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에픽하이 - Epilogue
- rhythmer | 2010-04-03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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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에픽하이(Epik High)
Album: Epilogue
Released : 2010-03-09
Rating :
Rating (2020) :
Reviewer : 이병주
뮤지션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루는 앨범의 주인공 에픽하이는 분명 국내에서 뚜렷한 음악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많지 않은 뮤지션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들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더라도 말이다. 초창기 때부터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음악의 접점을 맞춰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그들의 음악은 시도를 넘어서서 어느덧 무르익어 왔고, 재기발랄하던 분위기는 차분하고 성숙하게 변모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 방향과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좋게 보면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더욱 확고히 해가는 것일 테고, 나쁘게 보면 다소 전형적이고 음악의 구조나 내용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기 복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앨범에 담긴 음악 자체를 논하기에 앞서 과거에 [魂: Map The Soul] 앨범을 다룰 때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그들의 변함없는 창작 열의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엔 표현할 수 없다. 그 이후로도 2CD였던 6집 [e]를 비롯해서 이번 [epilogue]까지 약 반년간의 주기로 쉼 없이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 외에 리믹스 앨범이 있기도 했다. 그 와중에 그들이 딱히 완성도에 문제가 있거나 부끄러운 앨범을 만들어낸 적도 없다. 창작자로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자명한 얘기다. 모두가 알다시피 국내 힙합 씬의 많은 뮤지션이 그러하지 않다는 것은 또 안타까운 부분이고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그러한 뮤지션들을 싸잡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만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여러 환경과 시장의 한계라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안타깝다는 것 뿐.
대중성 높은 앨범들을 많이 발표했던 에픽하이지만, 이번 앨범은 생각보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일렉트로니카 리듬에 대중음악의 다소 전형적인 건반과 스트링 편곡을 보태 놓은 타이틀 곡 ‘Run’이나 보컬과 애잔한 분위기가 곡을 이끌고 가는 ‘바보’ 같은 경우는 곡의 완성도를 떠나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할만 하다. 하지만, 그 외의 곡들은 그다지 대중적이지도, 또 그렇다고 마니악하지도 않다. 그 두 가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모호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 어디엔가 자리할 법하다. 창작자의 의식이나 의도가 너무 확고하게 다가와 결국 팬덤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음악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비록 박력 있고 단단한 드럼 소리는 본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꾸준하게 외쳐대고 있지만 말이다. 단순한 건반 루프 위에 다양한 보이스 샘플들을 활용해 만들어 놓은 ‘Wordkill’이나 록 음악 요소까지 끌어와 제목 그대로 노이즈를 요리해서 쓰기도 한 ‘잡음’ 등은 재미있게 감상해 볼 여지가 있지만, 그런 양념적인 요소를 떠나 프로덕션의 기본 골격들은 전체적으로 대동소이 한 편이다. 앨범의 시작과 중간, 끝을 담당하고 있는 세 곡의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기능을 해내고 있지 않다는 점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정규앨범이 아니거니와 보도 자료를 통해 설명되어 있듯 과거에 작업해 숨겨뒀거나 미완성이었던 곡들이 수록되기도 한 만큼 앨범이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혁신이나 참신함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는 방식의 앨범 제작 과정이 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앨범 발표를 거듭하며, 이번 앨범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훌륭하게 완성되어 온 한국적인 탈(脫)힙합 프로젝트는 분명 박수받을 만하다. 공백 기간에 치열한 고민과 실험을 거쳐 나올 몇 년 후의 에픽하이 음악을 기다려 본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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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말해봅시다. (2010-04-08 21:39:59, 61.47.210.**)
- 말꼬리 잡는 건 차마 할 짓이 아니지만, 위에 적은 대로 "악의가 있을리가" 바로 아래에 "악의가 있지당연히"라는 닉네임이 달렸어봐요. 거기에 내용도 수준이 떨어진다느니, 뮤지션이 듣는 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느니, 힙찔이니.. 이런 말들이 주를 이루는데.. 과연 어느 누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요? 한 번 반대로 가정이라도 해보라고 했잖아요. 물론 심하게 역으로 말한 건 잘한 건 아니라도 인간이 모든 걸 이해하고 통찰하는 성인군자에 신인가요? 저기서 님의 그 의도가 맞다면 내가 잘못한 게 맞아요. 두 번 말하지는 거지만 그러면.. 애초에 다 생각해두고 오해가 커지지 않게 움직이셨어야 되지 않겠나요? 더욱이 혼자 생각하고 염두한 걸 타인이 어떻게 알아차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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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2010-04-04 22:09:23, 222.234.90.***)
- 예전 2집과 3집때 나왔던 쓸모없는 논쟁이 아직도 되풀이되는거 보면 사람들 생각하는 수준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말은 똑바로 솔직하게 합시다. 그들이 하는 음악이 무엇이냐는 궁금증 보단 단순히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향하는 에픽하이의 행보가 마음에 안드는것뿐이지요.
뮤지션이 대중과 타협하여 서서히 스타일을 변하는부분이 몇몇 사람들에겐 불만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변화가 반영된 결과물들을 보았을때 결코 실망스럽거나 기대이하로 다가왔던 적은 없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차이일뿐인데 앨범의 의도와 존재에 대한 부정까지 하는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솔직히 지금 일어나는 논쟁에 필요하지 않는 말들이 많아 무엇을 주제로 논쟁하는건지 구별하기 쉽지 않았지만 느낀대로 말하자면, 에픽하이에게 예술적 잣대를 들이대는건 굉장한 오바이자 심하게 말해서 꼴깝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들 입으로 얘기했듯 그들은 대중을 위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지 자기들이 하고싶은 음악만 하며 오로지 예술성만 추구하는 이들은 아니니깐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인터넷 실명제 적극 찬성하는 바입니다. 가끔 더럽게 입놀리는 사람들 보면 무엇을 위해서 개인의 익명성을 보장해주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외국이야 어찌됬든 그곳은 우리나라와 국민성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니 이정도의 차이도 두지 말라는건 억지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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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ty (2010-04-04 20:08:16, 58.231.209.**)
- 유님의 '자의식 과잉 상태의 가사들만 가득하네요'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이 갑니다.
