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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불한당 - 절충 3: 불한당들의 진입과 전투
    rhythmer | 2013-07-01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불한당
    Album: 절충 3: 불한당들의 진입과 전투
    Released: 2013-06-11
    Label: 불한당
    Rating:
    Reviewer: 이병주








    불한당의 결성부터가 대단한 뉴스였다. 물론, 서로 많은 교류가 있었고, 어느 정도 교집합도 가진 뮤지션들인 데다가, 상당수가 한국힙합 초창기부터 컴필레이션 앨범이나 크루의 프로젝트 앨범을 통해 함께 했었기에 이번 조합이 유별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를 더욱 무게감 있게 만든 건 바로 SNS상이나 일부 연예매체의 보도와 달리 실질적으론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씬의 현 상황이었다. Wack MC’를 욕하던 씬의 일부 주축 랩퍼들이 그들이 욕하던 대상들보다 더 한심한 랩 발라드 음악을 들고서는 공손하게 메인스트림의 문고리를 두들기고 있고, 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신인의 등장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게 지금이다. 불한당이 스스로 내건 비장한 문구와 거대한 의미 부여가 심드렁함이나 실소 대신 진지한 수긍을 이끌어내는 마당이니 거기에 쏠리는 큰 기대와 관심은 무척 당연해 보였던 것이다.

     

    타이틀곡 “불한당가”는 이러한 상황 인식과 참여한 이들의 움직임, ‘절충 프로젝트’란 타이틀을 통해 설정한 앨범의 방향성을 모두 포괄해내는 곡으로 이 앨범의 핵심이자 어떤 면에서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소리를 힙합의 틀 속에 세련되고 멋지게 녹여낸 킵루츠(Keeproots) 프로듀싱의 트랙이다. 물론, 이전에도 국악과 힙합의 퓨전이란 형태로 이루어진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 시도는 단순히 전통 악기를 가지고 멜로디를 연주해 비트 위에 얹어놓은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풍성한 리듬부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리듬의 강세가 앞으로 뒤로 어색함 없이 자유롭게 옮겨 다니고, 추임새 역시 곡의 빈틈을 채워가며, 후렴의 창과 드라마틱한 곡의 후반부로 넘어가며 등장하는 또렷한 건반음, 전자음 및 기타사운드가 어떠한 이질감도 없이 곡의 거대한 흐름 안으로 모아진다. 네 명의 랩퍼가 영어의 혼용 없이 짜낸 여유롭고 촘촘한 라이밍 역시 인상적이다. 한국힙합이 시작하던 모습과 나아가야 할 하나의 대안을 함께 담아낸 이 곡은 두고두고 회자할만한 성취를 이뤄냈다.

     

    앨범은 타이틀곡을 포함하여 반가운 얼굴들의 녹슬지 않은 라이밍과 비트를 몇몇 곡에서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갖는 한계 또한 고스란히 안고 있다. 바로 참여진들이 일정하고 꾸준한 완성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언급했듯이 놀라울 만한 라이밍을 보여주는 랩퍼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꾸준히 발전하며 여러 괴물 같은 랩퍼들이 배출된 오늘날 힙합 씬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들도 있다. 게다가 주축 프로듀서인 킵루츠와 아티산 비츠(Artisan Beats)를 포함해 앨범의 프로듀서진이 꽤 다양한 형태와 무드의 비트를 제공했는데, 그러한 비트들과 참여진의 조합이 좋았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트랙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참여진의 이름값과 여느 컴필레이션과 달리 응집력을 자랑했던 예전 절충을 생각하면, 앨범으로서 매력보다 몇 개의 좋은 트랙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작업물에 걸었던 대단한 기대에 비한다면 다소 아쉽다.

     

    그렇다면 씬의 문제와 엮어 설명해갔던 부분을 통해서는 이 앨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베테랑 랩퍼들이 의욕적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힙합이란 장르의 매력에 충실한 결과물을 위해 노력했으며, “불한당가”라는 환상적인 트랙을 선사했다는 점은 앨범 한 장의 매력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신호를 담고 있다. 비록, 특정 매체를 통해 데뷔한 신인들이 주요 대상이 되긴 했지만, 이들이 함께 하나의 앨범을 작업하는 것을 뛰어넘어 인큐베이팅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점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씬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지속적인 활동과 꾸준한 증명이다. 여전히 좋은 힙합 음반은 꾸준히 나온다. 그게 만족스러울 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문제다. 결국, 이미 환호할 준비가 되어있던 장르 팬들의 단발적인 감동과는 별개로 이 음반은 씬의 문제를 풀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베테랑들의 완성된 답은 아니다. 하나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이제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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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할로윈1031 (2013-09-14 08:52:03, 175.202.126.***)
      2. 전반부의 파괴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짧은 앨범에서 곡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크게 나뉘는 건 좀 아쉽.
      1. I'm real. (2013-07-13 01:26:52, 220.88.13.***)
      2. '하나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이제 시작한 것이 다.' 라는 말 처럼 적절한 말은 없는듯 합니다.
      1. sodgh (2013-07-03 12:20:25, 222.233.162.***)
      2. 대신에 진입과 전투, 불한당's obligé, 혀를 파지, 불한당가로 이어질 때만 해도 입을 벌리고 들었습니다. 불한당가야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 피타입 홀로 곡을 주도한 불한당's obligé는 미친 라이밍으로 형성하는 플로우가 아주 매력적이었죠.
      1. sodgh (2013-07-03 12:17:03, 222.233.162.***)
      2. 불한당가에서 너무 기대를 했었나봅니다. 생각보다 좀 아쉽더군요. 비트와 참여진의 조합이 좋았다고 보기에 석연치 않은 트랙으로는 하몽 Pt.2를 들고 싶네요. 사운드 면에서 완전 새로운 해석이라 신선하긴 했으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더군요. 그 외에 후반부 트랙이 전반부 트랙에 비해 힘이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진중하게 가다가 가볍게 빠져버리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잘 안 오더군요.
      1. 102030 (2013-07-02 12:48:02, 182.221.84.*)
      2. 많은 이들이
        한국 힙합에 대한 완성형의 정답을 바라는 현 시점에서,
        굉장한 기대를 등에 짊어진 움직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구절이 아주 인상깊네요.
        '하나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이제 시작한 것이다.'
        완성되기 위한 과정의 시작.

        저도 처음부터 확답을 바라던 사람들 중 하나였기에
        많이 부끄럽고, 응원하며 지켜보렵니다.

        이번 리뷰, 생각이 깊어지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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