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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보니 - Love
    rhythmer | 2015-06-01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보니(Boni)
    Album: Love
    Released: 2015-05-18
    Rating:
    Reviewer: 이병주









    앨범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Nu One]을 통한 강렬한 등장 이후, 연달아 [1990]을 내놓았던 2010년에서 벌써 5년이나 지났다. 그 시기 한국 R&B 씬의 아주 의미 있는 흐름은 이전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라디(Ra.D)를 비롯하여 새로 등장한 진보(Jinbo), 디즈(Deez)를 거쳐 최근의 자이언티(Zion.T)에 이르기까지 프로듀서와 송라이터를 겸하며 독특한 음악 세계를 갖춘 이들의 성과로부터 만들어졌다. 그 와중에 보니(Boni)는 앞서 언급한 이들과는 조금 다른 포지션에서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여자였고, 출중한 가창력 하나를 주무기로 들고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단순히 가창력을 바탕으로 남의 노래에 그저 목소리를 얹는 유형의 가수는 아니었다. 가창력 자체도 누구보다 돋보이지만, 한국 가요 씬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R&B 창법의 보컬리스트들과는 달리 아주 분명하고 확고한 장르 지향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차별화되었다.

     

    비트에서부터 보컬에 이르기까지 잔뜩 힘을 주고 화려하게 치장했던 첫 EP나 곡 자체는 물론, 믹싱에서까지 컨셉트에 걸맞은 무드를 연출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두 번째 EP 모두 그러한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다만, 활동 초기 다소 과하게 보컬의 힘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던 감정의 세심한 표현력이나 [1990]에서 음악 컨셉트에 그리 잘 녹아들지 않았던 음색 등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두 앨범 모두 보니보다 프로듀서들의 색채가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다행이라면, 정규 앨범에 들어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본인에게 잘 맞는 옷을 갖춰 입었고, 그녀의 곡 해석 능력 역시 한층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변치 않은 그녀의 장점들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폭발적인 성량과 기술적으로 정교한 표현력은 감상의 희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전보다 더욱 철저하게 보니의 보컬에 기대고 있는 이 앨범의 방향성에 보니는 부족함 없이 화답한다.

     

    그녀의 보컬에 크게 의존한다는 표현 그대로, 이번 앨범에서는 프로덕션 측면에서 전작들보다 도드라지는 특성이 덜하다. 화려한 꾸밈음, 곡을 압도해서 끌고 나가는 두터운 사운드, 특이한 진행이나 과격한 변주 등을 모두 찾아보기 어렵다. 리듬감이 분명하게 살아있을 뿐이다. 물론, 조금 더 색이 드러나는 프로덕션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부분이 앨범의 감흥을 깎는 요소가 되진 않는다. 초반부의 글쎄나 후반부의 “Strawberry”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곡과 보컬의 조화, , 얼마나 보컬에 잘 어울리고, 보컬리스트가 잘 소화하고 표현해내느냐는 부분에서 충분히 점수를 따기 때문이다. 특히, 이처럼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진행 사이에서 “One In A Million”처럼 보컬의 퍼포먼스와 겹겹이 쌓인 매력적인 멜로디, 그리고 힘이 넘치는 비트가 어우러진 강렬한 트랙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확실히 더 완성형의 보컬로 성장했다. 팝 성향이 강한 비트에서 음색 자체가 더 빛을 발한다면, 목소리를 가지고 놀듯 화려하고 치밀하게 제어하는 그녀의 역량은 R&B 음악의 완벽한 짝이 되기도 한다. PBR&B에서 팝 소울에 이르듯, 전작보다 다양한 스타일과 대중친화적인 트랙이 엿보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Love]의 무게중심이 대중적인 방향으로 이동했다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조금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들이 많고, 그녀가 앨범의 주인공으로 확실히 거듭났다는 점에서 이전 EP들과 차이가 있다.

     

    보컬이나 프로덕션과 달리 가사적인 부분은 아쉽다. ‘사랑이라는 앨범의 컨셉트 아래에서 곡마다 이야기가 분명하고 서로 다르지만, 좀 더 살아있는 표현이나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해졌더라면 즐거움은 더 커졌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송라이팅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씩 마음에 걸리지만, 결과적으로 [Love]는 그녀의 보컬이 한층 더 매력적으로 진화한 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한국 R&B 역사를 통틀어 수작으로 평가받는 앨범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 뮤지션들이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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