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플레이리스트] Ice Cube, 'N.W.A는 정치적 랩 그룹인가?'에 대해
- rhythmer | 2016-05-02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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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입성한 N.W.A.의 멤버인 아이스 큐브(Ice Cube)는 최근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의 정치부인 블룸버그 폴리틱스(Bloomberg Politics')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N.W.A.의 정치성과 힙합 그룹의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에 관한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먼저 아이스 큐브는 자신을 비롯한 N.W.A.의 나머지 멤버들이 스스로를 정치적인 랩 그룹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번 잘 들어봐. 이 이야기는 우리 음악의 정치성의 자극제가 되는 이야기야. 당신이 길거리 지식이 가진 힘을 목격하기 일보 직전이란 뜻은, 당신이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식과 마주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뜻이지. 여기서 길거리 지식이란 정부, 정치, 경찰 등등, 여타 권위, 권력 집단의 특성과 본질을 여과 없이 투명하게 드러내는 일을 의미하며, 정치인들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는지, 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주는 존재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real)'가 되고 싶고, ’정직(honest)‘하고 싶어. 다행히도 우리 팀(N.W.A.)의 멤버들은 여기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
이어 힙합 그룹이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키스(Kiss)의 리더 진 시몬스(Gene Simmons)가 그런 비판에 군불을 뗀 걸로 알고 있어. 아마도 기타를 치지도 못하는 힙합 뮤지션들이 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지 이해가 안됐겠지. 하지만 악기 좀 튕겨야만 로큰롤일까? 아니. 로큰롤은 정신이야!”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스 큐브는 BLM(Black Lives Matter movement: 흑인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범세계적 운동)에 대해서도 강변했다.
“흑인들의 삶이 소중하다는 말은 얼마나 흑인들이 열악한 처지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거야.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흑인이 흑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왜 흑인들의 삶이 흑인에게 중요한지 의아하다고 하지. 하지만 생각해봐. 백인이 백인에게, 중남미인이 중남미인에게, 아시아인이 아시아인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잖아. 모두가 원래 그런 거라고. 흑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야. 따라서 내가 말하는 'BLM'은 정부와 공권력이 흑인을 죽이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흑인의 흑인을 향한 범죄와 'BLM'은 그냥 사과랑 오렌지처럼 서로 다른 존재인 거야."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 개념을 통해 매스미디어가 주도하는 현대사회는 이미지가 본질을 압도하는 사회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의 힙합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진짜를 추구한다는 힙합 뮤지션들도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진짜’와 ‘언더’라는 명패가 잘 팔리는 시류와 그러한 시류 속에서 수익을 뽑아내려는 거대 미디어 업체의 입맛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미지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갈수록 진짜와 진짜 같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커다란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음에도 여전히 '더 진짜! 더 정직!'을 외치며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는 아이스 큐브의 말은 적잖은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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