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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방탄소년단 - O!RUL8,2?
    rhythmer | 2013-09-27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방탄소년단
    Album: O!RUL8,2?
    Released: 2013-09-11
    Rating:
    Reviewer: 남성훈









    작곡가이자 기획자 방시혁이 야심 차게 내놓은 힙합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Black Skinhead"를 노골적으로 카피한 앨범의 컨셉트 트레일러부터 삐걱댄 앨범은 마지막까지 도저히 집중해서 듣기 힘들 정도로 민망함의 연속이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현재 가요 기획자와 멤버, 그리고 일부 전문가까지 장르를 왜곡하여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유의 대상으로까지 삼는 우스꽝스러운 흐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20여 년 전부터 가요 기획자들은 장르적 성취와는 무관하게 방송 퍼포먼스를 통한 흥행을 최우선 목표로 장르 음악의 단편요소를 끌어들이는 기획을 양산했다. 그중 가장 흥행했던 것은 에이치오티(H.O.T)로 대표되었던 보이 댄스 그룹이다. 한동안 주류 가요계에서 쉽게 찾기 힘든 컨셉트였지만, 근래 다시 부활했으니 다름 아닌 힙합을 표방하는 몇몇 그룹에 의해서다. 문제는 그 시절 때나 지금이나 이런 기획이 전달하는 감흥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첫 활동 곡으로 주 소비층인 10대 초·중반에 어필할 듯한 (부모님, 혹은 기성세대를 향한 꽤 건전한 사춘기 소년의) 반항이 담긴 호소력 짙은 랩을 깔고, 정색한 듯한 보컬을 교차시키는 시대착오적 진행이 여전한 탓이다.

     

    '어른들은 내게 말하지 힘든 건 지금뿐이라고 조금 더 참으라고 나중에 하라고 Everybody say NO, 더는 나중이란 말로 안돼 더는 남의 꿈에 갇혀 살지 마' - N.O

     

    마케팅과 퍼포먼스, 활동영역 등등, 어차피 장르 애호가를 주 소비층으로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장르로서 힙합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자연스레 그 강박감과 열등감이 앨범 전체에 넘쳐나고, 이는 앨범의 감상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부모님은 정말 행복해질까, 꿈 없어졌지 숨 쉴 틈도 없이 학교와 집 아니면 피시방이 다인 쳇바퀴'라는 가사가 나오기 전에 'Revolution is started again'이란 비장한 라인을 듣거나, -펑크(G-Funk) 프로덕션을 표방하고 그럴듯한 완성도를 보여줬음에도 "If I Ruled The World"의 도입부에서 'Westside till I die'라는 선언을 듣는 것은 얼마나 목표한 프로덕션을 재연해 냈느냐 와는 별개로 실소가 터지는 순간이다.

     

    앨범의 구성 미도 심각한 수준이다. 로맨틱 무드를 그려낸 "Coffee"와 코믹코드를 녹여내 발랄함을 강조한 파티트랙 "진격의 방탄" 사이에 애써 랩퍼로서 자의식을 담아내려는 강박감이 가득 찬 "BTS Cypher Part 1"이 위치한 것은 앨범의 감상을 방해하는 기이한 배치다. 이제는 랩의 스펙트럼을 과시하는 것처럼 뜬금없는 유행이 된 사투리 랩이 담긴 "팔도강산"이 다음 트랙인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다시 나타난 시대착오적 컨셉트의 보이 그룹이 이전과 다르게 특정 장르의 표방을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조금 더 깔끔하게 떨어지는 장르 프로덕션의 재연과 수준이 올라간 멤버의 라이밍 기술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십수 년 전에 비해 극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아이돌 댄스 그룹의 보컬 실력을 이유로 그들을 장르 보컬그룹이라 부르는 것만큼 상식 이하의 현상이다. 단지 ''이 불특정 대중에게 확연히 구분되는 방식이라는 점과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부 힙합 소비층의 몰이해 때문에 '힙합'은 이제 가벼운 홍보용 수식어가 된 지 오래일 뿐이다.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앨범 [O!RUL8,2?]는 이 같은 현상과 이를 극복하려는 당사자의 의지 사이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감상을 방해하는 많은 요소와 시대착오적 기획, 그리고 장르 강박감에 사로잡힌 구성 때문에 힙합 앨범으로써 별다른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흡사 해프닝에 가까운 완성도의 앨범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를 두고 마니아도 사용하지 않는 모호한 개념의정통 힙합이란 잣대를 세운 다음 아이돌들의 힙합이 이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미화하거나, 오래된 기획의 발전 없는 반복에힙합과 아이돌의 결합이라는 거창한(?) 말을 사용하며 어떤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 듯 바라보는 시선이 꽤 있다는 것은 현재 국내에서 장르 음악에 대한 몰이해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저 [O!RUL8,2?]는 시대착오적 기획과 함께한 장르적으로 실패한 완성도의 앨범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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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0r트모스 (2013-10-22 15:57:10, 1.241.26.**)
      2. 와.. 어떻게 블랙스킨헤드 고대로 베낄수 있지;; 표절이 힙합인가 하 참
      1. BILL (2013-10-03 21:07:24, 218.234.68.***)
      2. 할로윈1031/// 재앙이란 표현 아주 좋네요ㅎㅎ
      1. co.wic (2013-09-30 02:33:11, 114.30.9.***)
      2. junenee//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Oh! Are you late, too? 라는군요.
      1. 할로윈1031 (2013-09-28 03:21:10, 175.202.126.***)
      2. 최근 몇년간 아이돌들이 하도 힙합을 하려들길래 전부터 든 생각이 원래 힙합이 좀 문화적으로 발전하면서 성장하는 음악이다 보니 미국이 아닌 다른나라에선 정서상으로나 문화적으로 정말 언더/인디 아니면 이런 팬덤문화를 가진 아이돌들이 해야 이질감없이 먹혀들겠구나 싶었는데, 작년에 디유닛도 그렇고 방탄소년들도 그렇고 나와보니 아주 재앙이군요.
      1. Junenee (2013-09-27 19:50:07, 112.214.154.***)
      2. 앨범 제목 도대체 어떻게 읽는건가요??? ㅋㅋㅋㅋㅋ
      1. Fukka (2013-09-27 14:07:37, 175.223.61.**)
      2. 리뷰보고 들었다가 Westside till I die에서 닭살 쫙... -_-
      1. co.wic (2013-09-27 09:37:07, 114.30.8.***)
      2. 별점 과한 것 같습니다.
        힙합 프로듀서를 자칭한 방시혁의 힙합이 이런 건가 싶네요.
        팀의, 앨범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 너무도 시대착오적이고 허접해서 소름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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