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인터뷰] TBNY - Hey TBNY, Don't Let Your Music Stop!
    rhythmer | 2009-10-27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034652832.jpg공사가 덜 끝나 약간은 어수선한 회사 건물 아래의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은 그동안 기다려온 시간만큼이나 무척 긴장되어 보였다. 각각 식중독과 감기로 고생하고 있음에도 새 앨범에 대한 설렘과 기대, 걱정으로 쉬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 타이틀곡인 'Hey DJ'의 음악이 멈추면 떠나가 버릴 그녀는 아마 그들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Masquerade] 이후, 현실에 맞춰 다른 길을 모색해보다가 결국 음악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했다는 TBNY. 드디어 그들의 두 번째 세계가 펼쳐진다. Hey TBNY, don't let your music stop.

    리드머 (이하 리) : 1집 발매로부터 2년이나 되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톱밥 (이하 톱) : 사실 1집을 발매하고도 별다른 활동이 없었어요. 방송은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비롯한 가요 프로그램 두 번 정도 했고, 그동안 하던대로 클럽공연을 많이 했죠. 워낙 업계가 힘드니까 먹고 살 길을 모색해보자 해서 일반 회사 취직도 알아봤었고, 제가 체육교육과라서 교사 자격증을 따보려고 교생 실습도 나갔어요. 그래도 음악을 놓을 생각은 없었어요. 음악은 취미로 하고 본업으로 교사를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들의 세계도 살짝 맛보니 쉬운 게 아니더군요. (웃음) 그래서 결국, 정말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에 100% 전념을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리: 교생 실습 중에 톱밥 씨 알아보는 학생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 없어요?

    톱: 처음에는 제 신분을 비밀로 하고 학교에 잠입하려고 했어요. 근데 소문이 워낙 빠르다 보니 학생들이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하루는 교칙에 다른 학교 학생이 다른 학교 교복을 입고 출입하면 안 되는데 다른 학교 다니는 학생이 절 보겠다고 교무실까지 와서 데모 CD를 주고 간 적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한 3번 정도의 위기가 있었죠. 처음에는 교감실에 불려 갔는데 나중에는 교장실까지 끌려가서 대체 뭐 하는 놈이냐는 질문도 받고… (웃음)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최선생님 자를 수 밖에 없다고 하시고. (리: 학교에서는 전혀 몰랐었나봐요?) 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죠.

    얀키 (이하 '얀') : 그런데 티셔츠를 벗으니 문신이.., 유주얼 서스펙트를 방불케 했죠.

    톱: 그때가 5월이었는데, 문신 때문에 더워도 긴 팔 셔츠를 입고 수업했어요. (리: 비치지 않나요?) 한 번 환경 미화 시간에 학생이 화분에 물 주다가 셔츠에 엎지르는 바람에 살짝 위기가 있었죠. 

    리: 데모 CD 전해준 친구의 실력은 어땠어요?

    TBNY: 음… 잘 듣고 있습니다. (웃음)

    리: 얀키 씨는 스튜디오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었나요?

    얀: 처음에는 이익을 많이 창출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월세 빼니까 남는 게 없었어요. 지금은 일단 녹음실을 넘긴 상태라 이제 돈은 안 들죠.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면 같이 일했던 동생이랑 새벽 쯤에 녹음 끝나고 청소를 하는데 동생이 B룸에서 청소 하다가 잠이 들고 저도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뛰쳐나오더니 B룸에 아기가 쪼그려 앉아 있다는 거예요. 그 얘기 듣고 저도 너무 무서워서 같이 기도했어요. 또, 한 반년에 두 달 정도 이곳에서 리쌍이나 에픽하이 등과 뭉치는 시기가 있어요. 힙합 고시원 느낌으로. 품평회처럼 서로 곡 만들면서 두 시간 있다가 발표하고 의견 교환하고. 덕분에 이번에 실력이 되게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다이나믹 듀오는 제주도에 가느라 못 왔고, 저희는 건물 공사가 덜 끝나서 페인트 냄새 맡으면서 고생했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에요.

    리: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서로 무브먼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앨범을 만들고자 하는 거 같아요.

    톱: 솔직히 리스너들 눈치 보다는 저희 식구들끼리 더 자극 받아요. 아무래도 다 고수들이니까.

    얀: 전 2006~2007년 동안 랩 한 것 보다 2008년 중에 5월까지 피쳐링한 게 더 많을 정도로 랩을 많이 했어요.

    리: 2집을 발매하면서 새로운 소속사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스튜디오 이름하고 같은데, 혹시 직접 설립한 건가요?

