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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이그니토 - 다른 세상에서 현실로의 이유 있는 외출
    rhythmer | 2011-09-30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집 [Demolish]를 통해 현실과 상관 없는 자신이 만든 세상 속의 캐릭터로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그니토(Ignito)는 지난 8월 발표한 앨범 [Black]을 통해 잠시 현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가 외출을 시도한 이유는 변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그는 앨범 내내 냉소를 보내고 직언을 토해낸다. 과연 무엇이 그를 그토록 화나게 했을까? 

    리드머(이하 '리'): 반갑습니다. 지난 8월에 발표한 앨범 [Black]은 매우 갑작스러웠어요. 원래는 2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그니토(이하 '이'): 제가 2집을 계속 준비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주제를 정하기도 힘들었고요. 제 특유의 작법 때문에 가사가 오래 걸린 것도 있고…. 그러는 와중에 그동안 힙합 씬을 계속 관찰하면서 쌓인 것들을 이번엔 '좀 말해야겠다. 좀 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욕구를 한 번 털어버리고 싶었어요. 마침 좋은 비트들을 만나게 돼서 쏟아 뱉은 거죠.

    리: ‘검다’는 앨범 타이틀이 의미심장했어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건가요? 진정한 힙합?, 혹은 현 씬이 어둡다는 것?

    이: 포괄적으로 그것도 맞고요. 블랙이 주는 힙합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 그런걸 다 포함해서 [Black]이라고 정하게 됐죠.

    리: 이번 앨범은 한국힙합 씬에 대한 불만과 일침이 가득합니다.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네요.

    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 지 모를 정도로 포괄적인데요. 언더그라운드 씬에 대한 불만이죠. 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많이 이상해졌다는 사실에 대해 저뿐만이 아니라 많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요새 나오는 음반들의 깊이도 얕아지고, 특히, 얄팍한 돈 욕심을 부리면서 음반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찍어내고…. 깊이 숙성시키는 과정 없이요. 그런 게 싫었어요. 그런 태도도 싫었지만, 음악도 너무 싫었어요. 깊이도 없고, 가사도 다 거지같고. 그런 다양한 얘기를 차근차근하고 싶었어요. 공연장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고.

    리: 앨범을 들어보면 그 불만과 일침이 대부분 뮤지션에게 향해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 부분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리스너와 막연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 앨범들은 많았지만, 그 화살이 뮤지션에게 향한 앨범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부분 뮤지션끼리는 감싸는 분위기가 강하잖아요?

    이: 저는 리스너 탓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절대로. 리스너 탓하는 사람들이 제일 꼴 보기 싫어요. 미련한 사람들 같아요. 지금 리스너들이 대부분 어린 친구로 이루어져 있는 걸 막을 수도 없고요. 그렇게 만든 원인은 사실 뮤지션들의 탓이 더 컸거든요. 제가 옛날에 [Demolish]내고 2006년에 했던 인터뷰에서 '지금 언더그라운드 씬의 팬이 변해가고 있다. 이거 우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때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된 거죠. 그 원인은 일단 뮤지션들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앨범이 팔리고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오니까 이익이 생기잖아요. 거기에 맞춘 음악들이 많아지니까 언더 힙합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리: 메이저처럼 언더에서도 노림수를 둔 흐름이 생긴 거죠.

    이: 그렇다 보니 딱히 주체성 있는 음악을 찾아보기 힘들고, 주체성을 빙자한 자기 포장은 심해졌어요. 그러면서 언더그라운드 간지는 챙기려고 하고.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다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오버로 올라가는 사람들한테는 딱히 미련이 없어요. 뭐 알아서 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언더그라운드를 계속 이용하면서 쪽 팔린 짓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싫었죠.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정말 잘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볼 때는 아니에요. 물론, 진짜 실력을 바탕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대개 그냥 어떻게 했는데 그게 음반을 사기 좋아하고 마침 새로운 문화를 찾던 어린 친구들에게 잘 맞아 떨어 진 거죠. 그 사람들이 지지기반을 얻고 경제적 규모를 형성하니까 마치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적 파워를 지닌 것처럼 되어 버렸어요. 이게 너무 싫어요. 그 사람들이 하는 장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어요. 다만, 제가 봤을 때는 그들의 음악과 앨범이 완성도에 있어서 인정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리: 인터뷰 초반인데 벌써 이곳이 분노의 기운으로 가득하네요.

