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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산이 - 양치기 소년
    rhythmer | 2015-04-27 | 4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산이(San E)
    Album: 양치기 소년
    Released: 2015-04-23
    Rating:
    Reviewer: 남성훈









    랩퍼 산이(San E)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발표한 데뷔 앨범 [Everybody Ready?]와 브랜뉴뮤직으로 소속을 옮긴 후 발표한 앨범 [‘Not’ Based on the True Story]은 모두 탁월한 랩 실력으로 얻은 기대와는 한참 동떨어진 낮은 완성도의 졸작들이었다. 반면, 그는 신파 가요풍발라드 랩을 포함한 소위 말하는 '랩 가요' 싱글로 음원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평가와 행보 탓에 힙합 랩퍼로서 산이를 향한 신뢰가 무너지자 그는 한 피처링 트랙에서 '정규가 나오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음악적 정체성을 스스로 지켜내려는 것이다. 덕분에 여러 화제와 논란의 주인공이 된 상태에서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정규작 [양치기 소년]은 상당히 독특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앨범의 구성과 퀄리티를 그저 허술하다고 단정하기엔 부족할 만큼 괴이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힙합 아이돌, 혹은 기획형 가요 시장에서 성공을 노리는 랩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변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힙합 랩퍼와 대중 가수로서 자아를 철저히 분리한 트랙을 발표하는 것이다. 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런 방법조차 조롱의 대상이 되다 보니 산이는 그 상황 자체를 앨범 자체에 할애해 돌파하려 한다.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미 [양치기 소년]을 면밀히 살피는 이들은 이런 그의 상황을 전제로 깔고 감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산이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두 가지 상반된 방향의 트랙을 번갈아 배치하면서 자신을 대변하려고 한다. 이런 식의 앨범 구성을 통해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랩퍼가 존재하는 시장이 한국뿐이겠지만, 언뜻 과감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앨범 전체의 뜨악함만 가증시켰을 뿐이다.

     

    첫 트랙 “#LuvUHater”에서 실체 없는 민망한 섀도우복싱(shadowboxing)을 지나 “She’s”가 나오며 본격적인 스타일의 교차가 시작된다. 그런데 곡의 주제와 분위기부터 참여 진의 성격까지 철저히 분리된 구성 속에 산이는 그동안 장르 씬에서 그의 존재감을 지켜준 마지막 보루인 준수한 랩 디자인 능력조차 잃어버린 듯하다. 특유의 리듬감을 부각하는 라임 배치와 아슬아슬하게 박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플로우 능력은 흔한 트랩 리듬 속의 전형적인 음절 배치 속에 묻혀 소실되어 버렸다. 어설픈 기계음의 활용과 보컬 시도 또한 감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전체적인 가사의 수준 역시 재기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일차원적인 가사가 가득한 가운데, 재치 있는 라인이나 워드플레이는 찾아보기 힘들며 유머는 치기 어림으로 들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난 적이 많아 Have lots of enemies 완전히 만화'와 같은 한영 혼용 또한 실소를 유발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별 감흥 없는 자기과시 라인들만 반복되는 탓에 서사적 재미 역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절반을 차지하는 팝랩 트랙에서 그나마 자연스러운 랩의 진행과 전달력이 돋보이지만, 기술적인 성취와는 애초에 거리가 먼 곡들이다 보니 그 한계는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 트랙에서 비아냥을 섞어 맹공을 퍼붓던 산이는 앨범의 끝자락에 도착해 "성공하고 싶었어"라는 곡으로 그간의 행보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변호하려 하지만, 허술한 앨범을 민망함으로 마무리하는 한 방이 됐을 뿐이다. 앞서 배치한 음악인으로서 양면성을 보여주는 트랙들의 배치 자체가 괴이하기도 하지만, 개별적인 트랙의 완성도도 담보하지 못하고 트랙 간 시너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내면 깊은 감정에 호소하려는 방법이 효과를 발휘할 리 만무하다. 산이는 끝내 스스로 힙합 뮤지션으로서 끈을 놓지 않은 채 장르 팬과 불특정 대중 모두를 잡고자 한 듯하지만, 앨범의 성취는 재기발랄함을 선보이려 했던 첫 EP [Everybody ready?]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의 랩 실력을 생각하면 정말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던 데뷔작을 그것보다 훨씬 치열한 기획을 통해 만든 것이 분명할 두 장의 앨범이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정도다. 목적은 분명하나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구성과 매력을 잃고 감흥을 주지 못하는 랩핑의 반복 등등, [양치기 소년]은 특별한 상황에 놓인 랩퍼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고심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앨범이라는 평가 외에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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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pusha (2015-04-30 20:46:55, 123.212.245.***)
      2. 스윙스나 버벌진트는 상업적인 노선을 타더라도 마음먹으면 언제든 작가적
        마인드로 돌아서서 죽여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수있을것같음..
        하지만 산이는 음악적으로 이제 완전히 돌이킬수없는 강을 건넌거같다
        이번앨범을 듣고 그에게 남아있던 단 1%의 기대감마저도 산산히 조각나버렸슴

        R.I.P 랩지니어스~
      1. Schopenhauer (2015-04-29 21:37:16, 121.88.163.***)
      2. 돈이란게 예술일뻔한 무언가를
        얼마나 철저히 망가뜨릴수있느냐의 좋은 예
      1. ssss (2015-04-29 18:52:55, 182.227.103.***)
      2. 국내 힙합씬에 쓰레기중에 쓰레기가 드디어 배설됐다!!
      1. d.a.r.k (2015-04-28 18:21:30, 180.68.62.***)
      2. 단 한곡도 건질만한 트랙이 없었던 똥반중의 똥반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라면 받침대...
      1. VTOL (2015-04-28 15:06:08, 211.197.21.**)
      2. real wack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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