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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데프콘 - 힙합 마초, 그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분노의 극장
    rhythmer | 2011-08-26 | 2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만, 우리가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것들 -이를테면 사회적인 문제라든지- 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예술이다. 꼭 어떠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랩은 바로 그걸 표현하기에 가장 뛰어나고 적합한 형식을 갖춘 장르이고, 이는 랩을 전혀 다른 차원의 음악으로 올려놓는 특성이었다. 초기 한국힙합에서도 이러한 특성은 심심치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 유행처럼 번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다. 없어도 너무 없다. 워드 플레이도 좋고, 자기자랑도 좋지만, 무엇이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곧 재미없어지기 마련 아닌가?! 이런 시점에서 데프콘은 여러 사회 이슈와 씬에 대한 생각을 담은 마지막 정규 앨범 [The Rage Theater]를 들고 나왔다. 이미 앨범 속의 준수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냈지만, 그래도 우린 그를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그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우리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리드머(이하 ‘리’): 이번 앨범이 마지막 정규라는 소식이 화제였어요. 진짜 데프콘의 음악을 듣는 건 이번이 마지막인가요?

    데프콘(이하 ‘데’): 데프콘이라는 이름을 버리진 않을 거예요. 서브 이름이 하나 더 들어갈 수도 있고…. 6집만 없을 뿐이죠. 데프콘으로서 6집, 7집, 8집 이렇게 내고 싶지가 않아서요.

    리: 이유가 뭔가요?

    데: 너무 에너지를 잃게 되는 것 같아서…. 전 항상 뭔가 에너지가 꽉 차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요.

    리: 지난번 앨범을 모니터링하고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데프콘 랩의 장점을 집약하고 선배로서 여유가 느껴지면서도 꽉 찬 앨범을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었어요. 앨범의 컨셉트와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데: 이번 앨범에서 제일 중점을 두고 싶었던 건 스토리텔링이에요. 제가 데뷔 때부터 계속 선보여왔었죠. 스토리텔링이 한국힙합을 다시금 도약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스토리텔링을 힙합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근데 이 스토리텔링이라는 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면 소화 못하는 그런 기술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시야가 한곳에 고정되어있지 않아야 하고요. 전 늘 그래왔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 기획한 거고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다 내뱉어보자는 마음이었죠.

    리: 그걸 극장이라는 컨셉트로 표현한 건가요?

    데: 그렇죠. 하나의 극장. 그리고 개인적으론 나름대로 잔뼈 굵은 뮤지션이고, 누군가에게는 큰 선배이기 때문에, 이런 시점에서 선배로서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나 힙합 한 번 해보자 싶었어요. 4집부터 슬슬 발동을 걸어왔었고, 5집에서 애초에 이야기했던 대로 터트린 거죠. 게다가 이번 앨범이 데프콘의 정규앨범으론 마지막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을 많이 들였고요.

    리: 앨범의 주제를 말한다면, ‘분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4집에서도 분노가 느껴졌지만, 그땐 씬에 대한 것으로 한정적이었다면, 이번에는 힙합 씬, 사회, 사랑, 범죄 등 여러 부분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어요. 평소 여러 사건을 보며 랩의 소재를 찾는 편이에요?

    데: 제가 한동안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이 있어요. 요즘 힙합 하는 사람들의 매력이 다 비슷비슷한 거 같다는 거. 힙합하는 사람들은 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하느냐는 거.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제가 사회 문제에 대해 깊게 파고 드는 편은 아니지만, 인간의 도리에서 어긋난 사건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관심을 기울여왔고, 분노해왔거든요. 이번 앨범에도 그런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긴 거죠.

    리: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랩이 사라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초기 한국힙합 씬에서는 너무 저항과 비판정신만 강조해서 문제였는데, 요즘은 반대로 너무 없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최근에 부쩍 가요와 다를 바 없는 사랑노래가 많아졌고, ‘너는 Wack, 나는 짱’ 같은 내용만 너무 많아졌고….

    데: 전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런 상황이 별로 변하질 않으니까…. 힙합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가벼워지고, 뭐랄까 약간 생각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의식자체가. 어떤 애들은 단지 연예인이 되기에 가장 쉬운 코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가장 뮤지션 대접을 쉽게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런 병신 같은 생각을 하는 것들이 힙합을 하고 스웩을 한다는 게 정말 병신 같은 거죠.

    리: 이번 앨범의 “Dr.Dre”라는 곡에서 방금 언급한 내용을 표현했죠? 허황된 꿈을 좇는 랩퍼들, 잘못된 스웩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으로 담았는데….