    이: 최근 기분이 많이 상했던 거 또 하나는 내가 짱이라면서 마치 다른 MC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는 거였어요. 제가 볼 때는 크게 짱도 아닌데. 오히려 깊이를 얕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씬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 팬들이 그들의 그런 주장을 분별력 없이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요.

    리: 방금 말씀한 메시지의 절정은 “언더 MC들에게 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배니쉿 뱅의 벌스 중에 실체 없는 Wack MC와 관련된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이: 저는 그냥 쌍스럽게 분노를 토해냈고요. 배니쉿 뱅이 잘 정리를 해준 것 같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 노래도 우리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일 뿐일 수도 있어요. 베니쉿 뱅의 벌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도 역시 걔들이 없으면 다를 거 없는 존재다.’라고 정리를 해주거든요.

    리: 그렇다면, 이 곡에서 말한 Wack MC는 어떤 부류를 말하는 건가요?

    이: 유치한 가사 쓰는 사람들. 가사로서 의미를 잃어버린…. 요새 아마추어 랩퍼들도 다 그런 거 따라 하고 있잖아요. 플로우도 많이 짜증났어요. 래퍼들이 하는 플로우가 정말 다 똑같은 거에요. 가사도 똑같고 목소리도 똑같고, 발성방법도 다 똑같고. 단체곡인데 한 명이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문체도 획일화되고 서술방식도 획일화 되고.

    리: 이번 앨범의 가사나 지금 언급하는 내용들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지만, 그 일갈이 정확히 누구를 지목하는 건지 모호하다는 점은 아쉬워요. 사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디스는 이전부터도 있어 왔으니까요. 그 수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  

    이: 저도 어쩔 수 없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인 것 같아요. 지목해서 디스를 하면 큰 이슈가 될 수 있겠죠. 근데 전 옛날부터 디스에 대해 부정적이었어요. 어쨌든 서로 얼굴 붉어지는 거고…. 말씀한 부분에서 떳떳하지 못한 점은 인정해요. 다만, 누군가 한 명을 지목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 힙합 씬의 캐릭터가 획일화된 것도 문제지만, 그걸 공격적으로 견제하는 이들 역시 별로 없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는 이그니토 씨도 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저는 옛날부터 음악으론 힙합 씬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 않으려고 했어요.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죠.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게 도가 너무 지나치니까 이 앨범을 통해 말하게 된 거고요. 참 웃긴 게 힙합 씬은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인맥형성이 참 중요하잖아요. 피처링, 공연 등등, 그런 것들 때문에. 일단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잘나가게 되면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너무 보여요. 힙합 씬이 타 장르보다 유독 그런 게 강한 것 같아요. 제 가사 중에서도 ‘밥줄 잃기 싫은 렙퍼들은 입 다문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저도 사실 뭐 벗어날 순 없죠. 그래도 밥줄 잃기 싫어서 입 다문 건 아니었지만요. 디스를 한다거나 이러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했고. 근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피해가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직접 관통할 수는 없는.... 그게 태생적인 한계인 것 같아요.

    리: 스스로 언더그라운드 내에서 입지가 예전보다 좁아졌다고 생각하나요?

    이: 음… 어느 정도는요.