    톱: 아니요. 이름이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2집을 만드는 중에 작업 중반부 접어 들면서 지금의 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다 좋으신 분들인 거 같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열정도 있으셔서 같이 하게 되었죠.

    얀: 마침 회사 이름도 만들고 있던 중이라 스튜디오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아져서 쿨하게 결정했어요.

    리: 어찌 보면, 인생에서 약간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음악적으로 올인을 한 셈인데…

    톱: 네티즌들이 자기들끼리 스토리를 만들길래 흥미진진했어요. 기승전결도 있는 한편의 소설처럼. 사실 그렇게 복잡한 플롯은 아니에요. 계속 음악 작업과 녹음을 하고 있었고, 2집도 준비하고 있었죠. 교사가 되어도 음악을 관두려던 게 아니라 계속 이것저것 다리를 걸쳐놓았죠.

    얀: 갈등도 많이 했어요. 과연 이게 내가 버릴 걸 모두 버리고 걸어야 할 일일까. 어차피 저희는 기획사에 소속되어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니까 별로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톱밥 형처럼 녹음실에 있으면서도 다른 일을 해야지, 학교 졸업해야지 하면서도 리쌍이나 에픽하이가 와서 작업하는 걸 보면 자극이 장난 아니거든요. 아직도 열정이 있다고 느낀 게, 심장이 너무 뛰는 거예요. "랩을 하고 싶다, 음악을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으쌰으쌰해서.

    톱: 이렇게 얘기하니까 음악을 그만 두려던 거 같은데 얀키는 녹음실에서, 저는 다듀랑 앨범 작업하면서 절대 끈을 놓지 않고 있었어요.

    얀: 어떻게 보면 저희 무브먼트 가족들의 내실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음악 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리: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맥을 잇는 뮤지션마저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니 유감이네요. 이번 앨범의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톱: 첫 발을 내디딘 건, 1집이 나온 직 후? 그 때부터 2년 동안 작업한 곡 중에 골랐고, 본격적으로 트랙리스트를 짠 건 3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리: 처음에 작업한 버전에서 많이 변형된 상태인가요?

    톱: 사운드가 많이 세련되어졌죠. 드럼이나 악기가 변형 되고 조금씩 추가되는 정도? 저희는 원래 버전을 아예 뒤집기보다는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많이 작업해요. 요즘 유행하는 음악 은 물론, 언더그라운드 음악들도 많이 들으면서 그 스타일을 저희 음악에 녹여내려는 편이예요.                                                                            
           
    1120541658.jpg                                                         
    리: 그럼 이번 앨범에서 중점을 둔 건 어떤 부분인가요?

    톱: 저희가 그렇게 체계적인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냥 1집이랑 똑같은 거 같아요. 1집이나 EP나 똑같이 생각하거든요. 특출하게 세련되거나 아주 딥한 것도 아니에요. 전문가가 찍어주는 사진이 아니라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셀프카메라를 찍는 느낌이랄까.

    얀: 1집 때는 좋은 곡은 우겨 넣기 식으로라도 보여주고 싶은 면이 있었죠. 곡과 곡 사이가 너무 짧아서 여운을 느낄 시간이 없었고, 너무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서 랩을 해도 피를 토할 거 같이 열심히 했고. (웃음) 이번에는 곡 간에 텀을 두고 간주도 있고. 어느 정도 계산도 하고, 일부러 톤을 낮게도 해보고 높게도 해봤어요.

    리: 원래 두 분 다 목소리가 하이톤이죠?

    얀: 네. 그래서 서로 맞추면서 해봤어요. 톱밥 형이 높으면 전 낮게 하는 식으로.

    리: 앨범을 Side A, B로 나누어 낸 것에 대해 의견이 많아요. 시원하게 두 장으로 나누어 낸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얀: 컨셉이죠. Side A는 이런 스타일, Side B는 저런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고 합쳐지면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톱: 집중도에 차이가 있잖아요. 만약 어떤 뮤지션이 16곡이 들어 있는 앨범을 낸다면 모든 16곡에 그 뮤지션의 피와 땀이 스며든 건데 실상은 한두 곡만 주목받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정규 앨범을 나눠서 낼 생각이에요.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2CD로 한 번에 내는 게 더 편해요. 이렇게 나누어서 내는 게 돈이 오히려 더 많이 들거든요. 더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들고, 회의도 두 배로 해야하니까요.

    얀: 상업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돈을 벌고 싶다면 초기 곡 몇 곡 골라서 리믹스하고 EP를 재발매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근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리: 사실 장르음악 팬층이나 시장이 두텁지 않은 국내 음반시장에서, 뭐만 하면, 상업성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럼 Side B는 어떤 느낌이 될지 살짝 말씀 좀 해주세요.

