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언터쳐블 - HEllVEN
- rhythmer | 2015-03-24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언터쳐블(Untouchable)
Album: HEllVEN
Released: 2015-03-18
Rating:
Reviewer: 강일권
디액션(D.Action)과 슬리피(Sleepy)로 이루어진 듀오 언터쳐블(Untochable)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잠깐 활동하다가 메이저로 픽업된 후, 다소 뻔한 랩 가요로 일관하는 '기획형 한국 힙합 뮤지션'의 대표적인 예였다. 그런 그들이 새롭게 발표한 이번 EP는 언터쳐블의 커리어에서 가장 힙합적임과 동시에 가장 괴상한 앨범이라 할만하다.버기(Buggy), 애스브라스(Assbrass) 등이 어반한 감성을 괜찮게 녹여 낸 "Paper Trap", "길이 보여"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프로덕션상의 외관은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심지어 실소까지 자아내는 지점투성이다. 무엇보다 타이틀곡 "크레파스"가 등장하는 순간 앨범은 이미 소생 불가능이 되어버리고 만다. 2014년 최고의 클럽 뱅어 중 하나였던 미 힙합 듀오 레이 스레머드(Rae Sremmurd)의 "No Flex Zone"을 베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탓이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하고 머리가 멍해질 정도의 충격을 안긴다. 설마 이 유명한 곡을 사람들이 모르리라 생각하고 베낀 것은 아닐 테고, "No Flex Zone"의 바이브가 좋아 구현해보고자 한 것으로 추측하지만, 어쨌든 비트는 카피캣이 됐고, 원곡의 쫀득한 후렴구를 따라 한듯한 '조카 크레파스 18 색깔'은 최고의 헛웃음 유발 라인이 됐다. 특히, 이 곡에서 가장 압도적인 순간은 '한국힙합 내 조카 크레파스로 색칠해 색칠해 뭣 모르는 애기들의 Copy Rap'이라는 가사가 나올 때다.
"크레파스" 때문만이 아니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단순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가사가 무드를 깨고, 그러한 라인 속에 투영된 두 랩퍼들의 태도와 사상이 갑갑하게 한다. "Mask On"에서 '이젠 아이돌 랩퍼 새끼들도 날 씹어대/십 수년 차 Microphone Checker 보여 Respect'과 '가요 랩 좀 했다고 Respect 없는 좆만한 개새끼들을 싹 다 조져'가 대표적이다. 실력과 행보, 그리고 앨범 단위의 증명 없이 그저 활동 햇수만으로 존경을 바라는 한국힙합 씬의 모습이 겹쳐지며 더욱 씁쓸함을 안기는 지점이다. 최근 한국 랩퍼들의 가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자기기만 가사'의 전형적인 예다. 그렇다 보니 현 한국 힙합의 현실에 대한 소회를 담은 "그냥 가"라든지 스스로 발자취를 돌아보는 "We Done Came Up"의 가사 역시 허탈한 웃음만 남길 뿐이다. 그나마 본작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건 비트와 좀처럼 맞물리지 못하는 디액션과 달리 어느 때보다 타이트하게 뱉은 슬리피의 플로우뿐이다.
본작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는 건 비단전반적으로 기존에 쌓인 가벼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고, 장르 팬들의 비판적인 시선에 항변하고자 한 인상이 역력한 앨범이지만, 타이틀곡의 기만과 앞뒤 안 맞고, 낮은 수준의 가사 탓에 그들의 의도는 빛을 바랬다. 게다가 '크레파스로 색칠해 색칠해 뭣 모르는 애기들의 Copy Rap', '이제는 힙합 음악이 주류 시장이 됐어 개나 소나 덤벼들어', '이 바닥 접수를 원하지는 않아 그저 나는 게으른 병신들의 철수를 원해'라며, 남을 향했던 공격이 결국, 본인들까지 공격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어쩌면 그냥 하던 스타일 안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씁쓸함을 안기는 앨범이다.
11
-
-
- elementary (2015-03-27 01:07:37, 121.88.163.***)
- 리뷰를 쓸라면 이렇게 쓰는게 옳은것.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리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죠
사실 이렇게 길게 쓸 필요도 없어요.
그냥 음악적 재능과 문학적 재능 및 비판적 사고능력까지
없는거에요.
산이고 언터쳐블이고 이런류애들의 특징이죠.
-
- 정병장 (2015-03-24 20:34:13, 106.241.172.**)
- 대통령이 유체이타 화법 쓴다고 그런걸 굳이 따라할 건 없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