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제리케이 - True Self
- rhythmer | 2012-11-16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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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제리케이(Jerry.k)
Album: True Self
Released: 2012-11-06
Label: 대이즈 얼라이브 뮤직
Rating:
Reviewer: 남성훈
제리케이(Jerry.K)의 두 번째 앨범 [True Self]는 타이틀 그대로 앨범 전체를 통해 작가 자신을 그려내고 보여주려는 작품이다. 제리케이는 성장 과정과 이력, 그 덕분에 생겨난 연애관과 사회를 바라보는 명확한 시선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랩/힙합 앨범 안에 담아내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힙합사 초기, 랩/랩퍼의 시작이 된 블록파티의 호스트 엠씨(Host MC)가 흥을 돋우기 전 자기소개를 하던 것부터 시작된 '자기설명/과시'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색으로 분화되며 랩/힙합 고유의 성질로 자리 잡았으며, 힙합음악을 듣는 가장 큰 묘미가 되었다. 그것을 통째로 컨셉트로 정한 [True Self]에서 주목할 부분도 당연히 과연 어떻게, 혹은 식상하지 않게 풀어냈느냐 하는 것이다.당연하게도 [True Self]의 가장 중요한 감상지점은 제리케이라는 랩퍼가 가진 고유의 표현법으로 자기 자신을 다룰 때 형성되는 무드다. 사실 이것을 듣는 이가 잡아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감상의 폭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제리케이는 언제나 그랬듯 폼을 잡는 랩퍼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과잉의 미학을 즐기는 단어선정과 랩 진행은 [True Self]에서도 여전하다. 앨범이 시작되면, 진솔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운의 앨범인가 하는 예상도 할 법하지만, 제리케이는 컨셉트에 맞추어 표현방법을 변경하지 않고, 고유의 방식으로 컨셉트를 다루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이것이 작용한 결과는 그것만 따로 분석해 볼 정도로 꽤 흥미롭다. 여기에 앨범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펼쳐지는 밴드 세션과 합주가 연상되는 프로덕션은 제리케이의 기운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랩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에 충실하다.
앨범 안에서 제리케이가 그려내고 보여주는 자기 자신의 모습은 인간적이라기보다는 '슈퍼히어로'에 가깝다. 하지만 촌스럽거나 일차원적인 것은 아니고 마치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에서 배트맨과 조커를 그려낸 연출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고뇌하고 슬퍼할 줄 아는 '히어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철저하게 현실적인 배경을 그들의 뒤에 깔면서도 히어로 특유의 성질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었다. 제리케이 역시 자칫 거부감이 들 정도로 과잉과 거만함, 그리고 자신감 사이의 태도를 유지하며 듣는 이에게 제리케이/랩퍼 판타지를 펼쳐내지만, 자신이 위치했던 현실을 그 배경으로 가지고 오는 동시에 현실 속의 연애, 사회문제 등을 적나라하게 다루며 묘하게 균형점을 찾는다. 이런 무드는 특정 랩 스타일 고유의 질감을 온전하게 느끼면서도 그것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니냐’는 식의 반감을 적절하게 상쇄시키며 감상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더해서 자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곡에서도 확실한 시선 덕분에 결국 화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다.
하지만 이것이 완벽하게 견고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제리케이의 방식이 여러 방면에서 일종의 과잉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걸쳐있는 느낌이라 많은 부분에서 듣는 이를 움찔하게 할 정도로 랩을 듣는 쾌감을 선사하다가도 비장함을 애써 영어로 드러내려는 후렴구 부분이나 평균보다 반 보 정도 더 나아가려고 욕심을 부려 힘 조절에 실패한 몇 부분에서는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내려 반대급부로 매우 가볍게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가 반대쪽 경계에 자신을 위치시키려 하는 중반부 트랙들 "You're not a lady", "처음엔 다 그래", "월요병(Good Night)", "Dust 2 Dust"의 잔상이 강렬함을 추구하는 곡들보다 인상적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True Self]는 '제리케이'라는 랩퍼에게 애정을 가진 팬은 물론이고, 그를 전혀 모르지만, 특정 장르음악만이 가진 고유의 멋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불특정 음악애호가들에게도 약간의 소개만 더해진다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앨범이 아닐까 싶다. 설득력 부족한 어설픈 구현으로 랩/힙합 음악의 가장 큰 멋인 ‘자기설명/과시’에 대한 편견만 부추기는 결과물을 자주 접해 온 입장에서는 모든 트랙에 걸쳐 한결같이 그 멋의 정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우려 낸 이런 앨범은 반갑다. 물론, 같은 이유로 진입 장벽이 높아진 감이 있지만, [True Self]는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절대 허술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잘 마감된 장르앨범의 미덕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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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enee (2012-12-03 22:33:08, 180.69.111.**)
- 마티니 톡은 정말 최고. '자기 자신'에 대한 논의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른 분들은 좋게 듣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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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ought's (2012-11-20 20:44:30, 221.138.118.***)
- 후반부가 인상적으로 남는다는것에 공감.
전체적으로 잘 듣고 있어요.
특히 마티니톡이.. 정말 제대로..내 귀에 꽂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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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준 (2012-11-20 20:21:18, 122.34.149.***)
- 역시 Jerry.k !!!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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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혁진 (2012-11-17 22:52:00, 125.178.59.***)
- 아직 한두번밖에 안들어봤지만 너무 과잉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지점을 잘 캐치하셨네요. 의도된 과잉이겠죠? 트랙수도 그렇고. 비프리가 어깨에 힘빼고 만들었다고 치면, 제리케이는 정말 힘 꽉주고 만든 앨범같습니다. 내가 이정도야 봐봐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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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2-11-17 00:03:11, 110.70.57.**)
- 올해 한국힙합 중 화지 - 비프리 앨범과 함께 가장 좋게 들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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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ghs (2012-11-16 17:59:04, 118.219.19.*)
- 한 곡도 뺄 수 없는 꽉 찬 앨범이었는데 몇몇 곡은 접할수록 지루해지더군요. 대신에 증명, We Made Us, Who Killed’em 같은 트랙은 들을수록 전율이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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