타블로가 MTV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음악 때문에 위로를 얻는 많은 이들을 위해 메세지 있는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라고 했는데..
저도 3,4집 으로 정서적으로 정말 많이 위로를 받고 심지어 에픽하이에게 고마웠을 정도로 좋았는데, 지금의 에픽하이는 음악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너무 자기들끼리 심각해져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프로듀서진도 조금 다양화 했으면 좋겠고요..아무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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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명환 (2010-04-04 14:48:15, 211.104.204.**)
- 일단 청자의 의도를 이해하면 훨씬 그 음악을 혹은 앨범을 재미있게 받아드릴 수 도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실례로 에픽하이 3집 같은경우, 정말로 정말로 숨겨놓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고, 그 요소들을 찾아가면서, 그걸 음악에 대입해가면서 참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에픽하이가 메니아가 아닌 대중을 상대로 음악을한다면 메니아들만큼의 열정과 흥미가 없는 일반 대중들이, 그 의도를 모두 분석하는데 흥미를 가지긴 힘들거라고 생각하구요, 어떤 예술작품이든지 각 수용자가 받아드림에 따라 예술은 각자 다르게 평가되는게 맞는데, 더많은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게 목표라고 했던, 많은사람들이 듣고 느낄 그런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에픽하이가, 청자들이 자기의도를 다이해하고 들어줄거라고 기대한다면 너무 과한기대라고 생각하고, 또 에픽하이 스스로도 그만큼 기대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에픽하이의 음악에대해서 아쉬운점은 유님이 말씀하신대로 그루브의 부재를 들수있겠는데, 타블로의 음악이 일본음악 스럽다는평가를 3집때정도부터 들어왔던거랑 어느정도 관련이있을것도 같아요. 오히려 예전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sid 음악이 약간 그랬던걸로 기억하는데, 좀 재미있네요 ㅎ 둘다 이전부터 힙합과 관련없는 다른음악을 베이스로 한거랑 관련이 있을라나요 ㅎ
아 전 전체적으로 유님말씀에 꽤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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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2010-04-04 10:45:32, 121.144.109.**)
- 이제는 좀 식상해진 피아노 구성 스트링 편곡을 곡들... 가장 안타까운것은 앨범 전체에 걸쳐서 나타나는 저음의 상실입니다.
요즘은 대중가요에도 그루브가 넘실대는데, 타블로의 프로듀싱에서는 특히 드럼 사운드나 베이스 같은 저음부에서 상당한 취약점을 나타내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전에 맵더소울 앨범은 상당히 그루브한 힙합앨범이었고 컨셉과 밀집도가 높아 상당히 괜찮은 앨범이라 생각 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사공 많은 배처럼으로 산으로 간 더블 앨범은 정말 커리어 최악이였죠. 컨셉도 뒤죽박죽 몇곡 빼고는 거의 대부분 스킵대상...
주제도 더이상 -평화의 날- 같이 참신하고 대중적인 부분을 캐치해서 특유의 센스로 풀어나가는 모습은 볼수 없고, 자의식 과잉 상태의 가사들만 가득하네요. 런 같은 경우에도 어떤이에게는 희망으로 다가 갈수도 있겠지만, 어떤이에게는 유치하게 다가 갈수도 있죠.
타블로는 물론 좋은 랩퍼지만 좋은 프로듀서인지는 상당히 의문 이며, 연속된 두 앨범에서의 그루브 상실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것이 힙합이든 아니든 요즘은 아이돌 음악도 그루브가 덩실 됩니다.
창작욕이 높은것은 좋은데 확실한 컨셉으로 밀집도 있게 앨범좀 냈으면 좋겠습니다. 스킵대상인 인스들도 좀 줄이고...
프로듀싱도 혼자서 다 할라고 욕심 부리는것 보다 페니랑 했던 것처럼 팀으로 드럼은 다른 프로듀서에게 맡긴다 던가 하는게 완성도 측면에 좋을거 같네요.
개코 + 프라이머리 조합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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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usik (2010-04-03 22:22:04, 125.137.182.***)
- VJ// 글쎄요.물론상업적인부분은 타이틀곡같은 경우에만 해당된다고봐야겠죠.에픽하이가 아이돌은 아니지않습니까.근데 솔직히음악좀들으면자연스럽게특정뮤지션의 사상이나생각들을좀더알고싶어하지않습니까?에픽같은경우엔특수하게 팬,매니아,안티,일반대중들과 소통과대화를 한다고생각하기때문에 소모적인 소비가아니라 생산적인 소비라고봐야죠.다른그룹들은 일년에앨범하나내면 다행이지만 이들은 거기에반해 일년에앨범에3개씩 내는그룹이되다보니 잉여란 말씀을 하시는데 대체 에픽에대해어느정도아시길래 그렇게말씀하는지의문이네요.작업량과 예술성이 반비례나 비례관계 이런게아니잖습니까?그러나투컷이빠지다보니전체적인 앨범구성면에서많이후달린다는건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