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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버벌진트 - 10년동안의오독 I
    rhythmer | 2012-06-26 | 3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버벌진트(Verbal Jint)
    Album: 10년동안의오독 I
    Released: 2012-06-21(온라인), 06-26(오프라인)
    Rating : 
    Reviewer: 이병주









    버벌진트의 새 앨범 [10년동안의오독 I]의 흥미로운 점은 이거다. 음악적 변화의 방향은 정확하게 [Go Easy] 다음 선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특정한 맥락 안에서 보자면, [누명]과 함께 바라볼 여지가 있다는 것. 더더욱 과감한 음악적 변화를 거듭하는 지점에서 그는 자신이 변하지 않았음을 설파한다. 혹은 변화 방향에 대한 복선이 이미 활동 초창기 때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하거나. 어떤 집단(여기에서는 아무래도 힙합씬의 일부 리스너들)이 그를 특정하게 규정짓거나 비난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으로 본다면, 언급했던 예전 그의 앨범이 떠오른다. 물론, 앨범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가 누구보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바를 굳건히 밀고 나가는 뮤지션이자, 동시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거나 혹은 시키고자 하는 뮤지션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앨범에서 버벌진트는 전작에 비해서도 더욱 과감하게 대중을 향해 접근했다. 이전 앨범의 대중적 측면을 ‘홍대 인디 씬 특유 감성의 VJ식 소화’라고 길게 명명해본다면, 이번은 단순히 조금 더 팝적이다. 그러한 방향 자체만을 두고도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힙합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음악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아니다. [Go Easy] 때만 하더라도 언급했듯 그만의 해석을 통한 여러 개성이 색다른 방향으로 묻어나긴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앨범 중반부 “굿모닝”에서 “충분히 예뻐”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더욱 그러하다(버벌진트로부터 진부한 랩 발라드를 들으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흔한 사랑 얘기도 조금 다른 주제와 독특한 표현을 통해 풀어가던 과거와 달리 지극히 진부한 내용이 단지 그의 라이밍을 통해 펼쳐졌을 뿐이다.

    가사뿐만 아니라 앨범 중반부 일부 음악들은 그 자체로도 큰 아쉬움을 남긴다. 힙합의 작법을 벗어나 기타와 건반을 중심으로 생 연주의 느낌을 살려냈지만, 주류 작편곡가들의 전형적인 틀 안에 갇혀있는 트랙이 상당수다. 악기들이 각자 영역을 잡고 있거나 연주의 묘미를 살려낸 트랙들도 아니기에 철저하게 메인 멜로디를 서포트한다는 것 이상의 감흥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실 연주와 밴드 음악의 맛을 살려냈던 방식과 시도는 초창기 그의 음악에서부터 꾸준히 보였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버벌 특유의 음악적 색채마저 옅어져 더욱 안타깝다. 다만, 앨범 안에서 대중적 어프로치와 삶을 살아가는 그의 태도와 방식을 드러낸 가사가 조화를 이룬 “완벽한 날”의 경우가 이 방향의 가장 긍정적인 결과물이라 할만하다.