    얀: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는 없어요. (웃음) Side A의 연장선이면서 느낌은 다른데…. 확실히 말씀 못 드리는 것 이해해주세요. 

    리: 아쉽지만, 뭐… (웃음) 타이틀 곡 'Hey DJ'에 대한 이야기를 안 들어볼 수가 없네요.

    얀: 그 곡은 녹음 전에 미리 타이틀로 정하고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저희는 원래 곡이 다 나오면 정하거든요. 이번 앨범에는 톱밥 형, 저, 프라이머리, 1집에 Take My Soul'에 참여했던 가오, 타블로 다섯이서 곡을 썼어요. 그 중 타블로 씨가 준 곡이 에픽하이 느낌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녹음을 해봤죠. 감미롭고 감수성 강한 곡에 저희 랩이 위협하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 수정해보기도 했는데, 미쓰라 진, 리쌍 등 주위 분들이나 아예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도 느낌이 좋다고 해주셨어요. 날카로운 랩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톱: 엄밀히 말하면 100%의 에픽하이 스타일은 아니고, 팬 서비스 같은 느낌이에요.

    얀: 하나의 튜닝된 괴물이 나타난 거 같아요.

    리: 2집 작업은 처음부터 Side A, B로 나눠서 들어갔나요? 지금 다 완성된 상태인지. 

    톱: 처음부터 기획 자체가 그랬어요. 마스터링이 끝나기 전까지는 100%라고 할 수 없는데, 아무튼 곡은 다 나와있는 상태고 손 댈 곳은 아직 많아요. Side A도 마스터가 나왔는데 계속 손 댈 곳이 보여요. 그래서 리패키지가 나오는 거겠죠? (웃음)

    리: 아무래도 그게 뮤지션의 욕심이겠죠. 하하. 혹시 TBNY도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할 생각이 있는 건가요?

    톱: 음, 아니요. 리패키지 계획은 아예 없어요. 예전에는 정말 사고싶은 사람들만을 위해서 3,4000장 정도만 발매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현재는 아예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리: 그렇군요.

    톱: 음반 팔아서 돈이 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CD 팔아서 돈 못 벌어요.

    리: 언더그라운드에서 2000장 팔아도 많이 파는 건데, 그만큼 팔아도 계산해보면 뮤지션들이 가져가는 게 거의 없으니… 

    톱: 순간의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잠재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좋은 거 같아요.

    리: 다른 곡에 대해서도 소개 좀 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이랄까요.

    얀: 곡 수가 줄어드니까 그만큼 애정도는 높아져서, 1집 때보다 뽑기가 너무 힘들어요.

    톱: 제가 만든 '잔상'이라는 곡은 1집 'Without You'에 참가한 감미로운 목소리의 권기범 씨가 피처링해줬어요. a.k.a. Kwon Legend라고 부르죠. (웃음) 제 느낌 그대로 우울하면서 뭔가에 쫓기고 집착하는 듯한 정신 분열적 감성을 넣고 싶었어요. 저는 제 목소리랑 비트가 너무 싫어요. 쑥스러움도 많고. 그래도 들어보시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리: 쑥스러움이라… 문신 선생님 이미지와 살짝 매치가 안 되는데요? (웃음) .

    톱: 저도 제가 뭔지 모르겠어요. 얀키 씨 곡도 설명해주세요.

    얀: 그동안 제가 밝거나 강력한 곡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딥하고 단단한 곡을 쓰고자 했어요. 1집 때는 제목부터 무서운 노래만 만들었잖아요. 이번에는 산뜻하면서 일렉트로니카 느낌도 나는 곡을 만들었어요. 수정하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린 거 같아요. 곡을 만들어서 프라이머리한테 가서 이펙트도 넣어보고, 미래적인 느낌을 내려고 노력해봤어요. 리얼드리머라는 친구도 곡에 대해 많이 얘기해줬구요. 템포는 'Hey DJ'랑 비슷해요. '천천히'에 참여한 한국의 재닛잭슨(Janet Jackson)인 멜로우(Mellow)도 기대해주세요.

    리: 그러면 원래 만든 곡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나요?

    얀: 입체감이 좀 더 생겼죠. 저희는 조금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듣기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곡들도 있고.

    리: 팬들을 위해 오리지널 버전 공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톱: 리드머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웃음)

    리: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어떤 건가요? 