    데: “Dr.Dre”라는 노래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이런 거에요. 요즘 ‘나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돈 잘 벌어.’라는 내용의 랩을 자주 듣는데, 스웨거라고 해봤자 엊그저께 루이비통 백 산 게 다일 텐데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하는 꼬라지들이 너무 X같아서 이 노래를 만든 거예요. 그런 게 너무 싫었어…. 누구나 (잘나가는) 외국 힙합 뮤지션들의 모습을 한 번쯤 꿈꾸잖아요? 전용기타고 공연다니고, 여자들 만나고 클럽에서 돈 뿌리고 그런 거. 실제로 외국 애들은 그렇게 살기도 하고. 막말로 그런 애들은 스웨거를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애들은 스웨거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단 말이죠. 필요할 때는 힙합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것들과 인간적인 모습들도 보여주려고 한단 말이에요. 근데 우리나라는 매번 자기자랑이에요. 어쩌다 하는 건 상관없어요. 근데 자꾸만 그걸로 앨범 전체를 메우면, 예전 뮤지션들이 피땀 흘려가며 일궈놨던 것들이 가벼워지잖아요. 그런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게 “Dr.Dre”에요.
     
    리: 한국에서 멋진 힙합을 한다는 건 어떤 형태일까요?

    데: 멋진 힙합…. 솔직히 전 나름대로는 멋있게 힙합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너무 적당한 걸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으니까요. (웃음) 그리고 일단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멋진 힙합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Make money~ money~’를 꿈꾸지만 나는 드러내놓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건 멋있어 보이지 않거든요. 

    리: 막 등장하는 신예들이 그 정도 돈 버는 걸 성공의 기준으로 보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 같아요.

    데: 전 그런걸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자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다 한방은 있는 거고, 언제든지 역전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멋진 힙합은 그렇게 으리으리하게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고 있을 때, 그게 멋진 힙합이니까요. 이야기하고 싶은 게 계속 있고, 그걸 계속 말하는 거, 그게 멋진 힙합인 거예요. 전 그동안 참 많은 스토리텔링을 했어요. 그런데도 또 할 이야기가 많아요.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들…. 예를 들어 지금 성범죄에 노출되어있는 어린애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 애들의 인생을 짓밟아 놓고 반성하지도 않고. 누군가는 한번쯤 이런 이야기를 할 법한데, 아무도 그걸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게 한국힙합의 X같은 현실이라는 거에요.

    리: 비교가 좀 그럴 수도 있지만, 록 쪽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걸 음악으로 담아내거나 움직임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은데, 힙합 쪽은 너무 없는 게 사실이에요.

    데: 그런걸 좀 알아줬으면 해요. 정말 아무도 없어요. ‘나의 손을 잡아줘. 너 없인 못살아....  제발 다시 와줘.’ 이러고들 있죠. 한두 곡 정도는 괜찮다 쳐도….   

    리: 그러게요. 매번 그런 식이니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현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인정할 순 없는 거거든요. 데프콘 씨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주제나 노랫말에 대한 갈등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예능을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였는데….

    데: 음… 어느 날 갑자기 '무한도전' 출연을 하게 됐죠. 이게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잖아요? 저도 (조정)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앨범을 만들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앨범 작업을 멈추고 생각해봤죠. '내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노출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데프콘을 알 텐데, 지금 만들고 있는 트랙들이 오해를 사서 음악을 못하게 되진 않을까....'. 요즘이 그런 세상이잖아요. 멀쩡한 사람을 병신 만들어버리는. 그래서 트랙들을 다시 짜야 하나 싶었어요. 근데 또 그럼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몰려 오더라고요. (웃음) 설령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 표현이 격하고 다른 가수들과 다를지라도 사람들이 노래에 담긴 진심만큼은 알아줄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그냥 추진한 거고요.

    리: 아무래도 고민이 엄청 됐겠죠.

    데: 근데 결국, 한 곡은 뺐어요. 너무 강한 노래라.

    리: 어떤 내용인데요? 표현 수위가…?

    데: 표현수위보다는 내용 자체가 너무 강해요. 트랙의 배열상에서 너무 튀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앨범의 전체적인 그림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뺐어요. 사람들이 들으면, 의미상으로는 공감하겠지만, 앞으로도 공개는 안 할 것 같아요. 나중에 세상이 좀 더 오픈마인드가 되면 공개할 수도 있겠지만....

    리: 나라와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웃음)

    데: 아니요, 그냥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여하튼 그런 고민들을 엄청 하다가 앨범을 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서 만족해요. ‘야~ 역시 데프콘은 가사가 죽는구나.’, ‘그래, 이런 게 힙합이지.’. 이런 댓글들을 보면서 ‘아, 사람들이 인정하는구나.’ 싶었어요. 전 음악 할 때만큼은 제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누구한테도 지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소신 있게 음악을 하는 거고요. 방송할 때는 또 방송에 맞게 하겠지만요.

