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넉살 - 작은 것들의 신
- rhythmer | 2016-02-21 | 3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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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넉살
Album: 작은 것들의 신
Released: 2016-02-04
Rating:
Reviewer: 이진석
애니마토(Animato)와 함께했던 퓨쳐 헤븐(Future Heaven)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비스메이저(VMC) 입단을 기점으로 넉살은 기대주로 부상했다. 특히, 코드 쿤스트(Code Kunst)와 합작 트랙에서 돋보였던 사유와 딥플로우(Deepflow)의 [양화]에 수록된 “작두”에서 선보인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그 기대치를 더욱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치솟은 기대 아래 그의 첫 솔로 정규작 [작은 것들의 신]이 발매되었다.넉살은 ‘주변의 모든 작은 것들’을 앨범의 콘셉트로 가져간 만큼 다소 중구난방의 것들을 작품 안에 욱여 넣으면서도, 화자인 자신을 중심에 잘 배치하여 트랙 간에 꽤 긴밀한 이음새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그가 말하는 작은 것들은 온갖 부정적인 요소부터 소중히 여기는 것, 감사한 것 등등, 일상에서 발견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리고 수록된 곡들은 넉살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스스로 설정한 역할에 따라 그 배경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앨범을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트랙 중 하나인 “ONE MIC”가 대표적이다. 세 벌스에 걸쳐 랩퍼의 변질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쉽게 감정이입이 가능한 가상의 랩퍼를 내세우지만, [쇼미더머니]의 한 장면을 빌려와 이야기 자체에 내러티브를 더하며 현실상에 충분히 존재할법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Hood” 역시 마찬가지다. 세 랩퍼가 그리는 세 남녀의 인생은 분명 허구이지만, 구체적인 어휘 선택과 생생한 상황묘사를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현실공간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되는 트랙의 이런 매력 때문에 넉살의 태도, 혹은 사유 자체가 뼈대를 이루는 곡들도 더 생명력을 얻는다. 인트로를 겸하며 태도와 다짐을 선포하는 “팔지 않아”를 비롯해 금전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밥값”, 음침한 무드 속에 세상을 향한 염세적인 시선이 녹아있는 “올가미”,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에 이르러 작품의 당위를 밝히는 “작은 것들의 신” 모두 자연스레 넉살이라는 랩퍼의 시간과 함께 흐르는 서사로 기능하는데 성공한다. 이를 표면화하는 넉살의 랩핑, 특히, 박자를 일부러 뒤틀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톤과 완급조절로 특유의 그루브를 자아내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참여 프로듀서들의 면면은 상당히 다양하다. 가장 많은 비트를 지원한 디프라이(Deepfry)와 VMC의 버기(BUGGY)와 티케이(TK), 그간 발군의 조합을 보여주었던 코드 쿤스트, 베테랑 마일드비츠(Mild Beats)와 시작을 함께한 애니마토 등등, 거의 트랙마다 다른 이들이 배치되어 넉살을 조력한다. 언뜻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구성이지만, 우려와는 달리 넉살의 확고한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반증이 되었다. 넉살이 호스트의 자리에서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한 가운데, 참여 프로듀서들 역시 빠짐없이 기량을 유지해준 덕이다. 다만, 넉살의 랩 자체에서 느껴지는 화려함과는 별개로 구성상 일부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일례로, 탁월한 퍼포먼스가 담겼지만, 앨범 내에서 붕 뜬 인상을 주며 유기적인 흐름을 끊는 “Skill Skill Skill”과 VMC단체곡 “악당출현”이 그렇다.
씬의 기대주로 불리며, 이제서야 첫 솔로 정규작을 발표했지만, 넉살이 퓨쳐 헤븐으로 처음 씬에 등장한 지는 어언 8년이 지났다. 또한, 앨범이 발매되기 전 이미 그의 뛰어난 퍼포먼스와 가사를 밀도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증명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이번 작품에서 그가 시험대에 오른 부분은 과연 홀로 앨범을 끌어갈만한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였다. 그리고 넉살은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 솔로 아티스트로서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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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gtrue90 (2016-03-01 19:02:58, 39.7.52.***)
- 요즘 멋지고스타일리쉬한 랩퍼는 많아도 가사적인 측면에서 만족이 안돼서 대부분 지나가는 식으로 대충 들었는대 이 랩퍼, 이 앨범은 다릅니다.
딥플로우님 말처럼 정신 똑바로박힌 랩이라는게 무엇인지 느낄수 있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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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gtrue90 (2016-03-01 18:57:55, 39.7.52.***)
- 좀 더 얘기해보면
피쳐링이 주객전도를 하는 곡도 없고 비트도 여러명에게 받았지만 한두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물흐르듯이 이어지는 점이 감탄이 나오네요.
랩핑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무랄곳이 없네요.
가사적인 측면에서는 do it for, on mic, 올가미, 밥값, make it slow 곡에 가사들은 곱씹을수록 감탄이 나오는게
힙합LE에서 넉살님 인터뷰할때 밥값에 쓰인 가사에 대해 얘기하셨는대 카레한솥, 젓갈, 김치, 된장찌개 이런 가삿말들을 넉살님처럼 멋지고 맛깔나게 그리고 이렇게 공감되게 쓸수있는 랩퍼가 몇이나 있을까요???
이 앨범을 듣는 분들이 죽이는 비트, 현란한 랩핑도 좋지만 이렇게 멋지고 현실적이며 진한 사골국물같은 가사에 중점을 두고 다시 들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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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gtrue90 (2016-02-21 01:28:15, 115.92.91.***)
- 매우 공감되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skill skill skill 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대 악당출현은 정말 앨범 분위기 산통깨는 곡이였습니다. 그냥 공연용으로 만든 단체곡 억지로 껴놓은거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차라리 보너스트랙으로 넣었거나 아예 뺐으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런곡을 좋아하는 팬분들도 많으니 이해도 가네요. 악당출현 이곡만 없었다면 평점 네개반정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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