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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개코 - Redingray
    rhythmer | 2014-11-19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개코
    Album: Redingray
    Released: 2014-10-16
    Rating:Rating:
    Reviewer: 이병주









    개코는 KOD에서부터 씨비 매스(CB Mass)와 다이나믹 듀오에 이르는 길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되돌아봐야만 평가 가능한 래퍼가 아니다. 과거의 성취를 벗어나서도 지금의 그는 가장 잘하고 뜨거운 래퍼 중 한 명이다. 오랜 활동을 모두 그룹 안에서만 했던 그가 발표한 이 솔로 앨범이 두 장의 CD에 총 열여덟 개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단 점도 놀랍지가 않다. 그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완성된 래퍼였을뿐만 아니라, 한국 힙합 씬에 드문 훌륭한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다이나믹 듀오 안에서도 쉼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그가 솔로 앨범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기대는 앨범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된다. 아니나다를까, 개코는 이 앨범을 하나의 철저한 컨셉트 앨범으로 구성했다.

     

    앨범에서 그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대신, 주로 이 시대의 다양한 인물과 상황의 단면을 묘사하는 쪽을 택했다. 그 단면을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들려주는 방식은 다이나믹 듀오 시절에도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고, 또한 성공적인 방법이었는데, 본작에선 일장일단으로 작용한다. CD1에서 각 곡에 등장하는 여자를 동일 인물로 지정하고 감상했을 때 절묘하게 이어지는 서사를 발견할 수 있는 건 창작자가 의도했느냐 아니냐를 떠나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다만, 지난 결과물을 통해 접해온 익숙한 방식이 솔로 앨범에서도 다시 반복되다 보니 다이나믹 듀오 시절의 이야기로부터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다이나믹 듀오의 최근 앨범에서도 드러난 단점, 이를테면, 과거에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담겼던 독특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표현 방식이나 선명한 시선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픔에 대한 절절한 공감이나 블랙 코미디에 쓴웃음을 지을 수 있는 순간이 없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다소 뻔한 이야기와 진부한 시선이 흩뿌려져 있다 보니 많은 트랙을 담아낸 이 컨셉트 앨범이 다소 산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에서 한발 물러나 앨범을 보자면, 전체적으로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역시 개코의 랩이다. 그의 탁월한 래핑은 이야기의 힘이 달리는 걸 충분히 커버한다. 비트를 놓치는 듯하다 찾아가고, 앞서 지나간 듯하다 만나는 특유의 박자감이 날 것 그대로 꿈틀거리던 초창기의 랩 스타일이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점차 정돈되고 더 치밀한 라임이 활용되며 지금에 이른 개코의 랩이 절묘한 감정 표현까지 극대화한다. 그야말로 완성형에 이른 그의 랩은 긴 앨범을 확실하게 휘어잡는다. 랩의 장인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완벽하게 흐름을 쥐었다 놓는 플로우와 감각적인 후렴구가 돋보이는 "세상에 (Oh My God)"는 백미다.

     

    더불어 대부분을 도맡은 비트메이킹 역시 성공적이다. 앨범을 대표할만한 킬링 트랙이 부재하나 붐뱁 비트부터 펑키한 업비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리듬부를 잘 살려놓았고, 과하지 않은 변주가 기승전결 구조에 따라 등장하며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비록, 시그내쳐 사운드로 부를 만한 특징적인 음향적 연출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런 문제를 외부 프로듀서들과 적절한 협업으로 상쇄하고 있다.

     

    개코의 이 솔로 앨범은 시원섭섭한 감정과도 같다. 빼곡히 담아낸 놀라울 정도의 완성형 래핑에 경탄하게 하면서도 묘할 정도로 매력적인 끌림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기술적인 완성도가 명반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Redingray]는 개코가 여전히 한국 힙합 씬에서 '최고'라는 수식어에 가장 가까운 래퍼 중 한 명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삶에서의 경험을 확장한 훌륭한 이야기꾼으로서 기대한 더 흥미롭고 날카로운 이야기는 들려주지 못한, 만족과 아쉬움이 비슷한 비율로 공존하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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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Bruce Mighdy (2014-11-20 11:17:52, 122.203.85.***)
      2. 개코형님께서 장기적으로 제작해온 작품이 온전히 드러난 형태였습니다.
      1. 윤정준 (2014-11-19 22:24:47, 61.102.87.***)
      2. 개코라서 아쉬운 앨범.
        하지만, 개코라서 가능한 앨범.
      1. sodgh (2014-11-19 19:08:16, 221.139.132.***)
      2.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쉬운 느낌. 딱 그 느낌 공감합니다. 발매 전 무수한 트랙수에 기대했다가 산만한 분위기에 실망했다가... 그래도 다이나믹듀오의 음악을 늘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꼭 필청해야 할 음반이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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