    리: “First Class”라는 곡은 여러모로 화제가 되는 곡이에요.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데: 일단 마스터플랜 시절에 같이 공연하고 (뮤지션으로서) 출발했던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그렇게 많이 없어요. 그만큼 힙합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 사람들이 대학도 나온 사람들이고, 얼마든지 취직을 하려면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고…. 힙합 한다고 큰 바지 입고 큰 티 입고 다니면서 나이 먹고도 그러고 다닌다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거고. 물론, 거기엔 저도 포함되고요. 지금과는 다르잖아요. 뭔 말인지 알죠? 지금은 힙합을 한다고 하면 모양이 사는 줄 알지만, 그땐 안 그랬다고요. 그렇게 어렵게 하다가 중간에 그만둔 사람들도 많고, 당시 우리와 음악을 좋아해서 공연장에 와줬던 팬들이 지금은 직장이나 여러 가지 일들에 치여서 (힙합을) 잊고 산다는 걸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두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하자!’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던 거에요. 사람들한테 ‘한번 보여줍시다. ‘내가 처음으로 시발탄을 때릴 테니까 앞으로 이런 작업들이 계속해서 좀 나왔으면 좋겠다.’하니까 다들 정말 좋아했고요. 모두 흔쾌히 수락했고, 대팔이가 뮤직비디오까지 제작을 하게 됐죠. 대팔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짜 우리의 음악을 간직하고 있었던 올드 팬들에게 음악으로 선물을 주고, 우리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짝퉁 엠씨들, 인터넷 엠씨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 친구들에게도 진짜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내공을 쌓아온 우리가 선배들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요즘은 정말 랩퍼 되기 쉬운 세상이고 만나면, ’선배님~ 선배님~’하는데, ‘아, 그래, 그래.’하면서도 속으론 ‘얘가 왜 내 후배지? 어떻게 애가 내 후배가 되는 거지?’하는 의문이 들고…. 요즘엔 댓글 많이 달리면 유명해지는 거잖아요. 진짜 인정받는 랩퍼가 되려면, 댓글이 아니라 무대에서 보여줘야 해요. 한 단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야 하는 거죠. 근데 지금은 껍대기들만 많은 것 같아요. 

    리: 라인업 구성은 어떤 기준으로 섭외한 거예요? SNP(나우누리)와 검은소리(하이텔)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만.

    데: 일단 마스터플랜 시절의 사대천왕을 섭외하고 싶었어요. 가리온, 주석, 사이드 비, 다 크루. (웃음) 근데 다 크루는 한 명은 음악을 안하고 있고, 아티슨 비츠 씨는 프로듀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제를 했죠. 그래서 MP에서 활동했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봤는데,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애초부터 너무 많은 사람을 밀어 넣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갔죠.

    리: 랩 스타일과 가사 스타일 모두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요소가 군데군데 박혀있어서 예전 팬들이 참 좋아할만한 곡이 아닌가 생각해요.

    데: 그런걸 의도했어요. 상징적인 문구들…

    리: 데프콘 씨는 철저하게 상업용 싱글과 힙합팬을 위한 앨범을 구분하는 뮤지션이지만, 어쨌든 지난 앨범에서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이란 곡이 욕을 많이 먹었어요. 혹시 지난 반응이 이번 파트 2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나요?

    데: 아뇨. 파트 1에 대한 힙합팬들의 반응은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파트 1이라는 그 곡 자체가 힙합팬들이 사랑해줄 노래가 아니잖아요. 전 그 곡가지고 힙합팬들에게 어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대중이라면 몰라도. 그리고 그 곡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존나 잘됐어요. 당시 천안함 사태 일어나서 중간에 어쩔 수없이 방송 활동을 못했는데도 그 노래가 선방을 잘해줬죠. 그 덕에 또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된 거고요. 마니아들이 바라보는 상업적이라는 말에 대해선 전혀 신경을 안 써요.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면 음악 못하거든요. 그래서 파트 2를 만들 때도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리: 근데 다른 주제를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또 한 번 ‘래퍼’와 ‘이별’을 주제로 한 파트2를 만든 이유가…?

    데: 그 포지션이 저에게 가장 손해가 없어요. 무대에서 나름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거친 면을 부각할 수 있거든요. 무대에서 내 얼굴과 내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웃음)

    리: 예전에 “나랑 사귀자” 같은 곡은 괜찮았은데…. (웃음)

    데: 지금 와서 이 머리를 하고 부르면 안 먹혀요. 완전 역 반응 나오죠. 뽀글머리였을 때라면 몰라도. (웃음) 그리고 전 엄연한 캐릭터가 있잖아요. 마초, 남자…. 그리고 또 술 들어가는 노래는 심의 때문에 하면 안 돼요. 어이없게도. 그럼 ‘마셔라~ 놀자~ 취하자~’ 이런 곡은 부를 수 없다는 거죠. 그럼 남은 게 뭐냐, 사랑 아니면 이별이에요. 근데 ‘사랑해~ 사랑해~ 제발 가지마, 너 없으면 안 돼~’ 이런 건 안 어울리잖아요. 할 맘도 없지만. (웃음)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Part 2”는 제 캐릭터와 이미지를 최대한 버리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은 곡이에요. 세게 나가는 건 고수하면서. 

    리: 어쨌든 파트 1보다는 힙합팬들의 반응도 괜찮아요. 근데 피처링한 걸스데이 민아 씨가 미성년자죠? 그래서 시디를 못 줬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전원웃음)

    데: 네. 못 줬어요. ‘어른 돼서 들어라~’ 그랬죠.

