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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애드밸류어 & 비니프 - Bad Things
    rhythmer | 2014-08-26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애드밸류어 & 비니프(Addvaluer & Viniph)
    Album: Bad Things
    Released: 2014-08-07
    Rating:
    Rating (2020) :
    Reviewer: 남성훈









    군산 출신의 PNSB와 그레이(Graye)는 지난 2013, 힙합과 EDM 시장에서 각각 데뷔작 [Fractice], [MON EP]를 통해 평단과 장르 음악 애호가가 주목하는 음악가로 단숨에 떠올랐다. 본작은 그들이 속해 있는 군산 거점의 레이블 애드밸류어(Addvaluer)가 의류 브랜드 비니프(VINIPH)와 합작한 프로젝트이자 첫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지극히 건조하고 탁한 군소도시의 현실과 어둡고 습한 판타지의 흐릿한 경계를 만들어내는 프로덕션과 랩, 보컬에서 찾을 수 있는 과잉의 미학은 짧은 시간이지만, '애드밸류어' 표 음악 고유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드밸류어의 음악을 마주할 때 얻는 첫 정서가 기괴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량의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듣는 이가 어떻게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다르게 말하면 얼마나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완성미를 담보하는가가 승부처가 된다. 재미난 것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던 [Fractice]를 포함해 그들의 음악이 삐딱한 웃음을 유발하는 굉장한 유머로 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애드밸류어의 가장 큰 강점일 것이다. 빈티지 비디오 게임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적극적인 뻔뻔함이 인상적이었던 [MON EP]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Bad Things]도 이런 큰 틀과 승부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애드밸류어는 특색 있는 장르 아티스트의 모임이라기보다 현재까지는 하나의 특색을 추구하는 프로덕션 집단처럼 보인다. 여러 장르를 구분 짓는 작법이나 소스를 결합하는데 소극적이었던 경우와 달리 '일렉트로닉 음악과 힙합의 결합', 또는 '실험적 힙합/알앤비'라고 간단하게 단정 짓기 힘든, 장르를 완전히 해체함과 동시에 장르 고유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살리며 어우러지는 계열의 음악은 이미 두터운 마니아층을 쌓고 있다. EDM, 알앤비, , 힙합 등이 변칙적으로 뒤섞인 빈티지한 사운드의 퍼지는 잔향과 과잉의 신스가 만드는 혼란스럽고 우울한 공간감이 특징인 PBR&B, 그리고 같은 맥으로 날카로운 기이함과 몽롱함을 동시에 전달하는 클라우드 랩(Cloud Rap)으로 대표되는 흐름이 그것이며, [Bad Things]의 프로덕션은 그러한 흐름의 강한 영향권 아래에 있다.

     

    명료한 사운드를 변칙적인 속도감 안에 녹여내 부자연스러운 무드로 앨범을 여는 그레이의 "Chang(Intro)"를 지나면 다시 그레이의 트랙인 "Bad Thing"이 등장할 때까지 랩퍼를 앞세운 트랙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PNSB의 비틀린 마음속을 구경하고 오는 듯한 "향유", 미니멀한 비트가 만드는 공간이 고어(Gore)한 핏빛 공포감을 풍기는 "Piss On Your Face"와 같이 청각 경험을 통해 시각과 후각까지 자극하고자 하는 흥미로운 트랙들이 눈에 띈다. 중반 이후는 다운템포/칠아웃 음악을 어두운 감각으로 수용한 언싱커블(Unsinkable) "Incense"를 시작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느릿한 멜로디와 소극적이지만 짙게 깔리며 반복되는 보컬이 만드는 몽환적 무드가 꽤 즐길만하다. 신시사이저와 베이스의 강력한 운용이 마치 피-펑크(P-Funk) 밴드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Singing Begger"가 이어지지만, 헛웃음을 유발하는 가사를 들고 악기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나가는 듯한 보컬 덕분에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를 해치지는 않는다. 9분을 넘기는 긴 러닝 타임을 마치 [인셉션, Inception], [, Moon]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가 깔린 공상과학영화의 필름 스코어(Film Score)처럼 진행해나가는 "Moro"까지. [Bad Things]의 방향성과 특색, 그리고 청자를 대하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아쉬운 점은 랩과 보컬의 퍼포먼스다. 성공적인 앨범의 컨셉트, 무드 형성과 별개로 귀를 지속해서 잡아끄는데 한계점이 분명한 것은 랩과 보컬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순간이 꽤 보이기 때문이다. 도발적인 변태적 가사를 풀어냈기 때문에 더욱 그럴듯한 퍼포먼스를 통한 설득력이 자리했어야 하는 “Symphorphilia”에서의 ‘Mika엘과 Bed의 허술한 랩 진행과 부족한 연기력은 그럴듯함보다는 민망함이 크며, 이를 통한 유머를 받아들이는 데도 한계를 만든다. “밤의 물결의 편안한 무드를 지켜내고자 한 반다(Vanda)의 랩 역시 곡 전체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으로 들린다. 익숙하지 않은 공감각적 기운을 짧은 곡 안에서 전달하려는 목적 때문에 화자의 빈약함은 치명적인데, 각자의 지분이 적은 컴필레이션 앨범의 성격으로 인해 그 약점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앨범 단위 결과물로 여유 있게 캐릭터를 구축했던 PNSB TFO B.A.C가 기술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앨범 안에서 유독 생명력을 갖는 건 같은 이유일 것이다.

     

    [Bad Things]로 애드밸류어는 레이블의 노선을 더욱 확실히 했지만, 유사한 계열의 음악을 선호해 온 마니아층을, 또는 반대로 [Bad Things]를 통해 접한 이들을 완전히 매료시킬 수준에서는 반 보쯤 뒤에서 멈추어 섰다. 이런 부분이 어느 주류나 비주류와 비교보다도애드밸류어표 음악의 특색이 견고해지느냐 아니냐의 내부적인 문제 같다는 것은 그들의 음악과 앞으로의 결과물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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