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김아일 - Boylife In 12``
- rhythmer | 2014-04-03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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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김아일(Qim Isle)
Album: Boylife In 12``
Released: 2014-03-07
Rating:
Rating (2020) :
Reviewer: Quillpen
김아일(Qim Isle)은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일 때부터 다른 이들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음성의 랩핑으로 귀를 잡아끌었다. 비록, 일부에서 묻어나는 작위적인 느낌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있었지만, 그 독특한 색깔은 앞날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앨범은 나오지 않았고, 자연스레 기억에서도 잊혀갔는데,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정규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안에 담긴 음악이 기존의 한국 힙합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무엇보다 이력이 전무한 프로듀서 신세하의 감각을 알아보고 프로덕션 대부분을 일임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가 사운드를 매만지고 멜로디를 짜는 부분에서 미루어보건대 신스팝(Synthpop)이나 일렉트로 팝을 주요 음악적 근간으로 하여 힙합과 절충점을 찾은 듯하여 신선함을 준다. 재미있는 건 그런 와중에 본작의 감흥을 주도하는 신시사이저의 운용에서 데 라 소울(De La Soul),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등의 초기적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올드스쿨 힙합의 향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들의 것보다는 신스를 좀 더 매끈하게 만지고 잔향을 넓게 퍼트렸다는 게 특징인데, 어쨌든 다분히 신스팝적이면서도 올드스쿨 힙합적인 이번 앨범의 프로덕션은 매우 흥미롭고 탁월하다. "제주도"에서 감지할 수 있는 힙합 클래식 "The Message"(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Five)에 대한 센스 있는 오마주를 보라. 이건 레퍼런스를 빙자한 카피캣들로 얼룩진 현 장르 씬에서 모범이 될만한 '영향받은' 트랙이라 할만하다.
이렇듯 [Boylife In 12``]는 인상적인 프로덕션으로 완성되었지만, 김아일의 랩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본작 내내 그의 랩은 음악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면서 프로덕션의 일부, 즉, 인스트루멘탈을 이루는 소스 중 하나로써 역할 한다는 인상이 강한데, 이것이 그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유가 무엇이든 그렇다 보니 랩 자체가 주는 맛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한영혼용과 추상미라고 보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가사가 감흥을 더욱 떨어트린다. 여자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인상적인 흐름을 형성하는 "V*$*V."와 근사한 비유와 은유를 담은 "D.A.I.S.Y"에서만 그의 존재감이 빛날 뿐이다. 그리고 본작이 신세하가 아닌 김아일의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는 가장 큰 맹점이다.
[Boylife In 12``]는 수작의 반열에 오르기 직전의 문턱에서 아쉽게도 주저앉는다. 프로덕션이 주는 감흥과 랩이 주는 쾌감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분명히 재능을 지니고 있음에도 단지 독특함과 소리의 일부로만 남은 김아일의 랩은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합작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그 앨범은 내 기대작 1순위 그룹에 속할 것이다. 그만큼 [Boylife In 12``]는 상당히 인상적임과 동시에 매우 아쉬운 작품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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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생 (2014-04-06 18:50:01, 175.114.160.***)
- 전 세개반 까진 생각했는데요
솔직히 밑에 분들 말씀대로 앨범 자체로는 훌륭합니다
무언가 다른 일을 할때 틀어놓으면 정말 좋을 음악이에요
그렇지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때는 다르더군요
그의 랩이 충분히 와닿지 못하는게 많았습니다
잘 들리지 않는 가사들과 한영혼용도 많고...
그러나 김아일 스타일은 좋다고 생각하며
충분히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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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웟유투 (2014-04-06 17:45:52, 58.239.51.***)
- 이 작품이 별 세개 밖에 안되는 작품이라니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스타일의 독창성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김아일은 음악 자체에 대한 조예가 깊고 힙합만이 아니라 사람과 예술에 대한 감성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고 딮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사 하나 하나가 저 한테는 주옥같았고 아름다웠고 매혹적이었어요. 에티튜드는 여전히 힙합으로 가면서도 말이죠. 프로덕션도 과하지 않게 하지만 모자라지도 않게 잘 김아일을 받쳐주고 있구요.
분위기, 가사, 스타일, 프로덕션, 느낌, 표현방식, 김아일이 발음하는 그 하나하나 단어들 조차 돕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음반도 그렇지만 김아일꺼는 오래두고 여러번 감상하시길 권해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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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숭털 (2014-04-05 11:57:50, 121.64.233.**)
- 저는 그 랩까지 매력적으로 들리던데..ㅎㅎ 너무 좋네요. 이런 음악 진짜 오랜만인거 같아요. 자꾸 듣게 되네요. 음반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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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4-04 17:05:54, 175.202.125.**)
- 헐.. 랩을 어떻게 담았길래 이런소리가;;
원래는 게리스 아일이라 길래 걱정안했는데 의외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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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gh (2014-04-03 20:35:00, 222.233.162.**)
- 크게 공감하는 리뷰네요.
프로덕션에 감탄하고, 랩에서 실망했던 앨범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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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팬 (2014-04-03 19:11:45, 124.146.37.***)
- 이런, 사레가 들릴 정도로 격한 공감이 끌어오르는 리뷰를 봤나 ㅋㅋㅋㅋㅋ
크러쉬 정규작 만큼 기대하고 고대하던 앨범이었는데. 김아일ㅜ 님하ㅜ
전 개인적으로, 김아일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은데요.
쨌건, 프로덕션 마인대봙!
Don't push me cuz i'm close to the eeeeeeeeeeeee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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