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더 콰이엇 - 1 Life 2 Live
- rhythmer | 2015-10-22 | 3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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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더 콰이엇(The Quiett)
Album: 1 Life 2 Live
Released: 2015-10-17
Rating:
Reviewer: 황두하
더 콰이엇(The Queitt)의 커리어는 겉으로 봤을 때 크게 소울 컴퍼니(Soul Company) 시절과 일리네어 레코즈(1llionaire Records)를 설립한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소울 컴퍼니 적엔 소울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붐뱁 비트와 청춘,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담은 가사들을 주로 선보인 반면, 일리네어에서는 강렬한 트랩 비트 위에 부에 대한 과시와 자수성가 이야길 담은 가사를 선보여왔다. 오리지널 트랙들로 채웠던 믹스테입 [AMBITIQN]은 그러한 음악적 스타일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앨범이었고, 이후 발표한 레이블 컴필레이션 앨범 [11:11]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이 같은 형식적인 스타일의 변화와는 별개로, 콰이엇이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보편적인 단어 선택과 평이한 표현으로 풀어내던 그의 작법은 돈과 자수성가라는 주제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전자가 당시 또래 힙합 팬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주효했다면, 후자는 구체성과 참신함의 결여 탓에 늘 같은 이야기만을 반복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이러한 맹점은 [11:11]에서 개인의 특별한 경험을 자수성가 스토리로 엮어낸 빈지노(Beenzino)의 가사와 극명하게 비교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문제는 단순히 부의 과시를 반복한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어떠한 변화나 발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쉽지만, 이는 5년 만에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1 Life 2 Live]에서도 마찬가지다.
콰이엇은 트랙 대부분을 통해 자신의 부와 위치를 과시하며 이것들을 가능하게 한 자신의 인생관을 설파한다. 그러나 커리어 동안 있었던 일들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한 “Lifetime”을 제외하면, 계속 같은 것의 반복일 뿐이다. [11:11]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트랙에 참여한 빈지노의 벌스가 앨범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단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더구나 랩 가사 특유의 쾌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표현들만 가득한 벌스는 물론, 점점 그 수준이 민망해지는 영어 표현과 과도한 한영혼용이 감흥을 저해한다. “All About”의 ‘It`s all about the money & the 힘 man’, “Lifetime”의 ‘monogram belt 내 첫 louis vuitton shit’과 같은 구절을 비롯해서 이러한 예는 셀 수 없이 많다.
가사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어야 할 퍼포먼스 면도 부족하다. 그가 애초부터 랩핑이 뛰어난 랩퍼는 아니었으나 적어도 3집까지는 플로우 디자인에 꽤 신경 쓰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에 따라 바뀐 지금의 랩에선 이마저도 느끼기 어렵다. 규칙적으로 라임을 박는 투박한 랩 스타일은 예전보다 다듬어진 인상이지만, 여전히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마는 플로우는 –일례로 “1 Life 2 Live”의 후렴구와 벌스, “Illionaire Way 2”의 두 번째 벌스 등등- 앨범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유일하게 앨범의 맥락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다룬 “Body 2 Body” 역시 어색한 랩-싱잉 퍼포먼스 탓에 의도했던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 실패했다. 콰이엇 정도의 이력과 인기를 가진 랩퍼의 랩을 들으며 플로우가 무너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들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랩과 달리 앨범의 프로덕션은 실망스럽지 않은 편이다. 근래 지향해온 전형적인 트랩 비트와 전작 [Quiett Storm: A Night Record] 이전 결과물들에서 주를 이뤘던 소울풀한 샘플링의 붐뱁 비트, 그리고 메이박 뮤직(Maybach Music) 류의 극적인 구성의 비트가 섞여있다. 음산한 베이스라인과 피아노 룹으로 앨범의 포문을 여는 “Bentley”, 제이크 원(Jake One)이 참여하여 릭 로스(Rick Ross)가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와 함께한 트랙들의 분위기를 자아낸 “World Famous”, “Illionaire Way 2” 등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트랙들이다. 다만, 피트 락(Pete Rock)이 참여하여 관심을 모았던 “과연 누가”는 거장의 하향세만을 확인할 수 있었던 [PeteStrumentals 2]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한 산만한 구성으로 실망감을 안긴다. 전형적인 트랩 사운드의 “1 Life 2 Live”와 “My Life” 또한 지난 일리네어의 트랙들보다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콰이엇이 오랜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1 Life 2 Live]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한결같음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의 랩은 여전히 특별함과는 거리가 먼 가사와 과도한 한영혼용, 순간순간 무너지는 플로우 등등,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프로덕션이 몇몇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앨범의 완성도를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무려 5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히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오고 있지만, 높아져 가는 인기와 달리 앨범의 완성도는 후퇴를 거듭하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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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hopenhauer (2015-10-27 17:16:33, 121.88.163.***)
- 그렇다고 해서 덕화가 보여준 수준급의 비트들과
몇몇곡에서 번뜩였던 랩을 고려했을때
별 두개 반은 너무 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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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cal (2015-10-26 22:22:56, 221.154.37.**)
- AMBITIQN에서 쌓은 기대감을 무너뜨린 앨범.. 빈지노의 두 벌쓰가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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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LO (2015-10-26 21:46:10, 112.158.41.**)
- 산이 앨범이 2개 개리 앨범이 3개 더 콰이엇이 2개 반?
글 내용에 어느정도 공감은 합니다만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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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2015-10-25 18:28:31, 220.76.133.**)
- 힙합의 본류는 미국이라지만, 스타일을 받아서 자기 분야를 이룩했다기 보다는 어설프게 따라하는 아류의 가깝다. 같은 Record의 도끼, 빈지노가 Q보다 나은 점은 Rap에서의 스킬과 개성임. 그리고 더 외국 스타일을 잘따라하는 정도. 결국 아류에서의 삘이 누가 좋냐의 수준이지, 뭔가 영역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음. 그래서 가사와 비트가 계속 반복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독창성과 창의성을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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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수 (2015-10-25 12:17:39, 175.124.87.**)
- 외국힙은 항상 기대되고 국힙은 항상 아쉬워하는 황두하의 글이 가장 발전이 없다 ㅋㅋ 플로우가 무너져? ㅋㅋ 개가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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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reols (2015-10-23 01:09:49, 123.215.162.**)
- 상당히 준수한 'AMBITIQN'을 믹스테잎으로 구분한 만큼 이번 정규앨범에서 더 멋지게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너무 컸었나봐요. 비트는 우수해서 이 앨범이 수작이라는 리스너들의 의견도 전혀 공감 못하겠습니다. 랩과 프로덕션간에 발생하는 이질감이 상당히 커서 집중을 할 수 없었던 앨범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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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삼이 (2015-10-22 23:34:59, 101.250.208.***)
- 3에서 3.5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낮네요. 개인적으로는 사실상 정규 앨범이었던 AMBITIQN을 좋게 들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운 앨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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