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펜토 - Adam
- rhythmer | 2015-03-16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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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펜토(Pento)
Album: Adam
Released: 2015-03-03
Rating:Rating:
Reviewer: 이병주
한국 힙합 씬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단체를 얘기할 때 살롱01(SALON 01)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 중 하나를 장식했고, 거기에는 스타일리쉬함에 완성도를 두루 갖춘 음악과 독특한 문화적 코드가 함께 있었다. 그런 특성을 담아냈던 성공적인 앨범들 중 하나가 바로 ‘머신 건 랩핑’을 내세운 펜토(Pento)의 데뷔 음반 [Pentoxic]이다. 살롱01 프로듀서들의 지원 사격 아래 펜토의 동물적인 감각이 깃든 랩핑이 얹혔던 이 앨범은 기대보다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지만, 여전히 수작으로 회자할만한 작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뒤이어 나온 2집이 일렉트로니카를 지향했다는 점은 굉장히 의외였는데, 1집에 비해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그를 살롱01의 래퍼가 아닌 독립적인 음악 세계를 가진 뮤지션으로 각인시키고, 자신을 장르 음악의 틀 밖으로 포지셔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는 앨범이었다. 이후, 살롱01의 움직임은 점차 희미해져갔지만, 긴 공백을 깨고 펜토는 여전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공고히 다지는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앞선 2집에서 내비친 음악적 방향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자기 내면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슈들을 두루 담아낸 앨범의 가사와는 별개로 음악들은 하나의 뚜렷한 컨셉트 아래 조율되어 있다. 원시적이면서도 단순한 움직임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며, 단호한 시선이 추상화되어 선 굵게 디자인된 사운드 안으로 들어갔다. 언뜻 불친절하고 과격한 소리들의 인상은 난해하지만, 곡들, 혹은 앨범의 구조는 뚜렷한 서사적 틀 안에서 펜토의 음악 세계를 한층 확장시킨다. 사실 개별 곡들을 뜯어보면, 그 세부적인 특징들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집중력 있게 한 가지 방향을 향해 흘러가는 모습이다. 다만, 의도한 인상의 연출 자체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분명한 표현 방향과 재미있는 음악적 장치들이 때로는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못한 채 아이디어 상태로 흩뿌려져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선명하게 리듬을 구성하며 조미료처럼 변주가 곁들여진 “Funeral” 같은 곡과 앨범의 강한 인상을 대표하듯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달려나가나 단순하게 붕 뜬 리듬부와 조용한 멜로디부의 이질성이 해소되지 못한 “Warriors” 같은 곡을 비교해볼 때, 곡 자체의 매력은 물론이거니와 펜토의 랩이 가진 장점이 더 잘 살아나고 있는 것은 전자의 케이스다. 특히, 랩의 매력이 제대로 살지 못하는 트랙들이 뼈아프다. 박자 위에서 비틀거리듯 쏘아붙이는 그의 랩은 어떤 곡에서나 완벽하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전형적인 리듬 구성 안에서 그 장점이 극대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dam]은 다른 무엇보다도 펜토라는 뮤지션이 얼마나 뚜렷한 주관 및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것을 표현할 줄 아는 프로듀서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한다. 그 고유한 음악 세계를 지탱하는 구체를 뜯어 보면 아직은 무르익지 못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즐거운 감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기도 하다. 그렇게 그는 스타일리쉬한 래퍼로서 길 안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탐하며 집중력 있게 이 앨범을 완성했고, 여기에서 발견되는 건 원숙미가 아닌 신인의 것과 같은 원초적이고 과감한 에너지다. 그렇다 보니, 기대를 빗겨나가 얻는 약간의 실망과 의외의 것을 접하며 얻는 새로운 자극이 묘하게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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