    리: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이: 속상한 게, 이번에 나온 제 앨범이 리스너들에겐 되게 유별나게 느껴질 거라는 거에요. 이게 2004년에 나왔더라면 전혀 특이할 것 없는 앨범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이런 영역을 맡아주실 분들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멋있는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없어지거나 다 변했잖아요. 진짜 형님들이 나오셔야 팬층도 형성되고 분위기도 형성되고 애들도 따라오는 건데, 그분들이 도망을 갔다고 봐요, 저는. 재미를 못 보니까. 가리온 형님들은 예외죠. 유일한 한줄기 생명수라고 생각해요. (웃음)

    리: “언더 MC들에게 고함”과 함께 굉장히 인상깊게 들었던 곡이 “Vomit Show”였어요. 특히, 관중들이 로보트처럼 ‘푸쵸핸접’ 하는 것을 비꼬는 가사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 다른 뮤지션들과 공연했을 때, 제 차례가 돼서 랩을 딱 하니까 같은 장르의 공연에 선 게 맞는가 할 정도로 팬들이 저를 되게 신기하게 바라보더라고요. 저는 아예 다른 장르를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뭔가 수모를 당한 기분일 정도로. 제가 예전에 힙합공연을 다녔을 땐 어떤 진중하고 묵직한 가사에 집중하는 게 있었어요. 조금이라도요. 근데 요새는 공연 잘하는 MC하면 분위기를 방방 띄우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리: 저는 언젠가 한국힙합 공연 영상을 보다가 모두가 하나같이 뻣뻣하게 손을 들고 흔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이상해 보이더라고요. 랩이나 비트를 느끼면서 그루브를 타는 게 아니라 그냥 다들 좀비처럼…. 어쨌든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어요. 공연에서 이 곡을 하면 굉장히 폭발적이고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그 아이러니함이 좋을 것 같아요. 다 손들라고 했다가, 뭘 좋다고 흔드느냐고 그러고.   저도 공연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리: “Vandalism”이라는 곡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죠. 공공시설을 파손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제목과 가사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것도 씬을 빗댄 거죠?

    이: ‘반달리즘’이 더 정확하게는 무식해서 문화재나 유적의 가치를 모르고 전쟁 중에 막 부셔버리는 것을 말하잖아요. 후렴에서 ‘‘무식과 단순함으로 가치를 던져’ 이러는데, 다른 뮤지션들이 그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우리도 그런 뮤지션들을 향해 똑같이 무식한 파괴를 행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중의적인 의미에요.

    리: 총 프로덕션을 맡은 러프 컷과는 어떻게 만난 거죠?

    이: 일단 딥플로우를 통해서 러프 컷을 알게 되면서 그 친구의 곡 묶음을 제가 받게 됐죠. 한 50곡 가량. 요즘 한국힙합 씬에서는 거의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안 하잖아요. 이런 음악이 나와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번 앨범화 해보자 한 거죠. 

    리: 이그니토 씨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색깔이 너무 확실해서 비트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러프 컷 씨와는 잘 맞았네요.

    이: 제가 요새 한계를 느끼는 게 저 혼자서 곡을 완성할 수 없으니까 결국 ‘반 쪽짜리 뮤지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어떻게든 각 프로듀서들한테 저의 스타일에 맞게 곡을 끌어올 수 밖에 없겠죠. 그 상황에서 러프 컷의 오래된 비트들을 발굴한 것은 저의 기회였던 것 같아요. 굉장히 오래된 비트들이거든요.

    리: 이번 앨범에서 발군의 가사와 래핑을 보여준 배니쉿 뱅에 대해 소개를 좀 해주세요.

