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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팔로알토 - Cheers
    rhythmer | 2014-09-29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팔로알토
    Album: Cheers
    Released: 2014-09-23
    Rating:Rating:
    Reviewer: 남성훈









    완성도 있는 앨범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는 베테랑 랩퍼, 그리고 하이라이트 레코즈 수장으로 사는 삶을 담아낸 [Chief Life]는 앨범이 발표된 2013년은 물론, 한국 힙합 씬의 모든 앨범 사이에서도 단연 높이 치켜세울만한 앨범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과 여기서 비롯한 자신의 감정을 구차한 설명 없이 차분한 어조와 성숙함으로 풀어낸 팔로알토의 진심은 견고한 음악적 완성도를 통해 강한 설득력과 품격을 얻어냈다. 특히, 장르 아티스트를 표방하던 이들이 허술한 장르적 완성도의 랩 음악으로 대중을 공략하고는 금의환향이라도 한 듯 장르 색을 강박적으로 투여한 곡으로 구차한 자기증명을 하는 민망한 상황이 어느 정도 수용되는 현재, 팔로알토가 [Chief Life]를 통해 그려낸, 장르적 완성도와 현실 양쪽에 기댄 자기과시의 멋은 그 가치가 더했다.

     

    이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가 [Chief Life]로 리드머 어워드 올해의 랩/힙합 앨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상 자체에 어떤 가치나 의미를 부여하는가와는 별개로, 음악상 수상이 팔로알토가 담대하게 그려 낸 우두머리로서 삶의 한 조각이자 자연스러운 연장선으로 읽히며, 그의 음악과 캐릭터를 즐길 때 더욱 현실적인 그럴듯함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한국 힙합사에 몇 없는 억지스럽지 않은 제대로 된 힙합 랩퍼 판타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그가 발표한 [Cheers]를 이야기하기 전에 전작을 길게 언급한 이유는 [Cheers]가 마치 [Chief Life]의 비-사이드(B-Side) EP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사한 무드와 주제의 트랙 모음이 아닌, [Chief Life]를 전후로 한 성공적인 레이블 운영과 투어, 그리고 평단의 지지까지 포함한 성과의 자축을 테마로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최소한 [Chief Life]에서부터 그를 주목한 이들이 받을 감흥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그의 팬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힙합 앨범과 힙합 아티스트로서 행보의 결합을 통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Cheers]는 프로덕션과 랩 모두 확실히 담백한 세련됨은 유지한 채 무게감은 조금 덜어냈다. 편안한 무드의 멜로디에 변칙적 흐름을 배제한 드럼비트가 결합해 살짝 몽환적인 기운을 전하는 프로덕션은 자연스레 팔로알토의 랩에 집중하게 한다.

     

    무덤덤한 듯 진행하는 랩에서 촌철살인의 가사를 심어 넣는 작법은 이번에도 꽤 유효하다. 그는 '돈은 별거 아니지 숫자로 점수 매겨대는 가르침 꼭 따르지 않아도 높아지는 삶의 질', '악마의 편집이 아니고 이건 생중계'와 같은 가사로 케이블 채널의 랩/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 기생하는 모양새가 된 한국 힙합 시장을 끌어낸 후, 자신을 그 위에 올려버린다. '인기라는 것은 소나기지만 좋은 작품은 정말로 큰 보람이지', '인정받은 앨범도 없는 랩퍼들 뻔뻔하게 행사 페이만 올리셔라며 치열함으로 완성된 장르 앨범의 가치보다는 대중 공략에 힘쓰는 랩퍼들을 끌어 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대비 효과로 보여준다. 전작의 "또 봐"에서 풀어냈던 팬과의 관계 역시 "Forrest Gump"에서 '누가 팬이라고 인사하면 기분 좋지 뭐 내 얼굴이 빨개도 그냥 마음 놓지 뭐'라고 짧게 재환기하며, 일부 아티스트가 보이는 기형적인 팬과의 관계와도 거리를 둔다.

     

    이렇듯 공격성은 배제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뿐이지만, 듣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서 한국 힙합 씬의 여러 치부를 상당히 세세하게 짚어나갈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은 아마 팔로알토라는 랩퍼가 경력, 작품, 활동 삼박자를 갖춘 몇 안 되는 힙합 아티스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Cheers]는 굵직한 정규 앨범의 예고처럼 받아들여졌던 이전의 EP와는 조금 다르게 직전 작의 여운을 즐기게 해주는 보너스 트랙 모음처럼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모든 공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돌리는 마지막 곡의 제목이 그의 첫 앨범과 동명인 발자국인 것은 정말 근사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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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Bruce Mighdy (2014-09-30 00:55:13, 58.123.207.***)
      2. 인생은 언제나 건배로 진행된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 건 팔로형님이었고,
        인생은 때로는 '그래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말해준 건 프리형님이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인생의 매 순간이 최고라고 일깨워준 건 HI-LITE 그 자체였다.
      1. 윤정준 (2014-09-29 09:58:39, 61.102.87.***)
      2. 그의 이야기는 나를 매번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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