    리: 19금 앨범에 미성년자 보컬리스트를 피처링시킨 거 너무한 거 아닌가요? (웃음)

    데: 근데 아이돌들이 제 앨범을 참 좋아해요. 자기들은 못 하는 거거든요. 예전에 주석이도 얘기했던 건데, 한국힙합 초창기에 랩퍼들이 방송에 나갔을 때 멋있게 공연하고 나면, 당시 댄스 가수들, 특히, 아이돌 애들이 힙합 뮤지션들을 존경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어요. 왜냐면, 걔들도 랩을 하는데, 우리가 하는 건 다르거든. 존나 멋있었던 거죠. 주석이 “Lastman Standing” 부르고 그럴 때….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없어졌어요. 힙합이나 가요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만큼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보니까요. 힙합은 팝스럽게 변해가고 있고, 가요에서도 힙합적인 걸 뽑으니까, 이젠 자기들(아이돌 댄스 가수들) 거에 만족하고 어깨를 으쓱하거든요. 근데 제 음악을 딱 들으면, 자기들이 할 수 없는 걸 하니까 굉장히 좋아해요. 아이돌 중에도 힙합을 좋아하는 애들이 있잖아요. 특히, 남자애들. 그 애들이 저에게 음악 죽인다고 그러면, 제가 그래요. ‘당연한 거 아니냐? 나도 이걸로 먹고 사는 놈인데 잘해야지. 너희가 이런 거 할 수 있으면, 너희가 힙합 해야지. 각자 포지션에서 열심히 하는 거야.’라고.

    리: “중2병(화가 난 빵셔틀)”은 UMC 씨의 벌스 때문에라도 가장 화제가 될만한 곡이에요. VJ를 겨냥한듯한 가사 때문이에요.

    데: 일단 전 원래 UMC를 좋아했었고, 그 친구의 메시지를 좋아했어요. 2,30대 젊은이들 특유의 삶을 나름대로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하자고 했고요.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캐릭터가 좋았죠. 그래서 지금 달라진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했어요. UMC의 가사를 보면서 사실 누군가 한 명을 지목한다기보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믹싱이 끝나고 다시 들어보니까 이게 말씀한대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 이 부분은 차라리 UMC가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UMC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얘기죠. 전 아직까지도 가사에서 비난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가사 내용 중에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요즘 힙합 씬을 너무 유치하게 생각한다. 존나 자추 때려가면서 다른 뮤지션 다 깎아 내리고 내 이름 치켜세우고 싶어하는 말도 안 되는 유치하는 짓들…’ 전 어떤 애들은 진짜 그런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아이디 여러 개 만들어서. UMC는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리: 아무리 그래도 ‘데프콘 – 버벌진트’ 관계를 알기 때문에 적잖이 논란이 되고 있어요. 물론, 데프콘 씨가 직접 거론한 건 아니지만요.

    데: 근데 전 더는 버벌진트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 저랑은 별로 상관없는 친구거든요. 누구는 싸웠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화해라고 하는 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걔를 씹을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멀어진 거예요. 그리고 걔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방송국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하고 그러는데요 뭘. 

    리: 쿤타 씨와 함께 현 시대의 천태만상을 노래한 “Eva-N-Gelion”은 종말을 뜻하는 ‘에반게리온’을 의미하는 게 맞나요?

    데: 캬~ 이런걸 알아줘야 돼요. 딱 아시네요. 정말 깜찍하고 밝은 비트로 세기말을 이야기하고 있는 곡이죠.

    리: 안 그래도 밝은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어두운 가사와 욕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웃음)

    데: 극과 극이죠. 그 비트에 알앤비 여자가수가 부르면 되게 예뻐질 걸요? 전 이렇게 예쁜 비트에다가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존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트는 잔잔하고 멜로디컬하게 흘러가는데, 거기에 얹힌 상황들은 진짜 격하게 흘러가잖아요. 이런 장치들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리: 쿤타 씨의 보컬도 잘 어울렸어요. 항상 느끼지만, 레게 보컬을 가장 잘 살리는 뮤지션이 아닌가 싶은….

    데: 쿤타는 레게의 끝판을 깰 수 있는 애죠. 근데 쿤타가 레게에 국한되게 설명하지는 않아줬음 하더라고요. 실제로 어떤 하나의 장르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니까요.

    리: 이번에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Part 2” 외에는 다 심의를 통과 못한 건가요?

    데: 아, “2011 희망사항”도 통과했어요.

    리: 그게 문제되는 단어는 없어도 굉장히 마초적인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곡이라 오히려 여성부에서 펄쩍 뛸 곡인데, 재미있네요. (전원웃음)

    데: 놀랍죠? (웃음) 저도 처음에 여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여자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신기해요.

    리: 데프콘 씨는 여성부와 악연이 좀 있잖아요? 지난 앨범에서 “그녀는 낙태 중”으로 한바탕 씹히셨고요. 이번 “중2병”에서 그에 대한 반박을 다시 했고….

    데: 그때 뭐 어디에선가 설문에서 ‘꿰 메고 싶은 입’ 3위에 올랐었어요. (전원웃음) 근데 아무리 그래도 제 입은 못 꿰 메죠. 그딴 말에 신경도 안 써요.

