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아이언 - Rock Bottom
- rhythmer | 2016-09-20 | 2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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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아이언(Iron)
Album: Rock Bottom
Released: 2016-09-09
Rating:
Reviewer: 남성훈
아이언(Iron)은 2014년 랩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3]에서 예상을 깨고 준우승을 차지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출연한 쇼 프로그램의 경연 곡 외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싱글 "blu"만 내놓으며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여주다가 공교롭게도 대마초 흡연 탓에 입건되며 대중적 인지도에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 이후 3개월만에 기다렸다는 듯 신곡 "System"의 비디오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첫 정규작 [Rock Bottom]은 이런 상황의 연장선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면 꽤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아이언 역시 이를 통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과감하면서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첫 트랙 “System”부터 “Roll”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그가 보여주는 에너지는 상당하고, [Rock Bottom]의 강점으로 꼽을만하다. 누구보다 랩 경연 프로그램 시스템의 수혜를 크게 얻은 그이지만, 그래서 이를 격렬하게 부정하며 시작하는 “System”은 오히려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 비트 변주 이후 각성한 이미지의 그가 펼치는 지-드래곤을 향한 디스가 다소 뜬금없고 실없이 느껴지긴 하지만, 앞서 말한 에너지의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표면화되며 연이은 “Rock bottom”, “Hate The Life”, “Roll”에서 본격화된다.
앨범에서 아이언은 사회의 밑바닥임을 자처하고 그 위치에서 느끼는 분노와 꼬인 심리를 강하게 표출시킨다. 특히, 랩 락(Rap Rock) 트랙인 “Rock bottom”은 그 중 발군이다. 응축되었다가 짧게 터트리는듯한 발성과 견고하진 않지만, 감정 전달에는 효과적인 플로우는 이를 돕는다. 슈프림 보이(Supreme Boi)의 프로덕션은 트랙마다 다채로운 색을 선보이면서도 아이언의 랩과 결합해 의도한 강렬함을 유지하며 산만함을 효과적으로 피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지금은 단지 밑바닥을 자처함으로써 사회의 부당함을 각인하고 저항의 정서로 이어지는 음악이 쉽게 통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언이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파고 들어야 할 사회적 배경이 아주 흐릿한 데다가 단순하다. 캐릭터를 유지한 채 SM플레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Roll" 역시 굳이 맥락을 따지자면 상황에 부합하겠지만, '강간('rape')' 이라는 단어 자체를 드러내고 곡을 시작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세련되지 못한 접근법으로 느껴진다. 결국, 강한 에너지를 잘 담아냈다는 것 외엔 깊게 파고들 여지가 적고, 자연스레 감정적 여운을 주는 순간도 찾기 어려워졌다. 흥미를 끄는 부분은 네 곡에 걸쳐 지속적으로 대마초를 향한 애정을 심각하지 않게 잘 녹여내고 있다는 것 정도다.
한편, 후반부의 “하남 주공 아파트”와 “Turn back”은 앞선 트랙이 만든 기운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데, 그 간극이 워낙 커서 앨범의 구성을 해친다기보다는 보너스 트랙처럼 느껴진다. 어려웠던 개인사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일제시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이야기하며 앞선 네 트랙과는 반대로 짜임새 있는 가사와 랩을 보여주려 한 트랙들이다. 하지만 오히려 단순한 플로우 설계와 프로덕션 탓에 앞선 트랙에선 가려져 있던 랩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난다. 더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점의 잔혹한 표현은 랩퍼가 자신을 그려내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는 같은 효과를 낼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언은 [Rock Bottom]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확실히 하는데 공을 들였고, 이는 충분히 즐길만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이언이 작정하고 만들어낸 캐릭터를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영민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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