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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더 콰이엇 - AMBITIQN
    rhythmer | 2013-03-11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더 콰이엇(The Quiett)
    Album: AMBITIQN
    Released: 2013-02-22
    Label: 일리네어 레코드
    Rating: Not Rated
    Rating (2020) :
    Reviewer: 이병주








    더 콰이엇(The Quiett) [AMBITIQN]은 믹스테잎이라는 형태로 공개됐지만, 수록된 모든 비트가 새로운 창작물임과 동시에 내세운 제목에 걸맞은 하나의 컨셉트 앨범이다. 미국 힙합 씬의 트렌디한 비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트랙들과 꾸준히 선보인 본인의 스타일이 배어나는 트랙들이 함께 놓여있는 가운데, 한 가지 핵심 주제를 향한 집중력 있는 가사가 앨범 전체를 힘 있게 끌고 나가는 형상이다. 상당한 비중의 한영혼용은 여전히 아쉽지만, 랩핑 면에서는 좀 더 리드미컬한 플로우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 지점이 엿보여 예전보다 더 듣는 맛이 있다. 전반적으로 믹스테잎임에도 앨범으로서 구성, 비트의 완성도, 랩핑에 이르기까지 크게 흠 잡을 데 없는 흥미로운 작업물인 셈이다.

     

    무엇보다 앨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가사이다. 굉장히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한결같이 향하고 있는 곳은 성공을 통해 획득한 부()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외국의 힙합 앨범에서 아주 익숙하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 이야기가 유달리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 배경이 외국(정확히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무언가를 과시하는 이야기는 랩의 친숙한 주제였으나, 그동안은 대부분이 ‘내 랩 실력이 최고’라거나 ‘나 주먹질 잘해’와 같은 것에 머물렀다. 물론,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큰돈을 버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만한 뮤지션도 없었고, 그러한 구조도 마련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며, ‘나 성공했고 잘나가’와 같은 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이른바 메인스트림 가요 시장에서의 성공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더 콰이엇이 앨범 하나를 통째로 활용하여 하고 있는 이번 이야기는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역시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뮤지션의 프로듀서로 활동한 바 있지만, 어디까지나 언더그라운드 활동에 주력해왔고 인디 노선을 걷고 있는 그였기에 별다른 음악적 타협 없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씬이나 그와 같은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반복하는 ‘돈’ 이야기가 외국 힙합에서 접했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뮤지션과 리스너들이 놓여있는 배경을 통해 읽히는 특수한 지점도 없고, 개인적인 독특하고 드라마틱한 스토리 역시 부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출생과 동시에 인종차별 문제에 얽히고, 마약을 팔고, 총을 쏘고,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의 환경에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며, 그러한 극한 상황에서 시작하여 고급 승용차를 몇 대씩 몰고, 으리으리한 집에 살며 상당한 부를 누리는 미 랩 스타들의 성공과 비교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실의 정서적, 물리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주제를 표면화하는 것에서 미 메인스트림의 표현 방식을 그대로 따르다 보니 괴리감이 적지 않다. 또한, 앨범 내 화자의 이야기 속 시작과 끝이 다른 방식으로라도 대비를 이루는 두 개의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다. 부를 축적한 현재의 삶이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에 비해, 과거의 이야기는 ‘다들 안 될 거라고 말했다.’는 정도의 추상적인 수준에만 머물고 있어, 극적인 성공 신화를 통한 대리만족, 혹은 감동의 정도가 크지도 않다.

     

    그동안 씬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콰이엇은 이번 믹스테잎에서 뮤지션으로서나 음악적으로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과시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에게 지금까지 성공을 안겨준 과거 음악들이 선사하던 독특한 맛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언급했듯이 그것이 단지 그가 무슨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느냐에 기인하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찌 됐든, 앨범을 접하며 나오는 감탄 뒤로 계속 아쉬움이 묻어나게 되고, 그것은 콰이엇이 이 앨범에서 지향하는 매력에 완전히 빠지는 것을 교묘히 방해한다. [AMBITIQN]에는 뮤지션으로서 많은 것을 성취한 그가 쌓아 올린 장점과 그 사이에서 놓친 부분으로부터 발현된 단점이 함께 읽히는 지점이 존재한다

    *원래 믹스테잎은 리뷰 대상이 아니지만, 본작은 모두 신곡으로 구성된 일종의 ‘비공식 앨범’ 형식이며, 정식 유통 경로를 거쳐 판매되고 있기에 리뷰하였음을 밝힙니다. 단, 무료로도 공개했기 때문에 'R' 점수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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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YGA (2013-11-23 12:57:45, 112.144.245.***)
      2. 스웨거 더콰지만 솔직히1~3집때가 그립긴해요 일리어네어 가고나서부터
        돈맛을 느꼇는지
      1. pusha (2013-03-16 21:36:27, 211.201.132.***)
      2. 솔까 콰이엇 스웨거롸임 진짜 어색하고 안어울림

        이젠 정신좀차리고 본 전공 팠으면 조컷슴
      1. Leever (2013-03-12 20:30:11, 1.211.108.**)
      2. 저도 잘 들었는데 전트랙이 거의 다 너무 일관된 주제로만 쭉 이어지니깐 쫌 질리는면이 없지않아 있었던것가타요 ㅋㅋㅋ LP내면 괜차는 작품이 나올것같네요
      1. MG (2013-03-12 11:23:52, 24.38.253.***)
      2. 저도 정말 잘 들었어요. 영어쓰고 하는게 조금 어색하긴했지만 비트는 쩔더군요.
      1. sodgh (2013-03-11 23:25:40, 114.207.51.***)
      2. 1~3집 시절 콰이엇의 이야기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는 생각은 편견인가,
        고민했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도 이번 리뷰에서 잘 짚어주셨네요.
        외국 메인스트림식 표현방식의 과용과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부재...
        그래도 정말 좋게 듣고 있긴 합니다. 랩&비트 완전 작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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