    리: 같은 비트의 “2011 복카치오”는 ‘떡랩’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만든 거예요?

    데: 극과 극이죠. 이번 앨범 컨셉트가 극장인데, 다 만들고 보니까 범죄영화, 스릴러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등, 다 있는데 에로영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넣었죠. 하지만 너무 귀에 거슬릴 정도로 저질스러운 게 아니라 나름대로 좀 세련되게 하고 싶었어요. 말 그대로 에로영화지 포르노영화는 아니거든요. 타프카 부다가 신음소리를 따서 스크래칭한 거도 좋았고…. 재미있잖아요?

    리: 저도 그 신음소리 스크래칭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웃음) 그거 어느 에로영화에서 딴 거에요?

    데: 소라 아오이 목소리도 있고, 이것저것…. (전원웃음)

    리: “A Song For Sad Kids”에서는 “소멸”에서의 랩이 느껴지더군요. 스스로도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작업했는지?

    데: 그래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소멸”이란 노래도 일부러 격양되게 뭔가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감정이 진짜 나오는 대로 한 거였기 때문에. 이게 짜낸다고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A Song For Sad Kids”도 가사를 내가 100% 받아드리고 내 안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거에요. 안타까운 건 이런 곡이야말로 심의에 통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쌍욕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표현이 위험한 부분이 좀 있긴 한데, 그렇다고 그런 걸 죽이면, 또 본래 가지고 있던 제 진심이 전달이 안돼고…. 솔직히 정말 자식 키우기에 너무나도 불안하고 무서운 세상이잖아요? 이 곡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에요. 자기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좀 알아야 되는데 말이죠. 전 특히 아이들에 대한 뭐랄까… ‘짠함’이 있어요.

    리: “힙합 유치원”이 생각나네요.

    데: 말씀이 나와서 얘긴데, 그 곡을 만들 때 뭘 바라고 만든 게 아니었어요. 전 원래 가족과 사람에 대한 마음을 항상 음악에 담아왔거든요. 근데 당시 마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애들 코 묻은 돈 뜯어먹으려고 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참 X같았죠. 그게 아니었거든요. 그 곡에 담긴 가사는 제 진심이었어요. 전 아이들이 나쁜 거에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애들은 정말 애들답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전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다들 쉽게 쉽게 얘기하죠. ‘저거 또 돈 벌어보려고 그러는구나….’. 난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쌍뻑큐를 날리고 싶은 거에요. 어쨌든 이번 “A Song For Sad Kids”는 녹음할 때도 감정이 격해졌어요. 제가 자식은 없지만, 아이들과 관련한 범죄 기사를 보면서 느낀 감정을 진심으로 담았죠. 전 아동폭력, 아동성범죄가 너무너무 싫어요. 개새끼들이야 진짜로. 6살, 7살짜리 애들을 끌고 가서 입 막고 몹쓸 짓 하는 그런 죽일 놈들이 얼마나 많아요?

    리: “씨바스꼬장”은 비트, 랩, 가사 모두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해요. 마지막 개소리(‘월월월~’)도 좋고…. (웃음) 탄생 배경이 궁금하네요.

    데: 요즘 2, 30대를 보면, 참 짠했어요. 특히, 20대들. 왜냐면 취업문제도 얼마나 많이 복잡할 것이며, 또 누군가를 책임지려면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도 많잖아요? 그걸 못 기다려주는 연인들이 있고요. ‘내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래서 미안한 마음뿐인데’, 그런데 여자, 혹은 남자가 못 기다려준단 말이죠. 그래서 헤어진 경험 대부분 한 번씩 있잖아요? 저도 있었고. 그런 상황들을 술을 마시고 꼬장 피우면서 말해보고 싶었던 거에요. 이 노래가 역시 많은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사더라고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있어요. 여자들도 정말 좋아했는데, 남자한테 차이고 까이고 혼자 술 마시고 슬퍼하고…. 욕설이 난무하지만, 왜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가 너무나도 명확한 상황인 거죠. 그런 젊은이들의 고민들을 담고 싶었어요.

    리: 특히, ‘내 주먹의 두께는 생각보다 강하다.’라는 부분을 듣고 울컥하더군요. (웃음)

    데: 열 받아서 벽 친 적도 많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떠나 보냈는데 아쉬워... 근데 잡지를 못해요. 왜? 현실이 안되니까. 이걸 씁쓸한 영화로 만든 거죠.

    리: 이게 또 다른 ‘청춘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데: ‘청춘 영화’의 또 다른 단면이죠.

    리: 후반부의 ‘꼬장’은 굉장히 리얼했어요. 진짜 술 먹고 한 듯한….

    데: 처음에는 진짜 술 먹고 하려다가 그냥 했어요. 오히려 술을 안마시고 연기하는 게 더 멋있을 것 같아서.

    리: 여자분의 욕설도 참 쫄깃했고요. (웃음)

    데: 원래 욕을 안 하는 사람인데, 저도 놀랬어요. 본인은 절대 누군지 밝히지 말래요. 정말 착한 앤데... 걔도 뭔가 당했나봐. 제가 그랬거든요. 정말 널 열 받게 만든 남자를 생각하고 하라고.