    얀: 힙합만 많이 듣기 보다는 그냥 외국 앨범을 많이 들었어요. 켈리스(Kelis)라던가 요즘 뉴사운드 힙합, 가볍지 않은 노래, 보컬 들어간 곡들을 많이 들었어요. 사운드, 멜로디, 비트에 많이 집중하고자 했죠. 랩은 솔직히 제가 올해 너무 많이 해서 듣는 건 자제를…

    톱: 전 오히려 1집 할 때 외국 노래를 분석하면서 들었어요. 종이에 verse 몇 마디 bridge 몇 마디 적어가면서 들었는데 2집 작업 하면서는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구성 정도만 확인했죠.

    리: 들은 음악들이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나요?

    톱: 아무래도 그렇겠죠? 요즘 보코더를 이용한 음악들이 유행이잖아요. 다이나믹 듀오가 이번 앨범에서 시도한 보코더도 사실 저희가 먼저 썼는데 발매를 그쪽에서 먼저 해버리는 바람에 우리가 따라 한 게 됐어요. (웃음) 저희는 항상 결과물을 늦게 발표하는 스타일이니까. 그래도 다듀가 좀 더 세련되게 하니까 좋았어요. 이거 오해 없게 써주세요. (전원웃음) 사실 Taxi Driver도 저희가 말해준 컨셉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1집 컨셉이 12 monkeys였는데 다듀가 '원숭이들의 고백'으로 나왔고.

    얀: 항상 저희한테 술을 먹인 다음에 이야기를 시켜요. "야, 뭐 아이디어 없어?" 이러면서. (웃음) 다이나믹 듀오는 정말 열심히 하는 팀이에요.

    리: 이야, 이거 새로운 사실이군요. Taxi Drive 컨셉은 특히… 아깝지 않아요? 

    톱: 전혀 아깝지 않고 정말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요. 같은 식구니까.

    리: 1집 때 '차렷'이란 곡이 논란이 많이 됐었는데요, 이번에는 어떨까요? 

    톱: '차렷' 같은 경우는 생각한 적도 없는데 뜻하지 않게 논란이 되었어요. 이번에도 그런식으로 논란이 만들어질지 모르겠네요. 아마 Side B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곡이 있을지도 몰라요. 이번에는 부드러운 곡 중심이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보여지기에는 다를 수도 있죠.

    얀: 팀이 만들어진 지도 벌써 8년이나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니아분들을 위해 노련함을 많이 보여드리고자 노력해요.

    톱: 사실 저희도 궁금해요. 우리가 예측 못하는 어떤 논란과 반응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곡 수가 너무 적다, 상업적이다 하는 논란도 꼭 싫지만은 않아요. 다 관심이니까.

    1252749653.jpg
    리: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래퍼들의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얀: 그쵸. 녹음실 들어가면 본성이 나오니까요. 그럴 땐 서로 '워워~' 자제 시켜주고. (웃음)

    리: 그동안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서로 간에 권태기가 온 적은 없었나요?

    얀: 권태기라보다는 음악에 지쳐서 그만 하려던 생각은 있었죠.

    톱: 예를 들어, 어떤 부부가 있어요. 권태기가 오는 건 서로 아무리 사랑해도 한쪽 식구가 아프거나 하는 식으로 갈등이 생길 수가 있잖아요. 저희도 음악이나 성격적 갈등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이나 상황 때문에 트러블이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다들 저희를 부러워해요. 갈등이 없어 보인다고. 정말 오래 함께했으니까.

    얀: 음악을 하기 위해서 팀을 시작한 경우는 성격을 몰라서 부딪힐 수 있는데, 저희는 음악으로 만나서 친해진 게 아니라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시작이 좋았죠.

    리: 공백기간 동에 많은 신예들이 등장했어요. 그런 무서운 신예들을 반기면서도 위협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웃음) 어떤가요? 주목하는 신예들도 있을 것 같고….

    얀: 일단 도끼를 꼽을 수 있죠.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이제서야 실력이 좋다고 많이 얘기하시는데, 저희는 처음부터 무서웠어요.

    톱: 도끼 마음의 지퍼를 열어보면 40대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어요. (웃음) 뭐 스타일이 워낙 달라서 무섭지는 않아요. 정말 신기한 게 저희가 주목하는 신인들은 금새 친해져요. 도끼, 이센스, 사이먼 도미닉 같이 씬에서 두드러지는 친구들하고 이상하게 친해져서 경계가 금방 풀리게 되요.

