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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산이 - 'Not' Based on the True Story
    rhythmer | 2013-11-29 | 4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산이(San E)
    Album: 'Not' Based on the True Story
    Released: 2013-11-21
    Rating:
    Label: 브랜뉴뮤직
    Reviewer: 남성훈









    2010
    년에 2000년대 초반의 에미넴(Eminem) 컴백 컨셉트를 그대로 차용했던 "맛 좋은 산"을 랩퍼의 고심이라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해도 기대에 걸맞지 않은 완성도의 발라드 랩과 시대착오적인 프로덕션의 댄스 가요풍 프로덕션으로 채운 산이(San E)의 첫 앨범 [Everybody Ready?]는 그의 랩 실력과 어울리지 않는 방향성은 물론, 그 자체의 완성도마저 현저하게 떨어지는 졸작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대형 기획사인 JYP에서 나온 후, 새로운 둥지에서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은 과연 어떨까?

     

    안타깝게도 ['Not' Based on the True Story]는 전작의 감상에서 얻은 강한 아쉬움마저 민망케 하는 후속작이다. 산이의 기본적인 앨범 전략은 전작과 일치한다. 여전히 에미넴이 이룩한 시대적 컨셉트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트랙들로 초반 문을 연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더 시대착오적이다. 특히, 2000년 발표된 걸작 싱글 "Stan"을 보란 듯 흉내 내며 이야기를 변주한 "전 여자친구에게"는 그 대표적인 예다. 에미넴이 짜 놓은 이야기 구조 덕에 약간의 몰입감은 제공하지만, "Stan"처럼 '이제는 폭주할 타이밍이네', '이제는 사고가 나겠네!' 하는 순간 정확히 랩의 호흡이 따라가는 걸 들을 땐 실소와 민망함이 교차한다. 일반적으로 자리 잡은 작법이나 수없이 변주된 랩의 틀이 아닌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는 특정 곡을 어설프게 흉내 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경우다. 방법은 전작과 마찬가지지만, 일정 수준의 라이밍 외에 랩 자체에서 잡아낼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이어지는 트랙들은 현재 한국힙합 음원 차트에서 선전한다는댄스 팝/과 속칭 '발라드 랩'으로 나뉘어 있다. 속도감이 있음에도 유지되는 전달력, 심각하지 않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야기의 조합이 어느 정도 감상의 포인트는 제공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프로덕션, 그리고 곡의 구조를 의식하는 강박감 때문인지 뻔하게 흘러가는 랩 퍼포먼스에서 인상적인 감흥을 얻기 힘든 것은 전곡에 걸쳐 동일하다. 무엇보다 한국 힙합 애호가에게 수준 높은 청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크루 오버클래스(Overclass)의 주요 멤버가 의기투합한 "어디서 잤어"에서 일차원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명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버벌 진트와 스윙스의 랩 퍼포먼스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어쿠스틱 편곡 위에 정색한듯한 보컬로 곡의 무드를 결정하고 랩으로 사연을 풀어내는 발라드 랩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이별식탁"은 방송가요 기획자들이 십수 년 전부터 만들어 놓은 틀에서 한치의 벗어남이 없다. 전체적으로 무드와 맥락 모두 장르 색과는 상관없는 곡들이 포진되어 있으며, 앨범 초반에 선보인 시대착오적 에미넴 컨셉트의 차용은 힙합 아티스트의 그것이라기보다는 대중에게 유사한 감흥을 쉽게 전달해보려는 단순기획으로 느껴진다. 더불어 앨범에 부여된 작은 서사도 단순 플래시백 구조를 확인하는 것 외엔 흥미롭지 않다.

     

    앨범과 별개로 발표한 몇 랩/힙합 싱글을 통해 장르 애호가에게 한 다리 걸치면서 힙합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전략 때문에 산이는 여전히 실력 있는 힙합 뮤지션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정규 결과물이 없는 실력자도 아니라 힙합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마감된 앨범을 두 장이나 가지고 있는 랩퍼가 여전히 몇 개의 싱글과 피처링으로 이런 모습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일 수도 있겠고, 메이저 시장을 향한 일부 장르 팬들의 열망이 굉장히 기이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어떻게 보면, 인트로음성메세지(Skit)”에서 자신의 첫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성공이 힙합 트랙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이었으니 기이하긴 마찬가지다. 어쨌든 산이에게는 거창하지만, 실체 없는힙합의 대중화의 선봉에 섰다기보다 팻두(Fatdoo) MC한새가 각각 다져놓은 마이너한 랩 시장의 정서에 그들보다 세련된 방송가요 작법과 랩을 섞어 한번에 두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세부적인 분류가 없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현재 한국힙합 음원 시장은 2000년대 초반의 한국영화 시장과 유사하다. 당시 흥행시장을 사로잡았던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로 대표되는 조폭 코미디는 별도로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로 그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홍콩 누아르, 액션, 코미디, 신파극 등의 장르 색을 대중이 쉽게 반응하는 최하위 선에서 버무리며 성공했었다. 그리고 한때 그런 방법이 한국형 대중영화의 성공비법이자 한계라고 선언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꾸준히 부정하는 동시에 견고한 장르/작가가 주축인 웰메이드 영화를 지지하고 주류매체로 끌어올린 애호가들에 의해 대중의 수용 수준도 점차 높아져서 이제는 그 추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낮은 완성도의 단순 기획 영화를 통해 대중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이들이 한국영화 시장의 전체적 수준을 높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정하고 꾸준히 좋은 영화를 발견하고 치열한 작가 군에게 힘을 실어 준 이들이 그 변화의 주체였다.