    리: 자, 어쨌든 데프콘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마지막 정규앨범이라고 했는데, 그럼 앞으로 음악적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데: 프로젝트 앨범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로 색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완전 다른 건 아니고요. 이번 5집에서 보여주는 음악적인 모습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힙합을 안 하는 것도 절대 아니고요. 음악적으로 어디론가 팍 가버리지는 않을 거에요. 또 다른 형태의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요. 이번 앨범을 만들 때 너무 힘들어서 환기도 좀 시키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너무 개노가다를 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제 앨범을 많이 들어줘야 해요. (웃음) 무엇보다 전 이 앨범을 기점으로 더 당당해지고 싶어서 만든 거거든요. 힙합 하는 사람으로서, 뮤지션 데프콘으로서 지금보다 더욱 당당해지고 싶어서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제일 처음에 힙합이 돈 좀 될 것 같으니까 여기저기 붙어있던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남아있어요? 다 떠났잖아요. 돈이 안되니까. 힙합이라는 건 정말 알 수가 없는, 뭐랄까…. 대중음악 제작하는 사람들이 쉽게 분석할 수 없는 그런 씬이에요. 그만큼 가치가 있는 씬이기 때문에 끌어올려야 돼죠. 더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앨범도 낸 거고요. 전 5집을 내서 명반소리를 들어서 우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기존의 사람들이 ‘아 힙합이 양아치들 음악이 아니었구만. 뭔가 다른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앞으로도 그렇고요.

    리: 언제나 씬을 바라보면서 일침과 샤라웃(Shou Out)을 동시에 보내왔는데, 이번에도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듯해요. 

    데: 리스너가 뮤지션들을 과도하게 끌어내리려고 하는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똥텅랩”도 그런 의미에서 쓴 건데, 악플러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근데 단지 쌍욕하면서 침 뱉는 애들은 가장 아래 있는 애들이고, 뭔가 씬에 대해 걱정하는 척하면서 집요하게 깎아 내리려고 하는 몇 새끼들이 있어요. 전 그 애들을 얘기하는 거에요. 평론가인 척하면서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애들. 평론가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리: 커뮤니티마다 몇 명씩 있죠.

    데: 그런 애들이 진짜 제대로 된 악랄한 애들, 진짜 악플러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위기를 조장해서 사람들 휘둘리게 하고, 커뮤니티 난장판 만들고. 그런 애들이 힙합의 발전이나 애정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그러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애들한테 ‘발전 같은 이야기하지 말고 일이나 해라.’라고 하는 거고요.

    리: 저희도 오히려 단순하게 욕하는 이들보다 그런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데: 그리고 전 뮤지션들이 그런 악플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조져야 되면 대표적인 애들만 나중에 조지면 돼요. 고소라는 것도 이 사람 고소하고, 저 사람 고소하고…. 좀 그렇잖아요? 진짜 필요할 타이밍에 그런걸 보여줄 순 있죠. 리스너들은 한국힙합의 발전을 위해서 뮤지션을 까는 거라고 하는데, 이런 패턴은 발전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런 애들은 가만히 있으면 돼요.

    리: 어떤 때는 보면, 리스너와 뮤지션의 경계가 너무 허물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소통은 좋지만, 그래도 너무….   

    데: 뮤지션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은 있어요. 저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어린 팬들 꼬시고 놀고 그런다고. 메신저로 미성년자 팬한테 음담패설 날리는 놈들도 있다고. 그런 게 결국 멋진 뮤지션들이 나름대로 쌓아놨던 것들을 한 순간에 갉아먹는 X같은 짓인 거예요. 힙합을 다시 양아치문화로 만들려고 하는 거지. 홍대에서 누가 좀 알아주면 우쭐해서는 연예인 놀이나 하려고 하고….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잖아요. 같은 눈으로 봤을 때도 양아치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 애들은 후배로 보고 싶지도 않아요.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데: 이번에 조정을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8명의 박자가 똑같이 맞아야 하고 리듬을 타야 돼요. 안 그러면 다 따로따로 놀다가 1미터도 못나가죠. 존나 힘들어요. 힙합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뮤지션이면 뮤지션, 리스너면 리스너, 이 씬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박자를 맞춰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선배라고 해서 권위를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후배들을 깔보거나 무시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서로가 박자를 맞추면서 잘 갔으면 좋겠어요. 단, 이 씬을 형성하기 위해 그동안 행해진 많은 노력들이 퇴색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힙합이 너무 가벼워지거나, 병신같아지거나, 누구에게도 얕잡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글 / 강일권, 현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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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근수 (2011-09-01 09:55:02, 59.31.102.***)
      2. 다른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은 굉장히 좋게 들었습니다.
      1. djyd (2011-08-31 00:30:44, 119.203.243.**)
      2. 얄미우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1. 조금만더 (2011-08-30 09:55:42, 211.57.153.***)
      2. 좋은게 좋은거지.. 라며 이런 형들 꼰대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어느 집단이나 꼭 필요한 마인드를 지닌 멋진 형이네요.
        커다란 덩치답게 초심 묵직하게 간직하고 쭉~ 갔으면 좋겠어요.
      1. 강민 (2011-08-28 23:53:28, 59.19.159.***)
      2. 데프콘은 터지고 박살내야 제 맛이거든!
      1. 강민 (2011-08-28 23:53:05, 59.19.159.***)
      2. 힙합하다가 경제적이유로 떠나간 랩퍼들...
        같은 이유로 삶이 팍팍해서 음악에 멀어진 리스너도 있습니다.
        마스터플랜 4대천황이라니까 반갑네요
        이렇게 배짱좋게 음악하는 분들이 있으니
        슬슬 힙합도 다시 들어야겠습니다.
      1. 아비브 (2011-08-28 14:47:24, 219.241.191.***)
      2. ㅎㅎ 좋은 인터뷰같습니다 !ㅋ 위에 스웩에 대해서 나왓는데 뻔한 허세와 그냥 헛웃음 나오는 스웩가사뿐인 애들 이야기인것 맞나요 ? 흠 ; 아무튼 좋은 인텨뷰 잘읽엇습니다!
      1. JAMES (2011-08-28 13:09:10, 114.200.203.**)
      2. d콘 이번앨범 잘들었습니다

