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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자이언티 - Red Light
    rhythmer | 2013-04-24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자이언티 (Zion.T)
    Album: Red Light
    Released: 2013-04-10
    Label: 아메바 컬쳐
    Rating:
    Reviewer: 오이








    자이언티(Zion.T)와 그의 음악이 지니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획일화된 보컬들 사이에서 신선함이 있겠고, 국내 유일무이한 목소리에 담긴 특유의 스킬과 그루브감의 고유성을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누군가를 흉내 내기 급급했던 몇몇 형태의 무료함은 그를 통해 조각났고, 대중의 음악적 허세를 파고드는 유니크함과 재능은 그의 솔로작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 2013년 발표된 그의 앨범 [Red Light]는 다양한 아트워크와 시도, 혹은 앞으로 그의 커리어에 구심점으로 삼을 아이덴티티가 결합되어 있다. 단지 소리를 위한 작업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화된 총체적인 구성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에 주저함이 없으며, 명확하게 자이언티라는 존재를 아이콘화하고 있다.

     

    프라이머리(Primary)를 비롯해서 피제이(Peejay), 그레이(GRAY) 등이 프로덕션에 참여한 [Red Light]는 소울 뿐만 아니라 펑크(Funk), 빈티지 소울, 일렉트로닉 팝,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묶어 놓았음에도 자이언티라는 감독을 만나 하나의 일괄된 주제로 흐른다. 보컬리스트로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포지션만을 누리기보다는 음악을 주도하는 뮤지션으로서 역량 또한 유감없이 발휘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강서구에 사는 ‘Skinny Red’가 노래를 부르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기소개서는 그를 표현한 응축된 단어들이다.

     

    음악과 이미지의 결합은 비단 그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은 아니다. 영화처럼 스토리를 잇고 의도적인 트랙배치로 일관된 주제를 만드는 건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션들을 통해 보아왔던 익숙한 작법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떤 장착작업이든 클리셰가 바탕이라 하더라도 창의적인 감각이 관건이고, 자이언티는 그런 면에서 매끄럽게 버무려냈다. 흐름의 일관성으로 본다면, 다소 어수선한 감이 있으나 약간의 문제를 상쇄할 만큼 결과물은 꽤 그럴듯하다. 심플하고 미니멀한 비트의 “Doop”이나 인스트루멘탈을 함께 수록한 “Neon”은 여러 힙합 뮤지션들과 콜라보에서 보여주었던 방식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으며, 재기 있는 가사와 짜임새 있는 사운드가 일품인 지구온난화같은 트랙은 확실히 그의 감각이 남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이런 특징적인 트랙들이 주는 면밀함은 전체적인 앨범의 흐름에 제법 일관성을 준다.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재능은 이렇듯 작품 한 장을 통솔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핵심적인 요소는 역시 자이언티의 탁월한 보컬이다. 이미 수많은 곡들에서 입증한 바 있는 독특한 바이브와 랩을 읊조리는 듯한 그루브한 감각은 앨범의 가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주며, 곡의 특징에 맞게 변하는 스타일은 보컬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기계적인 목소리들과는 확실한 차별을 둔다. 그의 가치가 단순히 또 한 명의 재능 있는 뮤지션의 등장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메인스트림 음악계에서는 국외 뮤지션 누군가의 특정 스타일을 차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지만, 이젠 장르에 몸담고 신 기류를 형성할 수 있음도 적게나마 입증되었다. 자이언티 또한 이번 앨범을 통해 그 중 한 명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다만, 그의 음악을 전부 이해하기에 11트랙은 다소 짧은 것도 사실이며, 히트곡인 씨스루의 연장선 “Babay”와 같은 트랙은 자이언티 또한 보이지 않는 틀에 묶여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현재 가장 한 소울 스타이며, 신 기류를 형성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서 확고한 자기 위치를 터득해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떤 기대가 충족되고 덜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Red Light]는 그간 국내 음악 씬이 목말라 했던 소울 스타의 첫걸음으로서 실로 오랜만에 인상적인 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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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asym (2014-06-15 11:12:24, 61.106.122.*)
      2. 전 진짜 괜찮게 들었어요
      1. 혁신 (2013-06-15 10:19:17, 183.96.165.*)
      2. 힙합을 주로 들으시는 분들께는 좀 답답한 음악일까요?
        디엔젤로나 멕스웰의 향수를 지금의 비트에서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앨범인데요.
        특히나 트랙과 트랙 사이 유기적인 분위기 전환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요. 멜론으로 음악 하나 틱 다운받아서 듣는다면 좀 별로일 수도 있겠네요.
      1. 잠와 (2013-06-02 22:33:55, 58.142.239.**)
      2. 그냥 자기가 자주 듣는 음악이라 4개 준듯. 이러니 뮤지션들이 리드머 마이크를 불신하는 거임.
      1. 퍽웟유투 (2013-04-25 19:01:02, 115.22.28.***)
      2. 이 엘범이 기대에 충족됬든 안됬든 국내 알엔비/힙합 씬에 큰 의미를 남길 엘범이란 건 논란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취향도 분명해 보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도 많아 보이는 거 같아 더 다음 엘범이 기다려집니다. 아 그리고 자이언티 비트메이킹 장난아님
      1. Lafayette (2013-04-25 13:06:07, 39.7.44.**)
      2. 흐름의일관성이 좀 많이 아쉽지 않았나 시프요.
        덕분에 싱글들이 감흥은 꽤 있었지만
        앨범 자체가 만들어 내는 매력은 없었어요.
      1. sodgh (2013-04-25 02:43:09, 222.233.162.***)
      2. 그간의 행보와 겹친 색깔이 느껴져서인지, 혹은 11곡이 부족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기대치에는 조금 못미치더군요. 그래도 자이언티의 유니크한 음색을 앨범 단위로 접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꽤 만족하며 듣는 중입니다.
      1. Leever (2013-04-24 21:27:01, 223.62.164.***)
      2. 3개반나올줄아랐는데 4개나왔네요 딱히 훅걸린거도 없었고 킬링트랙이 없었달까 암튼 제생각과는 살짝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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