    앨범을 채우고 있는 그의 세련되고 탄탄한 래핑을 부정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폄하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장르와 BPM의 곡들 안에서 그의 랩은 한결같이 완벽한 적응력과 치밀한 라임을 뽐내기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대단한 랩 실력이 변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수록된 곡 대부분이 힙합 음악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데다가 음악적으로 일반적인 가요와 별다른 차별성도 느껴지지 않는 이 앨범에서 버벌진트의 대단함을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 힙합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차트의 성적? 힙합을 통한 성과도 아닌 이상 그편이라면 소녀시대 음악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Modern Rhymes] 앨범 발매 이후, 진화와 과감한 변화를 거듭하며 이 자리에 온 그를 지금에서 떠받치고 있는 음악적 자산이 10년 전 그를 세워놓은 라이밍뿐이라는 점은 아무래도 그에 대한 오독보다는 오판 여부를 걱정해보게 한다. 과거부터 그를 향한 평가는 ‘괜찮은 대중음악가’보다 훨씬 높은 지점을 향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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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Corsair (2012-09-09 16:46:05, 175.196.248.**)
      2. 단순히 무명/누명때의 하드한 모습이 사라져서 실망하는 건 아닐 듯.
        Favorite같이 밝은 음반에서도 VJ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건 글쎄요;;
      1. Duane Lee (2012-07-23 08:09:30, 221.163.72.**)
      2. The Good die young이 더 좋았다고 느낀건 저 뿐일까요
      1. Becks (2012-06-28 02:35:22, 115.23.240.**)
      2. VJ의 빅팬으로써,
        굉장히 실망스러웠던 앨범.
        앨범 전체적으로도 루즈했고, 곡 하나하나도 딱히 신선하거나 VJ스럽지 못했음.
      1. thought's (2012-06-28 01:27:40, 221.138.118.***)
      2. 혹시나 해서 하는말인데 다음 앨범에
        '오독 I 깠던 내 hater들 정신장애 힙찌질이'이런 가사 나오면
        왠지 찔리면서 슬플 것 같음.. 피드백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고이지도 너무 좋게들었는데 이번엔 정말 진심 팬으로서 아쉬워서 한말이에요.
        푸념할수도있는거잖아요?ㅠㅠ
      1. 박정현 (2012-06-27 23:38:11, 221.155.155.***)
      2. 버벌진트의 모든 정규, EP, 싱글, 믹스테입, 참여곡을 들었고 좋아하는 1인으로서 뭐랄까 이번 앨범이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Go Easy와 같은 선상에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못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힙합이 아니라 팝도 소화할 수 있는 MC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오독이라는 단어를 앨범명에 넣은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버벌진트에게서조차 이런 진부함을 느끼고 싶진 않았던 터라 실망이 컸고. 오독2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Go Hard도 진짜 Hard할지 걱정되네요. 5년째 누명에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들을때마다 여전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1. thought's (2012-06-27 18:10:07, 221.138.118.***)
      2. vj fan입니다.하지만 이글에 너무 공감해요.
        이번 앨범에서는 버벌진트만의 뭔가가 없어진 것 같아서 아쉽고
        충분히 완벽한 축하곡은 낯설고 지루하기까지..
        그의 팬인 입장에서 솔직히 너무 아쉬워서 한탄하고싶습니다..
        오독2나 하드를 위한 반전의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 피카충 (2012-06-27 16:59:57, 164.124.106.***)
      2. 공감백개날립니다.버벌진트는 이앨범보다더잘할 수있는데 마니 안쓰럽.
      1. piano (2012-06-27 10:21:28, 1.252.109.***)
      2. 제대로 된 힙합이 괜찮은 대중음악보다 우월하다는 전제가 이 글에 어딨나요
      1. Fukka (2012-06-27 02:22:01, 211.246.77.**)
      2. 소녀시대와 비유 빵 터지고 매우 공감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1. Inaba' a.k.a Rozgin (2012-06-27 01:54:12, 182.218.158.**)
      2. 제대로 된 힙합이 괜찮은 대중음악보다 우월하다는 전제라니...
        소녀시대의 음악 또한 우월할 수 있습니다. '잘' 만들어졌다면요.

        과연 이 앨범에 담긴 것이 '힙합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뿐인가요? '힙합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도 잘 할 수 있는' 래퍼라는 걸 이야기하고자 '10년 동안의 오독'이라는 제목과, 마니아 입장에서는 선을 넘어가버린 것처럼 느껴지도록 살살 녹는 캔디팝을 투여한 것으로 느껴졌는데 말이죠.

        단지 '정통힙합'을 사용한 성과가 아니라고 해서, 소녀시대 음악의 우수성이
        버벌진트가 직접 만들어내고 노래한 음악의 평가와 비교될 수는 없는 것인데..
        별점3개에는 공감하지만 결론지으신 부분에서는 심히 반감하고 갑니다.
      1. 칸예수 (2012-06-26 19:55:11, 211.246.77.**)
      2. 국내에서 제일 좋아하는 힙합뮤지션이었는데 이 앨범의 초기 시작이 modern rhymes의 리부트 격으로 기획된 걸로 아는데 제가 아는 한에서 수록곡들도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 소울라이프 시절이라던지 이런 이미지나 음악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마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소속사나 외부적 영향이 앨범의 방향을 바꾼게아닌가 생각이드네요. 그가 hater들도 인정하게 만든 앨범이 누명이라는 스타일을 고려해볼때 아마 그런 하드한 앨범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죠. Go hard는 어찌 되고있는지 모르겠네요.
      1. ㅇㅇ (2012-06-26 19:49:38, 124.51.228.*)
      2. 별로 공감 안가네요
      1. The Crack (2012-06-26 18:51:37, 221.142.41.**)
      2. 오독오독
      1. 박상현 (2012-06-26 17:38:00, 1.247.221.***)
      2. 하하하!! 마지막 문장은 정말 소름돋는군요~~~ 문장 하나하나가 공감이 되면서도 정말 제가 국내에서 제일 좋아하던 힙합 아티스트의 외도가 안타까워지는 리뷰였습니다;;;
      1. CK (2012-06-26 17:13:01, 150.203.246.**)
      2. 마지막 문장이 와닿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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