        열심히 음악하시고 열심히 사는모습

        멋진 아저씨..... 인터뷰 잘봤고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1. 김도현 (2011-08-27 16:43:39, 210.207.43.*)
      2. 나름의 애정이 있어서 나오는 결과물마다 챙겨서 듣고 있어요.
        VJ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작업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반갑네요.

        아이돌들이 경외할 수 있는 힙합음악에 대해 언급할 때 'Lastaman Standing'을 언급하셨는데, '랩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킹왕짱', '힙합유치원' 같은 결과물들을 동일선상에 둘 이유가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네요. (힙합스럽지도, 대중스럽지도 않았다는 말임.)

        그런 곡들도 다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걸 몰라주는 리스너가 잘못한 거고 쌍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 이흑인 (2011-08-27 13:39:34, 116.37.196.**)
      2. 저같은 경우는 스웨거식 가사 자체를 나쁘게보진않는데 이뤄논 건덕지라던지 자기이상의 스웨거를 보여주는 사람은 보기싫더라구요 결국 허세뿐이니..
      1. 신숭털 (2011-08-27 13:19:28, 59.29.229.**)
      2. 아직 앨범이 도착 안해서 못 듣고 있는데 앨범 오면 들어보고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마초로 돌아온 콘이삼촌 반가워요! VJ와의 관계는 정말 아쉽지만 서로 각자의 음악에서 좋은 것들 보여주면 그걸로도 만족해야겠죠.
      1. 캐붤 (2011-08-27 10:41:43, 203.130.180.**)
      2. Notorious님 말 동의하고요. 벌스당 몇 번, 또 다른 곡에 집어넣는 건 스펙트럼 자체가 좁은 거라고 생각해요. 뭐 이건 제가 도끼를 안듣는 이유고요. 제가 인터뷰를 잘못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글에서의 데프콘은 그냥 swag 가사를 쓰는 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거 같아서요.
      1. Notorious (2011-08-27 10:26:26, 115.20.134.***)
      2. 차사고 백사고 좋아요

        근데 거기만 엄청 부각하니까 그렇지 ..

        솔직히 1억 번다고 쳐도 좁은시장에서 큰성공을 이룩한거긴 하지만

        맨날 그 얘기를 벌스당 몇번을 집어넣고 또 다른곡에 집어넣고

        세상 다가진건 마냥 자랑하는게 별로다 그거겠죠 ;;
      1. 캐붤 (2011-08-27 10:13:30, 203.130.180.**)
      2. 뭐 스윙스 얘기는 스윙스가 hustle의 개념을 변용해서 가져왔다는 거구요. 그렇게 랩퍼들도 swag을 500을 벌든 1000을 벌든 돈을 버는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건데, 미국 힙합에 익숙한 리스너들은 제이지나 카녜에 비하면 개미눈알만한 돈을 버는 국내 랩퍼들이 초라해보이는 거죠. 어디서나 까이는 솔자보이가 우리나라 랩퍼들의 부모, 형제 연봉까지 합친 돈보다 많이 버니까요.

