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JJK - 고결한 충돌
- rhythmer | 2015-01-23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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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JK
Album: 고결한 충돌
Released: 2015-01-23
Rating:
Reviewer: 남성훈
'홍대 거리 힙합', '거리 출신 랩퍼', '언더그라운드 힙합' 등의 수식어가 적지 않은 경우 민망하게 들리는 것은 작품과 행보 모두 설득력이 부족한 랩퍼에 의한 사용이 만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그 설득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을지 몰라도, 인물을 내세워 말한다면 어느 정도 수월한 답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JJK(제이제이케이)가 이런 판단 상황에서 자유로운 인물 중 하나라는 것에 의문부호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다소 뜨악할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며 홍대를 기반으로 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시장의 치부와 멋을 동시에 담아낸 JJK의 데뷔작 [비공식적 기록]은 말 그대로 어린 랩퍼가 거칠 것 없이 기록한 씬(Scene)의 생경한 장면으로 듣는 이에게 묘한 쾌감을 전달했었다. 꾸준한 작품활동 후 7년 뒤 발표한 후속작 [비공식적 기록II]에서도 그 날것의 기운은 고스란히 이어졌는데, “종의 마지막”에서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위기를 말하다가도 그의 대표곡인 “360도”에서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힙합의 멋을 긍정적인 톤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정교하게 짜였지만, 마구 뱉어내는 듯한 랩 스타일로 독특한 기운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실제 행보가 가사의 견고함을 더하고 있다는 사실은 JJK의 가치를 끄집어내는 데 중요한 두 축이다.이런 그가 자신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아내의 임신과 출산까지의 과정을 테마로 한 [고결한 충돌]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의문부호가 앞섰다. 이미 결혼을 앞둔 상황을 전작의 “Work To Do”를 통해 그려냈지만, 무게 중심은 여전히 힙합 음악가에 확 쏠려 있었고, 치열하게 씬을 향한 시선을 담아낸 곡에서 유독 큰 쾌감을 선사하던 그였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랩퍼가 일상적 주제를 다루면 강박적으로 대중적 접점을 향해 가사와 프로덕션 모두 수준 이하로 떨어트리는 과오를 범하고 있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JJK는 [고결한 충돌]을 통해 이런 우려를 민망하게 만드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이제껏 한국 힙합이 보여주지 못한 가사적 성취를 보여준다.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해 보인다. JJK는 씬이나 랩퍼 자신이 아닌 가족에게 무게중심을 완전히 돌린 [고결한 충돌]을 만들며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 가사의 견고함과 특유의 랩 스타일, 그리고 프로덕션까지 별다른 변화나 훼손을 꾀하지 않았을 뿐이다.
JJK는 언제나 주제 안에서 직접 겪은 치열함을 내세웠고, 이는 마치 ‘내가 겪은 건데 볼 것도 없다.’라고 말하는 듯한 현장감을 연출하는 데 제격이었다. [고결한 충돌]에서 이런 접근법을 유지한 것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연인을 그려 낸 “Let Us Love”에서 '스드메는 한 5, 6백. 드레스는 입어볼 때마다 3만원 떼. 하객 2백만 와도 8백. 축의금이 다 메꾼다니 다행', 임신을 확인한 기쁨을 담은 “결”에서의 '엄마가 품은 우주 안의 1.4센치의 흰 별 / 164BPM의 열띤 연주에 네 할머니는 춤을 췄지' 같은 가사는 그가 힙합 씬을 그려낼 때 듣는 이에 따라 느꼈을 공감 또는 생경함이 주는 감흥을 완전히 다른 주제에서도 그대로 재현해낸다. 순간적 속도감을 곁들여 박자를 타는 잘 짜인 라임이 더해진 즉흥적 기운의 퍼포먼스는 랩 자체를 듣는 재미를 충분히 주고, 뛰어난 전달력은 가사의 세심함을 돋보이게 한다. 결국, JJK의 경력 중 가장 안정적이면서 감각적인 랩을 [고결한 충돌]에서 만난다는 것은 기대치 못한 경험이다. 여기에 둔탁한 듯 몽환적으로 퍼지는 드럼 사이로 건반이 주도하는 멜로디가 서정적 분위기를 부여하는 프로덕션에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코드 쿤스트(Code Kunst)를 비롯한 신인 프로듀서 진의 안정적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JJK의 가사에 효과적으로 여운을 부여하는 비트와 보컬의 유연한 연결은 급작스런 보컬의 등장으로 신파감성을 노리는 흔한 랩송과 수준을 달리하기도 한다.
JJK는 주제의 온도 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식하지 않는 창작 방식으로 [고결한 충돌]을 자신의 경력 뒤에 어색하지 않게 배치했다. 하지만 본작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이런 작가적 시선을 고집한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고결한 충돌]만의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은 JJK가 경력 중 처음으로 곡 간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 낸 서사의 힘이다. 많은 양의 가사를 담아낼 수 있는 랩으로 곡마다 세밀한 표현을 담아 그려낸 장면 장면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상적 이야기의 흐름에 실려 두꺼운 감정선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한 음악인이 결혼하고 아기의 탄생을 보며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는 경험을 넘는 감상의 여백을 부여한다. 긍정적 에너지 가득한 “충돌완화”로 마무리되는 [고결한 충돌]의 감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뚜렷한 균형의 ‘명과 암’으로 다가오는 것은 JJK가 펼친 또렷한 장면과 이를 파고드는 감정선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통과의례를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이들이 대다수인 시대, 앨범의 마지막 JJK가 읊조리는 “난 행복해”가 그 자체로 정말 행복하게 들리기도 하고, 또는 현실 속에서 행복을 손에 쥐기 위해 이를 꽉 문 이의 다짐처럼 씁쓸하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어쨌든 어떤 식의 감상을 경험하던지 강한 울림을 주는 음악인 것은 분명하며, 과감한 테마 선정과 이를 풀어낸 방식의 성취를 통해 [고결한 충돌]은 한국 힙합에서 굉장히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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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 (2015-01-24 00:33:22, 39.118.10.***)
- "[고결한 충돌]만의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은 JJK가 경력 중 처음으로 곡 간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 낸 서사의 힘이다" 이부분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좋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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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utralMan (2015-01-23 19:04:20, 182.224.14.***)
- JJK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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