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장유석 - 장유석
- rhythmer | 2016-02-03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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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장유석
Album: 장유석
Released: 2016-01-21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일랍(ILLAP)과 와비사비룸은 근 2년 사이 한국힙합 씬에 등장한 눈에 띄는 신예들 중 하나였다. 듀오 일랍은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완성도 있는 앨범 [일랍]을 발표했고, 트리오 와비사비룸은 인상적인 첫 EP [비밀꼴라쥬]에 이어 두 번째 EP [물질보다정신]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을 완벽하게 구현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 두 팀의 교집합 안에 있는 랩퍼가 바로 짱유다. 그는 거칠고 기괴한 기운을 뿜어내는 독창적인 랩을 선보여 귀를 사로잡았다. 비록, 강한 개성 이면으로 다소 산만한 인상도 있었지만, 각 팀에서 멤버와 균형을 이루며, 양질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본작은 그러한 짱유가 본명 '장유석'을 내세워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앨범이다.그가 본명을 쓴 것은 물론, 랩뿐만 아니라 프로덕션까지 책임진 것에서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얼마나 오롯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역량을 담아내고자 했는지 체감할 수 있다. 리믹스 트랙인 “Calm The Warn (JJANGwork Jflow Remix)”를 제외하면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여전히 실험적인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는데, 와비사비룸이나 일랍과는 그 결이 살짝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일렉트로닉적인 신시사이저의 운용이나 클라우드 랩 사운드가 자아내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랍의 그것과 더 유사하지만, 음침하고 기괴한 느낌은 어느 정도 거세됐다. 독특한 소스와 클랩 스네어로 주술적인 느낌을 강화한 “와비사비룸일랍 Haberahacadaberaha”, 배드조이스카웃(Bad Joyscoutt)의 시마호이(Simahoy)가 참여한 클라우드 랩 트랙 “MVP”, 피아노 라인과 여러 악기 소스들이 간결하게 치고 나오는 미니멀한 사운드의 “Bad Moon Trip” 등은 대표적으로 밝아진 기운이 감지되는 트랙들이다.
더불어 랩과 무드에서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한 일부 구간 탓에 피로감이 쌓일 법한 지점에서 연주곡 “JJANGwork”와 “Calm The Warn (JJANGwork Jflow Remix)”로 중화하며 마무리하는 진행은 의도 여부와 별개로 효과적이다. 그런가 하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 차용한 “짱유”는 앨범 전체에서 다소 튀지만, 워낙 트랙의 기능이 확실하다 보니 앨범의 완성도에 크게 흠이 되진 않는다. 다만, 토속적인 느낌의 타악기 구성이 특징인 “둥둥가”와 같이 비트와 랩의 조화가 다소 설익은 느낌을 주는 부분이 엿보이고, 랩 퍼포먼스를 띄워주는 중량감이 그룹 앨범 때보다 못 미치기는 점은 아쉽다.
가사적으론 타이틀이 말해주듯 장유석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질보다정신]의 “누군가”에서 얕게나마 건드렸던 그의 내면이 본작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화법의 가사는 일반적인 자기서사와 다른 모습이다. 흥미로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꽤 격한 감정의 파고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돈에 대한 노골적인 욕망과 포부를 노래하면서도 이른바 ‘돈 좀 된다는 방식’과는 거리를 두려는 “바래머니"와 솔직하고 간절한 마음을 털어놓는 “솔지”는 이 같은 그의 작법이 빛을 발하는 트랙들이다. 내면으로 눈을 돌린 가사들은 솔로 앨범으로써 차별화된 가치와 그간 어렴풋했던 장유석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확실하게 드러내 준다. 무엇보다 특유의 비틀린 유머를 유지하면서 좀 더 페이소스를 녹여냈다는 점은 [장유석]의 큰 매력이다.
팀 내에서 랩퍼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장유석이 역할을 확장하며 말 그대로 혼자서도 준수하게 마감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그를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이번에 구축한 캐릭터가 다음 결과물에서는 어떤 식으로 기능하게 될지도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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