        도끼나 더콰이엇, VJ나 스윙스만큼 버는 리스너가 얼마나 있는 지도 궁금하네요. 솔직히 랩퍼가 자기보다 못벌면서 스웩스웩거리면 비웃을 수도 있는데 음반시장 규모도 다르고 역사도 짧은 이 씬에서 그 정도 벌면서 스웩을 논하는게 왜 문제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아 물론 정말 조또없는 듣보잡이 그러면 개소리같긴 하죠.
      1. 캐붤 (2011-08-27 10:05:45, 203.130.180.**)
      2. 분명 미국 MC들의 수입은 일반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랩퍼들이 swag을 논할 자격이 없지는 않습니다. 로또를 맞은 거도 아니고 경력을 충실히 쌓아서 그 정도 버는 거고 일반인에 비해서도 많이 버니까요. 반면에 스윙스는 마티즈를 끌고 다녀도 간지가 나는데요. 첫 EP 성장통에서 공연한번에 500만원 받는다는 가사도 분명히 swag을 보여주고 있구요. swag이 꼭 전용기, 벤츠 이런 거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VJ 말처럼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성취한 물질적인 면을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꼭 물질적인게 아니라 말 그대로 뮤지션의 '간지' 또한 중요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스웨거 가사에 대한 혐오가 swag이란 단어 자체를 우리나라 식으로 해석하지 못해서 생기는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또 스윙스가 나와서 좀 그런데 아무튼 스윙스 요번 EP에서 for the hustlers라는 곡이 있는데 원래 hustle도 다들 아시겠지만 힙합에서는 빈민가에서 약팔고 강도질하고 해서 정말 어렵게 먹고 산다는 뜻이잖아요? 좀 더 넓은 범주로 보면 '정말 똥줄타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정도로 서구문화권에서는 쓰고요. 근데 스윙스는 열심히 일하는 아빠 엄마도 허슬러라고 합니다.
      1. 캐붤 (2011-08-27 10:05:38, 203.130.180.**)
      2. 루이비통 사고, 차 산게 왜 스웨거가 될 수 없나요?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스웨거 가사는 절대 쓰면 안되죠. 씬에서 순수 음반판매 수익으로만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MC라고 해봤자 1년에 5억도 못버는데요. VJ나 도끼 등의 인터뷰를 봤을 때 기껏해야 '의사 정도'의 수입을 올리니까요.
      1. Popeye (2011-08-27 02:55:17, 168.120.97.**)
      2. ....힙합이라는 건 정말 알 수가 없는, 뭐랄까…. 대중음악 제작하는 사람들이 쉽게 분석할 수 없는 그런 씬이에요. 그만큼 가치가 있는 씬이기 때문에 끌어올려야 돼죠.

        앨범을 같이 들으면서 읽으니 뭔가 짠합니다.

        인터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원럽!
      1. Stigmata (2011-08-27 01:53:40, 121.161.21.***)
      2. 어린 팬들 꼬시고 놀고 그런다고. 메신저로 미성년자 팬한테 음담패설 날리는 놈

        야 이거 진짜 찔리는놈들있을텐데

        여튼인터뷰잘봤습니다!
      1. (2011-08-27 01:19:21, 125.180.141.***)
      2. 아예 음악 끝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ㅎㅎ 인터뷰 잘보고가요~
      1. nasty (2011-08-26 23:58:09, 112.145.245.***)
      2. 요즘 ‘나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돈 잘 벌어.’라는 내용의 랩을 자주 듣는데, 스웨거라고 해봤자 엊그저께 루이비통 백 산 게 다일 텐데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하는 꼬라지들이 너무 X같아서 이 노래를 만든 거예요. 그런 게 너무 싫었어…. 누구나 (잘나가는) 외국 힙합 뮤지션들의 모습을 한 번쯤 꿈꾸잖아요? 전용기타고 공연다니고, 여자들 만나고 클럽에서 돈 뿌리고 그런 거. 실제로 외국 애들은 그렇게 살기도 하고. 막말로 그런 애들은 스웨거를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애들은 스웨거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단 말이죠. 필요할 때는 힙합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것들과 인간적인 모습들도 보여주려고 한단 말이에요.


        저도 공감... 루이비통 백 사고, 차 산게 스웨거라고 생각하는 분들 정신좀 차리시길...
        진짜 자기가 가사쓰면서 안 오그라드나? 이건 걍 스웨거가 아니라 허세에요ㅋㅋ
        글고 중고등학생들이랑 트윗질 해가면서 열심히 연예인놀이 하시는 분들
        데프콘형님 반만 따라가주셈 제발
        예술을 하고싶은건지 연예인이 되고싶은건지ㅋㅋㅋ

        그리고 데프콘 형님은 힙합꽃미남 이런게 제일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재밌으면서도 미워할수 없는 캐릭터랄까ㅋㅋ 익살스러운게 더 어울려요
        마초적인것도 좋지만... 예에전에 서민정씨가 진행하는 무슨 음악프로? 였나
        거기서 나랑 사귀자 부르면서 앞자리 여성분에게 꽃을 건네는 퍼포먼스 그거... 되게 인상깊게 봤는데ㅋㅋㅋ 암튼 오래오래 하고싶은 음악 계속 하셨으면 좋겠네요!! 멋지심!!
      1. Fukka (2011-08-26 23:54:08, 211.246.77.***)
      2. 아 거 참 시원하고 힙합적인 인터뷰네요. 역시...
      1. Inaba' a.k.a Rozgin (2011-08-26 23:26:58, 112.158.173.***)
      2. 정말 속 시원한 글입니다.
        제가 너무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앨범에서,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에서 속시원히 찍어주셨슴.
      1. 마초매직 (2011-08-26 22:56:45, 125.142.96.***)
      2. 요즘같은 힙합씬에.. 멋진 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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