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지바노프 - So Fed Up
- rhythmer | 2016-08-16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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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지바노프(jeebanoff)
Album: So Fed Up
Released: 2016-07-06
Rating:
Reviewer: 강일권
일렉트로닉을 선봉으로 여러 장르가 알앤비에 스며들어 완성된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힙합의 트랩 뮤직과 함께 2000년대 블랙뮤직을 대변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최초 피비알앤비(PBR&B), 힙스터 알앤비(Hipster R&B) 등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장르명이 보편화되었으며, 음악적으로 신선한 감흥을 선사하는 것과 동시에 ‘과연 오늘날 알앤비/소울의 범주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가?’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신예 싱어송라이터 지바노프(jeebanoff)의 본작은 바로 이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근간으로 한다. 프로덕션적인 부분은 물론, 전통적인 알앤비와 팝의 경계에 걸쳐있는 보컬까지 이 계열 음악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사실 세계 알앤비 음악의 흐름을 꾸준히 살펴온 이들에게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더 이상 ‘얼터너티브한’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피로감을 줄 여지마저 있다. 색깔이 확실한만큼 일정한 틀을 벗어난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기 어려운 편인 데다가 짧은 기간에 몰아치듯 쏟아졌고,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작이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건 감탄할만한 일이다.
곡 대부분을 직접 만든 지바노프와 LNNN을 비롯한 조력 작곡가들은 사운드와 무드를 흠잡을 데 없이 구현한 것은 물론, 세심한 편곡과 구성을 꾀한 가운데, 멜로디까지 탄탄하게 쌓아올리며, 감흥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시리고도 여린 감성을 품은 음색의 보컬이 방점을 찍는다. 특히, “Soft”, “Insane”, “polaroid”, “삼선동 사거리” 등은 잘만들어진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So Fed Up]의 완성도가 얼마나 범상치않은지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곡들이다. 빈티지한 드럼 위로 신시사이저를 한껏 과용하여 만든 감성적이고 우울한 멜로디 라인을 포갠 뒤, 앰비언트 음악처럼 공간감과 잔향을 부각한 사운드로 전반을 감싸 완성한 이 곡들이 남기는 여운은 상당하다.
비록, 가사 면에서 좀 더 과감하거나 신선한 표현을 엿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본작은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큼 인상적이다. 지바노프가 실제로 얼마만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팬인지, 또 장르를 탐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So Fed Up]이 장르에 푹 빠지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라는 점이다. 이토록 속이 꽉 찬 얼터너티브 알앤비 앨범이 신예의 작품이란 사실에 더욱 짜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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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2016-08-25 21:03:00, 121.141.69.***)
- 올해의 국내 작품 중 최고의 발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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