     

    한국힙합 음원 시장도 마찬가지다. 허울 좋은 친 대중 랩 음악으로 힙합을 주류 시장에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이들은 절대 큰 맥락에서 정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는 지금도 힙합 음원 차트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쉽게, 또 많이 찾을 수 있다. 산이의 이번 앨범을 있는 그대로 낮은 완성도의 랩 앨범이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힙합 시장 내부에서까지도대중화’, ‘주류진출’, ‘성공의 맥락으로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부 시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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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쏘니 (2013-12-09 00:31:23, 124.53.53.***)
      2. 2013년 최악의 앨범 Number 1
      1. 황효중 (2013-12-06 23:08:51, 115.137.238.***)
      2. 브랜뉴뮤직이 문제인가 뭔가 거기만 가면 다 이런식으로 음악을 하는거 같네요
      1. 부담보이 (2013-12-06 12:32:58, 211.234.184.**)
      2. 영화비유에 찬사를 보내려고 오래만에 로그인까지 했습니다. 듣다가 욕나오더리고요 씨파 내가 이런 애를 존나 빨았구나 ㅜㅠ
      1. 양종렬 (2013-12-01 22:03:02, 125.128.5.***)
      2. 세부적인 분류가 없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현재 한국힙합 음원 시장은 2000년대 초반의 한국영화 시장과 유사하다.

        대단히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한 대 얻어맞은 느낌까지 받았네요.
      1. 으헿 (2013-12-01 21:31:52, 112.148.109.***)
      2. 버벌진트 고이지 쩜오, 고이지 처럼 히트치면서 음악성있는 음반도 만들수 있을것 같은데
        막상 앨범단위 결과물은 왜이리 구린지
        그냥 랩 잘하는 개그맨같음
      1. detox (2013-12-01 13:31:54, 58.234.64.***)
      2. 산이 요즘 무슨 약 빠나?
        약 빨고 안만드는 이상 저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물이 나올수가 없는뎅..
      1. 똘킴 (2013-12-01 13:23:44, 14.138.114.***)
      2. 어쩌다가 이렇게 만들었지?
      1. ellie (2013-11-30 18:14:17, 114.200.132.***)
      2. 한국힙합씬 역대급 앨범커버 (구린쪽으로)
      1. 으헿 (2013-11-30 17:37:13, 117.111.7.**)
      2. 옛정으로 듣는앨범
      1. SamplerP (2013-11-30 16:53:30, 211.225.119.**)
      2. 듣는 내내 빡침 상태를 유지한 앨범은 처음이네요.

        인트로 스킷에서 자기가 뭔가를 이루어 냈다는 암시를 되게 같잖고 예술적인 고민이 없는 형태로 보여주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재능을 이 따위 음악으로 소비하고
        거의 절대적이다시피 했던 장르팬들의 기대감을 저버리면서 만들어낸 성공이 이 정도라면.. 스스로 장르 음악인이라는 자각심이 없거나 팬들을 자기 집세 내는 데에 도움 주는 지갑정도로 생각하는게 되겠네요.

        VJ는 해놓은거라도 있지.. 산이는 쪽팔린줄 알아야 합니다 진짜로.
      1. Junenee (2013-11-30 10:39:24, 112.214.154.***)
      2. 간만에 핫한 앨범이 나왔네요
        안좋은 쪽이라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1. 할로윈1031 (2013-11-30 10:30:53, 175.202.125.**)
      2. 그러니까.. 이제 앞으론 랩 좀 한다고 자기가 더 나은 사람이니 잘난척을 하면 아니됩니다.
        홍대랩괴물님들아..
      1. Leever (2013-11-30 02:07:54, 1.242.214.***)
      2. 한때 국힙 탑클래스였던 산이가 어쩌다가......
      1. Fukka (2013-11-29 23:30:02, 110.70.31.**)
      2. 산이는 블로그에 올리던 때가 정점이었던 듯. 이번 앨범 참고 듣다가 '스탠' 따라한 거에서 끄려다가 그래도 구입한게 아까워서 더 들었는데 결국 지영이 어머님 나오는 순간 꺼버렸네요
      1. 으헿 (2013-11-29 22:17:27, 112.148.109.***)
      2. 산선생님 시절이 커리어 정점인듯
      1. Lafayette (2013-11-29 18:04:50, 124.111.242.**)
      2. 리뷰를 위해 앨범을 들으셨다는 점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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