    이: 1집에서도 피처링을 했었어요. 원래는 세 명으로 이루어진 고등학교 동창 팀으로 활동한 친군데, 이 친구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온라인 1집을 만들었었어요. 아마추어리즘으로. 그 당시 앨범에서 YG를 씹은 “반격”이라는 곡이 화제가 됐었는데, 온라인에 3집까지 내고 잠적해 있다가 제가 연락해서 1집에 피처링을 해줬던 거죠. 그리고 2006년에 마지막으로 온라인에 4집을 내고, 팀은 해체를 한 것 같아요. 근데 그 친구들이 아마추어리즘으로 썼던 그 가사들이 제가 음악적 방향을 잡는데 엄청난 영향을 줬었어요. 라이밍에서도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뮤지션이 배니쉿 뱅이었고, 지금도 한국어로 쓰는 가사 중에 제일 수준 있는 가사를 쓰는 랩퍼인 것 같아요. 독설을 해도 차원이 달라요. 옛날, 라이밍에 대해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99년도였는데 음질은 구리지만 지금 들어도 라이밍이 다 살아있고. 그것도 그냥 한 게 아니라 단어와 단어가 다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어요.

    리: 99년도에 그 수준이었으면 대단했던 건데요. 아마추어리즘이 아닌 본격적으로 한 적은 한번도 없었나요?

    이: 네. 한 번도요 지금은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리: 그럼 국내에서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겠네요.

    이: 그래도 자기 앨범을 내고 싶어하는 욕심은 있어서 언젠가 앨범을 내면 본격적으로 도와줄 생각이에요.

    리: 이그니토는 본래 현실과 상관이 없는 자기가 만든 세상 속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 점이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줬고요. 근데 [Black]에서는 현실로 나왔어요. 전작은 이미지의 향연이었잖아요. 마치 소설을 읽으면서 이미지를 그리는 듯 했죠. 하지만, 이번엔 이미지 없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다 들었을 땐 앨범 전체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뭔지 알지만, 처음에 들을 때는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솔직히 아쉽기도 했고요.

    이: 그래서 제가 비정규라고 이야기했던 거에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것도 하나의 정규앨범이지만, 이그니토의 정식 넘버링 앨범은 아니라는 거죠. 본래 제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캐릭터와는 다르기 때문에요. 이름을 아예 다른 걸로 해서 만들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웃음)

    리: 그래도 목소리 들으면 다 알 걸요? (전원웃음)

    이: 어쨌든 2집은 저의 캐릭터와 주관으로 작업할 생각이에요.

    리: 그럼 2집은 1집과 같은 캐릭터로 돌아가는 건가요?

    이: 1집처럼 악마 캐릭터는 아니겠지만, 현실과 다른 세계이면서도 현실을 빗댄 캐릭터긴 한데, 더 확장을 시켜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어요.

    리: 지옥에서 계속 현 씬을 바라보다가, 방관할 수만 없어서 잠깐 올라온 언더테이커 같은. (전원웃음)

    이: 사실 1집 캐릭터가 세긴 셌죠. 악마로 묶여 있는 게 좀 그렇긴 한데, 다시 진지한 목소리로 딴 세상 이야기하듯 랩하는 캐릭터로 돌아갈 거에요.

    리: 그럼 어느 정도 작업이 되고 있나요?

    이: 아직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시면 돼요. 계속 준비하지만, 제 머릿속에만 있는….

    리: 프로덕션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겠네요. 올해는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계속 늦어지고 있죠. 저의 꿈과도 같은 일인데, 어쩔 수 없이 이젠 내야 할 것 같아요. 억지로라도. (웃음)

    리: 바이탈리티 크루의 다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 지금 새로 영입한 여포나 러프 컷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할거고요. 데즈뎁스나 일탈이나 아카슬립 등은 제가 졸라서 하는 형식이라고 봐야 할 거에요. 음악에 뜻은 있지만, 본인들의 의지로 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제가 필요에 의해서 그분들을 찾게 되겠죠. 근데 아카슬립형은 당분간 음악적으로 보기 힘들 거예요. 일탈은 지금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음악을 할 의지는 갖고 있어요.

