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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저스디스 - 2 Many Homes 4 1 Kids
    rhythmer | 2016-06-20 | 17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저스디스(Justhis)
    Album: 2 Many Homes 4 1 Kids
    Released: 2016-06-14
    Rating:
    Reviewer: 남성훈









    [2 Many Homes 4 1 Kid]
    는 몇 장의 믹스테입으로 이름을 알린 이래, 불한당의 [A Tribe Called Next] 프로젝트 참여와 인상적인 피처링 등으로 입지를 넓히는 중이었던 저스디스(Justhis)의 첫 정규작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간의 결과물에 따른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또한, 근래 발표된 한국힙합 앨범 중 가장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기도 한다.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낸 타이틀과 트랙리스트를 살펴보면, 저스디스가 의도한 전개 방식과 앨범의 주제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개념적인 변화의 단계인 “HOME”4개의 스킷(Skit)으로 구분하고, 그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인이 겪은 상황과 변화를 그려내는 것이다. 구성 자체는 특별할 게 없는 편이다.  

     

    하지만 [2 Many Homes 4 1 Kid]는 도입부의 “Motherfucker”부터 앨범의 마지막 순간까지 놀라운 수준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엔 저스디스의 장기인 차진 랩 퍼포먼스가 크게 한몫 한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속도감 위에 잘 짜인 라임, 그리고 순간적인 집중을 끌어내는 의도적인 목소리 톤의 이탈이 적절히 더해진 랩 스킬은 단연 치켜세울만하다. 더불어 뛰어난 전달력은 이 모든 요소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프로덕션 대부분을 책임진 디프라이(Deepfry)와 시너지는 이 같은 장점을 더욱 강화했다. 따스한 질감으로 마감한 샘플링 소스를 촘촘히 배치해 흥을 돋우는 디프라이의 비트는 수다쟁이, 넉살처럼 많은 양의 랩을 쏟아내며 서사를 구성하는 랩퍼와 좋은 궁합을 보여줬는데, 저스디스와 협연에서는 좀 더 과감한 변주를 더한 부분이 눈에 띈다. 디프라이의 프로덕션은 그 어느 때보다 감각적이고 탄탄하며, 둘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몰입감은 다채로우나 결코 편하지 않은 표현과 서사구조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단숨에 흡수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저스디스는 비틀리고 꼬인 심리상태와 이를 인식한 이후, 여러 단계를 거치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 앨범 전체를 할애하기 때문이다. 랩과 프로덕션의 완성미로 적극적 접근을 유도하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단계로 감상을 끌어가려는 시도가 엿보이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 Many Homes 4 1 Kids]는 불편한 표현이 넘쳐난다. 자신을 소개하는 첫 트랙이 에디 켄드릭스(Eddie Kendricks)“Intimate Friends”를 샘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블랙유머로 느껴질 정도다. 물론, 저스디스는 이에 대한 나름의 해소책으로써 모든 것이 하나의 큰 극임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항변한다. 예를 들자면, 학교폭력 가해자의 시선을 잔인할 정도로 견지한 씹새끼(Motherfucker Part.2)”가 최면치료의 잔상임을 직전 트랙 “Home. 1”으로 알리고, 이어지는 “Home. 2”로 가해자가 결국 사고로 코마상태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식이다. 가족을 향한 혐오와 애정을 뒤섞어 드러내며 상쇄해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탠딩 코미디의 일부를 옮겨온 마지막 트랙 “Justhis”에서 이 같은 그의 항변은 더욱 선명해진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있음에도 많은 혐오적 표현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고, 대부분 저스디스가 짠 극의 틀 밖에서 표현 자체로만 남아있다. 그리고 이는 가사적, 구조적 치밀함에 있어 굉장히 아쉬운 지점이다. 같은 맥락으로 “Home. 3”에서 영어 랩은 스킷(Skit) 상 그 의도가 명확해 보이지만, 퍼포먼스와 표현 수준이 급작스레 수준 이하로 떨어져 감흥을 끊어버리는 불필요한 부분이 되었다. 더해서 많은 곡에 배치한 상당한 양의 영어 가사 역시 종잡기 힘든 무드와 운율을 맞추는 보조적 기능에만 충실할 뿐, 주목할만한 지점이 별로 없다. 그가 치열하게 추구하고자 한 가사의 기운과는 동떨어져 있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몇몇 명확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2 Many Homes 4 1 Kids]는 단연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과도한 욕설이 섞인 불안한 심리상태를 단계별로 그려낸 랩은 뛰어난 연출력과 퍼포먼스 덕에 공포감이나 이물감, 또는 비루함이나 애잔함 같은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기도 하고, 때론 헛웃음이 나오는 괴상한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는 만큼 들리기 마련인 이스터 에그(Easter Egg) 성격의 인용 랩 구절 역시 잔재미를 더한다. 이런 요소들은 자연스레 재감상을 유도하고 그에 상응하는 색다름으로 답하기도 한다. 물론, 하나의 주제 안에서 큰 편차 없는 완성도로 마감된 트랙이 앨범의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형적인 틀 안의 이해나 공감과는 완전히 거리를 둔 한 재능 있는 랩퍼의 이야기가 담긴 [2 Many Homes 4 1 Kids]는 그래서 많은 이에게 불편할 것이고, 같은 이유로 굉장히 매력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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