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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박재범 - Everything You Wanted
    rhythmer | 2016-11-05 | 10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박재범(Jay Park)
    Album: Everything You Wanted
    Released: 2016-10-20
    Rating:
    Reviewer: 황두하









    박재범(Jay Park)은 솔로로 전향한 이후 줄곧 장르 뮤지션으로서 욕심과 열정을 내비쳐왔다. 2011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Take A Deeper Look]부터 이어진 왕성한 창작 활동은 이를 대변한다. 그리고 마침내 정규 2[Evolution]에 이르러 일부 분야에서 뚜렷한 성취를 보였고, 장르 아티스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더불어 작년에 발표한 [Worldwide]힙합 앨범을 표방하며 랩과 힙합 음악으로도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걸 증명했다. 비록, 다소 유치한 가사와 설익은 한국어 표현 등, 고질적인 약점이 노출되긴 했지만, [Worldwide]는 그의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올해 여름 레이블AOMG 소속 랩퍼 어글리 덕(Ugly Duck)과 함께 발표한 EP [Scene Stealers]도 이의 연장선이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1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앨범 [Everything You Wanted]는 전작과 다르게 ‘R&B 앨범을 표방하는 앨범이다. 마치 윤미래가 그랬던 것처럼, 랩과 노래가 모두 가능한 자신의 장점을 살린 영리한 전략 같이 보인다. 앨범에는 이번에도 무려 19곡이 실려있는데,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이 따로 실린 두 곡(“All I Wanna Do”, “Me Like Yuh”)을 제외해도 실로 엄청난 작업량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에 수록된 곡 대부분은 사랑, 이별, 섹스 등의 주제로 한정되어 있을뿐더러 다소 두서없이 이어져 있는데, 모든 곡에서 전면에 나선 박재범이라는 캐릭터가 이를 자연스레 잇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덕분에 많은 양에도 불구하고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앨범에는 영어로 이루어진 곡과 한글로 이루어진 곡이 반반씩 수록되었다. 전자는 미 메인스트림 블랙 뮤직에서 지겹게 들어왔던 것의 반복이어서 듣는 재미가 덜하다. 반면, 한국어 가사는 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는데, 특히, 이별한 남자의 심정을 재치 있게 표현한 사실은같은 곡에선 특유의 직접적인 표현 방식이 장점으로 승화되었다. 여전히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몰입을 방해하는 표현들이 더러 눈에 띄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큰 발전이 엿보인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현 메인스트림 알앤비/힙합의 트렌드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여러 프로듀서를 기용했던 전작과 달리 본작에서는 차차 말론(Cha Cha Malone)이 중심이 되어 앨범을 이끌고 있어 슬로우잼, PBR&B, 래칫(Ratchet), 트랩, 퓨쳐 베이스 등등, 다양한 색깔의 곡이 교차하는 와중에도 사운드의 큰 틀 안에서 일관성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시원하게 뻗는 현악기를 핵심으로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지는 펑크(Funk) 트랙 “Limosine”, 래칫을 청량한 분위기로 연출한 “SOLO”, PBR&B로 시작하여 후반부에서 퓨쳐 베이스의 틀을 차용한 변주가 휘몰아치는 “FOREVER” 등은 인상적이다. 차차가 프로듀싱한 트랙들 사이사이로 그루비룸(Groovy Room), 우기(Woogie) 등이 프로듀싱한 곡들도 이질감 없이 스며들었다. 다만,그레이(Gray)가 프로듀싱하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DRIVE”는 그의 지난 트랙들에 미치지 못하는 관성적인 진행 탓에 아쉽다.

     

    박재범의 보컬 퍼포먼스 역시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애초부터 그가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보컬은 아니다. 그러나 매력적인 톤과 박자를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는 리듬감은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특히,-싱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Alone Tonight”과 같은 곡에서 그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편,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스트의 활용은 일장일단이 있다. 의외로 매끄러운 보컬을 선보이는 차차 말론, 유일한 여성 보컬로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해주는 후디(Hoody), 시애틀(Seattle) 출신의 힙합 뮤지션 라즈 시몬(Raz Simone) 등을 비롯한 게스트들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 “All I Wanna Do(K)”“Alone Tonight”에 참여한 로꼬(Loco)와 식케이(Sik-K)는 평이한 라임을 보태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박재범은 최근 몇 년간 정말 쉴 틈 없이 활동하며 음악에 대한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과시했다. 그 덕에 “Only One”“I Got This”의 자기과시가 단순한 허세로 느껴지지 않으며, 다른 곡들과 가장 동 떨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뜬금없이 다가오지 않는다. 비록,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Everything You Wanted]는 이처럼 그가 활발히 활동하며 한껏 끌어올린 음악적 역량이 만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꾸준히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발표하며 매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제는 장르 뮤지션으로서 존재감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고갈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열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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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c.hoontrbl (2017-01-06 12:51:56, 172.10.85.**)
      2. 명반
      1. 이건후 (2016-12-30 18:21:20, 113.30.24.**)
      2. 뭐 괜찮긴 했는데 WORLDWIDE랑 별 갯수가 바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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