    리: 이그니토의 음악은 국외의 열혈 힙합팬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이: (웃음) 국외의 언더그라운드에는 아직 하드코어 랩 씬이 존재하는 게 참 부러워요. 제가 바이탈리티를 구성하고 이렇게 하는 것도 작게나마 그런 음악을 한국에서 해보자 의지거든요. 이런 걸 기대하고 있는 한국 팬들도 있고요. 가끔 게시판에서 ‘이그니토같이 랩하는 국내 뮤지션 또 누가 있죠?’라는 글을 봐요. 없는데… (웃음) 그런걸 갈구하는 사람들이 어디엔가 있다는 거죠.

    리: 그렇다면 지금 씬에 새로 등장한 랩퍼들 중에 좋게 들었던 이가 있다면?

    이: 저는 다른 것 다 떠나서 랩 잘하면 좋아요. 제 기준에서 랩을 잘한다는 뮤지션은 별로 없는데, 제이통은 확실히 잘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도 있고, 스타일도 있고.

    리: 같이 작업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이: 저야 기회만 되면 같이 하고 싶죠.

    리: 같이 하면 굉장히 센 게 나올 것 같은데... (웃음)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이: 현재 바이탈리티 크루를 레이블화해서 앨범들을 발매하고 있어요. 앨범이 발매되고 공연을 개최하는 식으로 진행할 거고요. 다른 레이블처럼 사업으로 하는 건 아니고요. 질 높은 음반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바이탈리티 하면 믿고 살 수 있는 음반을 만들 겁니다. 싱글이나 EP는 내지 않고, 정규앨범만 낼 거에요. 요즘 정말 싫은 게 앨범 내기 전에 한두 곡도 아니고 세 곡까지 온라인으로 싱글을 많이 발매하잖아요. 저는 이걸 음악과는 무관한 수익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런걸 안 좋게 생각하고요. 무조건 앨범 단위로 발표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2집에서는 랩을 진짜 신나게 때려 박고 싶어요. 이번에는 일부러 플로우에 힘을 다 뺐거든요. 그냥 말하듯이 했어요. 한마디만 내뱉어도 그 분위기와 박자가 맞아 들어가는, 느릿한 한마디로도 가사까지 하나가 되면서 간지가 나는 것을 하는 게 제 목표거든요. 그래서인지 뭐 ‘랩이 퇴보되었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웃음) 어쨌든 앨범으로 보여드릴게요.




    인터뷰. 글 / 강일권, 남성훈, 현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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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파리공주 (2011-10-05 05:28:49, 59.25.31.***)
      2. 이그니토 & 바이탈리티 응원합니다ㅋㅋ 화이팅!!!!!!!!
      1. SRE (2011-10-04 18:50:20, 121.169.57.**)
      2. 존경하는 MC 입니다. 기억 나실지 모르겠지만.. ㅋㅋ;; 남들 hands up 안할때 저 혼자 흥분 해서 했었습니다. ㅋㅋ
      1. ASSBEE (2011-10-01 12:16:48, 211.195.119.**)
      2. 동영님이랑 동의해요..ㅋㅋㅋ 뎁콘성님이랑 로퀜스랑 넷이서 콜라보하면 진짜 리얼쉩 나올듯
      1. 건치왕엠씨몽 (2011-10-01 02:58:49, 114.203.128.***)
      2. 한국 언더 힙합은 이그니토만 믿고 가자. 이런 거 계속해서 하는 것도 놀랍다.
      1. 엄동영 (2011-09-30 21:16:28, 117.55.135.**)
      2. 현재 바이탈리티 크루를 레이블화에서 앨범들을 발매하고 있어요.
        '레이블화해서'가 맞지 않나요? 오타인지 저렇게 대화가 된건지...



        군대 가기전에 2집을 꼭 듣고 싶었는데 그 바람은 무너졌고...블랙 잘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데프콘 형님이 예전 벨로시랩터나 마리에서 보여준 어둡고 괴기스러운 정서를 가지고 이그니토와 만나면 대단한 작업물이 나올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여튼 리얼 하드코어를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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