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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제이통 - 이정훈
    rhythmer | 2015-11-16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제이통(JTong)
    Album: 이정훈
    Released: 2015-09-23
    Rating: 
    Reviewer: 남성훈









    제이통(JTong)의 데뷔 EP [부산](2011)은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깔아놓은 지역색을 포함한 여러 인상적 코드를 통해 하드코어 힙합의 감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수작이자, 한국힙합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 중 하나다. 그러나 아메바컬쳐에서 제작한 [모히칸과 맨발](2012)은 도발적 비디오로 화제를 일으킨 "찌찌뽕"을 제외하고는 각인된 그의 캐릭터를 확장시켰다기보다 밋밋하게 재확인하는 선에서 멈춰 아쉬움을 남겼었다.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이정훈]은 이런 아쉬움을 털어버릴만한 앨범일까? 결과만 놓고 보면, [이정훈]은 여러 면에서 상당히 재미난 앨범이다. 제이통은 우선 전작에서 간간이 내비치던 시스템을 향한 분노와 독립 아티스트로서 자부심을 형식적인 면에서 극대화시킨다. 음원 유통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난 판매방식을 통해 34,500원을 주고 앨범을 받아보는 것부터 [이정훈]을 경험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첫 트랙 ""에서 그는 강렬한 랩-(Rap-Rock) 프로덕션 위로 음악 시장을 향한 분노와 일갈을 날리는데, 다소 뻔하고 밋밋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집중할 수 있는 건 앞서 언급한 구매 방식을 통해 이 같은 신념에 동의했거나 동화되어 즐겨보고자 맘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누군가의 가슴이 뛰길"에서 이러한 태세는 곧 무너졌다. 음악 시장과 나아가 정부까지 비판하고 있으나 비판의 견고함을 스스로 해체한 탓이다. 직언을 하는 듯하지만, 대상은 모호해지고 괴이해진다. 정부의 억압에 분노를 표하다가 '여성부', '아청법' 이야기로 빠져 성재기를 영웅시하고, 결국, '딸딸이 좀 마음 놓고 치자.'로 마무리하는 진행은 뜨악한 수준의 감흥만 줄 뿐이다. 만약 제이통이 캐릭터를 드러내는 몇 개의 우스꽝스러운 단어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유머를 구사하려 했다거나, 다른 것은 잊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랩 기술을 발휘했다면, 신선한 곡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산이, 버벌진트, 더 콰이엇, 도끼를 차례대로 디스하는 "개량한복"에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된다. 도발적인 직언이 계속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강렬하게 들리는 디스의 내용 자체는 여러 면에서 모호해진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너무나 뻔한 내용 탓에 나중에는 누구를 왜 디스하고 있는지조차 잊을 정도의 심심함만 가중시킨다. 과거 소울 커넥션을 디스한 ""에서 보여준 위압적인 공포감과 대단한 유머를 섞어 치명타를 날리며 듣는 이에게 희열을 안겼던 요소들을 "개량한복"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제이통이 외부, 즉 음악시장과 사회로 보내는 비장한 트랙들이 모두 의도했을 목적에서 한참은 멀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 반대 방향인 제이통 개인에게 향하는 나머지 트랙들은 그나마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문신에 대한 시선을 한 곡에 할애하며 소재의 신선함을 드러내는 문신”, 그리고 앞서 언급한 트랙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한국힙합 시장에 대한 일갈을 날리는 귀촌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이 두 곡에도 큰 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문신에서는 비로소 제이통 랩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비중이 후렴(Hook)에 그치고 있고, "귀촌" 역시 다른 곡들과 상대적으로 나은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훈]에 고유함을 부여하고 돋보이는 건 이런 랩 트랙이 아닌 명상 음악 무드의 인스트루멘탈들이다. 중간마다 정색한 듯 끼워 넣은 "", "호흡", "백양산" 같은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극단적 앨범 구성을 만들며, 그 자체가 다른 트랙과 맞물려 묘한 기운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찌찌뽕 (2015 Version)” “27인의 해적이 마치 새로운 앨범의 시작점으로 들리고야 마는데, 이 두 곡이 각각 하고 싶은 음악과 행보를 보여준다고 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8트랙의 분노와 사색으로 보여준 어떤 다짐이나 태도가 음악적으로 큰 감흥을 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정훈]은 결국 미완성의 조각처럼 받아들여진다. 제이통은 자신이 내건 가치를 가득 담아내려 한 앨범을 만들었지만, 완성도 있게 풀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극단적(혹은 조악한) 형식미의 기운 때문에 [이정훈]은 소수에 의해 과대평가되고, 또 다른 소수에 의해 불필요하게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큰 작품이다. 아마도 제이통의 다음 작품이 어떤 그림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그 간극은 더 벌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쨌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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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동동이 (2016-11-22 15:15:25, 210.120.100.**)
      2. scuba / 철딱서니 없는 초딩은 별 4개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건가
      1. pusha (2015-11-21 16:35:51, 1.211.42.*)
      2. scuba/
        말의 맥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찌질하게 꼬투리나 잡는 너같은 유딩보단
        제이통이 훨 똑똑하다는 소리임 ㅋ
      1. Scuba (2015-11-20 18:39:25, 182.208.102.***)
      2. /pusha

        그럼 철딱서니 없는 초딩한테 어떻게 별4개인지...ㅋㅋㅋ
      1. pusha (2015-11-18 22:43:33, 1.237.60.**)
      2. 제이통 앨범에서 지성적이고 논리적인 워드플레이를 바란다는게 좀 웃긴거지 ㅋ
        이 리뷰는 마치 중딩이 초딩보고 "너 왜이렇게 철딱서니가 없니?" 이러는거 같음.

        내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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