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나플라 - New Blood
- rhythmer | 2016-08-01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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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나플라(nafla)
Album: New Blood
Released: 2016-07-16
Rating:
Reviewer: 이진석
작년, 갑작스레 LA 교포 랩퍼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시기가 있었다. 나플라(Nafla)는 그 대표적인 랩퍼다. 당시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된 “Wu”에서 그는 ‘90년대 우탱클랜(Wu-tang Clan)의 무드를 그럴듯하게 재현함과 동시에 독특하고 미려한 랩핑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고, 이후 발표한 믹스테잎 [This & That] 역시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 단숨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This & That]이 최대한 다양한 비트 위에서 여러 스타일을 시험해보는 실험장이었다면, 그가 이번에 발매한 첫 EP [New Blood]는 어느 정도 굳힌 스타일을 소개하는 듯한 맥락의 작품이다.앨범은 레이드 백(Laid-Back)한 분위기의 첫 트랙을 제외하곤 시종일관 긴장감 있는 무드의 트랩 리듬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차지게 쪼개진 비트 위에 나플라와 객원 랩퍼들의 퍼포먼스가 쉴 틈 없이 꽉 채워진 게 본작의 기본적인 골자이다. 무엇보다 특유의 박자감과 삼키는듯한 발음을 장착한 채 차진 그루브를 자아내는 나플라의 랩은 단연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 불과 몇 년 전과 달리 이제 한국힙합 씬에도 뱉는 기술 면에서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 랩퍼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나플라의 랩핑은 손꼽을만하다.
특히, 느긋한 바이브 위로 타이트하게 쏟아내는 첫 곡 “Takeover”에서 그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며, 앨범의 마지막까지 꽉 조이는 벌스 운용은 확실히 괄목할만하다. 첫 트랙 이후 무드를 바꿔 비슷한 이미지의 곡을 반복하는 와중에도 구성상 절정부를 차지하는 두 곡, “Mercy”와 “Sue Us”를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해 직선적인 진행을 피하고 다이내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간혹 민망함을 자아내는 여느 랩퍼들과 달리 낙차 큰 플로우를 깔끔하게 구사하는 나플라의 랩 자체가 만들어내는 감흥 역시 일품이다. `
그러나 뛰어난 랩 퍼포먼스와 반대로 가사적인 부분은 매우 아쉽다. 공격적, 과시적인 라인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달리 재치 있거나 기억에 남는 구간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한 서사 구조나 주제 의식 아래 있는 것이 아닌, 개별 곡 자체가 지닌 에너지를 중점으로 둔 앨범인 만큼 이는 큰 단점일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곡에서 무분별하게 반복되며 그저 라인 채우기 정도로만 소비되는 한영혼용 가사 역시 감상을 저해하는 요소다(일례로 'I don’t bang, not a gang, I ain’t 50Cent/허나 내 혓바닥이 총, push bang bang'처럼). 사실 이는 오늘날 많은 한국 랩퍼들에게서 고질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기도 한데, 나플라의 플로우가 주는 놀라운 쾌감을 고려하면,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New Blood]는 나플라의 기술적 성취를 다시금 과시하는 방향에 가깝다. 모든 트랙에 걸쳐 랩 벌스가 빼곡히 들어차있는 덕에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랩핑이 주는 쾌감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기존에 공개했던 여러 작업물이나, 피처링 활동으로 나플라의 뱉는 솜씨 자체는 충분히 증명이 되어있던 차였다. 그렇기에 적당히 긴장감 있는 프로덕션과 타이트한 랩핑이 합쳐져 상당히 괜찮은 구색을 갖추었지만, 기대했던 앨범 단위의 결과물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은 다소 약하다. 이렇듯 약점이 선명함에도 나플라의 랩 퍼포먼스 덕에 앨범은 어느 정도 힘을 얻고, 계속 손이 가게 하지만, 이것이 정규작에서 반복되었을 때에도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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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sha (2016-08-01 21:19:26, 1.237.58.***)
- 과거 이센스가 얘기한 동물적인 감각으로 랩하는 사람이 바로 나플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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