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크게 논란되고 있는 힙합 속 여성 혐오 및 비하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 힙합 씬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시대가 바뀌며, 랩퍼들의 사과와 해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거장 닥터 드레(Dr. Dre)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여성을 향해 사과를 표하여 화제를 모은다.

특히, 드레는 가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여성을 폭행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4월엔 그의 옛 연인이자 싱어송라이터 미셜레이(Michel’le)가 과거 언쟁을 벌이던 중 드레로부터 총격을 받은 일화를 고백하여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좀처럼 공론화되지 않았는데, 최근 드레가 몸담았던 갱스터 랩 그룹인 N.W.A의 전기 영화 [Straight Outta Compton]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미셜레이와 사건 외에도 지난 1991년, 음반 발매 파티에서 랩퍼였다가 저널리스트로 전향한 디 반즈(Dee Barnes)를 폭행한 사실도 있는데, N.W.A의 해체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였다. 디 반즈는 언론에 이러한 부분은 삭제한 채 드레를 미화했다며, 영화의 내용을 지적하여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Straight Outta Compton]의 원래 대본엔 이 사건에 대한 부분도 들어가 있었다고.

드레는 그동안 이 사실들에 대해 함구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취해왔는데, 지난 8월에 공개된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와 인터뷰에서도 N.W.A의 여성 혐오 가사에 관한 질문에 방어적인 답으로 일관하여 비판을 받았었다(“당신이 개년이나 걸레가 아니라면, 그런 암캐 같은 여자들을 감싸줄 필요 없어. 왜 강인한 여성들이 그 가사가 자기들 내용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네.”).

하지만 그사이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이번에 그는 성명을 통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25년 전, 난 술이나 퍼마시는 어린 녀석이었어. 삶을 감당할 수조차 없었지. 그러나 이게 내가 한 짓에 대한 변명이 될 순 없어. 난 19살에 결혼했고, 매일 가족을 위해 더 나은 남자가 되기 위해 일했었지. 난 다시는 그런 남자(폭행을 일삼는)가 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어. 내가 상처 준 여자들에게 사과할게. 내가 한 짓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고, 이게 우리 모두의 삶에 영원히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

이번 일화가 영화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과거 피해를 본 여성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많은 이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