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서사무엘 - Ego Expand (100%)
- rhythmer | 2016-06-02 | 2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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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서사무엘(Samuel Seo)
Album: Ego Expand (100%)
Released: 2016-05-27
Rating:
Rating (2020) :
Reviewer: 황두하
씬에 처음 등장한 후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서사무엘이 두각을 드러낸 건 작년 하반기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Frameworks]부터다. 본래 랩퍼로 커리어를 시작해 간간이 노래를 시도하던 그가 알앤비/소울을 바탕으로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본격적으로 보컬을 무게중심에 놓으면서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노래와 랩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퍼포먼스는 매력적이었고, 블랙 뮤직의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프로덕션도 탄탄했다. 비록,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려다 보니 간혹 흐름이 끊기는 지점은 아쉬웠지만, [Frameworks]는 2015년 한국에서 발표된 블랙뮤직 앨범 중에서 손꼽는 완성도의 작품이라 할만했다.그로부터 겨우 7개월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작 [EGO EXPAND (100%)]는 전작의 성공 이후 달라진 상황에 대한 감회와 깨달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짐 등을 담고 있다. 첫 곡인 “Ego Death”에서 1집 이전 부정적이었던 자신과 작별을 고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지막 곡 “Ego Expand (100%)”에 이르러 아티스트로서 확장된 시야를 가지게 된 자아를 선언하는 구성은 자연스럽고 인상적이다. 더불어 스스로 다짐함과 동시에 듣는 이에게 말을 거는 표현 방식과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가사들은 그의 성공 서사와 맞물려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 이는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자연스레 획득한 것이어서 감흥의 크기가 남다르다. 전작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휘발성으로 소비되는 한영혼용 가사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이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전작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더욱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전작처럼 소울, 디스코, 펑크(Funk), 붐뱁, 일렉트로 펑크 등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특별히 튀는 지점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는 템포를 조이거나 푸는 와중에도 일정한 톤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인데, 앨범을 이끌어가는 서사무엘의 발전된 기량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포스트-디스코/펑크를 표방하며 본인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보컬 어레인지가 인상적인 “B L U E”와 일렉트로 펑크 사운드를 차용해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Ego Expand (100%)” 등은 대표적으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지는 곡들이다. 이 사이에서 보컬과 랩을 오가며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서사무엘의 퍼포먼스는 보다 치밀하게 짜인 느낌이다.
이외에도 전작의 하이라이트 트랙이었던 “Somebody’s”의 후속 격으로, 건조한 보컬의 벌스에 이어지는 소울풀한 후렴구에서 무드가 반전되며, 후반부에 은근히 울려 퍼지는 김오키의 색소폰 연주가 풍미를 더하는 “Hit & Run”, 랩과 노래의 경계에 있는 과장된 톤의 퍼포먼스와 독특한 리듬 파트가 결합한 “S W I R L”, 두꺼운 베이스라인의 붐뱁 비트 위에 실패를 두려워하는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Y” 등도 주목해야 할 트랙들이다.
한편, 전작과 달리 여러 피처링 게스트들을 초빙한 부분에선 장단이 있다. 다운템포 알앤비 트랙 “Sandwich”에서 입을 맞춘 정인은 서사무엘의 덤덤한 보컬 톤과 잘 어우러지며 매우 안정적인 합을 보여주고 있고, “Ego Expand (100%)”에서 넉살은 노련한 랩으로 오랜 조력자의 입장에서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며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반면에 각각 “DO:OM”과 “그릴 수 있어”에 참여한 기리보이(Giriboy)와 자메즈(Ja Mezz)는 설익은 라임을 보태며 감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서사무엘은 [EGO EXPAND (100%)]를 통해 전작의 성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전작만큼의 신선한 시도는 덜하지만, 빠른 기간 안에 이처럼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을 완성해냈다는 사실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아울러 점점 앨범의 가치가 무색해지는 작금의 한국 블랙 뮤직 씬에서, 단기의 자극이나 논란이 아닌 앨범으로 승부를 보려는 서사무엘의 행보와 성취는 지금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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