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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PNSB - Fractice
    rhythmer | 2013-04-22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PNSB
    Album: Fractice
    Released: 2013-04-12
    Label: addvaluer
    Rating:
    Reviewer: 남성훈








    한국에서 발매되는 힙합 앨범을 빼놓지 않고 전부 살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좋은 작품을 만날 때의 놀라움은 많은 것을 보상해준다. 물론, 아주, 정말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PNSB(피엔에스비) [Fractice]는 그 좋은 예다. 이 앨범은 흥미로운 발견일 뿐만 아니라, 작정하고 여러 방면에서 앨범 전체에 퍼져있는 고유한 멋을 찾아내고 즐길 가치가 담긴 몇 안 되는 데뷔작임이 분명하다. 시종일관 음울한 기운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사운드 소스를 적절히 활용하는 프로덕션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거나 견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특유의 무드로 앨범 색을 규정하는 데는 성공한다. 재미난 점은 이런 색을 내기 위한 어떤 강박감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앨범 전체가 레이드-(Laid-back) 스타일로 작용하는 지점이다. 일부 곡의 기능으로는 쉽게 얻기 어려운 느낌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주된 가치는 PNSB의 랩이 가진 정서와 그것을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무심한 듯 단 한 번도 무리한 힘 조절을 하지 않는 랩은 비아냥을 기반으로 한 불편한 공격성에 눈치채기 어려운 기이한 유머를 섞어내는 작법과 만나 쉽게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를 만든다. 그 와중에 복잡하지는 않지만, 뻔하지도 않은 단어조합이 만드는 라임으로 그럴듯한 바운스감을 조성하는 스타일은 충분히 치켜세울만하다. 물론, 이 모든 요소가 극적으로 기능하는 것은 [Fractice]가 흔히 말하는 홍대 랩/힙합 씬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면서 그가 전하는 전북 군산의 공간을 그려내는데 충실하기 때문이다. 대신 방사능이나 제이통이 보여줬던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기보다는 소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알 듯 모를 듯한 혐오와 탁한 색의 기이함으로 그려냈다는 것은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군산이 어떻게 알려졌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숨겨진 지역의 숨겨진 이들이 나름의 시선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이질적인 면을 듣는 재미가 랩/힙합 장르의 원초적인 재미이니까.

     

    애들 장난 같은 짓 지겨워 죽겠어. 내가 어디를 가든지 쟤는 저렇게 하는데 넌 왜 저렇게 못 해? 차라리 내 랩이 Bizniz 같다고 욕해 – Kiddie Pop (F*ckin’ Buisiness)

     

    그것은 자연스레 이른바 홍대 힙합에 대한 비아냥과 혐오로 드러나기도 하고, 또 군산이라는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며 지역 판타지 구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정서는 뻔해 보이는 사랑 노래가 아닐까 싶었던 “Tweet Me Baby”에서도 답장해 오늘 만날지 안 만날지. 안 하면 다른 여자랑 갈 데까지 가지 / 아직도 흥분돼 고2 같지 네 겨드랑이도 좋아, 이건 아닌가?’ 같은 가사로 유지된다. 영쿡(Youngcook)이 랩을 보탠 방방(Trampoline)”은 주변을 시시껄렁하게 슬쩍 건드리면서 별걱정 없다는 듯한 태도의 PNSB식 칠링 트랙으로 역시 전형성에서 비껴가는 구조가 신선하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그가 속한 크루의 단체 곡인 피사의 사탑”. 대놓고 군산을 언급하며 전라도힙합을 외치지만, 앞서 말했듯 꼬이고 뒤틀린 정서가 혼재되며 놀라운 감상을 선사한다.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워 불편한 정서를 드러내는 소도시의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색은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뚜렷해진다면, 한국의 오드 퓨처(Odd Future)라 불러도 될 만큼 매력적이다.

     

    내가 말했잖아. 이 동네는 이미 미쳤다고. 여기에선 너희 같은 거짓 하나같이 짬되고. 바닷바람에 짠 내 맡은 사람들이 많아, 어디를 가든지 우리는 주목 말고는 안 받아. ‘예예예예 알겠습니다문화에 뒤처진 늙은이들 뒤처리 – “피사의 사탑

     

    앨범 전체에 걸쳐 노골적 강박감보다는 자연스럽게 드러난 인상이 확실하다 보니 여러모로 아쉬운 사운드 믹싱 상태나 어설픈 호흡조절이 느껴지는 구간이 꽤 보이는 랩마저 독특한 무드의 구성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Fractice]는 앞서 말했듯 약간의 호기심이나 상상력을 보태며 적극적으로 즐겨볼 만한 데뷔작이다. 부디 PNSB나 그가 속한 크루 애드밸류어(Addvaluer)가 가진 색이 앞으로 확장해 나가며 어떤 식으로든 희석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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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랩퍼엔 (2013-12-21 12:48:34, 180.224.166.*)
      2. 남부집장님의 성실하고 꼼꼼한 평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기에 리드머가 더 소중합니다. 모두 화이팅 *ㅁ*
      1. nextaR (2013-04-25 08:43:56, 117.111.1.**)
      2. 이런 신인앨범 발매되는거 어디서 정보얻을수있나요?
      1. sodgh (2013-04-25 02:36:33, 222.233.162.***)
      2. 리드머 덕에 아날로그 태그, 퓨리아이에 이어 또 하나 숨은 보석을 발견했네요. 누군지는 아직도 감이 안 오는데 랩과 프로듀싱 둘 다 독특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특유의 독특함을 다음 행보에서도 꼭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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