수능 스트레스를 날리는 고3으로서 하드코어 힙합 계속 해주세여 ㅋㅋ Chainsaw Music!! Big Deal!!
      1. doh! nuts (2011-07-07 15:54:08, 164.124.106.***)
      2. 빅딜 흥하길 바래요!! 멋쟁이들
      1. Ndis (2011-07-07 13:46:18, 183.98.229.***)
      2. 빅딜 내에서 그런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네요,,
        솔컴과 비교해서 너무 안타깝네요 ㅜㅠ
        이번 활동을 포함해서 앞으로의 활동에서 빅딜의 예전과 같은 부활을 기대해 봅니다 ㅋ
      1. 엄종업 (2011-07-07 12:07:10, 182.209.201.**)
      2. 랩에서 욕듣고 싶으면 우리 음악 다운받으면 되요 ㅋ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 빅딜 앞으로 쭉쭉 번창했으면 하는 마음이 언제나 있습네다
      1. 엄동영 (2011-07-06 23:57:58, 117.55.173.**)
      2. 엘이에서도 그러시더니 리드머 인터뷰에서도...ㅋㅋㅋㅋ

        톰과 제리는 한국에도 있습니다.

        단지 쥐와 고양이의 관계가 아닌 생고기 힙합과 하드코어 힙합의 관계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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