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플레이리스트] 전통적이지 않은 앨범 발매 방법을 택한 랩퍼들
- rhythmer | 2016-03-07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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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랩퍼들의 정규 앨범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 발매되는 게 관례였다. 그것이 레코드 레이블에서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했고, 믹스테잎의 작업물은 상대적으로 정규 앨범보다 조악한 완성도로 나오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자칭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랩퍼’ 릴 웨인(Lil Wayne)의 등장 이후, 앨범 발매 트렌드는 크게 바뀌었다.릴 웨인은 기존 앨범 발매 방식 대신 매년 수십 곡의 신곡들을 쏟아내면서 창작의 자유를 만끽했다. 그 덕에 믹스테잎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많은 아티스트가 일정한 정규 앨범 발매 기간을 기다리는 대신 댓피프(DatPiff)나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통해 정규 앨범 수준의 작업물을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4일,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랩퍼 후보인 두 명의 아티스트가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미공개 곡들을 담은 [untitled unmastered]를, 릴 웨인은 비록 투 체인즈(2 Chainz)의 앨범이지만, 그의 신보 [Collegrove]에 자신의 많은 작업물들을 담아 공개했다.
켄드릭의 이번 앨범 발매는 그래미 퍼포먼스 이후 팬들의 빗발치는 미발표 곡 공개 요구 덕에 이뤄졌다. 이 앨범은 타이틀에서부터 각 수록곡들의 날것 그대로의 퀄리티까지 정규 앨범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미 방송에서 선보인 곡들의 인기에 힘입어 정규 앨범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이런 켄드릭이 받는 열렬한 반응과는 달리 릴 웨인의 최근 몇 년은 소속사 사장인 버드맨(Birdman)과 불화 및 최근 작업물들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 탓에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투 체인즈의 앨범에서 그의 벌스는 릴 웨인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와 신랄한 비유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앨범은 투 체인즈의 이름으로 발매됐지만, 릴 웨인은 [Collegrove]의 총 13곡 중 무려 8곡에 참여하며, 정규 앨범의 부담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재능을 펼쳤다.
언뜻 보면 이 둘의 행보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움직임은 정형화된 음반 발매 시장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레이블들은 확실한 계획을 통해 주기적인 음반 발매를 선호하지만, 현재 앨범의 주도권 상당 부분은 아티스트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리스너들은 무엇보다 이런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앞으로 좋은 곡들을 더 자주 들을 수 있기만을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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