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투 니온 & 오딜로 - Black Out
- rhythmer | 2016-06-26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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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투 니온 & 오딜로(Tu Neon & Odilo)
Album: Black Out
Released: 2016-06-15
Rating:
Reviewer: 이진석
래퍼 투 니온(Tu Neon)이 2014년에 발표한 데뷔작 [Scholarship]은 한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독특한 접근방식으로 풀어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2013년 EP [Cherish]로 데뷔한 프로듀서 오딜로(Odilo)는 이 앨범에서 투 니온과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둘이 합작한 앨범 [Black Out]은 그려내는 이야기의 결은 달라졌지만, 언뜻 당시 수록곡 “Neon Statue”의 연장선으로 보이기도 한다.[Black Out]의 기조는 꽤 단순하다. 서울특별시라는 분명한 물리적 배경을 설정하고, 도시의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인 네온 불빛을 메인 컨셉트로 삼았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발상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에선 남다른 감각이 엿보인다. 투 니온은 ‘마천루’나 ‘재개발’ 등등, 도시를 대표하는 어휘를 거듭 반복해 사용하거나, 한강, 남산타워 같은 서울의 상징물을 끌어와 구체적인 묘사에 힘을 더한다. 이렇듯 그는 도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주력하며, 동시에 각 곡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입한다. 투 니온의 작사적인 강점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특히, 그가 보는 세상에서 느끼는 성취에 대한 야망이 주를 이루는데, 직관적인 표현을 피하고 관념적인 요소들을 온갖 실재하는 풍경에 엮어 여러 문장으로 쭉 늘어놓음에 따라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곡이 진행될수록 점차 선명해진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순간순간 찔러 넣는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필자 주: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 ‘허풍’을 가미한 과시) 라인들이 선사하는 쾌감도 쏠쏠하다.
앨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오딜로의 활약 역시 괄목할만하다. 그는 전자음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과 무드를 연출하며, 본작의 주된 소재인 네온광 아래 도시의 풍경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이 같은 그의 프로덕션은 작품의 유기적인 흐름을 만드는 데 확실히 일조했다. 적당한 타이밍에 배치된 객원 역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Smog”에서 저스디스(Justhis)의 활약과 베테랑 재즈 보컬 말로(Malo)와 협연은 특히 인상적이다.
다만, 투 니온의 랩핑은 분명 전작보다 한층 나아졌고 안정적이지만, 매력적인 가사에 비해 견고하지 못한 지점이 간혹 귀에 밟힌다. 일례로, 몇몇 부분에선 과하게 음절을 욱여넣은 탓에 흐름이 끊어지곤 한다. 마무리 또한, 아쉽다. 앞서 이야기한 가사적 강점들이 흐려지고 비교적 노골적인 과시가 이어지는 “NeonLightsKillThemAll”은 리믹스 트랙들을 제외한 실질적인 앨범의 마무리로써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뮤지션의 합작 [Black Out]은 분명한 컨셉트 아래 잘 짜인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특히, 투 니온의 경우, 두 앨범에 걸쳐 래퍼로서 남다른 매력을 성공적으로 어필했다. 근래 쉬이 찾기 어려운, 가사적으로 힘이 들어간 신예라는 점에서 반가움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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