    리: 미리미리 같은 편을 만들어 놓는군요. (전원웃음) 

    얀: 매년 인터뷰 같은 거 읽어보면 항상 그 해의 신예들이 눈에 띄는데요,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리: 선배 뮤지션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얀: 아휴. 저희도 인제 2집인데 저희부터 잘해야죠. (웃음)

    리: 그래도 그동안 활동 경력이 얼만데요. 

    얀: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야기한다면, 실력은 각자 스타일이 있으니까 알아서 잘하리라 믿어요. 다만, 계속 열심히 하고, 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멋있는 것도 좋아요. 멋도 부리고, 스타일도 좋게 유지하고.

    리: 이전의 인터뷰에서 랩은 가사를 잘 쓰고 목소리가 좋은 거 보다 비트를 잘 타는 게 중요하고 랩 그 자체로서 하나의 악기라고 했었는데, 지금도 그 가치관이 그대로인가요?

    얀: 물론이에요. 악기이기도 하고, 좀 더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거 같아요.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만 알고 생각하지 못한 걸 이번에 느꼈어요.

    톱: 사실 전 아직도 랩이 뭔지 모르겠어요. 파면 또 있고 파면 또 있으니까 이러다가는 지구를 뚫어버릴 것만 같아요. 랩이 악기라는 생각은 여전하죠.

    리: 최근에 씬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새로운 뮤지션들도 많고 쏟아지는 앨범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한데 음반 시장은 그대로예요.

    얀: 제가 보기에는 랩을 잘하는 사람은 예전부터 항상 있었어요. 범위가 넓어진 원인이라면 도끼 같은 어린 애들이 잘하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자극을 받는 거 같아요. 잘하는 사람들은 항상 도끼 주위에 있어요.

    톱: 우리 도끼 너무 띄워주는 거 아닌가?

    얀: 도끼보다 잘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데, 도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자극을 받는 거 같아요. 뭐하냐고 물어보면 항상 집에서 곡만 만들고 있거든요.

    톱: 최근에 힙합 씬을 보면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제 더는 CD를 팔아서 이익을 창출하고 아티스트에게 전달하는 체제가 아니에요. 힙합을 좋아하고 아티스트를 지켜주고 싶은 팬들이라면 음원을 사랑하고 아티스트를 사랑해줘야 하는데 상업적이라고 욕하기만 한다면 리스너들도 똑같아요. 변하는 이 시점에 서로를 지켜주지 않으면 모두 무너지게 되어있어요. 씬에 정말 사랑이 필요한 시기예요. 지키고 싶은 욕심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얀: 전에 지인이랑 술을 마시는데, 자신은 마니아를 위한 음악을 하면서도 마니아들한테 욕을 먹으니 회의가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관두시는 분들도 많아요. 너무 흠만 잡으면 발전이 안되거든요. 칭찬과 사랑이 필요해요.

    리: 맞는 말씀입니다.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요. 그럼 앞으로는 어떤 프로모션 계획이 있나요?

    얀: 저희가 앨범을 내서 대중 앞에 섰을 때는 마니아들을 등에 업고 나온 거 거든요. 그런 지지 없이는 지금의 저희가 있기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러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중화에 많이 앞장서려고요.

    리: 이번에는 공중파 쪽으로 활동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톱: 그런데 저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얀: 저번 인터뷰 논스톱 파문…. (웃음)

    톱: 이번 달이 가기 전에 10월 중순 중에 쇼케이스를 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팬들을 만나고 싶고, 활동은 닥치는 대로 기회가 잡히는 대로 하고 싶어요. 저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힙합 심폐소생술을 위해서 말이죠.

    리: 진심으로 많은 활동 기대할게요. 마지막으로 흑인음악팬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얀: 서로 사랑합시다.

    톱: 그래서 흑인들이 항상 그런 말을 하는 구나. "One Love"라고…. 저희가 랩하고 인터뷰 하면서 항상 많은걸 배워요. 새로운 것뿐만 아니라, 알아 왔던 것들을. 이래서 예전 사람들이 이랬구나 하고 깊이를 이해하게 되죠. 저희 팬들도 그렇게 되실 거라고 믿어요.

    얀: 솔직히 TBNY라는 팀에 자부심이 있는 게, 앞으로도 이런 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들도 마니아들이 없어지면 정말 섭섭할 거예요. (톱: 가족이니까.) 앨범 내기 전에 6년 동안 언더그라운드에 있었으니까요. 마니아들이 오히려 가족처럼 뭘 원하고 뭘 좋아하는지 더 잘 알고 있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니아들 만을 위한 음악을 할 수는 없잖아요. 앞선 사운드로 팬들과 대중 모두의 욕구를 충족 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니 지지 부탁드려요.



    기사작성 / 강일권, 연다인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